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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생 님의 서재입니다.

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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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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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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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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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네! 이러면 빼박인가? (1)

DUMMY

제 13 화 오지네! 이러면 빼박인가? (1)


‘생선가시가 목에 박혀 천공이 생겼고, 그 천공에 충치균이 침투해, 심경부에 농양이 생긴 것이 틀림 없어. 농양이 점점 커지니까, 에어웨이(기독)가 막힌 거겠지. 내 진단이 맞는다면,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마침내 윤찬이 할머니 병의 원인을 찾아냈다.


윤찬이 진단해낸 병명은 딥넥 인펙션(심경부감염).


목 안쪽 깊숙한 공간에 균이 침범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 즉, 할머니의 충치균이 기도를 타고 내려가 심경부에 염증을 유발했을 것이라는 게 윤찬의 생각이었다.

특히, 생선 가시로 인해 구멍이 생겼다면 그 침투 속도는 훨씬 더 빠를 것. 정도가 심할 경우, 패혈증을 유발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몇 안 되는 초응급상황이었다.


“박달아! 이 분 머리는 낮게, 다리는 높여줘야 할 것 같다.”


혹시 심경부에 침투한 세균이 종격동까지 내려갔을 수도 있기에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했다.


“네. 스승님!”


박달이 받침대를 가져와 다리 밑에 괴었다.

모든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 수행하는 박달이었다.


“의원님, 대체 무슨 일이옵니까? 우리 엄니는 괜찮은 겁니까요?”


걱정이 되는지 남자가 울먹였다.


“지금부터 치료를 시작할 테니, 아드님은 밖에서 기다리시오.”


윤찬의 나지막한 목소리.


“아니오! 제가 엄니 곁을······.”

“정녕 자당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오?”

“네?”

“자당을 살리고 싶으면 당장 여기서 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오!”


남자의 존재는 수술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가 생전 보도듣도 못한 윤찬의 현대의술을 목격하고 입 밖에 내기라도 하면, 여러 가지로 귀찮은 일이 생길 터. 그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아, 알았습니다.”


추상같은 윤찬의 목소리에 주눅 든 남자가 뒷걸음질 치며 밖으로 나갔다.

지금 그는 윤찬의 말을 거역할 처지가 아니었다.


잠시 후,


곰곰이 생각에 잠긴 윤찬.


‘약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즉, 한방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무조건 에어웨이에 바로 꽂아야 해.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어. 이러다가 레스피어레토리 어레스트(호흡정지)가 오면 이 할머니는 돌아가신다.’


머릿속으로 모든 것을 정리한 윤찬이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박달아! 저기 구석에 있는 봇짐 좀 가지고 오거라.”


턱짓으로 오른쪽 구석을 가리키는 윤찬.


“네. 스승님!”

“여기 있습니다요!”


윤찬이 박달이 가져온 봇짐을 열자 가죽으로 된 지갑이 나왔고, 돌돌 감겨 있던 끈을 풀어 헤치자 다양한 크기의 칼(최대한 메스처럼 생긴)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그 중, 칼 하나를 꺼내 드는 윤찬.


“이것은 칼 아니옵니까?”


그러자 박달이 신기한 듯 물었다.


“맞다. 사람을 살리는 칼! 흔히 메스라고 하지!”

“메, 메추리요?”

“헐, 됐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주마.”

“네에. 알겠사옵니다.”


빙의 후, 윤찬이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수술용 칼을 만드는 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미래를 대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의료 장비였다.

윤찬은 인근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칼, 아니 메스를 만들어 두었다.

다행히 백제의 철은 양질의 것이라, 강도가 좋아 아쉬운 대로 제법 쓸만한 메스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고 수술방에서 쓰는 메스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박달아, 지치 달인 물을 가지고 오거라.”

“네! 스승님.”


박달이 지치 달인 물을 가져오자, 잠시 침을 넣어 뒀다 빼내는 윤찬.

지치 달인 물은 살균효과가 있어, 소독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먹어야지, 굶어 죽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윤상갑상막 절제술, 비록 조악하지만 이것으로 윤상갑상막을 절제한다!’


목에 부종이 심해 기관삽관을 할 수 없으니 기도에 직접 튜브를 꽂아 외부 공기를 주입하는 응급조치였다.

물론 기관삽관을 할 기구도 없긴 했지만 말이다.


“·········”


꿀꺽-

박달이 신기한 듯,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윤찬의 손끝에 시선을 고정했다.


‘일단 크리코사이로드 맴버레인(윤상갑상막)부터 ······.’


후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윤찬.

긴장이 되는지, 윤찬이 몇 차례 손을 털어냈다.

그리고.

윤찬이 병자의 목과 가슴이 맞닿아 있는 곳을 만지작거렸다.


‘스터널 노치(흉골절흔)에서 헤드 방향으로 짚다 보면, 처음 느껴지는 딱딱한 부분······.’


윤찬이 눈을 감고 손끝의 감각에 집중했다.


“찾았다. 크리코사이로드 맴버레인!”


자기도 모르게 의학용어를 내뱉은 윤찬.


“네?”

“아, 아무것도 아니다. 넌 신경 쓸 것 없어.”

“네. 알겠사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눈만 껌벅거리는 박달.


‘엄지와 중지로 두 개의 연골을 단단히 고정하고······.’


빙의 후, 여유만만했던 윤찬.

이토록 진지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천재라 불리던 그도, 지금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리라.


‘미들라인에 수직으로 인시전(절개)을 넣고, 크리코사이로드 맴버레인(윤상갑상막)은 수평으로 인시전(절개)을 넣으면 된다.’


윤찬이 차분하게 술기를 되뇌였다.


마침내.


푸욱-

윤찬이 미련 없이 칼을 목 부위에 밀어 넣었다.


"아이고! 스, 스승님! 이, 이러다가 잘못되는 건 아니옵니까?"


윤찬이 날카로운 칼로 병자의 목을 찌르자, 박달이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생전 처음 보는 치료법이 그럴 수 밖에.


"쉿! 너도 밖에 나가 있을래?"

"아, 아닙니다요!"


애초에 윤찬이 예사로운 의원이 아님을 알고 있는 그였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집중해야 하니까 조용히 있거라."

"네. 스승님."


그렇게 윤찬이 칼(메스)를 들고 인시전(절개)를 진행했고.


“됐어!”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해도, 현대 의학의 메스는 따라가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평소보다 훨씬 더 신중을 기했던 윤찬.

칼끝의 감각으로 인시전(절개)가 제대로 된 것을 느낀 윤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칼이 들어가자 슬그머니 흘러나오는 피.


톡톡-

그러자 박달이 천을 들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냈다.


“오, 제법인데?”

“헤헤, 제가 잘한 것이옵니까?”


해맑게 웃는 박달.


“그렇다! 잘했다!”


그렇게 절개를 끝내고.


‘이제 앰부만 연결해 공기를 주입하면, 고비는 넘긴다.’


“박달아 앰부······. 아니다. 거기 장롱 서랍을 열면 보따리가 하나 있을 것이야. 그것 좀 가져오너라.”

“네. 스승님!”


보따리를 풀어 헤치자, 요상한 물건이 튀어나왔고.


“네. 어라? 스승님, 이건 돼지 오줌보가 아닙니까?”


‘그래. 네 눈에는 돼지 오줌보로 보이겠다만, 그건 앰부라는 거다.’


탄력이 좋은 돼지 오줌보에 돼지 뇨관을 연결해 만든 앰부였다. 윤찬이 테스트를 해본 결과, 생각 외로 성능이 좋았다.


조심스럽게 절개 틈 사이로 앰부를 연결하는 윤찬.


그렇게 윤찬이 환자의 호흡 주기에 맞춰 앰부백을 쥐어짜자,


허억-

거친 숨을 토해내는 노파.

마침내 숨길이 열린 듯했다.


“수, 숨을 쉰다! 숨을 쉬어! 스승님, 정말 신통방통한 일이옵니다. 어찌 이런 치료법이 다 있단 말이오! 다 죽어가는, 아니 죽은 사람을 살리다니!”


감탄사를 연발하는 박달. 그가 환호하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쾅-

박달의 목소리를 듣고 방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남자.


“어, 엄니! 괜찮아요? 나, 나 알아보시겠어요?”

“무, 물복아······.”

“맞아요. 물복이! 저 엄니 아들 물복이에요!”

“여, 여기가 어디더냐?”


아직 완전히 정신이 들진 않았는지 노파가 눈을 끔뻑거렸다.


“여긴 목 의원님 댁이에요! 의원님이 엄니, 목숨을 살리셨다고요!”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물복.


“하악, 하악. 의원님이?”


노파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맞아요! 여기 계신 목 의원님이 살렸어요! 살았네. 우리 엄니가 살았어! 만세!”


물복이 방방 뛰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나가시죠?”


윤찬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요! 의원님 정말 감사합니다요! 소문대로 명의 중의 명의십니다!”

“나가라고!”


인상을 쓰며 턱짓으로 방문을 가리키는 윤찬.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엄니, 의원님 말 잘 듣고 계시오! 목 의원님은 화타요 화타!”


겸연쩍은 표정의 물복. 이내 양손을 치켜올리며 신이나 밖으로 나갔다.


‘하아, 또 화타? 이젠 지겹다 지겨워!’


그렇게 심경부 감염에 걸린 환자를 말끔하게 살려내는 윤찬이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노파.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강력한 항생제가 있으면 좋겠다만, 어쩔 수 없지. 역시 이 없으면 잇몸으로.’


“박달아, 광에 가면 인동덩굴 꽃봉오리를 말린 것이 있을 것이야. 한, 세 움큼 정도 솥에 넣고 삶아서 국물을 내오거라.”


금은화라고도 불리는 인동덩굴 꽃봉오리.

하얀색과 노란색이 섞여 있으며, 처음에는 쓴맛이 나나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 단내가 스며드는 약초였다.

황제내경을 보면 인동덩굴 꽃봉오리를 두고, 정기존내, 사불가간이라고 일컬었다.


즉, 우리 몸속에 정기가 맑으면 아무리 해약한 사기라도 결코 침입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금은화는 천연 항생제 중에서도 가장 그 효능이 좋은 약초였다.


윤찬은 금은화로 항생제를 대신할 생각이었다.


“네! 인동덩굴이라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요!”

“오냐. 얼른 가져오거라.”


곧이어.

박달이 인동덩굴 꽃봉오리 달인 물을 가져왔고.


꿀꺽꿀꺽-

윤찬이 조심스럽게 노파를 일으켜 세워, 달인 물을 마시게 했다.


“아드님한테 몇 바가지 싸드릴 테니, 앞으로 이레 동안 꾸준히 음용하시오. 그러면 좋아질게요.”


윤찬이 노파를 자리에 누였다.


“아, 알았습니다요.”

“그리고 목 안이 많이 상하셨으니, 당분간 거친 음식은 드시지 마시고, 미음을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생선이나 육류는 절대 드시면 안 되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백발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노파.


“아무튼, 큰 고비는 넘기었소.”

“백골난망이옵니다.”

“괜찮소. 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의원님······.”


그렇게 윤찬이 의구를 정리하자, 노파가 힘없는 목소리를 그를 불렀다.


“말씀하시오.”

“이 못난 늙은이를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요.”

“아니오. 이렇게 정신을 차렸으니, 그것으로 족하오.”

“아닙니다요. 인두겁을 쓰고 어찌 은혜를 외면한단 말입니까. 제가 가진 것은 없사오나, 이거라도······.”


노파가 주섬주섬 옷 안쪽에서 꺼낸 물건은 귀걸이였다.


화려한 문양의 금귀걸이.

한가운데 둥그런 구체가 있고 상부엔 고리, 하부엔 연결체가 있어 가느다란 봉으로 구체를 연결하고 있었다.

정교한 세공이 돋보이는 것이 얼핏 보기에도 명문가의 귀족들이나 찰 수 있겠다 싶게 고급져 보였다.


‘와! 이거 경매에 내놓으면 부르는 게 값이겠는데? 만약 2024년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것이 무엇이오?”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라오. 가진 것이 없어 이것으로 대신할까 하는데, 받아주시겠소?”

“너무 과분합니다. 난 받을 수 없을 것 같으이.”


혓바닥으로 입술을 훑어내리는 윤찬. 거절하기엔 아쉬운 모양이었다.


“아니올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잠시나마 물복이 놈하고 같이 지낼 수 있게 해준 은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오. 이 늙은이의 소원이니 꼭 좀 받아주시오.”


노파가 귀걸이를 윤찬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도망을 가라면 노잣돈이 필요하긴 한데······. 이 정도면 당분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쩌지?’


쥐락펴락-

그렇게 윤찬이 아쉬운 듯, 노파가 준 귀걸이를 만지작거릴 즈음이었다.


웅성웅성-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쾅-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도.


“주군!”

“상도! 밖이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직감적으로 뭔가 일이 잘 못 돼가고 있다는 걸 감지한 윤찬. 그의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뭐라고? 사람들이? 이 밤에?”


깜짝 놀란 윤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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