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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dle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님은 커뮤니티 중독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Ssandle
작품등록일 :
2020.03.23 13:12
최근연재일 :
2020.03.27 08:0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471
추천수 :
2
글자수 :
20,736

작성
20.03.24 16:32
조회
81
추천
1
글자
9쪽

2화

DUMMY

천마신교(天魔神敎), 교주전(敎主殿).

교좌(敎座)에 걸터앉은 진조위는 천천히 고개를 우로 움직였다.

그러자 앞에 모여있는 이들의 허리가 굽어진다. 이후 진조위가 가볍게 손을 올리자, 허리를 굽었던 이들이 낮은 자세로 포복하며 크게 외쳤다.


"만세! 만세! 만만세!"


만세(萬歲).

굉장히 위험한 말이다. 만세라는 말은 오로지 황제에게만 할 수 있는 표현이었으니까.

상식이었다. 중원에 어린아이도 아는 기초적인 상식. 제아무리 교주전에 있는 이들이 광기와 마기에 지배되었다지만 그런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외쳤다.

왜냐하면 그 중심에 진조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천마신교. 천마가 곧 황제이며, 천마가 곧 구중천(九重天)이었다.


진조위는 이곳의 천마였다.

그가 다시 손을 내리며 말했다.


"그만."


뚝.


그러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진조위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들을 응시하였다. 예전에는 이런 형식적인 절차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데, 이것도 어느순간부터 일상이 되다보니 지금은 너무도 지루하고 유치한 행동들이라 여겨졌다.


누군가 미친척하며 달려들어줬으면 어떨까. 그러면 흥이 좀 날 것 같은데. 하지만 이 중에서 그럴 배짱을 가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공이 일정 수준에 다다른 무인들 중에서 그런 생각을 가진 멍청이는 없었다.


진조위가 물었다.


"혹시 너희들 중 지금 본좌 앞에 있는 하얀 종이가 보이는 자가 있느냐?"

"······"


대답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두명의 호법과 여덟명의 장로, 그리고 열다섯명의 대주들은 표정을 관리하며, 천마가 내뱉은 말의 의도를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었다.


싸늘한 정적이 멤도는 교주전.


'이 화면은 오직 본좌만 보이는 것인가?'


그 정적을 깬 것은 다시 진조위였다.


"다들 되었다. 광명좌사."

"예, 천마시여."

"회의를 시행하게."

"명을 받들겠나이다. 들으시오! 천마님의 명에 따라 이 광명자사가 금일 진시에 회의를 진행하겠소! 우선 대주들부터 교주님께 보고 드릴 사안을···"


진조위의 옆에 있던 백발에 험악하게 생긴 노인이 나서 크게 외쳤다.

교주전이 진동함과 동시에 우측 끝자락에 있는 청년부터 조심스레 나섰다. 그렇게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진조위는 한쪽 손에 턱을 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커뮤니티라는거 다시 한번 해볼까?'


어제 댓글을 쓰는 도중 흥미가 사라지긴 했으나, 그래도 지금 이 지루한 시간보다는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게 나을 것 같았다. 요컨데 낙서장 같은 것이다. 그들이 그랬듯 자신도 의미 없는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결정을 내린 진조위는 커뮤니티를 접속하여 글을 작성하였다.


타다다닥.


▶ 이름 : 천마.

▶ 비밀번호 : ****

▶ 제목 : 지루하도다.

▶ 내용 : 그대들은 무엇을 하는 중인가.


* 띠링.


【 작성하신 게시글에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알림 끄기를 누르시면 더이상 알림이 오지 않습니다. 】


'벌써?'


과연 누굴까?

역시 커뮤니티를 접속하길 잘했다.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는가. 진조위는 저번과 달리 이번엔 댓글확인이라 외치지 않고, 화면에 +1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예상 밖에 인물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 ㅇㅇ(80.18) : 천마쿤! 다시 왔구나? 본좌는 믿고 있었다구 ㅜㅜ 젠장~


어제 마지막으로 댓글을 쓴 십팔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어제와는 사뭇달라 진조위로서는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 천마(12.7) : 그대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 맞는가?


┗ ㅇㅇ(80.18) : ㅇㅇ 맞음. 그리고 미안.


┗ 천마(12.7) : 뭐가 미안하다는게지?


┗ ㅇㅇ(80.18) : 너 삐져서 나갔잖아.


진조위는 한쪽 눈가를 찌푸렸다.


"뭔···"


삐졌다고? 본좌가?

아니다. 단지 말이 통하지 않은 상대와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아 나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표현하다니. 순간 억울함이 몰려온다. 그러면서도 뭔가 화가 나더니 그것을 정정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타자를 쳐야 한다.

하지만 그때, 한참 회의중이던 흑영대주가 말을 꺼내면서 진조위의 타자질은 무산되었다.


털썩.


"속하, 흑영대의 인원을 보충해야 한다 말씀드렸나이다, 천마시여."


이런.


흑영대주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머리를 박은채 엎드리고 있었다.


진조위는 지금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글을 읽던 도중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는데, 그것이 흑영대주의 말을 되묻는 꼴이 되버렸다.


'적양유···'


흑영대주, 적양유는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고작 스물 하나에 대주의 위치를 차지한 사내였다. 비록 적씨세가의 장남이라 집안의 덕을 봤다 하지만, 천마신교에서 대주란 위치는 집안의 위상만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위치였다.


아니, 적양유뿐만 아니라 이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대단한 자들이었다.

언뜻 정상적이고 훌륭해보이는 무인이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치광이 살인귀였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본능을 숨기고 자세를 낮추는.


그렇기에 진조위는 그들을 항상 신경써야만 했다.

아직은 싹에 불과하나 야망이라는 것은 언제 꽃 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전혀 적양유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았다.


'십팔에게 댓글을 달아야 한다.'


그것도 빨리.


"그리 하거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천마시여!"


적양유와 대답과 함께 진조위는 커뮤니티에 집중하였다.


타닥타닥.


┗ 천마(12.7) : 본좌는 그저 더이상 무뢰배들과 말을 섞고 싶지가 않았음이야.


┗ ㅇㅇ(80.18) : ㅋㅋㅋㅋ 그런 대단한 분이 뭐하러 다시 오셨대?


┗ 천마(12.7) : 제목에 적지 않았느냐. 지루하다고.


┗ ㅇㅇ(80.18) : 하긴 지루한 것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없으니까. 게다가 외롭고 쓸쓸할텐데 오죽하겠냐.


움찔.


┗ 천마(12.7) : 그런건 아니다.


┗ ㅇㅇ(80.18) : 아니기는 ㅈㅅㄴ 여기가 괜히 독거노인 커뮤니티인줄 아나. 다 너 같은 놈들이 모인 곳임. 물론 너 포함 4명밖에 없지만 아무튼 부끄러워 할 필요 ㄴㄴ.


ㅈㅅㄴ 는 퍽이나라는 뜻.

그나저나.


┗ 천마(12.7) : 그 말인즉, 자네도 나이가 어느정도 있다는게군.


┗ ㅇㅇ(80.18) : 아마 너보다 많을걸. 너 백살은 넘냐?


┗ 천마(12.7) : 마치 넘는 것처럼 말하는 구나.


┗ ㅇㅇ(80.18) : ㅇㅇ 올해 삼백일흔일곱인데?


┗ 천마(12.7) :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나?


┗ ㅇㅇ(80.18) : 살아지더라. 내가 이 세계의 유일한 황족인지는 몰라도.


┗ 천마(12.7) : 황족이라고?


┗ ㅇㅇ(80.18) : 대충 그래. 시스템 때문에 정확히 말은 못해주지만 말이야. 참고로 말하자면 삼이는 자기가 거너라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육구는 대충 검 좀 쓴다더라. 아무튼 다들 자기가 있는 곳에서는 한가닥 해. 나도 마찬가지고.


방금전 삼백일흔일곱이라는 소리보다 더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진조위는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


┗ 천마(12.7) : 그런데 다들 말투가 왜 그렇지?


┗ ㅇㅇ(80.18) : 여기서는 이게 정상이니까.


┗ 천마(12.7) : 그런가?


┗ ㅇㅇ(80.18) : ㅇㅇ 너도 걍 적응하셈. 여긴 나이도 직위도 상관없어. 자유롭다는거지. 물론 너가 먼저 이름을 까발리긴 했다만 어차피 여기에 너빼고 중원에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의 제안 자체는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요컨데, 벽에 대고 말해라는 거다. 게다가 그 벽은 신기하게도 대답까지 해준다.

하지만 중원에 사는 사람이 없다는 말은 심히 의심스러웠다.


┗ 천마(12.7) : 되었다. 본좌는 이대로가 편하다.


┗ ㅇㅇ(80.18) : 진짜라니까?


┗ 천마(12.7) : 그래, 알겠다.


┗ ㅇㅇ(80.18) : 꼰대색기 의심 존나게 많네 ㅉㅉ 야 너 무공 쓰지? 그럼 내공심법 구절을 여기에 한번 적으려고 해봐.


┗ 천마(12.7) : 삼류로군. 수작이 어설퍼. 본좌의 무공을 훔치려 하다니.


┗ ㅇㅇ(80.18) : 그런거 아니라고 이 등신아. 누가 적으래? 적지 말고 적으려는 시도만 해보라고.


시도?


멈칫.


타자를 입력하려던 진조위는 순간 당황했다.


"······"


안된다.

뭐가 막힌 것처럼 글을 쓰기도 전에 손이 멈춘다.

이것은 금제였다. 머릿속에서 하지 말라 말해준다.

그리고 진조위는 한가지 사실을 더 알 수 있었다.


'중원이라는 장소 뿐만 아니라 시간마저 다르다.'


과연 이러한 금제를 누가 걸었단 말인가.

중원 천지에 그런 자가 존재할까? 역시 이것은 사람의 힘이 아니다.


┗ ㅇㅇ(80.18) : 어때? 내 말 맞지?


진조위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십팔이 했던 말들을 존중하는 의미로 그가 가장 원하는 대답해주었다.


┗ 천마(12.7) : ㅇ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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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2 20.03.25 80 0 12쪽
» 2화 +2 20.03.24 82 1 9쪽
2 1화 +1 20.03.23 106 0 10쪽
1 서(序) 20.03.23 145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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