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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십 님의 서재입니다.

돈은 많은데 재벌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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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십
작품등록일 :
2020.01.17 15:47
최근연재일 :
2020.02.08 14: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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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글자수 :
108,586

작성
20.02.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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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사이킥컬티(2)

DUMMY

LA 교외 어딘가. 기창은 여전히 의자에 묶인채다.


"크크크. 어찌된 영문인지 도대체 모르겠지?"


목욕탕 목소리의 남자가 의자에 묶여 있는 기창의 주변을 빙글 빙글 돈다.


"도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나를 찾았지? 위장은 완벽했는데!"


갑자기 목욕탕 남자가 천정을 쳐다보며 연극의 한 장면처럼 대사를 뱉는다.


"찾는게 쉽지는 않았어."


남자가 고객를 숙여 기창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원래는 우리도 이렇게까지 과격한 짓은 잘 안하는데."


말을 마친 남자가 검은색 가죽장갑을 양손에 천천히 낀다.


"네가 하필 지랄 맞은 타이밍에 걸렸어. 내가 요새 기분이 아주 더럽거든."




느닷 없이 남자의 주먹이 기창의 얼굴을 강타한다.


***


전직 SF 작가인 교주 L. 허먼드가 갑작스러운 깨달음과 영감을 얻은 도시. 1950년 최초의 사이킥컬티 교회가 세워졌던 그들의 성지. 사이킥컬티 모든 사업의 중심지. 사이킥컬티 LA 지부의 교단내 위상을 증명하는 수 많은 수식언이다.




커다란 소리가 고요했던 그들의 성지를 울리고 있다.


"그 빌어먹을 자식들이 아직도 설치고 다니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LA 총 주교 조나단 웨슬리. 사이킥컬티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어가는 고위 성직자다. 언제나 신도들을 웃음으로 맞이 하던 그가 지금 본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그게 초반에는 분명히 수그러드는 분위기였습니다."

"수그러든게 이 따위냐고!"


조나단이 손에 들고 있던 LA 타임즈를 부주교의 얼굴에 집어 던진다.


"죄, 죄송합니다. 교단의 강력한 대응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걸 좀 늦췄는데..."


마른침을 꿀꺽 넘긴 부주교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다시 이슈가 번져서."

"누구 마음대로 대응을 늦춰!"


부주교의 고개가 떨어진다.


"개봉 규모도 너무 적었고, 그저 지나가는 이슈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역 소극장에서 단관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고잉 클리어'.


신도를 겁박한다는 둥. 돈도 안주고 부려먹는 다는 둥. 교리 보다는 돈이 우선 된다는 둥. 창립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제기되었던 그저 그런 이슈들을 모아 놓았을 뿐인 별거 아닌 영화다. 교단의 부적응자들이 모여 공공연한 비밀들을 떠들어 대는 한심한 영화가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조나단이 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사이킥컬티는 미국 정부에서 면세 혜택까지 부여받는 엄연한 정식 종교다. 교단측 추산으로 전세계 160개국에 800만명에 육박하는 신도가 있을 정도로 끊임 없이 성장하던 그들이 지금 최고의 위기를 겪고 있다.


"멍청한 정보국 놈들 작전만 아니었어도."


교단 자체 정보국 'Guardian's Office'가 주도했던 '백설공주 작전'의 실패가 위기의 시작이었다. 130개가 넘는 정부기관과 각국 대사관에 5천명의 신자를 잡입시켜 사이킥컬티와 교주에게 해가 될만한 문서를 파괴하거나 훔쳐 내자는 정신나간 작전.


"교주님께서 주교님의 말씀을 들으셨어야 합니다."


조나단 주교의 말 뒤에 잽싸게 부주교가 끼어든다. 부주교를 빤히 바라보는 조나단.


"부주교. 교단과 교주님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은 삼가게. 듣는 귀가 많아."

"네. 주교님. 주의하겠습니다."


부주교의 의도가 적중했다. 조나단 주교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이 그 증거다.


무사히 작전이 성공했다면 교단의 위세가 한층 커졌겠지만, 미국의 정보부가 바보는 아니다. 결국 작전은 실패했고 순식간에 사이킥컬티는 전 미국의 공적이 되었다.


꼬리 자르기, 발뺌하기, 다른 이슈로 물타기 등 그 동안 쌓아 놓았던 자금, 인맥, 정보를 모두 갈아 넣어 사태를 간신히 진정시켰는데...


"빌어먹을 왜 하필 LA에서 시작이야. 뉴욕도 있고 워싱턴도 있는데."


LA에서 '고잉 클리어'가 개봉했다. 아직 사이킥컬티 스캔들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 미국이 서서히 다시 들끓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저희 탓이 아닙니다 주교님. 문제의 원인을 찾자면 정보국장 그 배교자 놈 때문이죠."


부주교의 말에 교단 정보국장 존 스웨이니에 대한 분노가 담뿍 담겨있다.


"아무튼 지금 급한건 '고잉 퀄리티'가 더 이상 퍼지지 못하게 막는거야. 교주님 귀에 들어가면 우리는 다 끝장이라고."


조나단의 말에 고객를 크게 끄덕거리는 부주교. 가뜩이나 심기 안좋은 교주에게 이 사실이 들어가게 되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부주교다.


"방법을 이것 저것 강구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자금입니다."

"얼마나 들어가는데?"

"당장 급한 불이라도 끌려면 최소 20~30만 달러는 있어야 합니다."


부주교의 말에 조나단의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것도 없어?"


조나단의 질문에 부주교가 재빠르게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민다.


"스캔들 이후 헌금이 -80%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그러면 다른 지출을 줄여. 우선 저 빌어먹을 다큐멘터리부터 막으라고!"

"더 이상 줄일게 없습니다. 교주님 쓰시는 걸 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부주교의 말에 조나단은 다른 의견을 내어 놓을 수가 없었다.


"교주님이 개인 재산을 주실리도 없고. 젠장."


예산 이야기 해보았자 욕만 먹을게 뻔하다.


"고작 이삼십만 달러때문에 이 고생이라니."


똑똑똑


조심스러운 노크소리가 들리고 쥬드가 안으로 들어온다.


"뭐야! 지금 주교님하고 이야기 중인거 안보여?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와!"


문앞에 서서 쭈뼛거리는 쥬드에게 부주교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죄송합니다. 부주교님. 급하게 보고 드릴 내용이 있어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큰 소리치는 부주교를 조나단이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본다.


"급한 보고가 있다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주교님"


다른 신도들 시간당 50센트 받을때 거금 1달러를 주는 능력 좋고 신실한 자매다. 여러방면(?)으로 주교에게 확실한 세례를 받고 있는 어린양이기도 하고. 이런 사실을 미쳐 알지 못한 부주교만 곤란한 상황이 됐다.


"쥬드 신도 말씀하세요. 어떤일 때문에 그러시죠?"

"지금 제가 담당하고 있던 리셉션 데스크에 교회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요?"


새로운 먹잇감. 아니 아니 새로운 신도라니 좋은 일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한명이 아쉬운 법이니까.


그런데 주교한테까지 보고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리무진을 타고 왔습니다."


모든 사람은 물질, 에너지, 공간, 시간에 갇혀 있고, 철저한 믿음과 자아 성찰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파하는 사이킥컬티.


"바세른 콘스탄틴 뚜르비옹을 차고요."


하지만, 그들 교회의 좌석은 부유한 자들로만 채워져 있다. 그것도 돈이 많은 순서로.


"지금 어디에 있죠? 구원을 간절히 바라는 그 어린양은?"


더 이상 긴말은 필요하지 않다. 사이킥컬티 LA 주교 조나단 웨슬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주먹에 맞은 기창의 얼굴이 휙 돌아간다.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주먹을 잠시 흔들어 보는 목욕탕 남자. 어디를 잘못 때린 모양이다.


"너 때문에 우리가 무슨 고생을 했는 줄 알아?"


"읍읍읍"


기창이 고개를 강하게 휘젓는다. 벌겋게 부어오른 볼이 마구 흔들린다.


"정말 대단하더군! 일사불란한 움지임, 취약점을 정확하게 노리는 판단력, 적절한 기술 활용까지."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남자가 몸을 부르르 떤다.


"트위터, 페이스북, 핀터레스트까지 여기 저기 실시간으로 선동하고, 그걸 좋다고 따라쓰는 언론은 또 어떻고? 여기 막으면 저기서 뻥! 저기 막으면 여기서 뻥!"


목욕탕 남자가 기창에게 묻는다.


"도대체 이번 작전에 몇 명이나 투입한거야?"


애초에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던듯 휙 돌아서는 남자.


"Fuck! 작전 실패하고, 이제 간신히 숨 좀 돌린다 했는데."


기창을 싸늘하게 바라본다.


"덕분에 나는 완전히 엿 됐다고."


말을 마친 남자가 바닥에 야구 배트를 주워든다.


"하지만, 우리 요원들이 결국 증거를 찾았지."


남자는 자신의 조직에 원한이 있을 만한 단체, 기관 등을 타겟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도저히 꼬리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구골에 심어 놓은 첩자를 통해 내부 정보를 빼돌렸고 결국 진원지를 밝혀냈다. 여기저기 IP를 타고 오는 공격. 신원 미상의 인격체들.


"아시아의 코딱지 만한 나라를 이용하다니. 솔직히 의외였어."


소속 특수 임무대를 한국으로 급파한 남자. 꼬리를 타고 올라가고, 올라가 발견한 최후의 흑막 홍기창.


"그 모든 작전을 주도한 자식이 우리 앞마당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돌아나디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음흉하게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는 존 스웨이니.


"담이 쎈거야?""


한발짝


"아니면. 멍청한거야?"


두발짝


"그것도 아니면. 이 따위는 무시할 만큼 대단한 세력이 뒤에 있는거겠지?"


야구 배트를 높이 쳐든다.


"나 생각보다 독한 놈이라고. 크크크"


휘익


남자가 휘두른 배트가 묵직한 바람 소리를 내며 기창에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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