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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꿈속에서 현실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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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1
최근연재일 :
2023.07.26 08:3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287
추천수 :
59
글자수 :
149,430

작성
23.05.23 21:3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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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8. 배신

DUMMY

거리에 군인들이 가득했다. 몇몇 시민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나, 대부분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정부에서 공식 발표한 테러단체 ‘Regulator’의 잔혹한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계엄령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들의 공감에도 불구하고, 계엄군은 단 한 명의 레귤레이터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검문을 해봤자 대부분 정상적인 시민만이 있었을 뿐, 레귤레이터를 찾아낼 지침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고, 더 이상의 계엄이 무의미하다는 계엄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엄사령관 최지환 장군이 초조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법원과 국회 의사당을 향한 테러의 주동자는커녕, 사용한 폭발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국회에서도 계엄 해제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와중에 그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만 갔다.


[똑똑]


“들어와.”


“단결! 사령관님.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 내가 오늘 미팅이 있던가?”


“LJ 그룹 정무혁 회장입니다.”


“아! 이런, 잊고 있었군. 바로 여기로 모시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단결!”


정무혁 회장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지난밤이었다. 최 장군은 으레 있는 전국경제인연합의 하소연이라 생각하여 연락을 받지 않으려 했지만 정 회장의 고집으로 인해 결국 통화를 하게 됐다. 정 회장은 통화에서 정보를 주겠다고 하였고, 최 장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와의 약속을 잡은 것이었다.


“반갑습니다, 장군님. 정무혁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커피라도?”


“아뇨, 됐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 장소···. 보안은 괜찮은 겁니까?”


“하하하! 계엄사령관 집무실입니다, 회장님. 어느 누가 감히 이곳을 노릴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정보를 드리러 왔습니다.”


“오호. 정말 그 테러범 새끼들의 정보를 갖고 계신단 말입니까?”


“네. 그 조직의 규모, 목적, 위치, 명단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지금 진심입니까?”


“제가 농담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정 회장의 차가운 눈빛에 최 장군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수십 년을 야전에서 굴러온 그조차 압도하는 분위기가 정 회장에게서 뿜어 나왔다.


“흠, 흠. 물론 아닙니다. 그나저나 그 정보를 대체 어떻게 입수하신 것인지?”


“그 얘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할 것이 있군요. 저는 여기에 시민의 의무 따위로 정보를 제공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 말뜻은···.”


“거래입니다.”


최 장군은 자세를 고쳐 앉은 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어느 정도는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였지만, 너무나 적나라하게 거래 얘기를 꺼내는 그에게 기세를 뺏겼다고 판단한 최 장군이었다.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잠깐의 시간을 벌었지만 정 회장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역시 만만치 않은 자로군. 조심해야겠어.’


“그래, 뭘 원하십니까?”


“레귤레이션의 무기화와 그에 따른 군수산업 독점권.”


“레귤레이션의··· 무기화요?”


“이런. 정보부가 아직 레귤레이터에 대해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한 것 같군요.”


정 회장은 레귤레이터의 능력과 그들의 조직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는 최 장군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오히려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럼 그 IPR이라는 약물로 군대를 조직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 생산과 관리를 저희 LJ그룹의 통제하에 둘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현대 무기로는 레귤레이션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뛰어나고 충성심이 높은 병사들을 차출해 IPR을 주입하고, 전문 대응팀을 꾸려 신인류를 박멸하는 것이죠.”


“허, 참. 영화 같은 이야기군요. 꿈으로 현실을 조작한다···. 그 능력으로 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조직···.”


“최 장군. 우리라고 못 할 게 뭐 있습니까?”


“무슨 말이죠?”


“빠르게 국내의 레귤레이터들을 제압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카운슬을 제거한다면 레귤레이션은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이 될 겁니다. 핵무기보다 더한 비대칭 전력이에요. 세계가 우리 앞에 무릎 꿇을 겁니다.”


“아니 이보쇼. 그래서야 그 신인류인지 뭔지 하는 놈들과 다를 게 없잖습니까?”


“아뇨, 딱 하나 다른 게 있지요. 우리는 대 정화 운동 같은 반인륜적인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세계의 질서는 유지될 것이고, 사람들의 일상은 지켜질 것입니다. 힘은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누가 쓰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흠···. 일리가 있긴 한데···.”


“이 거래, 하시겠습니까?”


***


야심한 밤. 불이 모두 꺼져 있는 가구공장의 주위로 수십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도 없는 그들은 야간 투시경과 검은 전투복, 그리고 소음기가 달린 총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리더로 보이는 자의 손짓에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파 팀, 위치 확보 완료.”


“브라보 팀, 엄호 준비 완료.”


“돌입.”


명령이 끝나기가 무섭게 특수부대원들이 돌입을 시작했다. 거리를 벌린 채 진입하는 특수부대원들을 막을 만한 경비는 보이지 않았다. 선두에 선 대원이 공장 내부로 들어서려는 순간,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


공중에 뜬 대원은 어떻게든 균형을 잡아보려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를 지상으로 끌어 내리려 달려든 다른 대원마저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레귤레이터다!”


한 대원의 외침에 모든 대원이 빠른 속도로 엎드렸다. 리더는 공중에 떠 있는 대원들을 유심히 살핀 뒤 신속하게 다음 명령을 하달했다.


“모두 금속 해제! 엎드린 상태로 대기! 브라보 팀, 본부에 플랜 B 요청해!”


“본부! 플랜 B! 플랜 B!”


같은 시각.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경보가 울렸다. 귀를 찢는듯한 사이렌 소리에 오피스텔 입주민들은 잠에서 깨어 놀란 눈으로 복도에 나왔다. 워낙 큰 소란이었기에, 페로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젠장, 대체 뭐야?’


이런 상황 속에서 다시 잠이 들 수 없음을 깨달은 페로자도 복도에 나왔다. 당장 눈에 보이는 화염은 없었지만, 복도를 가득 메운 검은 연기는 이것이 실제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씨발! 2공장에 들어온 놈들을 막아야 하는데! 하필 이때 불이 난다고?’


페로자는 급하게 계단으로 뛰어갔다. 1층에 도착하자 페로자의 눈에 보인 것은 수많은 입주민과 그들을 하나하나 검문하는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말도 안 돼. 내 주거지를 파악했다고? 내가 2공장을 담당하는 것까지? 이거 위험한데.’


페로자는 정문으로 나가지 않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한참을 올라가다 핸드폰을 놓고 온 것을 떠올렸다.


‘빌어먹을···. 당장 카운슬에 알려야 하는데.’


그는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집이 위치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군인들이 계단을 올라오는 군홧발 소리였다. 페로자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다시 올라가려 했으나 위층에도 군인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젠장, 여기 까진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은 페로자에게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파직!]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페로자는 눈을 떴다. 그가 위치한 장소는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공원이었다. 조금 전까지 있던 오피스텔에서는 붉은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수많은 군인이 분주하게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다이아인가.’


그는 비틀거리며 공원을 빠져나갔다. 한참을 걸어서야 공중전화를 발견한 페로자는 수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수연 씨, 나야.”


[어머, 페로자 의원님! 괜찮으세요?]


“응, 난 괜찮···. 아니, 어떻게 알았지? 나한테 문제가 생겼다는걸?”


[지금 여기에 누가 와 있는지 알아요? 가넷 의원님이에요! 미국에서 직접 이곳으로 지원 오셨다고요!]


“가, 가넷 의원님이···? 그럼 다이아가 날 밖으로 꺼내준 것도···.”


[네! 가넷 의원님이 페로자 의원님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다이아는 의원님 집을 모르잖아요? 가넷 의원님 도움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렇군. 아! 2공장! 2공장에 적이 침입했어!”


[네, 그것도 알고 있어요. 다이아 의원님이 급하게 설비를 옮기긴 했지만, 안에 있는 연구원까지는 역부족이었나 봐요. 그 사람들은 IPR 제조법을 알고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구출해야 해요. 가넷 의원님 말로는 핵심 인원들은 비상 대피로를 통해 뒷산으로 도주 중이라고 하네요.]


“도대체 그분의 레귤레이션이 뭐길래 모든 것을 다 아는 거지?”


[어머, 모르셨어요? 가넷 의원님은 저희 신인류의 눈이잖아요.]


“눈?”


[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눈. ‘전시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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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J와 혜린 23.06.01 21 1 9쪽
25 25. 파국 23.05.31 23 1 9쪽
24 24. 접촉 23.05.30 2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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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배신 23.05.23 2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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