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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빵S

AI 에이전트와 시작하는 던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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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튼
작품등록일 :
2022.05.10 15:01
최근연재일 :
2022.05.16 16:5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93
추천수 :
4
글자수 :
23,132

작성
22.05.10 15:03
조회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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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서장

DUMMY

냉기로 가득한 복도 끝에 있는 방문이 열렸다.


“들어가시죠.”


장례 지도사가 가리키는 방안을 바라봤다.

희고 좁은 방 중간에 놓인 리프트 케리어 위에는 하얀 천으로 온몸을 덮은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누나?"


강철인은 한참을 망설이다 잠들어있는 누나를 깨우듯 말을 걸었다.


누나의 장례식.

그랬다. 오늘은 강철인에게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강소희의 장례 입관식이 있는 날이었다.

누나의 얼굴을 확인한 강철인에게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모든 것이 현실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꿈이었으면.


남매는 상반되는 성격이었다. 누나는 앉아서 조용히 책과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 반면, 강철인은 어려서부터 밖에서 뛰어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이렇게 다른 성격이었지만 두 사람은 항상 모든 것을 함께 했다.


공부를 잘하는 누나는 저녁 시간만 되면 항상 동생을 붙잡아 놓고 동생이 따분해하는 공부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동생은 집에만 있는 누나를 데리고 나와서 배드민턴을 가르쳐주거나 운동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려고 애를 썼다.


항상 부족한 게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했던 두 남매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누나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에였다.


두 남매를 보살펴 주시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천애 고아처럼 돼버린 두 남매의 만만치 않은 현실 앞에서도 누나는 놀랄 만큼 강인한 모습으로 집안을 지탱하는 대들보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우수한 성적이었음에도 동생을 위해서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동생은 그런 누나에게 늘 미안해서 몰래 알바를 돌면서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애를 썼다.


재정 상황은 항상 팍팍했지만 두 남매의 우애는 그렇게 남달랐다.


그러던 어느 날.


강철인이 서울에 소재한 유수의 대학에 합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누나는 좀 더 보수가 좋은 직장이 생겼다며 홀로 지방으로 이사를 떠났다.


동생은 누나를 뜯어말리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나의 의지는 너무나도 확고했기 때문에···.


강철인은 누나가 무리해서 지인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가는 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보내는 마음은 무거웠다.


이직 후 누나는 간간이 연락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연락의 횟수가 줄어들다가 몇 달이 지나고부터는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처음에는 일이 바빠서 그런가 싶었다.

그다음에는 혹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주소는 존재하지 않는 주소지였다.

그때부터 동생은 누나를 찾아서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다.

경찰은 실종자 명단에 누나를 올리고는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그렇게 누나를 찾아 헤맨 지 3년.

사실상 현실 도피하기 위한 탈출구로 입대했다.


그렇게 또 세월이 지나고.

제대를 일주일 남기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누나의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싸늘한 누나의 시신을 직접 대면한 후 강철인의 영혼은 쥐어뜯는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도대체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왜 이렇게 허망한 망자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는지 따져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곤히 잠든 것만 같은 누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짧았던 재회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별을 앞둔 누나의 모습은 이름을 부르면 당장에라도 따스한 미소로 자신을 반겨줄 것만 같은 모습 그대로였다.


“상주님, 이제 마지막 인사를···.”


재촉하는 장례 지도사의 목소리가 야속했다.

하지만 어쩌랴, 기다린다고 돌아올 사람이 아니었다.

강철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으로 누나의 두 얼굴을 감쌌다. 손이 닿으면 눈을 뜰 것 같았던 눈썹에서는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손끝을 통해서 전해져오는 차디찬 시체 보관고의 스산한 기운이 과거 그녀였던 육신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누나 미안··· 그, 그리고···. 고마워···.”


억지로 갈라지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면서 진심을 겨우 내뱉을 수 있었다.

강철인은 흐느끼면서 누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너무나도 사랑하고 고마웠던, 너무나도 그리웠던 유일한 피붙이와의 이별인데 이토록 해줄 말이 없다는 것이 참 씁쓸했다.


그 순간이었다.


[시스템에 엑세스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헛것을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에이전트 AI ‘슈베스터’를 다운로드를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울리는 뚜렷한 목소리에 강철인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


[데이터 전송률 2%]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린 이후 눈앞에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가 나타났다.


‘이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말하던 PTSD 증상인 걸까?’


그것 이외에 이 황당한 상황을 설명할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무나도 그리워하던 누나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충격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상을 치르고 나면 동네 병원에라도 가봐야겠어.’


* * *


장례가 끝나고 방문한 경찰서에서 누나의 유품을 건네받았다.

푸른 빛이 감도는 검은 금속 반지가 전부였다.


“강소희 님은 귀가 중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게이트 스톰’ 현상에 휩쓸려서 변을 당하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누나의 사건을 전담했던 형사가 무덤덤하게 유품을 건네며 말했다.


뉴스에서 종종 듣던 이야기.

갑자기 발현한 게이트의 마력 폭풍에 휩쓸린 사람들이 몇 년 뒤에 엉뚱한 곳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는 현상.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렀어도 부패하거나 훼손되지 않고 실종 당시 모습 그대로 발견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람이 죽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나마 위안은 운이 좋게 누나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시신을 찾지 못하고 미제 사건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숙소에 돌아온 강철인은 한동안 우두커니 앉아 누나의 반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푸른 빛과 흑색의 금속 재질이 묘하게 어울리는 반지.

‘그동안 애인이라도 생겼던 걸까?’

올해 27세.

연애했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강철인은 반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새끼손가락에 끼워 보았다.

조막만 하던 누나의 손에 들어가던 반지는 강철인의 새끼손가락에 주인을 만난 것처럼 딱 맞았다.

'누나의 손은 참 앙증맞고 이뻤는데.'

누나와의 추억에 다시 잠기려는 찰나였다.


['강철인'님이 로그인하셨습니다.]


다시 머릿속으로 여성의 목소리.

이번에는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까지 부르고 있었다.

강철인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내가 정말 중증이긴 한가 보네. 아무래도 병원에···.”

[강철인 님의 뇌 건강 상태는 지극히 정상이십니다.]


여자의 음성이 강철인의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왔다.

강철인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는 주변을 경계했다.

분명 환청은 아니었다.

어제부터 머릿속으로 들려오던 목소리는 이제는 자신의 말에 대답까지 하고 있었다.


“누, 누구야!”

[저는 에이전트 AI ‘슈’라고 합니다.]

"뭐? 당신 도대체 뭐야?"


강철인은 두리번거리며 외쳤지만 좁은 방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는 어제 액세스하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연동형 단말의 하위호환 격 AI로써 마스터의 전투력 향상과 성장을 돕고자 개발된 8세대 에이전트(agent) AI '슈'라고 합니다.]


연동? 하위호환? 에이전트 AI?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에 강철인의 미간이 좁혀들었다.


“젠장,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신 나에게 왜 이래?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잠시간의 정적 이후.

슈는 좀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스터의 반응을 보니 제 소개를 정정해야 할 것 습니다. 저는 지난 3년 동안 김소희 대위님께서 마정병단에 복무하시는 동안 에이전트로 동행한 AI ‘슈’라 합니다]


“뭐! 대위, 그, 그럼. 누나가 군에 있었다고? 그것도 마정병단에?”


군대와 전혀 매칭이 안 되는 방구석 소녀가 매일매일 마수들과 사투를 벌이는 마정병단에 있었다고 하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돈 때문에?’

마정병단에서 복무하면 상당한 생명 수당과 보수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생명 수당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생존확률이 낮기 때문이기도 했다.

4년의 의무 복무 기간중 생존율이 20% 미만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강철인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돈 때문이라 해도 허약체질인 누나가 3년 동안이나 매일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헤쳐나와야 하는 마정병단에 그것도 장교로 복무했다는 말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믿을 수가 없군."


[이해합니다. 갑자기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슈는 강철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동조를 했다.


[저에게 강소희 대위님이 남기신 영상이 있습니다만 혹시 보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누나가 남긴 영상이 있다는 소리에 강철인의 모든 사고가 멈춰 섰다.

이 정체 모를 인공지능에 대한 의심도 누나의 행적에 대한 의문도 모두 리셋 돼버렸다.


"누나의 영상이 있다고?“

[지금 영상 데이터를 송출할 수 있습니다만 승인해주시겠습니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허공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누나!”


허공에 나타난 영상 안에서 손을 흔드는 누나를 향해 강철인의 애절한 외침이 흘러갔다.


『혁아 오랜만이야.

이 영상이 너에게 전달되었다면 아마도 내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거야.』


“뭣?”


누나의 첫 마디에 강철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고?'

누나는 자기 죽음을 예감했다는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마정병단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을 거야.

여기에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어.

다만, 지금은 말해줄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네가 성장해서 진실을 알아도 무리가 없을 때가 되면 슈가 너에게 말하지 못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왜, 무엇을 숨기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나는 언제나 형제끼리는 어려움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솔직해지자고 했던 사람이다.

그랬던 사람이 정작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일체의 행적을 감추더니 죽어서도 조건이 충족돼야 그 사실을 알게 해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내가 말하면 위선자라고 느껴질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

난 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내가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말은 너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는 거야.

슈가 너의 에이전트가 되어 너를 돕겠지만, 그녀는 육신이 없는 AI이기 때문에 100% 너를 책임져줄 수는 없어.

너 스스로가 강해져야만 해.

누구도 너를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다고?’

강철인은 어리둥절해졌다.

살아오면서 대단한 선을 행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었다.

그런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을 너무 믿지 마!

적도 아군도 친밀한 사람도.

항상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살피고 또 살펴야만 해.』


무슨 의미로 말하는지?

누구를 지목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쪼록 슈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어.

단언컨대 슈는 내가 경험한 에이전트 중에서 최고라고 보증할 수 있으니까.』


잠시 목이 멘 강소희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허공에서 흘러나왔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누나가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강철인의 가슴을 무너트렸다.


그때였다.

누나가 있는 방의 뒤에 보이는 문이 부서지듯이 요란하게 흔들리며 터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문 쪽을 살피던 누나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구나.

동생 힘내!

누난 널 위해서 항상 기도하도록 할게.

그럼 이만.』


— 쾅!


무엇인가의 힘에 의해서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누나의 영상은 끝이 났다.


강철인은 한동안 매서운 눈빛으로 허공에 떠 있는 누나의 경직된 표정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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