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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꿈속에서 현실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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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1
최근연재일 :
2023.07.26 08:3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286
추천수 :
59
글자수 :
149,430

작성
23.06.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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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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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33. 274 수용소 (1)

DUMMY

“이제 슬슬 들어가자. 통보했던 시간이 됐네.”


“뭐야, 도와주러 오는 사람 누군데? 말 안 할 거야?”


바이올렛이 페로자를 추궁했지만, 페로자는 곤란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하기가 좀 그래. 특히 너한테는. 어쨌든 이제 들어가자. 너무 늦어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


페로자는 다시 액셀을 밟아 수용소로 향했다. 분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수용소에 들어갈 수 있는 도로는 하나뿐이었다. 높은 망루에서는 이미 저격수들이 차량 접근을 확인하고 검문소에 무전을 보내는 중이었다.


“정지! 정지!”


검문소에 도착하자마자 특색 없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차를 정지시켰다. 이윽고 그들은 소총을 장비한 채로 다가와 창문을 두들겼다.


“창문 열어!”


미리 통보된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군인들의 태도는 상당히 위압적이었다. 페로자는 순순히 그들의 요구에 따라 창문을 열고 신분증을 건네주었다. 신분증은 한국의 주민등록증이었지만, 검문소의 위병에게는 고위 감찰관의 신분증으로 보였다. 위병은 그들에게 방문증을 목에 걸게 한 뒤, 한 걸음 물러섰다.


“신원 확인 완료! 차단기 올려! 들어가셔도 됩니다.”


검문이 끝나고 차가 수용소 내부로 들어가고 나서야, 수연이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태연한 두 의원과는 다르게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만약 걸렸다면 우린 바로 벌집이 돼버렸겠죠?”


“이봐, 미스 리! 날 그렇게 못 믿어? 어정쩡한 레귤레이션 능력으로 카운슬에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아?”


“만약에 저 검문하는 군인이 레귤레이터였으면요? 수용소 내부에 잠입하기도 전에 다 죽었겠네요.”


“이래서 과학자들이란···. 세상 모든 일이 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냐! 중요한 건 어떤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거지. 페로자, 너는 왜 이런 애랑 여태 일했던 거야? 완전 온실 속 화초잖아!”


“너무 그러지 마, 바이올렛. 저래 보여도 막상 위기가 닥치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다고. 내가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야.”


바이올렛은 못마땅하다는 듯 투덜거렸지만, 수연은 페로자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상사라고만 생각했던 그가 자신을 꽤 신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그녀였다.


방문자 전용 주차장에 도착하자 깔끔한 정복을 입은 군인 한 명이 마중 나와 있었다. 모자를 눌러써 눈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입술을 가로질러 길게 나 있는 칼자국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직감하게 했다. 페로자와 수연이 차에서 내리자 그는 경례를 올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제84 특수전여단 소속 리샹푸 상위입니다. 지금부터 수용소 내부의 모든 가이드는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반갑네, 리 상위. 고급감찰관 샤오페이라고 하네. 우선, 소장부터 만나보지.”


“현재 소장은 자리에 없습니다.”


“없다고? 갑자기 무슨?”


“조금 전에 상부의 호출을 받고 급히 수용소를 떠났습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오늘의 감찰은 중요사항이라고!”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소장에게 직접 물어보시지요. 어쨌든 관련 법령에 따라 제가 현재 이 수용소의 총 책임자입니다. 감찰관님께서 감찰하시는 데 있어 불편한 점 없도록 모시겠습니다.”


“음, 좋아. 가지.”


“그런데 차에 계신 분은···.”


“러시아 해외정보국 요원이야. 수용소 내부의 일까지 보여줄 수는 없으니, 차에서 대기하라고 했네.”


“알겠습니다. 가시죠.”


절제된 동작으로 뒤를 돌아 걸어가는 리 상위를 확인한 후에야, 수연이 입을 열어 페로자에게 속삭였다.


“뭐래요?”


“소장이 자리에 없어서 자기가 안내하겠대. 수연 씨, 이 정도 듣기도 안 돼?”


“당연하죠. 제가 중국어 잘 못 한다고 했잖아요!”


“후···. 어쩔 수 없네. 이거, 군에서 개발 중인 동시통역기거든? 귀에 끼고 있으면 어느 정도 번역돼서 나올 거야. 시제품이라 성능은 장담 못 해.”


“고마워요!”


수연은 페로자에게 통역기를 받아 귀에 꽂은 후 밝게 웃었다. 둘은 빠른 걸음걸이로 리 상위를 따라 수용소 내부로 들어갔다. 높은 담과 감시탑으로 둘러싸인 수용소는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밖에 보이지 않는 삭막한 풍경은 냉기가 피부에 스며들 정도였다.


“꽤 크고 음산하네요···.”


“양쯔 감찰관이라고 하셨죠? 수용소는 처음입니까?”


갑자기 들린 통역기의 기계음에 살짝 놀란 수연이었지만, 이내 평정심을 가다듬고 리 상위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처음입니다.”


“사실, 이곳 274 수용소는 다른 수용소에 비해 그리 큰 규모가 아닙니다. 많은 곳은 100만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는 곳도 있어요. 이 수용소의 인원은 현재 5만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아시겠지요.”


“보안··· 때문에?”


“정확합니다. 감찰관 여러분이 어느 정도의 정보를 받고 오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IPR 실험을 위한 장소라는 것은 알고 있다네.”


페로자의 말을 들은 리 상위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 보다 천천히 뒤를 돌아 두 사람을 마주 보았다. 잠시의 눈빛 교환으로는 서로의 의중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먼저 입을 연 것은 리 상위였다.


“단순한 감찰이 아니라 실험 경과를 보러 오신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역시 상부는 보고서 내용을 신뢰하지 않는군요. 어쨌든 오신 목적을 명확하게 해주셨으니,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리 상위는 방향을 틀어 수용시설이 아닌 병동 쪽으로 향했다. 병원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파란색 지붕의 건물은 간판도, 표지판도 없는 무미한 느낌의 건축물이었다.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느낌의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리 상위는 모자를 벗었다. 깔끔하게 뒤로 넘겨 이마를 드러낸 그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창백할 정도였다.


“샤오페이 감찰관님. 군인이 모자를 벗는 의미를 아십니까?”


“그것이 예법이기 때문이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저는 항상 이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설 때 모자를 벗습니다. 단순히 실내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274 수용소, 특히 이 시설에 있는 인원들에게 예를 표하기 위함입니다.”


“무슨 뜻이지 그게?”


“이곳의 수감자들은, 신성한 목적을 위한 성스러운 제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긴 복도가 페로자와 수연의 시야에 들어왔다. 복도의 양쪽 끝에는 쇠창살이 달린 감방이 늘어서 있었고, 각 방의 앞에는 방독면을 쓴 채로 소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세 사람이 감방들을 지나쳐 복도를 걷는 와중에도 비명은 끊이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이런저런 생체실험을 하다 보면 흔한 일입니다. 여성분이라 조금 놀라셨을 수도 있겠군요. 신경 쓰지 마시지요.”


“도대체 무슨 실험을 하길래 피험자들이 이렇게 괴로워하는 거죠?”


“실험 내용이야 보고서를 유심히 보셨다면 알고 계실 텐데···.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까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저 끝에 제 사무실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간 뒤 문을 닫자 거짓말처럼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방음 처리를 한 공간임이 분명했다. 사무실은 단조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수연은 뭔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곧 자신의 느낌에 대한 근거를 찾아냈다. 리 상위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 있는 여러 대의 작은 모니터 안에는, 각 감방의 CCTV 화면이 송출되고 있었다. 화면은 처절한 인체실험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이었다.


‘우욱···.’


“아, 이거 죄송합니다. 숙녀분이 보시기에는 적절한 영화가 아니었군요.”


수연이 헛구역질을 하자, 리 상위는 리모컨을 집어 모니터를 껐다. 불편하기는 페로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건물에서 IPR 실험을 하는 건 맞습니다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정기보고에는 빠진 내용인데··· 사실 IPR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벌써? 대체 언제 완성됐다는 건가?”


“글쎄요, 한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은 한국의 IPR만큼 완전하진 않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의 해소와 성능에 대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언제쯤 그런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보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적어도 한두 달은 걸릴지도 모릅니다.”


“아까 IPR 실험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는데, 또 어떤 실험을 하고 있다는 거죠?”


리 상위는 수연의 질문에 그녀를 쳐다보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바로 그게 제가 감찰관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자, 여기서 또 뭘 하느냐?”


수연과 페로자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리 상위가 무슨 얘기를 꺼내려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다음 리 상위의 말에, 두 사람 다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두 분은 혹시, 대 정화 운동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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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274 수용소 (2) 23.07.07 13 1 9쪽
» 33. 274 수용소 (1) 23.06.19 16 1 10쪽
32 32. 침투 23.06.16 16 1 9쪽
31 31. 작전 회의 23.06.12 22 1 9쪽
30 30. 가설 23.06.09 19 1 9쪽
29 29. 신정부 23.06.08 19 1 9쪽
28 28. 암살 23.06.04 21 1 9쪽
27 27. 쿠데타 23.06.02 22 1 9쪽
26 26. J와 혜린 23.06.01 21 1 9쪽
25 25. 파국 23.05.31 23 1 9쪽
24 24. 접촉 23.05.30 22 1 9쪽
23 23. 거래 23.05.29 24 1 9쪽
22 22. 치료 23.05.27 23 1 9쪽
21 21. 혼돈 23.05.26 25 2 9쪽
20 20. 반격의 시작 23.05.25 24 2 10쪽
19 19. 솔트룸 23.05.24 24 1 10쪽
18 18. 배신 23.05.23 25 2 9쪽
17 17. 선전포고 23.05.22 31 1 10쪽
16 16. 발각된 정체 23.05.21 28 1 9쪽
15 15. 테스트 23.05.20 29 2 10쪽
14 14. 선제공격 23.05.19 27 2 10쪽
13 13. 전운(戰雲) (2) 23.05.18 28 2 10쪽
12 12. 전운(戰雲) (1) 23.05.17 31 1 10쪽
11 11. IPR 프로젝트 (6) 23.05.16 30 2 9쪽
10 10. IPR 프로젝트 (5) 23.05.15 32 2 10쪽
9 9. IPR 프로젝트 (4) 23.05.14 37 3 10쪽
8 8. IPR 프로젝트 (3) 23.05.13 42 3 10쪽
7 7. IPR 프로젝트 (2) 23.05.12 48 3 9쪽
6 6. IPR 프로젝트 (1) 23.05.11 56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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