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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시우파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7
최근연재일 :
2023.01.27 21:03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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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3,004

작성
22.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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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낭인(浪人)

DUMMY

표행을 출발한지 이튿날까지 표사들끼리의 대화는 크게 없었다.


아무리 쉬운 표행이라도 처음이라는 단어는 모두에게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삼일 째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표사들은 점점 긴장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향주에 그렇게 미인들이 많다던데 정말인가?”


“나는 여자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들 말하고는 했지.”


“십사 번 굉장히 재미없는 사람이었구만. 여자 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왜 없나? 술이 있는데?”


“술이 있으면 여자도 있어야 하는 법 아닌가?”


이제는 제법 농지거리들까지 하면서 걸어가는 표사들이었다.


“사형! 무엇인가 느낌이 안 좋습니다.”


민섭의 말에 철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민섭은 현무각의 제자. 상단이 남달리 발달해 있는 그가 느낌이 안 좋다는 말은 정말로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뭐가 안 좋은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답답하게 하지 말고 속 시원히 말해봐라.”


“굳이 이런 물자를 보낼 필요가 있을까요? 광성상회는 돈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지원할 바에야 그냥 돈으로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돈으로?”


“네. 돈으로 도시에 나가 음식들을 사면 되고 병장기도 사면 그만입니다.”


민섭의 말에 철진의 고개가 갸우뚱하기 시작하더니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아! 무림맹의 영역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도시에 나가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일리 있는 말이기는 하나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 저희의 표행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어찌됐든 광성표국은 육마련을 지원하는 표국. 무림맹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것입니다.”


송민섭의 의문은 정확했다. 무림맹과 육마련은 무력의 싸움만을 하는 것이지 상업에는 끼어들지는 않았다.


그것은 바로 민초들 때문이었다. 정도를 지향하는 무림맹은 아무리 전쟁 중이라 해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초들이 피해 입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예상외로 그것은 육마련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피에 굶주리고 세상을 무력으로만 지배할 것 같은 놈들이라 생각되었지만 그들도 나름 민초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들도 중원을 정복한 후에는 민초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뭐... 계속 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그렇게 다시 나흘이 흘렀다.


호북성 인근. 혈살귀가 손을 들어 일행의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부터 호북이다. 다들 알겠지만 호북은 무림맹의 영역. 아무리 표행은 건드리지 않는다해도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혹여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면 안 되는 놈들은 죽립을 쓰든지 해라.”


혈살귀는 그렇게 말하면서 본인부터 죽립을 눌러쓰기 시작했다.


“저 녀석 나름 책임감이 있는 놈이네.”


덕평의 얼굴에 의외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장백파 제자들과 표사들은 혈살귀가 악행을 너무나도 많이 저질렀기에 죽립을 눌러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


‘천하의 이 혈살귀가 남의 말이나 따라야 하다니...’


정작 혈살귀 본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출발하기 전 대장에게 이 표행의 진짜 목적을 들었다.


혹여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들을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그것이 바로 혈살귀 본인이었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눈 밖에 나서는 안되. 그래야지만 산다.’


표물이나 표사들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혈살귀는 자신의 목숨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호북성으로 들어선 지 한 시진. 완만한 산기슭을 따라 이동하던 광성표국 앞으로 낯선 이들이 다가왔다.


“광성상회. 광성표국이 맞는가?”


낯선 이들 중에 맨 앞에 있던 자가 물었다.


그의 복장은 보통 무인들의 복장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구릿빛 피부에 풀어헤쳐져 있는 상의 사이로 가슴팍이 드러나 있다. 종아리 중간까지 내려오는 바지는 여러 군데가 찢겨져 있어 맨 살이 드러나 거지라고 해도 믿을 법한 복장이었다.


하지만 나타난 자가 거지가 아니라는 것을 광성표국의 표사들은 알았다. 몰골이 험하더라도 개방 거지들의 특징인 누더기 옷이 아니었다.


풀어헤쳐진 머리에 흑염과 흑미, 그리고 온 몸에 근육들이 균형 있게 자리잡고 있는 그는 장신의 키를 자랑하고 있었다.


허리춤 양 옆으로는 곡도 한 자루씩이 걸려 있고 가슴팍에는 표창이, 허리춤에는 작은 소검들이 장비되어 있었다.


영락없는 낭인의 모습. 나타난 자들은 바로 낭인들이었다.


“광성표국이 맞는다면?”


낭인의 기도가 보통이 아님에도 혈살귀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광성표국이 맞는다면 모든 표물들을 놔두고 꺼져라.”


낭인의 말에 혈살귀의 미간이 좁아졌다.


“표사들이 표물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혈살귀가 검을 뽑아 들었다.


“말로 해서는 안될 놈들이군.”


낭인도 곡도를 뽑아 들었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다.”


낭인이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왜 안 나타나지?’


혈살귀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낭인의 기도를 느껴봤을 때 분명히 자신보다 고수였다.

그가 낭인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대장의 존재였다.


이번 표행의 목적은 장강으로의 물자 전달이 아닌 바로 이들 낭인들이 목적이었다.


몇 달 전부터 시작된 낭인들의 습격. 그것은 광성상회에 커다란 골칫거리로 다가왔다.


천하의 최대 방파는 문도의 숫자만 십만을 자랑하는 개방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낭인들을 제외하고서 하는 말이었다.

만약 낭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만 생긴다면 아마도 천하의 최대 방파는 낭인들의 연합이 될 것이다.


그 만큼 낭인들은 중원 전역에 널리고 널려 있지만, 그들은 하나로 뭉칠 수가 없었다.


오로지 돈으로만 움직이는 존재들. 의뢰를 받고 성공할 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다. 그것만이 낭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낭인들의 광성상회 첫 공격은 광안(廣安)에서 시작되었다. 농업이 성한 광안 광성상회의 곡물창고를 낭인들이 습격해 곡물들을 빼앗아갔다.


이후, 자공의 염정들이 습격 당해 소금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덕양에서는 약재 창고가 불타올라 많은 피해를 입었다.


결정적인 것은 광성상회의 본회가 있는 성도에서 일어났다.


사천성 최고의 특산품. 그것은 바로 촉금(蜀锦)이라 불리는 비단이었다. 성도촉금(成都蜀锦)이라는 이름이 걸린 비단은 중원천하에서 가장 값비싼 비단으로 통했다.


그리고 광성상회는 촉금에 대한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에 대한 이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 촉금을 직조하는 장소가 낭인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절반 이상이 불타올라 재로 변했으며 수많은 비단들을 낭인들이 약탈해 갔다.


광성상회에서 자체적으로 영입했던 무림의 고수들은 낭인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낭인들의 실력을 얕잡아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낭인들의 수는 개방의 거지들을 상회하는 숫자이지만 실력 있는 고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 낭인들을 상대로 처음에는 육마련의 고수들이 나서기에는 광성상회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뒤늦게 육마련의 고수들이 나섰다. 광성상회에 상주하고 있던 육마련의 초고수들은 다섯 명이었다. 그들 중 네 명이 광성상회의 주요 사업지로 각기 이동했다.


낭인들이 몰려오더라도 단숨에 그들을 없앨 수 있는 자들. 그들이 나서자 낭인들의 습격이 거짓말 같이 없어졌다.


그렇게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 광성상회. 한 달이 지나서 다시금 사단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표행을 나선 광성표국의 물자들이 낭인들에 의해 습격을 당했다. 그것도 네 개의 표행이 동시에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그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석경노는 대노했다. 물자에 대한 피해보다도 그의 화를 더욱 불러 일으킨 것은 광성표국의 신뢰도가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육마련의 고수들을 찾아가 부탁을 했다. 점차적으로 광성상회를 옥죄어 오는 낭인들을 처리해 달라고 말이다.


육마련의 고수들은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정보를 끌어 모았다. 결국 그들이 내린 결론은 광성상회에 첩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석경노는 그들의 말에 묘안(妙案)을 제안했다. 광성표국에서 흉수인 낭인들을 찾아내기 힘들다면 그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낭인들이 찾아오게 만들기 위해 조직 된 표사들. 그것이 병조의 표사들이었다.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광성표국 표사들 모집에 많은 무인들이 모였다. 게다가 신분이나 과거까지 따지지 않는다니 그들에게는 금상첨화(錦上添花)나 다름없었다.


모든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혈살귀는 이번 표행에 낭인들의 습격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장이 자신들의 뒤를 쫓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장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해.’


혈살귀가 뒤를 돌아보았다.


“대장님이 명하신 것이 있다. 혹여 표행에 습격이 있을 때 상대방의 대장을 죽이는 자는 은자 스무 냥을 하사한다고 하셨다. 혹시 저 녀석을 상대할 놈 있나?”


은자 스무 냥이라면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표사들의 눈에 순간 탐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해보지.”


왼쪽 가슴팍에 삼십 일 숫자가 적혀 있는 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래! 삼십 일 번 네가 한번 해보아라.”


“약속은 꼭 지키시오.”


‘부열살도 누구라고 했나? 삼십 일 번을 바라보며 덕평이 기억을 끄집어냈다.’


부열살도는 생소한 병장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특이한 모양의 도. 칼날이 불규칙한 형태를 이루며 마치 톱니바퀴를 연상시키는 거치도(鋸齒劍)라는 병장기였다.


조금이라도 스치면 피부가 찢겨져 나갈 것 같은 칼날. 부열살도라는 별호는 그의 거치도에서 기인한 별호였던 것 같았다.


“덤벼라!”


부열살도가 거치도를 빼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


“하! 병신같은 놈. 상대를 봐가면서 덤볐어야지.”


거친 말을 내뱉으며 낭인도 걸어 나왔다.


‘삼 합이나 버틸 수 있을까?’


부열살도는 일류고수. 덕평은 그의 실력을 보지 않아도 수준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낭인의 실력은 한눈에 가늠할 수 없었고 맞상대 해봐야 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말인 즉 낭인은 초절정 고수의 수준일 것이 틀림없었다.


덕평의 예상대로 승부는 이 합 만에 끝이 났다.


“커억.”


낭인의 곡도가 부열살도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부열살도를 바라보며 낭인이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그제서야 실감하는 표사들.


그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바보 같은 놈. 혹시 저 녀석을 상대할 다른 놈은 없나?”


혈살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지만 그의 가슴은 터질 것 같이 뛰고 있었다.


“대장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소?”


“가슴에 이십칠 번을 달고 있는 자가 혈살귀에게 물었다.”


“나는 대장이 아니다.”


“어쨌든 대장님이 안 계시면 당신이 대장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었소?”


이십칠 번의 말에 모두가 그의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왜? 겁이 나나 보지?”


혈살귀가 주저하고 있자 낭인이 조소 어린 미소를 지었다.


‘저 개자식. 어떻하지? 대장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혈살귀의 머리에서 많은 생각들이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그가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대장이 아니다. 저 녀석은 엄청난 고수. 우리가 다같이 상대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혈살귀는 자신의 자존심을 모두다 내려놓고 뒤에 있는 표사들에게 말했다.


“그냥 표물을 버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혈살귀가 이십칠 번을 바라보며 눈을 부라렸지만 표사들의 표정은 이미 이십칠 번과 같은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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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철혈마검(鐵血魔劍) +2 22.09.11 994 15 12쪽
127 청성파(靑城派) +5 22.09.10 1,020 17 12쪽
» 낭인(浪人) +3 22.09.09 1,018 16 12쪽
125 광성표국(廣盛鏢局) +4 22.09.08 1,024 17 11쪽
124 광성상회(廣盛相會) +4 22.09.07 1,051 17 12쪽
123 해후(邂逅) +2 22.09.06 1,045 17 13쪽
122 인의대협(仁義大俠) +4 22.09.05 1,015 16 14쪽
121 평학(平學) +6 22.09.04 1,028 17 12쪽
120 무림재출도(武林再出道) +7 22.09.03 1,028 17 12쪽
119 균형(均衡) +4 22.09.02 999 17 13쪽
118 태청단(太淸丹) +6 22.09.01 1,032 19 13쪽
117 영단(靈丹) +7 22.08.31 1,009 19 13쪽
116 태화산(太和山) +5 22.08.30 983 17 12쪽
115 누명(陋名) +4 22.08.29 990 16 12쪽
114 팔괘신부(八卦神符) +2 22.08.28 987 17 13쪽
113 의심(疑心) +4 22.08.27 1,016 17 12쪽
112 안가장(安家裝) +6 22.08.26 1,013 18 14쪽
111 불구대천(不俱戴天) +4 22.08.25 1,008 16 14쪽
110 암마(暗魔) +5 22.08.24 996 17 13쪽
109 암습(暗襲) +5 22.08.23 1,034 18 11쪽
108 장강수로맹(長江水路盟) +3 22.08.22 1,100 14 11쪽
107 능안평(能安平) +3 22.08.21 1,069 16 13쪽
106 옥청진인(玉淸眞人) +5 22.08.20 1,008 18 11쪽
105 화산파(華山派) +5 22.08.19 1,031 18 11쪽
104 멸문(滅門) +3 22.08.18 1,026 18 13쪽
103 검마(劍魔) +4 22.08.17 1,039 16 12쪽
102 난전(亂戰) +7 22.08.16 1,061 18 13쪽
101 혈풍검(血風劍) +5 22.08.15 1,045 14 11쪽
100 궁술대결(弓術對決) +11 22.08.14 1,094 15 12쪽
99 비상(非常) +10 22.08.13 1,11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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