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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머리판 님의 서재입니다.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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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머리판
작품등록일 :
2023.03.03 16:39
최근연재일 :
2023.03.28 17:1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34
추천수 :
30
글자수 :
100,914

작성
23.03.10 18:20
조회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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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8장. 확실히 미친 여자다.

DUMMY

“우음음···.”


장비가 지온이를 향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지온이는 다시 뒤척대기 시작했다.


“야, 이씨···. 안 꺼져···?”


잠꼬대하기 시작하는 지온. 장비는 움찔했다.


“야···. 예수임···. 뭐냐고···.”


그러더니 큭큭 웃기 시작하는 지온. 장비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예수임···? 그때 같이 있었던 남자앤가.

떠올려보니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했다.


장비는 지온이가 잠꼬대하기 시작한 뒤부터 어쩐지 지온이에게 손을 댈 수 없어졌다. 예수임이라는 이름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말하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들어서일까.


“우으음···.”


그렇게 장비는 한참 동안 눈앞에 잠들어 있는 지온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

그 시각, 예수의 상황.


“그럼, 저기 저 대머리 아저씨는 누구죠?”


‘젠장,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아직도 여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눈빛을 읽어보자.

그래도 내가 눈치는 있지.


여자의 눈빛을 읽는다.

비록 아직 의심이 가득하지만 살짝의 경계심은 풀린 듯 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를 납치한 거지?

단지 수상한 자들이라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강도가 심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뱀처럼 지혜롭게 행동하라고 직접 말했던 나였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골치가 보통 아픈 게 아니었다.


아버지, 도와주세요···.


그때, 내면으로부터 어떤 소리가 들렸다.


[아들]

[??]

[너 지금 묶여있으니까 그냥 텔레파시로 말할게]

[아빠!]


이 양반, 타이밍하나는 좋단 말이야.


[현대문명 적응해보려고 스마트폰으로 그동안 소통했는데··· 이거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라고.]

[어쨌든 연락줘서 고마워.]

[암튼 그건 그렇고, 너 왜 그렇게 멍청하냐?]

[아빠 같으면 이 상황에서 머리가 돌아갈 거 같아?]

[후··· 일단은 질러. 저 여자 아무 것도 몰라.]


오케이. 그렇단 말이지.

그래, 아빠 말대로 일단 질러나보자.

아무리 그래도 대답 못하는 것보단 낫지 암.


“사제님입니다.”

“네??”

“이창훈 사제님이라구요.”


여자가 움찔한다. 티는 내지 않으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게 보인다.


잠깐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내쉬는 여자.


“하···.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봐요.”

“그러니까···.”


젠장.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할까.

그때, 다시 들리는 내면의 음성.


[야, 아들]

[또 왜?]

[너 일단 잠입까지 성공했으니까. 미션 하나 완수한 셈치고 내가 능력하나 줄게.]


자존심은 조금 상하지만, 받아서 나쁠 건 없다.


[정말?]

[너 이야기 지어내는 재주가 영 꽝인거 같은데. 아마 이게 도움이 될거야.]


아빠가 그렇게 말하자. 내 눈 앞에는 홀로그렘 형태의 자막 같은 것이 띄워졌다. 아마도 내 눈에만 보이는 듯하다.


{기적명: ‘소설가의 서재’}


{능력 설명: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소설가 급으로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즉시 매혹됨.}


{수락을 원하시면 고개를 끄덕여주세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많은 데이터가 내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마치 유명한 소설가의 서재에 가득 들어찬 책들이 모두 내 머릿 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란츠 카프카···. 스콧 피츠 제럴드···. 무라카미 하루키···. 버지니아 울프···. 스티븐 킹···. 박경리···. 이상···. 이문열···.


국내외를 불문한 수많은 천재 작가들의 작품이 내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큭큭.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입맛을 한번 다셨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즉석에서 지어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이었습니다. 날은 맑았고 저는 늘 해왔던 대로 산속을 걷고 있었죠.”


여자의 눈빛이 달라진다. 이야기에 매혹된 듯한 느낌이다.


“그날도 저는 STM 건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 휘황찬란한 건물과 초라한 내가 그날따라 너무 대비되어 보이더군요. 저는 건물을 바라볼수록 절망에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 이창훈 사제님이 제 눈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여자가 침을 꿀꺽 삼킨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창훈 사제님은 저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길잃은 어린양이여. 사도님께서 너를 구하리니. 너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도를 따르라!”


나는 마치 이창훈이 예수라도 된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야기의 본질은 구술(口述)이다. 다시 말해, 글로 쓰여지기 전부터 이야기는 본래 말이었다.


나는 거기에 웅변술을 더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는 그 자리에 앉아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오고 있었구나! 그리고···.”


여기서 눈물을 한번 훔쳐줘야지.


“크흑···. 이 세상에서 나를 구원해주실 분은 사도님밖에 안 계시는구나···. 그런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나는 여자의 눈을 살핀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져있다.


“저는···. 저는···! 그 강렬한 은혜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제님이 알려주시는 길을 따라··· 여기로 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내 이야기에 내가 취해버린 것이다. 마치 수천명의 성도를 앞에 두고 간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웅변을 끝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여자는···.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고 있었다.


“크흐흑···. 미안해요···.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

일단은 넘어온 듯하다.


“사실···, 근래에 사이비 교회에서 스파이를 보낸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도님이··· 일단 수상해보이는 자들은 모두 잡아두라고···.”


뭐래, 지들이 사이비면서···.

어쨌든 교주 성태민의 지시였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나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정말 미안해요···. 그런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정말 나쁜 년이야!”


여자는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쥐어박았다.

음, 이 여자도 제정신은 아닌 듯했다.


“쉿, 그런 말 말아요.”


나는 인자한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일단, 어서 풀어드릴게요! 그리고 사제님이 깨어나신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죽을죄를 지었다고 전해주세요···. 하···. 전 정말 사제님이신줄도 모르고···.”


그럴만하다. 회사로 치면 이창훈은 파견 간 사람이었으니까. 얼굴을 모를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여자는 말한 즉시 실행으로 옮겼다.

일단 내 손발에 묶여있던 밧줄을 먼저 풀어주었다.

그 다음, 쓰러진 이창훈에게 가서 밧줄을 풀었다.


이창훈은 여전히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다.

이제는 코까지 곤다.


드르렁··· 드르렁···.


만사 편해서 좋겠다 넌.

뭐, 어쨌든 이번 위기도 한숨 돌렸나···.


밧줄을 푸니 손목과 발목이 저렸다.

특히 손목이 붉게 물들어 쓰라리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사이비새끼를 때려잡는다는 내 목적은 여전하니까.


이깟 역경에 무너질 수는 없다.


“저···. 혹시···.”


여자가 밧줄을 한구석에 정리하며 말을 건다.


“조금 있다 야간예배가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나는 여자의 제안을 듣고 솔직히 빡이 쳤다.

방금까지 납치하고 묶어놓고 다했으면서 이제와서 뭐?

예배를 같이 가지고?

저 여자는 확실히 미친 여자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절호의 기회.

예배를 주도하는 자는 ‘사도’일 확률이 크다.

말로만 듣던 STM의 교주, 성태민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음···.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 몸도 다 젖어있고, 무엇보다 받은 충격이 커서 바로 참석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물론 여자를 떠보려고 하는 소리다.

내 말을 들은 여자는 더 미안해질 것이다.


“아, 그건 걱정마셔요. 바로 옆에 샤워실이 있거든요. 몸 깨끗이 닦으시고, 제가 사죄의 의미로 새 옷을 드릴게요···. 신도들에게 지급되는 ‘성복’인데 원래 가격이 좀 있긴 하지만···. 무료로 드려야죠!”


오케이. 새옷까지 특템완료.

그나저나 저놈의 이창훈은 어찌한다···.


그런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이창훈이 작게 신음하며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으으음··· 여··· 여긴 어디죠?”

“사제님!”


나는 이창훈의 입을 막기 위해 그에게로 달려가 와락 안긴다.


“흑흑···.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잘못되면 어쩌시나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


나는 이창훈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야, 사제. 일단 잠입 성공했으니까 닥치고 나 고등학생으로 대해. 그리고 내가 너 엄청 따르는 컨셉이니까 숙지하고.”


이창훈도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래. 수임아···. 나도 널 얼마나 걱정했다고···. 우리 수임이, 사도님께서 모든 상처를 치유해주실 거야···.”


여자는 이 광경을 감동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 같다.


“저···. 사제님···.”


여자가 이창훈을 조심스레 부른다.

이창훈이 여자를 바라본다.


“저는···. STM 원무과 비서실 담당 팀장, 최예은이라고 합니다. 방금 깨어나셔서 혼란스러우실테지만,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


사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태도.

나는 사제의 엉덩이살을 꽉 꼬집는다.


“눈치껏 행동해···.”


나는 이를 악물고 속삭인다.


“아하···. 네네···. 저도 지금 뭐가 어찌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괜찮습니다···. 하하···.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제가 여자에게 악수를 청한다.

여자는 그 손을 덥석 잡는다.


“넵.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최예은 팀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인다.


그래, 진작에 그럴 것이지.

나는 한숨이 놓인다.


“저 사제님.”

“네에. 팀장님.”

“좀 있다 야간예배가 있는데 혹시 참석하실 의사가 있으실까요?”


최팀장의 조심스런 물음에 이창훈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핫! 사도님을 예배하는 건 저에게 언제든지 큰 기쁨이죠!”

“역시 사제님이라서 그런지 성격도 너그러우시네요!”


하하호호 난리가 난 둘.

이러다 정분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드르렁 쿨···.


지온이가 눈을 떴을 때, 장비는 곯아 떨어진 뒤였다.


상황을 봐선 밤새도록 지온이를 감시해야 하는 장비였지만, 오늘 겪은 일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지온이는 눈을 뜨자마자 주변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거구의 남고생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어휴 시바, 깜짝이야.”


하지만 그가 곤히 자고 있었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진 못했다.


‘저 친구는 분명···.’


지온이는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았다.


그가 수임이의 멱살을 잡고, 사제에게 구타를 당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지온이는 잃어버린 퍼즐을 맞추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아무 것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름 모를 외진 창고같은 곳에 그녀와 잠든 장비만 남아있는 상황.


김지온은 본능적으로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야겠어.’


지온이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으··· 으윽···.


간신히 몸을 일으킨 뒤, 이 거구의 남학생으로부터 탈출해야한다.

그가 깨어나면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지온이는 젖먹던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복에는 흙먼지가 가득 묻어있었다.


지온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혹시나 장비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다행히 몸은 멀쩡해보인다.

옷가지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일단은, 여기를 빠져나가볼까.’


지온은 살금살금 걸어 창고를 빠져나왔다.


창고를 빠져나오자 주변이 캄캄했다. 서늘한 공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그때,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지온은 일단 그 빛을 따라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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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 확실히 미친 여자다. 23.03.10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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