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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하루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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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담
작품등록일 :
2021.07.01 20:14
최근연재일 :
2021.07.15 10:07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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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4,010

작성
21.07.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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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할머니

DUMMY

“아가, 밥 먹었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거실 소파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종종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할머니를 힐끔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눈도 마주치지 못 했다.


"그래. 그래도 맛난 거 먹고 다녀 피죽도 못 먹은 애처럼 왜 이 모양인지."


할머니가 내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할머니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나는 다시 한 번 쓰덕였다. 볼에 묻은 할머니의 내음이 따스하다. 따스함과 별개로 어색하다. 빨리 방으로 들어가고 싶다.


"들어갈게요."

"그래, 쉬어라. 에구. 추운 날씨에 고생했어."


네. 나는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잠시 내가 들어간 방을 보더니 다시 거실 소파로 몸을 돌렸다.



. . .



할머니가 이곳에 온 것은 이 주일 전이었다. 건강 때문이라고 한다. 외부적인 이유는 그렇다. 내부적으론 시골에 같이 지낼 사람이 없어서라고 한다.


시골에 사셨던 할머님은 고향 친구 분들과 있었다. 그리고 그걸 꽤 고집하셨다. 하지만 그 분들이 도심에 있는 자식들을 따라 하나 둘 올라가게 되었고 결국에 아무도 남지 않으 셨던 시골에 혼자 있게 하기 싫어 부모님께서 모시고 왔던 것이다.


아무리 몸이 아파도 시골에 계시겠다던 할머니가 처음으로 고집이 꺾인 날이었다.



. . .



“할머니.”

“응, 아가.”


내 말에 할머니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일어날 때마다 무릎이 시린 지 두 손이 무릎을 떠나지 않는다.


“저녁 드셨어요?”

“응, 먹었지.”


그 소리에 나는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는 휭했다. 깨끗한 냄비들이 가스레인지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할머니 먹은 것을 다 치운 건지, 아니면 밥을 안 먹는데 거짓말은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 저녁 안 먹었어. 김치볶음밥 먹으려는데 할머니도 드실래요?”

“안 먹었어?”


그 말에 할머니의 눈이 반짝였다.


“아가, 김치볶음밥이라고 했지? 할미가 금방 만들어 줄게.”


순식간이었다. 할머니는 순식간에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더니 김치를 순덩순덩 짤라 프라이팬에 넣어 들기름을 두른 후 볶았다.


“아가, 스팸이 좋지?”

“어? 어······ 네.······”


할머니의 말에 난 멍하니 대답했다. 그 말에 할머니는 언제 가져왔는지 스팸을 잘게 깍둑 썰어 프라이팬에 넣었다. 스팸은 김치 얼룩에 빨갛게 변했다.


토톡토톡. 자그마하게 기름 튀기는 소리가 났다.


할머니가 뒤를 돌아서 밭솥에 밥을 꺼냈다. 고봉밥이었다.


“할머니 너무 많지 않아?”

“내 아기 먹일려면 이 정돈 밥 먹어야지.”


아무렇지 않게 밥을 프라이팬에 들이 부었다. 밥 또한 붉은 김치 양념에 같이 붉어졌다. 그럼에도 밍밍해 보였는지 김치국물을 더 추가하였다. 거기에 굴소스 한 스푼.


이리저리 볶다보니 어느새 김치볶음밥이 완성되었다. 대략 3인분 되는 양이었다.


“옛다. 많이 먹어라.”


고봉밥으로 쌓인 김치볶음밥. 무심히 툭 올려진 계란프라이. 노른자를 툭 터트려 김치볶음밥 안에 흘러내린다.


한 입 떠먹었다.맛있다.


"할머니는 안 드세요?"

"난 괜찮다. 아가 먹는 것만으로 배불러.”

“아냐, 할머니도 드세요.”


나는 한 입 떠 할머니 입 앞까지 가져갔다. 할머니는 싫다며, 고개를 저으셨고 몇 번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한 입 받아 먹었다.


나는 조그마한 그릇을 가져와 밥을 조금 덜어 할머니 앞에 내었다. 할머니는 머뭇거리더니 소파에 내려와 숟가락을 들어 같이 밥을 먹었다.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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