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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밀로 님의 서재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SF

돈까밀로
작품등록일 :
2013.07.28 00:45
최근연재일 :
2013.07.29 21:16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641
추천수 :
10
글자수 :
16,758

작성
13.07.28 00:48
조회
1,304
추천
6
글자
5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한 척의 배가 아프간 항구에 정박한다. 배의 엔진이 멈추고 모든 불들이 소등되었을 때, 어둠과 함께한 배를 멀리서 봤다면 혹은 보고 있다면 운항을 안 한 지 여러 달은 족히 되었을 배라고 생각할 것이다.

방금 엔진을 끄고 있었음에도 묵묵히 뒤로 물러 나 있는 그 배는 유야무야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이미 세월과 타협을 끝낸 중늙은이 같았다.

그러나 평화로워 보이는 배의 외관과는 달리 안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실루엣들이 있었다. 실루엣은 서로의 임무를 잘 알고 있는 양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손발이 척척 잘 맞아떨어졌다. 그 중 한 명이 밖의 정황을 살피기 위해 배에서 내렸다.

“이걸 거기까지 실어 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던가요?”

여자의 모습이 보이면서 서서히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아프간인 세 명, 북한인 세 명. 그 중 한 명은 지금의 이 여자이다. 검은 머리를 하나로 질끈 동여 맨 그녀는 마른 체격과 큰 키 때문에 매우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건드리면 깨져버릴 유리판처럼 모두 신경이 곤두 서 있었던 터라 여자의 짜증을 받아 줄 여유들이 없었다. 모두 자기 몫의 짐을 챙겨 들었다. 여자도 자기에게 할당 된 짐을 잠시 노려보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집어 들었다. 짐을 든 순간 조항과는 상관없이 반군이 원하는 대로 따라 주어야한다는 무언의 계약은 성립된 듯싶다.

숨을 죽이고 밖의 정황을 살피러 나간 아프간인의 신호를 기다렸다. 드디어 신호가 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가 인도하는 대로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던 트럭 화물칸에 짐과 몸을 실었다.

“치, 뭐야, 짐짝이구만요.”

여자가 흘러내린 앞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리며 말했다. 바람 한 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화물칸은 오래 묵은 냄새와 찌든 때로 끈적거리며 불쾌했다.

포장된 도로였지만 온갖 전투로 인해 땅들은 많이 패어 있었다. 그 위를 달리는 낡은 자동차는 종종 비명을 질러댔고, 그 안의 사람들은 물건이 잘못될 세라 그것들을 안전하게 지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자의 얼굴은 점점 더 험악하게 변하여 갔다. 도로를 튀듯 달리는 차 안에서 여자는 독일에 잠깐 있었을 때 영화 보면서 먹었던 팝콘이 생각났다. 더불어 이준우도 생각났다. 독일로 파견된 과학자들을 보호하라는 -사실 보호가 아니고 감시였을 것이다.-임무를 받고 동행했던 이준우. 그가 늘 곁에 있었다. 그게 새삼 생각난 것이다.

다시 한 번 차가 크게 뒤뚱 거리자 그녀는 현실로 돌아왔다. 돌아온 현실은 그녀를 절망 속으로 밀어 넣었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 부딪혔으며 그것보다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서로의 코와 입을 통해 들이마셔지고 내뱉어져 모자라는 것과 남는 것들이었다. 신이 골고루 섞어 놓은 기체들의 불균형. 그리고 냄새들…….


‘구역질 날 것 같아.’

여자가 헛구역질을 하였다. 그러나 자기들의 몸도 만신창이가 된 마당에 여자의 몸을 돌봐 줄 여력들이 없었다. 짜증 날 뿐. 여자는 눈을 감았다. 아까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으나 위험한 물건 앞에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얼마큼 더 가야 합니까?”

박사 한 명이 아랍어로 물었다.

“거의 다 왔을 겁니다.”그 말에 일말의 희망을 걸며 안고 있는 짐에 얼굴을 묻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었어. 우린 항구에서 돌아가기로 돼 있는 거였다구.”

여자가 울먹였다. 거의 다 왔다는 말이 있은 지 한참이 지났다. 어느덧 사람들의 가슴에서 희망이 사라질 무렵, 드디어 차가 멈추었다.

“휴, 살았다.”

차가 멈추자 비명처럼 한마디씩 내뱉었다. 문이 열렸다. 쏘는 햇살이 눈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납치하기 위해 반군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 세상에. 우릴 어떻게 하려는 속셈이야. 당신들 제 정신이야?”

반군들이 총구로 등을 밀어 후미진 건물로 몰자, 여자가 어이없다는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러자 여자를 향해 날아오는 채찍.


작가의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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