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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내 회귀력 15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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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노트
작품등록일 :
2016.08.17 23:50
최근연재일 :
2018.08.2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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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0,155

작성
16.12.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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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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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1쪽

회귀 일곱 - 세상 멸망 각.

DUMMY

팅, 팅, 팅!

괴수의 머리에 꽂히는 바람과 같은 삼연발.

실낱 같은 희망을 쫓는 그의 눈동자로 멀리서 활시위를 당기는 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으신가요?”


따스한 염려가 담긴 고운 목소리와 동시에 시아의 끝자락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 가까이서 들려오는 또 다른 소녀의 목소리.

어느새 그의 곁으로 리엘이 달려와 있었다. 머리 위로 드리우는 괴수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사내는 무고하게 달려든 소녀를 향해 빨리 피하라 외치고 싶었지만, 소녀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리엘은 사내의 멱살을 잡고 억척같은 힘으로 그를 그림자 밖으로 내던졌다.


“아-.”


무의식중에 질러지는 탄성. 사내의 멀어지는 시아 안으로 가녀린 원피스의 소녀와 그녀를 덮치는 거대한 게의 집게발이 느리게 재생됐다. 눈을 질끔 감고 싶어지는 끔찍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리엘은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최선의 행동을 선택했다. 몸을 기울여 내려찍는 집게발의 공격 중심부를 피해내며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장검을 세웠다.


카앙!

검과 강철처럼 딱딱한 집게발 사이에 불꽃이 튄다.

철갑 꽃게의 힘으로 몸쪽으로 밀려드는 장검을 반대 팔로 받치며 집게발의 궤도를 바꾸어 튕겨 냈다.

아무리 내려치는 힘의 중심을 벗어났다 해도 11레벨에게는 불가능한 기술.

이유는 소녀의 신체에 감돌고 있는 푸른빛, 힐러의 버프 이펙트 였다.


「기회주의자 + 디펜스업!」


에델도 이미 리엘의 뒤쪽까지 달려와 있는 상태였다.

카렌은 또다시 판단의 기로에 서 있었다. 전력 외라 생각했던 세 소녀의 합류. 일단 철갑 꽃게에게 화력을 집중해서 나머지 전부를 버리고서라도 세 소녀를 커버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HP를 많이 소모시킨 문글레너를 빠르게 처리하고 이후 철갑 꽃게에게 총공격할 것인가.

전멸이냐, 기적을 믿어 볼까? 자신만 사느냐의 기로.

그녀의 판단은 매우 이성적이었고 빨랐다.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의 타켓은 문글레너. 지금의 진영이면 골렘을 사용하더라도 부하의 전멸은 당연하고, 세 소녀들 전부를 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글레너는 공격이 원거리라는 점도 성가시지만 지금 처리하지 못하면 등껍질을 타이어 바퀴처럼 이용해 빠르게 쫒아온다. 먼저 처리가 빠르고 이대로 살려뒀을 때 가장 성가신 문글레너를 정리한다. 다행히 첫 킹렛이 철갑 꽃게에게 잡히고 나니 나머지 킹렛들은 도망가고 있는 상황. 세 자매와 호위로 붙어있던 디펜더 한 명이 꽃게의 시선만 끌어줘도 충분히 기적적인 대역전이 가능하다.


“윌슨!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저 세 소녀를 지키세요!”


작은 파이어 에로우 세 체를 문글레너에게 발사하며 카렌이 소리쳤다. 이미 그녀의 호위로 붙어있던 윌슨은 철갑 꽃게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꽃게 괴수를 향해 달리고 있던 윌슨은 갑자기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입을 떡 벌리고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디펜더 팀의 막내. 카일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리엘이라는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자신을 내 던질 때만 해도 참혹한 미래를 예상했다. 11레벨 소녀들이 합류한다 해도 곧 꺼질 바람 앞의 등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고 있는 광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저런 아이들이 11레벨이라고?”


눈 앞의 세 소녀는 괴수에게 학살을 당하는 것도,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도 아닌, 사냥을 하고 있었다. 철갑 꽃게와 세 자매의 전투.

디펜더로서 리엘의 전투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돌가방을 진 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공격에 대처하는 센스가 좋다지만, 강심장이라도 이런 강심장이 없었다.

한방만 유효타. 아니 한방만 제대로 스쳐도 즉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가.

괴수의 공격력과 소녀의 방어력 사이에 있는 압도적인 전력의 차. 쫄아서 움직임도 불가능할 차이. 하지만 소녀는 한 치도 디펜더로서의 존에서 물러나지 않고 최전열에서 눈이 부시도록 용맹하게 싸우고 있었다.

서포터인 에델은 그야말로 완벽한 만능형 서포터 였다. 즉발 힐은 너무나 마력 소모가 심하다. 그렇기에 작은 도트 데미지라도 입을 때쯤엔 미리 깔리는 슬로우 힐. 버프의 지속시간이 짧은 것도 그녀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방어와 공격, 버프가 필요한 그 짧은 찰나. 정확히 필요한 타이밍에 빈틈없이 버프를 건다. 버프가 아무리 발동이 빨라도 효과까지 2, 3초. 1초면 뒤 판도가 뒤 바뀌는 급박한 전투상황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버프 효과가 발동하는 에델의 행동은 예지에 가까운 예측이나 다름이 없었다. 눈치, 혜안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타고난 감각. 에델의 서포팅은 이미 11레벨에서도 충분히 제 역활을 하고도 남은, 파티의 피가 흐르게 하는 심장이자 윤활유. 탁월한 완충장치 였다.

하지만 이 둘조차 리아의 탁월함에는 못 미쳤다. 카일도 윌슨도 행동이 멈춘 게 정확히는 리아의 행동을 보고 나서였다.

타고났다.

다른 말로는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공격자라고 그저 후열에 서 있지만은 않았다. 전열과 후열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트리키함. 그 어떤 자세에서도 공격으로 이어가는 천부적인 공격 센스. 민첩성과 유연함.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믿을 수 없는 회피력과 공격 집중도. 공격과 거리 조절로 계속해서 괴수의 시선, 어그로를 유지하면서도 쉬지 않고 회피, 화살 세례를 선사한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스테이터스를 압도하는 피지컬. 어텍커로서 공격자의 딜도 뿜어내며 디펜더의 부담도 양분한다. 괴수가 리아를 향한 공격이 거세진다 생각하면 어느새 멀어진 후열에서 화살을 연사하고, 디펜더 쪽에 집중하려 하면 여지없이 근접한 인파이트 거리에서 크리티컬 공격을 퍼붓는다. 그들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아처, 그 이상의 플레이.

지근거리에서 날아오는 꽃게 괴수의 집게발을, 허리를 뒤로 숙여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냄과 동시에. 그 자세로 민첩하게 몸을 틀어 화살을 쏘아 괴수의 입안에 정확히 화살을 박아 넣는 그 솜씨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이 떡 벌어지게 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


카렌과 그의 부하들은 문글레너를 이미 쓰러트렸다. 하지만 그 자리의 모두가 섣불리 끼어들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게 멈추어 그 세 자매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알고 왔던 전투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개개인의 특출 남도 특출남이지만, 서로의 연계도 환상적이었다.

마치 셋이 한 몸과 같은 기막힌 연계플레이.

에델의 칼 같은 버프 타이밍 역시 여기에 기인했다. 적재적소의 버프. 리엘이 오른쪽에 집중하면 리아가 왼쪽으로 집중 포화해 견제한다. 리아에게 틈이 필요하면 리엘이 적극 공세에 나서며 공간을 열어준다. 리엘에게 가다듬을 호흡이 필요하면 리아가 급 접근하며 시선을 끈다. 서포터인 에델 조차 확실한 틈이 나면 공격에 가담해 창을 찔렀다.

공수 전환, 서로가 이상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위치와 역할, 행동의 스위치가 빨랐다. 괴수조차 셋 사이에 누구를 공격할까 주저하는 틈이 여럿 생길 정도의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말하기도 전에 서로의 생각을 아는 듯한 완벽한 호흡이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할 수 없을 배 이상의 연계 시너지 효과였다.


“리아!”

“알고 있어!”


에델의 외침에 리아가 뜀틀 앞 발돋움을 하듯 휘두르는 괴수의 집게발을 밟고 뛰어넘어 크게 도약했다.


“민첩 업! 근력 업! 더블 찬스! 스킬 부스터!”


에델은 공격과 관련된 버프들을 연이어 외쳤다. 모두가 숨을 죽인 체 지켜보는 가운데, 절호의 포지션에서 그녀에게 특화된 버프들을 받은 리아의 일방적인 쇼타임이 시작됐다.


「더블 샷, 트리플 샷, 샤프 에로우.」


리아는 왼쪽 앞발. 오른쪽 집게발. 왼쪽 집게발을 밟고 왕복으로 점프하며 화살을 연사했다. 리아가 뛰어서 지나간 궤도를 따라 화살이 다발로 날아든다. 괴수의 센서처럼 튀어나온 검은 눈도 오로지 그 뒤의 그림자를 쫓기에 바쁜 민첩한 삼각 점프.

그렇게 리아는 괴수의 머리 앞을 고작 8초 동안 11번을 오가며 총 21발의 화살을 오로지 꽃게의 머리와 입을 향해 연사했다. 9발째 기계 부속 같은 입의 덮개가 깨어지고, 16발째 그 속을 관통하듯이 화살이 박혔다.

철갑 꽃게는 무려 18레벨 대형 괴수. 민첩함은 조금 부족하나 탁월한 파워와 방어력을 자랑하며, 11레벨 어텍커의 일반적인 딜로는 도저히 쓰러트릴 수 없는 괴수.

하지만 버프까지 두른 체 약점만을 노린 크리티컬 공격을 연이어 21발이나 쏘아내니 철벽을 자랑하는 괴수라 해도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보통 18레벨 대형 괴수 정도면 11레벨 사람이 30명 있어도 이길 수가 없는 상대였다.


“영웅...”


카일은 그런 리아를 올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몸보다 수배는 거대한 괴수를 쓰러트리고 사뿐히 지면에 착지하는 그 모습은 달리 그 어떤 걸로도 보이지가 않았다.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은 리아의 등 뒤로 철갑 꽃게의 거체가 맥없이 쓰러졌다. 그 당당함과 기백. 지금의 상황도 잊고 보는 이를 매료 시킬 만큼 대단하고 멋진 광경. 그러나 그 환상도 바로 다음에 맥없이 깨어졌다.


“브이! 드디어 18레벨 괴수를 쓰려트려 뜨아아~?”


한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달리기 1등을 해낸 또래의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는 리아. 그리고 그런 리아의 뒤통수를 만담이라도 하듯이 힘껏 때리는 에델이 있었다.

웅크리고 눈물을 찔끔 흘린 리아가 머리를 감싸며 에델을 올려본다.


“히잉, 아퍼. 혀까지 깨물어써. 진짜 아프다구 엘!”

“괴수의 몸이 사라지거나, 마석을 뽑기 전까진 방심하지 말라고 시해 아저씨도 말했었지?”

“그랬었다. 깜빡해써.”


에델의 꾸짖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괴수의 몸을 확인하는 리아. 항상 그렇듯 전투 뒤 리엘은 리아와 에델의 모습을 확인하며 변함없는 안도의 한숨을. 하지만 그 숨결의 끝에 한 조각의 작은 뿌듯함이.

에델의 평소와 다름없는 한 일자의 입가에도 이번만큼은 미세하게 승리의 여운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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