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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머리판 님의 서재입니다.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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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머리판
작품등록일 :
2023.03.03 16:39
최근연재일 :
2023.03.28 17:1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33
추천수 :
30
글자수 :
100,914

작성
23.03.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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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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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장. 비밀결사단체

DUMMY

“아들, 잘 써야 한다...”


하느님은 천국에서 예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갑작스레 쥐여준 용돈 5억.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원래 그정도 주려고 했었다.


맨날 집에서 밥만 축내던 아들 놈이었는데, 그래도 세상에 내려가서 자기 힘으로 이것저것 용쓰는 거 보니까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다쳐도 고등학생한테 5억이나 주는 건 오버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 요즘 세상에 일을 크게 벌이려면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뭐, 내가 나쁜 마음으로 준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기하려고 아들 명의로 돈 빼돌린 것도 아니다.

나는 당당하다.


하느님은 예수가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지혜롭게 쓰길 바라고 있었다.


이왕 보내준 거 사이비 때려잡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으련만...


그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

“야 씨, 참치 졸라 맛있네!”

“예수임! 천천히 먹어!”


이곳은 청담에 위치한 고급 횟집.

예수와 지온은 주말을 맞아 그곳에서 특별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장님! 여기 한세트 더요!”

“미쳤어????”


헤헤.


뭐가 그리 좋은지 하루 종일 실실거리는 예수.

갑자기 돈이 생겼다며 맛있는 걸 사주겠다더니

이런 고급진 곳을 데리고 왔다.

‘근데 맛있긴 진짜 맛있다.’


지온은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이곳의 음식을 천천히 즐기고 있었다. 부모님의 안정적인 지원으로 부족함 없이 자란 지온이었지만, 이토록 고급스러운 횟집은 지온도 처음 와본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안에서 혀가 춤을 춘다. 부드러운 날생선의 감촉이 온몸을 감싼다.


지온은 회를 한점 씹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장이 높고 인테리어가 세련됐다. 구석구석 비싸보이는 도자기 같은 것도 놓여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요리사들은 모두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채 정성을 다해 회를 썰고 있었다.


‘정말 멋진 곳이야.’


와구와구-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지온과는 다르게 예수는 진공청소기처럼 회를 흡입하고 있다. 뱃속에 블랙홀이 든 것 같다.


‘원래 운동했던 애라서 많이 먹긴 먹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온은 무심코 예수임의 배를 쳐다봤다. 앙증맞게 볼록 튀어나와선 단추가 아주 빵빵했다.


헤헤헤.


아주 뱃살은 통통해서 하루종일 실실거리는 걸 보니 지온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귀여워 죽겠네.’


쿡.


“??? 지온, 왜 웃어?”

“아, 아니 그냥...”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절로나는구나?”

“으, 으응”


지온은 대충 얼버무렸다. 아직 대놓고 귀엽다고 할 만큼 지온은 능숙하지 못하다. 그런 말, 부끄럽기만 하다.


지온은 무심코 옆에 놓인 영수증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먹은 것만 36만 원. 지온은 다시 한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예수임!!!”

“읭?”

“너 이거 다 얼마나온지 알기나 해?”

“얼마 나왔는데?”

“36만원이야. 36만원!!!”

“아... 상관없어.”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참치를 흡입하기 시작하는 예수.


“너 솔직히 말해. 돈 어디서 났어?”

“응? 그냥 용돈 받았는데?”

“아 거짓말치지 말고!! 네가 용돈 받을데가 어딨어!”

“아... 맞다...”


갑자기 분위기 숙연.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지온은 황급히 변명한다.


“야, 너 어제부터...”

“??”

“상처되는 말 계속한다?”

“아, 진짜, 진짜 미안해...”


고개를 푹 숙이는 지온.


“큭큭큭큭...”

“???”

“아, 겁나 귀여워 김지온. 큭큭”

“야!!!”


그제서야 놀림감이 된 줄 깨달은 지온.

근데... 화가 나긴 커녕...

오히려 설렌다?


겁나...귀여워...라니...

아 몰랑!


*

사실 예수는 지온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일단 맛있는 거 먹이고 싶어서 자기가 아는 제일 비싼 횟집에 데려오긴 했는데...


갑자기 돈이 어디서 났는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하지?


흠, 수임이 부모님은 돌아가신 상태니까... 있는 그대로 아빠가 줬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비밀로 하자니 입이 너무 근질근질하고...

그렇담 적당히 구라를 치는 수밖에 없다.


“지온, 사실은 이 돈 있잖아... 어떻게 된 거냐면.”

“응응”

“나 편의점에서 스피뜨 샀는데...”

“그, 긁는 복권?”

“응... 그게...”

“설마, 당첨됐어??”


예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럭을 한웅큼 입속에 집어넣으려다 멈칫하는 지온.

흐물거리는 우럭회가 식탁에 툭, 하고 떨어진다.


“대... 대박이다...”

“하하... 뭐 그렇게 됐어.”

“그래서 이렇게 비싼 회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 거구나!!!”


아무렇게나 둘러댔는데...

역시, 지온은 단순하다.

예수가 하는 말이라면 의심하지 않고 믿어버린다.


근데, 원래 고등학생한테 복권 파는 거 불법아닌가?


예수는 자신이 하는 거짓말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순진한 지온은 그것마저 모르는 듯 하다.


그럼 뭐. 다행이고.


“얼마나... 당첨됐어? 물어봐도 돼?”


지온이 조심스레 묻는다.


“음... 다섯 장?”


예수는 정확한 액수를 말하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린다.


“오, 오십만 원???”


예수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럼... 설마... 오백만 원???”

쿡.


웃음이 새어 나온다.

생각한 최대 금액이 오백만원이라니.

아직 고등학생이긴 고등학생이구나...


솔직히 5억이라고 한다면 수상하게 여길게 뻔하겠지.

그럼, 그냥 네 말대로 500만 원 하자.


“맞아.”

“대애바아아아아악!!!”

“...”

“야, 진짜 대박이야!!!!”


대박이란 말만 몇 번을 하는 건지.

지온은 그 뒤로도 대박이란 말을 5번 정도 더 했다.


“그럼, 이제 그 돈으로 뭐할거야?”

“음... 글쎄.”


예수는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갑작스럽게 입금된 돈 5억.


그도 그 돈을 허투루 쓸 생각은 없었다.

아빠가 회 사먹으라고 보내주긴 했다만...

누가 5억을 진짜 ‘횟값’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횟값이란 말은 핑계일 뿐이다.


물론 지금은 고오급 회를 먹고 있지만...

이정도는 큰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지는 의식 정도라고 해두지 뭐.


지온이가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도 많았고...

그게 기특해서라도 밥 한번 사고 싶었다.


남은 돈은 5억에서 26만 원을 뺀 4억 9천 9백 74만 원.

좋은 옷 사고, 좋은 밥 먹고, 갖고 싶었던 거 마음껏 사도 한참 남는다.


지금 신분이 고등학생이라 그것 외에 더 큰 것은 바랄 수도 없다.

그럼 이제 이것으로 무엇을 한다...?

예수는 하느님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애썼다.


아마 이게 그냥 수고비는 아닐 것이다. 아직 성태민을 완전히 때려잡지도 못했으니까.


그렇다면... 이 돈은...


혹시 자본금이 아닐까?


성태민을 때려잡기 위해 필요한 자본금.


맞는 거 같았다. 아무리 기적을 쓸 수 있다고 한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보증금이며, 월세며, 부동산이며, 회사경영이며...


그 모든 일들을 언제까지고 ‘기적’ 하나만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적이며, 마법이며, 능력이다.


예수는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공생애 사역의 시작인가...


예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요즘 5억이면 서울에 괜찮은 아파트 한 채도 못산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적어도 변두리 사무실 하나는 임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고.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라 그런 게 어렵다면, 주변에 도와줄 어른이 하나 있긴 하다.


STM의 사제 이창훈.


이미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임을 아는 지구상의 유일한 인물.

그는 이미 예수에게 이중 스파이로서의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그에겐 STM으로부터 구출해야 할 늙은 어머니가 있다.

그래. 이창훈이라면... 무언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예수는 이창훈을 한번 만나 이 일에 대해 상의해보기로 결심했다.


*

“아니, 5억을 갑자기 받았다구요?”

“응, 정확히 5억이야. 은행에 떡하니 들어있어.”


“고등학생 통장에 5억이라니... 은행측에서 의심하진 않던가요? 나 같으면 수상히 여길 거 같은데...”

“조용한걸 보니, 그런 건 아빠가 알아서 다 처리해놨나봐.”

“아... 맞다... 아버지가 하느님이셨지...”


이창훈은 앞에 있는 잔을 들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신다. 그리고 턱을 괴며 신중히 무언가를 생각한다.


예수와 이창훈이 만난 곳은 예수의 집 근처에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

예수가 이창훈을 이곳으로 불렀다.


“대충 감은 오는데, 아빠가 정확히 뭘 바라는진 아직 모르겠어. 의중이 확실히 파악이 안 돼.”

“연락해보면 되지 않아요? 간간히 소통하셨잖아요.”

“지금은 아무런 말이 없어.”


예수도 그동안 연락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5억을 떡하니 받은 뒤에,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하느님은 전화도, 텔레파시도 받지 않았다.


방해금지모드.


아마 예수가 알아서 일을 잘 처리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음... 어쨌든 예수님은 이 돈이 ‘성태민을 때려잡을 자본금’이라고 생각하신단 말이죠...?”

“응, 네 생각은 어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잠깐의 침묵. 예수와 이창훈은 각자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둘의 머릿 속에 떠오른 질문은 같았다.


‘이 돈을 어떻게 써야 성태민을 잘 때려잡았다고 소문이 날까?’


이창훈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예수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성태민을 때려잡아야 한다.


둘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다.


미간을 한참 찌푸리고 있던 이창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저, 예수님.”

“응?”

“저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뭔데?”


전직 체육교사 이창훈. 솔직히 말해 그리 똑똑한 스타일은 아니다. 그건 예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세상 짬밥을 좀 먹었으니 그럴듯한 해답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창훈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머릿 속에 떠올랐던 생각을 내뱉었다.


“이 돈으로... 작은 교회를 하나 차리면 어떨까요?”

“교회...?”

“네. STM을 대적할 또하나의 사이비 교회를 만드는 겁니다.”

“야, 내가 예순데 무슨 사이비 교회를 차리냐?”


그럼 그렇지.

널 믿은 내가 바보다.


예수가 인상을 팍 쓰고 이창훈을 노려본다.


“아뇨. 들어보세요. 제 말은 그게 아니라...”

“휴, 일단 말해봐.”

“겉으로만 사이비 교회 행세를 하자는 겁니다.”


솔깃해지는 예수.


“겉으로만...?”

“네! 겉으로는 사이비 교횐데, 실상을 알고 보면 성태민을 때려잡을 단체를 만드는 거죠!”

“오... 괜찮은데? 불사조 기사단 같은 거냐?”


예수는 천국에서 심심할 때 읽었던 판타지 소설, ‘해리코터’의 내용을 떠올렸다.


“불사조 기사단... 이 뭔진 모르겠지만, ‘비밀결사단체’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비밀결사단체라...”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많았다.

프랑스의 저항단체 레지스탕스, 유럽의 장미십자회, 일제에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들...


아씨... 가슴이 또 뜨거워지기 시작하는데?


‘비밀결사단체’라는 그럴듯한 말을 듣자 예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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