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쥬운입니다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40,064
추천수 :
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1.01.17 21:21
조회
6,453
추천
238
글자
16쪽

Act 55. 퇴장은 이별이다

DUMMY

“벌써 결말 촬영이네요.”


한창 스타일을 점검하던 연하윤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녀의 목소리엔 홀가분하면서도 어쩐지 짙은 아쉬움이 배어 있다.

하긴 적잖은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촬영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으니 그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벌써 가을이 되었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은 한풀 꺾이고, 흘러내리는 낙엽을 태운 바람은 조금씩 겨울의 한기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시환이형이 열사병으로 쓰러져서 삼계탕 끓여다 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다.


“오늘 찍을 씬이 하이라이트였죠?”

“네.”

“거기에 엄청 임팩트 있는 장면이잖아요.”

“그렇네요.”

“···지혁 씨 무슨 일 있어요?”


연하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녀의 물음에도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 채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혁 씨?”

“아니, 그냥··· 뭔가 좀 싱숭생숭해서요.”


그 미소의 속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연하윤은 나와 같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신율 때문이죠?”


정확하게 속마음을 읽혀버렸다.

순간 당황한 눈이 토끼 눈으로 변했다.

나를 바라보던 연하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말을 덧붙였다.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갑자기 복잡한 얼굴을 할만한 이유라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역시 좀 이상한가요?”

“이상하긴요. 2달 넘게 연기한 배역이 퇴장하는 날인데, 기분 꿀꿀해지는 것도 당연하죠.”


연하윤의 목소리를 따라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그녀의 말처럼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바로 2달 가까이 연기했던 신율이 광주행에서 퇴장, 즉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죽음은 아니지만, 정들었던 신율의 퇴장은 괜스레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제가 너무 과하게 몰입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배우가 배역에 몰입하는 게 뭐가 나빠요.”

“그런가요?”

“그리고 저도 그런 적 많은데요, 뭐.”


연하윤은 배시시 웃었다.

하긴 나보다 훨씬 경험도 많고, 지금껏 맡은 배역의 스펙트럼도 훨씬 넓은 만큼, 중간에 퇴장한 경험도 많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었다.


“하윤 씨도 자주 그러시나요?”

“퇴장할 때마다요. 뭔가 배역이 아니라 내가 진짜 죽는 느낌이잖아요. 어색하고 낯설고 한편으로는 조금 무섭기도 하면서 우울하죠.”


정확하다.

연하윤이 말한 감정.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내 감정이었다.

죽음이란 단어는 이미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실제 죽음이 아닌 배역의 죽음일 뿐인데도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하윤 씨는 이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저요?”


연하윤의 눈동자가 큼지막하게 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윽고 그녀의 눈꼬리가 길게 휘어진다.


“음 쉽게 말하면 전남친 같은 느낌일까요?”

“···전남친이요?”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조금도 예상치 못한 답변에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녀는 자조 섞인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정확하게는 이별 통보하는 애인 보내는 느낌이요. 내가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이별은 정해져 있고, 그 사람도 마음을 굳힌 상황이라, 떠나보내는 게 맞는데 미련이 남는 거잖아요.”

“······”


표현이 다소 희한하긴 하지만, 어쩐지 확 와 닿는다.

아직 이별은커녕 연애를 경험한 적도 없지만, 묘하게 알 것만 같다.


“결국 답은 하나잖아요.”

“하나요?”

“그냥 보내주는 거요.”


연하윤의 눈동자에 수많은 감정이 담긴다.

우수에 젖었다고 해야 할까?

처연함을 담은 눈동자는 이윽고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진한 감정을 읊었다.


“그냥 보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부디 그 사람이 행복해지길. 인연이 닿지 않아 여기서 끝나게 되지만, 적어도 함께한 시간만큼 떠나고 나서도 그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거예요.”

“······”

“사는 세계도, 처한 입장도 모두 다르지만, 같은 이름으로, 같은 생각으로, 같은 감정으로 지낸 만큼. 나를 떠나도 부디 행복해지길 바라는 거죠.”


연하윤의 눈동자에는 정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가슴 한편을 푹 찌르는 목소리와 눈빛이 내게로 향한다.


“조금 도움이 되셨나요?”

“···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하윤의 입꼬리가 짙은 호선을 그린다.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정리된 기분이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준비해주세요!”


때마침 촬영장 사이로 조연출의 목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진다.


“그럼 이제 우리도 준비해볼까요?”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내민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어쩐지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시선.

아무래도 아쉬운 것은 나 한 명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레디, 액션!”


세계는 순식간에 덧대어진다.

거울에 비친 거울 속 세상이 더해진 것처럼.

본래의 세계는 덧씌워진 세계에 가려지고, 낯선 풍경이 자리하기 시작한다.


“으윽!”


곳곳에서 신음과 비명이 한데 뒤섞여 울려 퍼진다.

끝내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조종사를 잃은 기차는 도미노처럼 연쇄 충격을 일으켰다.

간신히 몸을 피하긴 했지만, 그 충격은 여과 없이 모두의 전신을 덮쳤다.


“아빠, 아빠아!”


진한 이명 속에 아이의 울음이 공허한 역을 가르고 쏘아졌다.

한희원은 정신을 잃은 아버지를 이리저리 흔들며 아버지를 부르고 있지만, 충격에 의해 정신을 잃은 그는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정신을 잃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있던 일행들은 대부분 정신을 잃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태가 심각한 것은 박우찬이다.


“끄윽!”


그는 피투성이가 된 오른팔을 움켜쥐고 통증을 억누르고 있다.

그의 팔뚝에는 엄지손톱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

바닥에 피로 흥건한 쇠꼬챙이를 보니, 저 꼬챙이에 팔을 관통당했던 모양이다.


“누나, 누나!”


신연 마찬가지다.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연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있다.

박우찬처럼 몸을 크게 다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정신을 잃은 채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손가락을 펴 그녀의 코끝에 가져다 대었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다.

잠깐 기절만 한 것일까?


“캬악!”


설상가상, 건너편에선 놈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질긴 것들 그 와중에도 살아남아?

그나마 놈들 역시 충격에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인지 신체 일부가 훼손되어 있지만, 그 생명력과 공격성만큼은 아직 건재했다.


“키에엑!”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괴물들이 피로 물든 이빨을 들이밀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열차 사이의 무너진 틈에 의해 들어오는 입구가 좁은 탓에 자기들끼리 뒤엉켜 쉽사리 들어오진 못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다.

이대로라면 전부 죽던가, 저들과 똑같이 되던가 둘 중 하나뿐이다.


“누나, 누나! 야, 신연!”


얼굴을 손으로 두드리며 이리저리 몸을 뒤흔들어 보지만, 신연은 반응조차 없다.

빨리 구해야 하는데, 어머니의 유언을 지켜야 하는데!

더는 시간이 없다.

어차피 쓰러진 인간들이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저 희원이라는 꼬맹이부터 다른 인간들을 물어뜯느라 정신없을 테니 그때를 틈타 빨리 기관사가 말한 다른 열차에 몸을 실으면···

쓰러진 신연의 몸을 들쳐 메고 어떻게든 자리를 옮기려던 그때.


“으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꿰뚫었다.

기절한 아비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음만을 터뜨리는 모습이, 어렸을 적의 기억을 되짚어 낸다.


‘엄마아!’


아비규환 속에 죽은 어머니를 붙잡고 목 놓아 우는 어린아이.

신연이다.

신연은 이미 죽어버린 시신을 붙들고 서럽운 울음만을 토해낸다.

나는 그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눈물은 흘러나오지 않는다.

내겐 감정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어머니의 시신과 눈물만을 흘리는 신연은 굉장한 충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율이는 남자니까, 율이가 연이 누나를 잘 챙겨야 한다? 항상 누나 말도 잘 듣고.’


죽기 직전까지 어머니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끝없이 맴돈다.

유언으로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은 끝내 유언이 되었다.

그로부터 신연은 내게 유일한 가족이자, 내 삶의 이유가 되었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신연만큼은 절대로 지켜내야 한다.


‘왜 하필 지금!’


저 꼬맹이의 모습이 왜 그때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일까?

왜 저 꼬맹이의 모습이, 신연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일까?


“사람들을 도와줘!”


왜······

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살리라던 신연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걸까.

끝내 나는.


“씨발.”


내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결단을 실행에 옮겼다.


뻐억!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결단을.


“오빠!”


발악하듯 나를 부르는 꼬맹이를 뒤로하고 나는 연달아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피투성이로 변한 야구 배트가 오늘로 몇 번째인지 모를 놈들의 머리를 후려친다.

쉴 새 없이 배트를 휘두르며, 어떻게든 밀려오는 놈들을 막아보지만.


“캬악!”


끝도 없이 밀려드는 시체의 파도는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는다.

한 마리를 끝내면 두 마리. 두 마리를 끝내면 네 마리.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밀려오는 놈들은 점차 방전되어가는 체력과 달리 내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율? 율아!”


겨우 정신을 차린 것일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신연의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든다.

달려드는 한 놈의 주둥이를 막으며 시선을 돌려보니.

다행히 나머지 일행들도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다.


“사이코. 너!”


자기 딸을 챙기던 한강우가 나를 부르고는 말꼬리를 흐린다.

그래 내 행동이 이해되지 않겠지.

나도 마찬가지다.

당장 나부터 스스로의 선택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내린 결단에 후회는 없다.


“그만 쳐 자고 일어났으면 좀 도······”


콰득!


씨발.


“율아!”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주변을 가른다.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이, 어느새 달려왔던 한 놈이 팔을 물었다.

팔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통증 끝에 팔을 물어재낀 놈의 얼굴이 점차 시야에 들어온다.

내게 혓바닥을 잘린 그놈이다.

저 쓰레기 새끼가 진짜!


뻑!


나는 발악하듯 야구배트를 휘두르며 물고 있던 놈을 떨쳐냈다.

금세 떨어져 나간 놈이 다시 이빨을 들이밀지만, 두 번은 없다.


퍼걱!


있는 힘껏 볼을 후려치자 그의 머리가 바닥으로 처박힌다.


“이제 그만 좀 죽어, 씨발!”


퍽!


자갈밭에 처박힌 머리가 이내 완연의 죽음을 알린다.

축 늘어진 놈을 끝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렀지만. 시간이 없다.

어느새 팔뚝 사이로 놈들처럼 혈관이 시퍼렇게 도드라진다.


“끄흑, 율아···”


흐느끼는 신연의 목소리가 고막을 스친다.

신연은 울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서럽게도 눈물을 흘리는 그 모습이, 아까 보였던 옛날의 기억을 되살린다.


“사이코···”

“어엉 오빠아···”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들이 복잡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데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다.


“가.”

“율아···”

“빨리 가!”


떠나갈 듯한 고함에 신연의 몸이 덜컥 굳는다.

애써 소리죽여 우는 모습이 괜스레 더 가슴 한편을 옥죈다.

더 이상 못 볼 것 같다.


“아저씨.”

“······”

“부탁 하나만.”

“사이코···”

“내가 직접 못 데리고 갈 것 같거든. 그러니까 우리 누나 좀 데려가.”


한강우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누르며 지그시 나를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은 더 많은 것 같지만, 내게 시간은 그만큼 허락되지 않았다.


파캉!


“캬악!”


끝내 벽 한 편을 이루던 열차의 창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진다.

부서진 틈 사이로 놈들이 개미 떼마냥 달려든다.

언뜻 보이는 수만 수십!

혼자선 저 많은 수를 막을 수 없다.

어차피 물린 몸!


나는 온몸을 던지다시피 하며 놈들을 막았다.


콰득!


“율아!”


신연의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눈물로 얼룩진 비명이 괴물들의 목소리 사이로 파고들지만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나는 고개만을 겨우 돌려 신연을 부른다.


“누나.”


신연은 계속 이곳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녀의 뺨에 진한 눈물 자국을 남기고 있다.

그를 바라보던 나는 입가를 움직인다.

감정이 없는 인형에 불과한 내가 배운 몇 안 되는 표정 웃음.

모두가 나를 감정이 없는 괴물로 취급할 때, 유일하게 나를 인간으로 대해주었던 그녀를 향해.

나는 마지막 미소를 건넸다.


“행복해라.”


***


촬영은 끝났다.

지난 2달 동안 내 분신과도 같았던 신율은 마지막 촬영을 끝으로 영화에서 퇴장했다.

그래서일까?


“······”


다음 촬영이 준비되는 사이 황태수가 나를 불렀다.

황태수는 내가 나온 그림을 보며 고심에 잠겨있다.

그림 자체는 괜찮은 것 같지만, 그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복잡한 표정이다.


“지혁 씨.”

“네, 감독님.”


마침내 황태수가 내 이름을 부른다.

딱히 죄지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입속의 침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다.


“이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이번에 배역이 죽는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황태수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꾸중도 칭찬도 아닌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동자.

나는 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었다.


“홀가분합니다.”

“홀가분이요?”


황태수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그는 알 듯 모를 듯한 애매한 표정으로 재차 질문을 건넸다.

그와 동시에 촬영 전에 연하윤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마음 떠난 여자친구 떠나보내는 느낌입니다.”

“풉!”


역시 표현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었나 보다.

연하윤이 말한 것을 인용하자 그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 그런 표현은 처음이네요.”

“사실 촬영 전에는 좀 싱숭생숭했습니다. 막 편하지도 않고, 왠지 모르게 굉장히 찝찝한 것이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호오?”


황태수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온다.

흥미로운 표정과 함께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를 보며 나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니까.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신율이란 캐릭터를 떠나보낸 것 같은 느낌처럼요.”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네?”


황태수로부터 의외의 말이 흘러나온다.

그는 씁쓸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사실 일부 배우 중에 간혹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작품상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여, 그 배역에 얽매이는 경우가요.”

“그렇습니까?”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종종 그렇죠. 그만큼 배역에 몰입하여 연기하는 탓에 배역의 죽음이 배우의 감정과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그래서 지혁 씨를 부른 겁니다.”

“···예?”


나도 모르게 의문이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말은 나로 하여금 당혹감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황태수는 나를 보며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메소드 연기와 거의 흡사하게 배역에 무서울 정도로 몰입하여 연기를 펼치는 연기법. 거기에 배우로서 첫 배역의 퇴장이기에, 지혁 씨도 앞서 말한 배우들처럼 그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요.”

“감독님······”

“하지만 제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군요. 너무 빠지지 않고 신율로부터 무사히 빠져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역시 제 페르소나입니다.”


그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상냥하면서도 따뜻한 그 미소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이윽고 그의 손이 내 손을 붙잡는다.

내 손을 꼬옥 붙잡은 채로, 그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씨익 웃었다.


“함께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 우리 페르소나.”


작가의말

이렇게 쿨하게 이별해야하는데 사실 전 그렇지 못.... 읍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7 21.01.19 4,207 0 -
57 Act 5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57 21.01.19 5,906 206 19쪽
56 Act 56. 제작 발표회 +20 21.01.18 6,127 218 14쪽
» Act 55. 퇴장은 이별이다 +16 21.01.17 6,454 238 16쪽
54 Act 54. 인간의 조건 +18 21.01.16 6,989 218 18쪽
53 Act 53. 은혜는 바다 같이 - (2) +22 21.01.15 6,933 228 14쪽
52 Act 52. 은혜는 바다 같이 - (1) +11 21.01.15 6,680 189 13쪽
51 Act 51. 스승과 제자 - (2) +19 21.01.14 7,856 234 19쪽
50 Act 50. 스승과 제자 - (1) +18 21.01.13 8,095 237 19쪽
49 Act 49. 드림팀 - (4) +22 21.01.12 8,563 267 17쪽
48 Act 48. 드림팀 - (3) +16 21.01.11 8,991 265 18쪽
47 Act 47. 드림팀 - (2) +39 21.01.10 9,338 322 18쪽
46 Act 46. 드림팀 - (1) +18 21.01.09 9,907 264 19쪽
45 Act 45.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2) +19 21.01.08 9,918 311 15쪽
44 Act 44.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1) +21 21.01.07 10,303 257 18쪽
43 Act 43. 마지막 퍼즐 +15 21.01.06 10,792 273 20쪽
42 Act 42. 너 인성 문제 있어? +23 21.01.05 10,491 312 18쪽
41 Act 41.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2) +17 21.01.04 10,789 294 20쪽
40 Act 40.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1) +16 21.01.03 11,209 295 19쪽
39 Act 39. 마음의 치료사 - (3) +19 21.01.02 11,142 308 17쪽
38 Act 38. 마음의 치료사 - (2) +14 21.01.01 11,219 305 19쪽
37 Act 37. 마음의 치료사 - (1) +22 20.12.31 11,714 321 20쪽
36 Act 36. 마녀의 남자 - (3) +24 20.12.30 12,175 289 18쪽
35 Act 35. 마녀의 남자 - (2) +16 20.12.29 12,104 296 20쪽
34 Act 34. 마녀의 남자 - (1) +14 20.12.28 12,897 293 20쪽
33 Act 33. 꿈이 무엇입니까? +12 20.12.27 12,756 304 19쪽
32 Act 32.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4) +13 20.12.26 12,709 294 20쪽
31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12 20.12.25 12,431 286 17쪽
30 Act 30.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2) +20 20.12.24 12,724 308 20쪽
29 Act 29.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1) +18 20.12.23 13,175 30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