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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주역 사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월유야
작품등록일 :
2022.10.19 00:10
최근연재일 :
2022.11.16 21:01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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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972

작성
22.10.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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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서울역의 주인공 (1)

DUMMY

"앞으로 몇 정거장 남았지?"


이혜정은 피곤한지 눈을 끔벅거리며 물어왔다.


"지도만 보면.. 네 개만 더 가면 됩니다. 다들 힘냅시다."


나는 어제까지 머물렀던 역의 지도를 꺼내 현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팔을 축 늘어뜨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거의 오기는 했네. 으.. 정말 씻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발 푹 자고 싶다."


그녀의 푸념에 모두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다. 아직도 그 싸이코가 '김대엽! 찢어 죽여버리겠어!'라고 멀리서 외치는 게 생각나서 죽을 거 같다."


특히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핀 김대엽은 격하게 반응하며 소리쳤다.


"그나저나 김대엽. 너.. 너무 친근하게 달라붙는 거 아니야?"


"···우리 동료가 된 거 아니었나?"


"아니야!"


이혜정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자 김대엽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바로 옆에 있던 나는 '하.. 언젠가 복수하고 만다.'라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끄응."


이혜정이 쐐기를 박자 김대엽은 앓는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거기에 더해 마무리로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려버리자 김대엽은 결국 침몰하며 몸을 늘어뜨렸다.


"이현우. 그놈들 사당에서 시간이 걸리겠지?"


"예. 확실하게 작업을 끝냈습니다. 부비트랩도 몇 개 설치했으니까 몇 시간 정도는 버틸 겁니다."


"크.. 역시 우리의 히든카드 이현우."


침몰했던 김대엽은 이때다 싶었는지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치켜세웠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 봤을 때는 담담하고 냉정한 성격 같았는데 친해지고 보니 굉장히 오두방정을 잘 떠는 녀석이었다.


"그건 그렇고 정주혁 그 미친 싸이코가 여기까지 뒤따라올 줄이야. 으.. 성준오빠는 괜찮으려나."


이혜정의 말에 나는 우리의 처지를 떠올렸다.


현재 우리는 딱 넷이서 움직이고 있었다.


생존자들과 박성준 그리고 나머지 각성자 두 놈.


그들과는 역에서 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중간 갈림길에서 작별을 고하며 흩어졌다.


-실수는 반드시 만회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킬테니까.. 현우씨는 혜정이를 부탁합니다.


이헤정이 반대했지만, 박성준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진수와 허민이라는 위험 요소가 걸렸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추격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을 살린 게 기적이었어."


"상당히 강한 사람이었어요."


천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나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 싸이코가 쌔긴 쌔.'


어째서 김대엽이 알바트로스의 카운터로 녀석을 지명했던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녀석은 괴물 같은 능력을 지닌 각성자였다.


방화 셔트를 찢으면서 들어온 정주혁은 '김대엽 이 개새끼가!! 죽여버리겠어!' 라고 소리치더니 다짜고짜 기습했다.


방화 셔트의 철 쪼가리를 날카롭게 날려 보네자 천정수가 앞으로 나서 어떻게든 막아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중 몇 명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었다. 녀석은 그것에 멈추지 않고 다가오며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을 날려 보냈다.


처음에는 대응해서 제압하려 했지만, 녀석은 다가오는 천정수의 몸을 구속했고 내 화염병을 모조리 박살 냈으며, 김대엽의 전격을 쳐다보지도 않고 튕겨냈다.


'흐.. 진짜 천정수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다행히 천정수가 바위거인을 페이크로 녀석을 기습했기에 망정이었지 그대로 전멸할 뻔했다.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젠장. 증원이 올 게 뭐람.'


어쩔 수 없이 우린 도망을 선택했고 결국 내가 길목마다 불바다를 만드는 것으로 녀석의 진격을 늦추고 있었다.


"웃차. 어쨌든 슬슬 다시 이동하자.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다들 힘내자고!"


이혜정은 피곤함에 찌든 얼굴로 억지로 밝게 웃으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녀가 애써 힘내며 소리쳤지만, 발걸음을 옮기려니 조금 등이 쑤시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알바트로스 방어전에서 무리한 뒤로 쉬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이현우, 아직 에테르는 남았지?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라."


내가 따라붙자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으로 불안함을 표시하던 김대엽이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나는 손을 휙휙 저어 앞을 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화염병 몇 개 정도야.'


지금까지 몇 개나 되는 역을 거쳐오며 사용한 화염병의 갯수는 어림잡아 100개가 넘어갔다. 그러니 저런 걱정이 나오는 거겠지.


하지만 한 구역을 혼자서 독식하고 알바트로스의 목을 날려버리는 활약까지 했다.


덕분에 내 수중에 있는 에테르는 20만.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았다. 아니, 본래 40만에 육박했으나 키 아이템을 구매하느라 20만이나 날려 먹어 이 정도만 남은 것이었다.


'인간적으로 키 아이템이면 그냥 지급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쨌거나 화염병은 돌맹이 던지듯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많았다.


"내가 이 은혜는 반드시 갚지. 내 사지가 뜯어져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조금만 더 부탁한다."


"예예."


'보고 싶지는 않지만, 상관은 없는데.'


진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하는 고생을 생각하면 김대엽 한 명 내주고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건 사실이었다.


지금은 나름 녀석들의 쉬는 주기를 알아내서 이렇게 한 번씩 가만히 쉴 수 있는 거지 처음에는 계속 쫓기느라 앉아있지도 못했으니까. 지금도 뭐 제대로 잠을 잘 시간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다 김대엽 저놈 때문이기는 하지. 하아.. 버릴 수도 없고.'


미운 정도 정이라고 김대엽은 이제 우리 파티에 나름 잘 융화 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기본이 반말로 시작해 첫인상이 상당히 막장인 이혜정을 대신해 김대엽이 다른 역들의 리더를 구워삶았으니까.


그래봤자 정주혁이라는 위기를 알려주고 식량을 조금 얻어오는 정도였지만.


'그래. 네 정거장만 버티자. 그러면 끝이야.'


이제 서울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율역에만 도착한다면 천정수의 친구들이 우릴 반겨준다.


거기까지만 가면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이거다.



'후후후.'



**



"큰형님, 이거 완전 문제 아닙니까. 저어기 저 미친놈의 발광이 점점 심해지는데.."


-시발.. 시발.. 시발!!!


대머리는 막내의 말에 저 멀리 불 앞에서 괴성을 지르는 정주혁을 돌아보았다.


슬슬 지랄병이 말기에 들어서는 걸 보니 빠르게 손절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기는 했다.


"막내야. 김병헌이 들으면 큰일 날지도 모르니까 조금 작게 말해라."


"죄, 죄송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역도 다들 순식간에 사라져서 보이질 않는군. 제기랄."


대머리는 점점 부족해져 가는 식량을 확인하며 이를 갈았다. 역을 이잡듯 뒤진다면 분명 사람들이나 식량을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으. 어쩌다가 저 미치광이랑 같이 다녀서 이꼴인지.. 정말 죽겠소 형님."


"미안하다. 하지만 저놈의 힘은 진짜야. 살살 비위만 잘 맞춰준다면 우린 살 수 있다."


"아, 아니. 형님의 의도는 잘 알고 있소. 이, 일단 불을 꺼볼테니까. 그동안 정주혁을 좀.."


"그래."


대머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주혁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욕을 내뱉으며 능력을 이리저리 사용하며 불을 꺼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쾅!


"지반 자체를 뒤집는 건 안 되는 겁니까?"


"지랄! 그 정도로 세세한 컨트롤이 됐으면 불도 정확하게 노려서 끌 수 있었겠지! 다 박살 내는 것 말고는 불가능해."


그는 대머리가 다가오자 능력을 사용하던 것을 멈추더니 대머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진짜 독한 놈들입니다. 이 긴 통로를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다니."


"대체 무슨 능력을 쓰는 각성자지? 연비가 얼마나 좋아야 이따위 짓이 가능하냐고! 시발."


시도 때도 없이 욕을 내뱉는 그를 보며 대머리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흥분하지만 않으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녀석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것으로 봐선 곧 폭발할 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 여파는 자신들이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 또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하지?'


대머리는 결국 그의 화를 진정시킬 방법을 찾지 못하고 다시 뒤로 물러섰다.


"형님!"


"그래. 혁아 쓸 만한 물건은 좀 찾았어?"


"예. 연장 몇 개랑 음식 조금... 턱도 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한 끼 때울 정도는 됩니다. 아마도 이 역에 있는 놈들은 피하는 게 조금 늦었나 봅니다."


"그래?"


"아마 좀비를 잡을 각성자가 부족했나 봅니다. 좀비를 뚫고 간 곳에 시체가 몇 보이더라고요. 으, 좀비들은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소리를 조금만 내도 몰려오는 미친 괴물들 으으."


"밖에까지 확인한.. 잠깐."


좀비는 위험하다.

각성자가 몇이나 모여도 길을 뚫는 정도라면 몰라도 긴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직접 맞부딪친다면 수십 마리가 몰려와 답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대머리는 다시 정주혁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있는 경우.


"혁아. 막내한테 불 끄지 말고 당장 사람들 모으라고 해."


"예?"


"위로 가자."


"예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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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서울역 디펜스 (3) 22.11.09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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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서울역 디펜스 (1) 22.11.07 18 1 13쪽
23 서울역의 주인공 (3) 22.11.03 22 1 9쪽
22 서울역의 주인공 (2) 22.11.01 23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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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습격 (2) 22.10.21 77 2 14쪽
7 습격 (1) 22.10.20 88 2 12쪽
6 천정수 (4) 22.10.20 114 3 10쪽
5 천정수 (3) 22.10.19 127 4 13쪽
4 천정수 (2) 22.10.19 150 3 13쪽
3 천정수 (1) 22.10.19 189 5 10쪽
2 첫 번째 위기 22.10.19 21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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