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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dle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님은 커뮤니티 중독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Ssandle
작품등록일 :
2020.03.23 13:12
최근연재일 :
2020.03.27 08:00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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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
추천수 :
2
글자수 :
20,736

작성
20.03.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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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DUMMY

단 이틀이다.

살아온 나날에 비하자면 너무도 짧은 기간.

그 짧은 기간 동안 진조위는 기존에 알고 있던 세상이 변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자 오래 살았다고 이상한 판데기가 보이질 않나, 찰나도 안되는 순간에 생전 처음 겪어본 언어를 깨우치지 않나.


아, 사람이 삼백살까지 살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해야 하는 것은 해야 한다.


"······"


아무도 없는 텅빈 연무장.

그곳에는 황토색 볏짚으로 만든 어설픈 허수아비와 진조위가 전부였다.

뒷짐을 쥐고 서있던 진조위가 자신의 오른손을 들었다.


스윽.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거센 바람이 불더니 수천개의 나뭇잎들이 바람을 타고 모여든다.

이내 모여든 나뭇잎들이 곧 하나 하나 강기를 머금었고, 그것은 더이상 나무잎이 아니라 매서운 비수가 되어버렸다.


손을 내리면 이 나뭇잎들은 허수아비를 향해 빠르게 공격할 것이다.

이것이 그의 무기였다.


의지와, 기.


예전과는 정말 달랐다.

그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이 무기였다.


처음에는 창을 잡았다.

마교에 지원하자마자 갑자기 서로 죽고 죽이라길래, 보이는 것들 중 가장 커다란 무기를 골랐던 것이다.


그 덕분에 진조위는 무사히 살아남아 마교에 입교할 수 있었다.


입교 후 몇달 뒤.

진조위는 검을 잡게 되었다.

숲 속에서의 생존 훈련을 하던 도중, 교관의 눈에 띄어 검술 비급을 받게 되었고 진조위는 몇달 동안 사용했던 창을 과감히 버리고 검으로 갈아탔다.


꽤나 훌륭한 선택이었다.

진조위처럼 창을 계속 고집하던 이들 중 3명이 그 훈련으로 인해 죽었으니까. 장애물이 많은 곳에서는 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때론 단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진조위는 곧바로 귀살대(鬼殺隊)라는 곳의 살수로 배정받았다.

이때는 또 다시 무기를 바꿔야만 했다. 솔직히 계속 검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대원 모두가 단검과 비수를 사용하였다. 들고 다니기 편해야 하며 눈에 띄지 않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도 아마 이때가 진조위가 무인으로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시절일 것이다. 무림에서 보통 살수는 비겁하다며 무인으로 취급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실용적인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조금 더 효율적인 수련 방식과 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알게 되었고, 인체의 급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심리를 어느정도 파악하는 것을 배워, 암살에서 최대한 손을 덜쓰는 방식도 터득하였다.


그렇게 진조위는 계속해서 사람을 죽여나갔다. 즉, 계속해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그에게도 자리가 주어졌다.


혈검대(血劍隊)라는 곳의 부대주.

진조위는 그러한 제안이 자신에게 오자마자 즉시 무릎을 꿇고 명을 받들었다. 단순한 야망이 아니라 그 위치에 오른다면 최소한 지금보다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생존이 최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일단, 결과만 따지자만 그 선택은 오판 아닌 오판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죽을 위기가 더 많아졌지만 결국 살아남았으니까.


혈검대는 정파의 무리들과 싸우는 곳이었고, 그것은 전투가 아닌 전쟁이었다.

정말 전쟁이었다. 무공보다 운이 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다보니 사용하던 단도와 비수는 물론이고 예전에 배웠던 검과 창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무기를 떨어트리면 손에 잡히는 것이 무기였고, 갖은 암수와 비겁한 행동들이 몸에 익은 것이다.


살수였을 때, 실용적인 싸움을 알게 되었다면 혈검대에서는 실용적인 생존법을 알게 되었다. 이때, 진조위는 살면서 가장 많은 배신을 하였다. 싸움은 수가 많은이가 유리하지만, 생존은 수가 적은쪽이 유리하였다. 믿고 따르던 동료와 상관은 최후에 가장 좋은 미끼가 되어주었다.


이때의 버릇은 훗날 마교의 정치싸움에서 빛을 발휘하였다. 그렇게 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고난 뒤 진조위는 슬슬 권력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무공의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찰나의 사소함이 목숨을 좌지우지 하였다. 이는 사람의 재능이라는 것이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말이었다.


검을 움직이는 속도, 그에 대해 반응하는 몸의 감각까지.

내공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전부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움직여야 하였다.

진조위에게 만족은 패자의 변명이었고, 야망은 앞으로 나가게 되는 원동력이었다.


이후,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절대자라 부르는 경지, 신선이나 다름 없다는 경지.


화경(化境).

이후 그는 천마가 되었다.


"···오늘따라 뭔가 잘 안되는군."


상념에 빠져 중얼거리던 진조위는 손을 내렸다. 그러자 진조위의 말과 동시에 비수가 되었던 나뭇잎들이 비가 내리듯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나뭇잎은 그 자리에서 바스락거리더니 가루가 되어버렸다.


연무장에 흙먼지와 더불어 나뭇잎 가루가 뒤엉키자, 금새 주변이 뿌옇게 변하였으나 진조위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채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커뮤니티 화면을 쳐다보았다.


흐음.


혹시 이것 때문인가.


┗ ㅇㅇ(80.18) : ㅇㅇ


┗ ㅇㅇ(80.18) : 야 언제오냐?


┗ ㅇㅇ(80.18) : 존나 바쁜척 하네 ㅅㅂ


┗ ㅇㅇ(80.18) : 하루종일 잠수 타냐?


- ㅇㅇ(211.3) : 스르륵-


- ㅇㅇ(211.3) : '나'님, 강림!


┗ ㅇㅇ(80.18) : 어? 삼이 왔냐.


┗ ㅇㅇ(211.3) : 그래, 안녕하냐 십팔아?


┗ ㅇㅇ(80.18) : ㅗ


┗ ㅇㅇ(211.3) : 삐뚫어진거보소 ㅋ 인사를 해줘도 욕을 쳐하네 ㄷㄷ


- ㅇㅇ(423.69) : 허어... 다들 왜 그리 싸우는게냐?


┗ ㅇㅇ(211.3) : 반갑소이다 육구.


┗ ㅇㅇ(423.69) : 이 육구가 삼이님을 뵙소이다.


┗ ㅇㅇ(211.3) : ㅋㅋㅋ 육구야 간만에 컨셉 지대로 잡았누 ㅋㅋㅋ


┗ ㅇㅇ(423.69) : 본좌 클라스 ㅇㅈ?


┗ ㅇㅇ(211.3) : ㅇㅈ


┗ ㅇㅇ(80.18) : ㅋㅋㅋㅋㅋ이색기들아 천마 좀 그만 좀 놀려라 이러다 또 도망간다 ㅋㅋㅋ 지금까지 달래주느라 힘들었다고 ㅅㅂ


┗ ㅇㅇ(211.3) : 달래기는 ㅈㅅㄴ. 댓글 쭉 읽어 보니까 둘이 ㅈ목 오지게 했더만.


┗ ㅇㅇ(80.18) : 너도 껴줄까?


┗ ㅇㅇ(211.3) : ㅇㅇ제발.


┗ ㅇㅇ(423.69) : 본좌도 제발.


┗ ㅇㅇ(80.18) : ㅇㅋ.


맞다. 이것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진조위는 어이가 없었다.

정작 본인이 허락하지 않았는데 누가 누굴 낀단말인가. 그러면서도 혹시 했던 예측이 맞다는게 확인되었다. 요 몇년간 자신의 감정이 이렇게 급격히 변한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기껏해야 글이 적힌 판데기에 불과한 것인데 이리 흥미를 유발하다니."


진조위는 내친김에 자신도 댓글을 달기로 하였다.


뭐라고 하는게 좋을까.

잠시 머뭇거리던 진조위는 이내 어제 십팔과 나누웠던 대화를 떠올렸다.


'내게 적응하라고 했었지?'


딱히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다.

써야 하는 단어는 이미 머리속에 전부 있었고, 무엇보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그의 특기였다. 기껏해야 이런 단순한 분위기에 맞추는 것은 더더욱.


진조위는 짧게 간단하게 인사를 건내었다.


- 천마(12.7) : ㅎㅇ.


그러자 돌아오는 반응은 굉장히 폭발적이었다.


┗ ㅇㅇ(211.3) : 오! 천마가 ㅎㅇ랬어. 나보고 ㅎㅇ라고 했다고!


┗ ㅇㅇ(423.69) : 천마, 그간 강녕하셨소?


┗ 천마(12.7) : ㅇㅇ


┗ ㅇㅇ(80.18) : ? 말투 바꾸기로 한거냐?


┗ 천마(12.7) : 여긴 이게 정상이라며.


좋아.

자연스러우면서도 위엄있는 한마디였다.


┗ ㅇㅇ(80.18) : 사스가 천마ㅋㅋㅋ 적응 빠른거 보소 ㅋㅋㅋ 내가 다 뿌듯하누 ㅋㅋㅋㅋㅋ


┗ ㅇㅇ(211.3) : 말 한마디로 천마를 조종하는 남자 십팔. 그는 대체...


┗ ㅇㅇ(423.69) : 흐음... 천마, 이 육구 조금은 안타깝소이다. 그대는 자존심도 없는것이오?


┗ ㅇㅇ(80.18) : 이 개객기들 어디서 이간질이야 전부 닥쳐. 개수작부리지마!


┗ ㅇㅇ(211.3) : 헤헿. 걸렸네.


┗ ㅇㅇ(423.69) : 본좌는 십팔 그대가 이렇게 기세등등하는 것이 매우 아니꼽구려.


┗ ㅇㅇ(80.18) : 사람도 몇없는데 일단 뉴비 적응부터 시켜야 할거 아냐.


┗ ㅇㅇ(423.69) : 그 부분은 동감하는바요.


┗ ㅇㅇ(80.18) : ㅇㅇ 화해하자.


┗ ㅇㅇ(423.69) : ㅇㅋ


"······"


댓글을 읽어보던 진조위는 잠시 당황했다. 이 놈들이 정말 나이가 삼백이 넘고, 한 지역의 패자가 맞을까.


┗ 천마(12.7) : 여기 우리 네명이 전부임?


┗ ㅇㅇ(80.18) : 두명 더 있긴 한데 접속이 뜸한 사람들이라 굳이 알 필요는 없어.


┗ 천마(12.7) : 알려줘.


┗ ㅇㅇ(80.18) : 귀찮음.


┗ 천마(12.7)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만 가마.


┗ ㅇㅇ(80.18) : ㄴㄴ 안대! 가지마.


┗ ㅇㅇ(423.69) : 십팔 네 이놈! 천마님이 묻는 말에 냉큼 대답하지 않고 뭐하느냐? 만약 천마님이 이대로 가시면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 ㅇㅇ(211.3) : 뒤질래 십팔아? 빨리 불어라.


┗ ㅇㅇ(80.18) : ㅅㅂ 니들이 말해주면 되잖아.


┗ ㅇㅇ(423.69) : 네 놈이 먼저 입열었으니 책임지거라. 허리업! 이러다 천마 도망가겠다.


┗ ㅇㅇ(80.18) : 천마야 있냐? 가지마 제발 ㅠㅜ


┗ 천마(12.7) : 기다리는 중이네.


┗ ㅇㅇ(80.18) : 한명은 사사, 한명은 백구야.


┗ 천마(12.7) : 사사랑 백구?


┗ ㅇㅇ(80.18) : 뒷자리가 44라서 사사. 109로 끝나서 백구로 불러.


┗ 천마(12.7) : 그게 알려진 전부인가?


┗ ㅇㅇ(80.18): ㄴㄴ 설명 해줄게. 우선 사사는 반신반인이야. 한번 잠을 자면 보통 10년 정도를 자는데, 일단 일어나면 1년 정도 활동한다 하더라고.


┗ 천마(12.7) : 신기하구나. 그럼 백구는?


┗ ㅇㅇ(80.18) : 그런데 너 슬슬 원래 말투로 돌아오는거 같다?


┗ 천마(12.7) : 처음이라 양해좀.


┗ ㅇㅇ(80.18) : ㅇㅋ


┗ ㅇㅇ(80.18) : 음, 일단 백구는 죄인이야.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라는데 아무튼 그것 때문에 스스로를 봉인하고 있대.


┗ 천마(12.7) : 죄인인데 보통은 갇혔다고 하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자제한다고 표현하지 않나?


┗ ㅇㅇ(80.18) : 몰라. 지가 그렇다는데 뭐.


┗ 천마(12.7) : 하긴.


이유는 부족했지만 수긍이 간다.

그야말로 가벼운 이야기였다.

믿지 않아도 그만, 믿어도 그만인.


그렇기에 듣는 이의 입장에서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받아주면 된다. 서로 이름도 나이도 알지 못하는 판국에서 누구를 믿는 것은 바보와 같은 짓이었으니까.


┗ ㅇㅇ(80.18) : 아무튼 이정도면 됐지?


┗ 천마(12.7) : 그래.


┗ ㅇㅇ(211.3) : 짝짝짝! 훌륭합니다!


┗ ㅇㅇ(423.69) : 역시 자질구레한 일은 십팔이 최고로 잘하는구나 허허···!


┗ ㅇㅇ(80.18) : 육구야 진짜 뒤진다.


┗ ㅇㅇ(423.69) : ㅈㅅ


┗ ㅇㅇ(211.3) : 그런데 천마야. 천마신교면 마교 말하는거 맞냐?


움찔.


진조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것은 금기어였다. 최소 천마신교내에서는. 때문에 진조위는 다소 좋지 않은 기분으로 대답하였다.


┗ 천마(12.7) : 놈, 감히! 아니, 그보다 십팔, 중원에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 ㅇㅇ(211.3) : ㄴㄴ 진정하셈. 나 중원사람 아님. 그냥 중원에 대해 조금 아는 거야.


┗ 천마(12.7) : 그래? 아무튼 천마신교는 천마신교다. 마교라는 표현은 자제해 ㅇㅇ


┗ ㅇㅇ(211.3) :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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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序) 20.03.23 146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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