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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트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주역 사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월유야
작품등록일 :
2022.10.19 00:10
최근연재일 :
2022.11.1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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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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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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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972

작성
22.10.1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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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천정수 (3)

DUMMY

“어떡하지···”


천정수는 길을 되짚어 돌아오며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들이 있을 법한 곳을 모두 뒤져보았지만, 별다른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이동했나?’


천정수는 땅이 흔들릴 때마다 느껴지는 거대한 마나의 기운을 떠올렸다.


‘지현씨라면 그럴지도···.’


그녀는 언제나 자신보다 먼저 행동했으니까. 갑작스런 사태를 해결하려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곳에 없다면 분명 그와 그녀는 마나가 느껴지는 곳으로 갔으리라.


‘그 둘이라면 괜찮을 거야.’


천정수는 그렇게 되뇌면서도 만약을 위해 다시 주변을 살폈다.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언데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방에 만연하는 최악의 사태에 당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혹시 모를 생존자를 발견하길 빌며 쉬지 않고 발을 움직였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득이 없자 천정수는 이를 빠득 갈았다.


“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야.”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천정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젠장···.”


하늘에 떠오른 것은 두 개의 태양이 아닌 단 하나뿐인 태양.


괴수를 잡는 역할을 부여받아 도구처럼 부려졌던 그에게 이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그리고 그런 평화는 그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중독되어버릴 것만 같았던 평화에 과거를 잊어버렸던 것일까.

아니, 임무도 과거도 잊지 않았다. 고향을, 망해버린 세계를 잊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움직이지 못했다. 제대로 주먹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걸 보고만 있었다.


‘전부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


눈앞에서 죽어버린 사람들이 떠올라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전부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무서웠던 거다.


“못 해! 못하겠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갑게 인사하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주먹을 휘두른단 말인가.


도저히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제기랄···.”


천정수는 괴로움에 귀를 막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사람들에게 물려 뜯기던 여성이 절규하던 소리가 아직까지도 울리는 것만 같았다.


“우욱!”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헐레벌떡 도망친 자신이 역겨워 구역질이 나왔다.


그 순간.


“윽!?”


엄청난 괴성과 함께 마나로 된 강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자 천정수의 고개가 휙 하고 돌아갔다.


[사안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사안이 몸을 잠식합니다.]


파직!


떠오르는 메시지에 천정수는 반사적으로 마나를 사용해 몸을 보호했다.


[저항 성공 판정 중]

[저항 성공]


알 수 없는 능력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천정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살피기 위해 시야가 트인 곳으로 향했다.


“맙소사. 이건? 자, 잠깐. 저 방향은 설마···”


-전 이현우라고 합니다.


천정수는 순간, 한 사내가 떠올랐다.

우유부단한 자신과는 다르게 언데드가 가깝게 쫓아오는데도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어주었던 사람.


-무사히 친구들을 발견하기를 빌겠습니다.


마지막에도 자신에게 공감해주며 착잡하다는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이 천정수의 눈앞으로 아른거렸다.


곧바로 구하기 위해 그는 다리를 움직이려 했다.


“윽!”


하지만 한순간 떠오르는 장면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지?

또 망설이면서 구하지 못하면?


‘젠장! 젠장!! 이 멍청한 새끼야!!’


천정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리를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다리는 요지부동.


‘그건 언데드야. 사람이 아니야.’


천정수는 이를 악물며 머릿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남은 자리에 자신이 떠올리는 언데드들의 이미지를 채워 넣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돌자 그제야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천정수는 크게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디뎠다.



**



화르륵!


사람을 아득히 초월한 속도로 요새 같았던 집에 도착한 천정수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허···.”


말도 안 되는 마나의 충격파를 날리던 괴물은 이미 자리에 없었지만, 녀석이 벌인 파괴의 흔적이 이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견고해 보였던 벽에는 좀비들이 떼거지로 매달려 괴성을 지르고 있었고, 집이 있던 자리는 불길이 치솟아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살아있을까? 이미 죽었다면···’


천정수는 끔찍한 상상에 눈을 감아버렸다.


“크르르르!”


“키아아아!”


“키에엑!”


으으아아···


순간 천정수의 눈이 확 뜨였다.

광분하는 좀비들 사이로 뚜렷하게 들린 남성의 목소리.


미약하게 들리는 소리에 천정수는 곧바로 좀비들이 가득한 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꽈드드득!


이를 악물며 돌진하는 그의 손에는 어느새 커다란 돌덩어리가 자라났고 이내 그의 몸을 완전히 덮어갔다.


‘괜찮아. 언데드, 언데드일 뿐이야. 사람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를 제거하는 것. 그게 내 역할이자 임무였으니까···!’


죽이는 거다.


구하기 위해.



**



마지막 말을 끝으로 천정수는 내 머리에 감던 붕대를 뚝 끊어내었다.


“그러니까 댁이 다른 세상에서 온 차원 이동자다 이거죠?”


“아, 예. 그렇죠. 괴수 전문 처리반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그렇군요.”


“하하,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느라 항상 속 썩이고 있었는데 이렇게 터놓으니 속 시원하네요.”


환하게 웃는 천정수. 그의 미소에는 뿌듯함과 함께 후련함이 묻어 있었다.


뭐랄까.


전부 내려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내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오우야···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인가. 혹시 각성하면서 정신이 약간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진 게 아닐까?


머리가 조금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았지만, 어쨌거나 그가 날 구해주었다는 건 정황상 맞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빚을 졌네요.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절하기 전 집이 박살 나던 장면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와 함께 몸이 정상이 아니게 된 것도.


당시 상황을 들어보니 그곳에 홀로 남아 있었다면 좀비에게 잡아먹히거나 불길에 휩쓸려 살아남지 못했겠지.


그러니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맞았다.


“아, 아뇨. 당연한 일을 한 겁니다. 그건 그렇고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어, 음··· 아직 움직이기 불편하네요.”


천정수는 내 대답에 잠시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조금 쉬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아마 며칠 만에 깨어난 내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겠지.


‘착하네.’


딱 그것으로 끝. 천정수가 이야기한 허구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일단 중요한 건···


내 몸이다.


‘컨디션은··· 최고인데?’


지금 내 상태는 굉장히 기묘했다.


분명 기절하기 직전 피를 토하며 쓰러졌었다. 그렇다면 분명 속이 다 상해 빌빌거리고 있어야 정상이었을 텐데. 오히려 평소보다도 훨씬 활력이 넘치고 몸도 잘 움직였다.


‘각성 덕분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이제 몸은 OK.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이제 하나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사항.


‘으아아아아!!!’


머리를 싸매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집!!’


떠올리자마자 아까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집을 부쉈던 괴물을 떠올렸다.


거대한 새.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붉은 눈동자.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2층 부분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화재까지 났다고 했으니까···


‘남은 건··· 없겠지.’


“하아아.”


내 유토피아가 사라져 버린 이상 내게 남은 것이라곤 멀쩡한 목숨 하나다.


솔직히 절박한 상황.


이제 내게 남은 선택지라고는 집을 불태우며 등가교환으로 얻은 능력을 통한 무조건적인 생존.


그거뿐이다.


복수하거나 유토피아를 재건하는 건 이미 뒷전이다. 살아있어야 뭘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살아남기.


평소였다면 쉬운 주문이었겠지만, 마경이 되어버린 세상에선 가장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모든 일에 가장 앞에 두어야만 하는 것이 ‘생존’이다.


나는 눈을 꾹 감은 뒤 다시 눈을 떴다.


“상태.”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다름아닌 ‘힘’


==


이름 : 이현우

역할 : 악역

특성 : 방화(S)

능력 : 친화력-화(B)


상세정보


방화(S)

방화범의 고유 특성으로 전용 무기의 효과를 강화한다.

-화력 강화++++

-추가 폭발 확률+

-지능적 확산


친화력-화(B)

불에 대한 친화력. ‘불’이라는 원소에 대한 모든 것. 스킬 랭크가 높은 수록 불이라는 원소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화속성 저항력++

-불에 대한 이해도+


==


“와, 이게 뭐냐.”


대충 보아도 대단한 스펙이다. 정말 주관 하나 없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S급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했다.


정부에서 배포한 각성 능력자 분포도에서도 S급 특성이나 능력을 지닌 각성자는 아주 적었다.


주역을 제외한다면 1%는 될까 싶을 정도로 적은 능력이 바로 S급.


그 위상은 전투직, 비전투직 할 것 없이 S급이라는 특성이나 능력이 확인되는 순간 나라에서 귀빈 대우를 보장한다.


그만큼 S급 능력자는 희귀하면서도 대단한 존재라는 것.


아마 내 노력을 모르는 제삼자에게 물어본다면 그깟 집보다 무조건 S급 능력이지! 라고 백이면 백 소리칠 거다. 그리고 그게 진실이기도 하고.


‘물론 내 앞에서 그딴 소리를 지껄이면 얼굴을 쳐버렸겠지만···’


“크흠!”


생각이 잠시 다른 길로 빠졌지만, 머리를 툭툭 치며 다시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 파고들었다.


“악역.”


어째서 내가 악역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역할이 정해진 이상 바뀌길 기대할 수 없었다. 수첩에서도 역할이 바뀐다는 말은 적혀있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악역이라는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건가?’


수첩에 적힌 내용으로 보아 선역은 선한 일을 통해 능력을 상승시키고 악역은 반대로 악한 일을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킨다고 되어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악역은 딱 한 명. 처음으로 내 집을 습격했던 도끼를 든 남자.


그가 했던 행동이 딱 악역이라는 역할에 맞는 행동이었다. 그놈은 쾌감을 목적을 사람을 죽이고 다닌 것 같았지만, 능력을 올리겠다는 이유도 분명 있었을 거다.


악역에게 악행은 아포칼립스에서 빠르게 강해지고 살아남기 가장 좋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찾아 죽이라니.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중립이나 공통 퀘스트를 클리어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일단 퀘스트가 생기면 생각하자.’


더 중요한 게 남아 있었으니 일단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방화.”


부여받은 역할이 악역이라 그런지 특성의 이름마저 꺼림칙했다.


그래도 S급은 S급.


아직 특성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분명 강력한 능력일 것이다. 그리고 능력은 특성을 보조해주는 느낌이 강한 ’불에 대한 친화력‘


“그나저나 전용 무기가 뭐지?”


사각사각


혹시나 전용 무기가 있을까 몸을 뒤적이는데 품속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아. 이게 있었지.”


내 보물 1호.


나는 즉시 수첩을 꺼내 책갈피를 걸쳐 둔 페이지를 열어 보았다. 방금 그 익숙한 소리는 페이지가 갱신되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오호라.”


==


라스트 마켓


각성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건 특성과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바로 ’마켓‘ 즉 상점이다.


아포칼립스의 모든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에테르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는 곳!


음식이면 음식! 무기면 무기!


만능의 상점. 그것이 바로 라스트 마켓이다!


==


역시 보물 1호. 확실한 성능이다.


가장 최신페이지인 것으로 봐선 수첩이 내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준 모양이다.


그리고 그 전에 적힌 페이지.


“이게 뭐야···.”


나는 수첩을 뒤로 넘기자마자 충격에 빠졌다.


==


이름 : 천정수

칭호 : 멸망한 세계의 수호자

역할 : --

특성 : 수호(A), 석갑(A), 전투 전문가(A)

능력 : 돌파(B), 위기감지(D)


힘 : 62

민첩 : 46

마나 : 70


==


“진짜로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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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계의 디펜스 (3) 22.11.15 10 0 10쪽
29 이계의 디펜스 (2) 22.11.13 11 0 12쪽
28 이계의 디펜스 (1) 22.11.12 13 0 11쪽
27 서울역 디펜스 (4) 22.11.10 15 0 9쪽
26 서울역 디펜스 (3) 22.11.09 15 0 10쪽
25 서울역 디펜스 (2) 22.11.08 16 1 12쪽
24 서울역 디펜스 (1) 22.11.07 18 1 13쪽
23 서울역의 주인공 (3) 22.11.03 22 1 9쪽
22 서울역의 주인공 (2) 22.11.01 23 1 16쪽
21 서울역의 주인공 (1) 22.10.31 25 1 10쪽
20 알바트로스 (9) 22.10.30 27 1 10쪽
19 알바트로스 (8) 22.10.29 25 2 13쪽
18 알바트로스 (7) 22.10.28 25 1 10쪽
17 알바트로스 (6) 22.10.27 26 1 10쪽
16 알바트로스 (5) 22.10.26 26 1 10쪽
15 알바트로스 (4) 22.10.25 33 1 9쪽
14 알바트로스 (3) 22.10.24 37 1 11쪽
13 알바트로스 (2) 22.10.23 46 1 12쪽
12 알바트로스 (1) 22.10.22 52 0 10쪽
11 도시 (3) 22.10.22 53 1 12쪽
10 도시 (2) 22.10.21 57 2 12쪽
9 도시 (1) 22.10.21 66 2 11쪽
8 습격 (2) 22.10.21 77 2 14쪽
7 습격 (1) 22.10.20 88 2 12쪽
6 천정수 (4) 22.10.20 114 3 10쪽
» 천정수 (3) 22.10.19 128 4 13쪽
4 천정수 (2) 22.10.19 150 3 13쪽
3 천정수 (1) 22.10.19 189 5 10쪽
2 첫 번째 위기 22.10.19 21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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