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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생 님의 서재입니다.

의자왕의 주치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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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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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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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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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줄행랑 (2)

DUMMY

제 11 화 삼십육계 줄행랑 (2)


“대체 저,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게요?”


웅성거리는 장소로 황급히 이동한 병사들.

한 사람은 몽둥이를 들고 서 있고, 또 한 사람은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으며, 한 아이가 바닥에 우뚝 솟은 곳에서 주먹만 한 둥그런 것으로 돌팔매질을 하듯 팔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예닐곱쯤 되는 아이들은 넓게 퍼져 장갑 같은 것을 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장면에 병사들은 눈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지금 저자들이 뭘 하는 건가? 저 길쭉한 건 몽둥이 같고······. 저 아이가 들고 있는 둥그런 건 뭔고? 무슨 병사 훈련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한 듯, 눈매를 좁히는 병사.


“난들 아나? 가서 확인해보는 수밖에. 얼른 입 가리개부터 하세. 역질이라도 옮으면 큰일이야.”


천 쪼가리를 꺼내 입과 코를 싸매는 병사들.


“그나저나, 이 마을 사람들은 죄다 장님이라고 하지 않았나? 어째, 저 아이들은 멀쩡한 것 같으이?”

“자꾸 나한테 물어보지 말래두? 나도 모르니까. 가서 확인해보자는 거 아닌가?”

“알았네.”


***


잠시 후, 공터.

병사들이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멈춰라!”


쾅쾅-


병사 하나가 앞장서 들고 있던 창으로 바닥을 내리치자, 아이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그리고.


“뭣들 하는 겁니까? 지금 한창 중요한 순간인데!”


윤찬이 그들에게 달려갔다.

혹시나 역질에 감염될까 움찔거리는 병사들.


“하하! 바깥에서 오셨소? 걱정마시오. 역질 같은 건 옮지 않을 테니. 보시오. 내 눈이 멀었소? 아니잖소?”

“뉘, 뉘시오?”


윤찬의 눈이 멀쩡한 걸 확인한 병사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목의원이오. 상좌평 나으리가 보낸. 여기, 성충 어르신의 허가증이 있지 않소.”

“아이고, 당신이 목의원이시오?”


다들 허가증을 보고 나서야 윤찬을 알아본 듯했다.


“정말 눈은 괜찮은거요?


걱정과 놀라움을 담은 눈으로 묻는 병사들.


‘내가 이곳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었으니, 최종 확인을 하러 보낸 거겠지. 마을에 불을 질러 역질의 씨를 말리려면, 확인사살을 해야 하니까.’


“물론 멀쩡하오. 게다가 어디 나만 멀쩡하오? 저기 있는 아이들도 전부 멀쩡하다오?”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가리키는 윤찬.


“정말 저 아이들의 역질이 나았단 말이오?”


천진난만하게 자기들을 쳐다보는 아이들. 눈을 가리고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역질이 아니오. 그러니 역질이 나을 리도 없지 않겠소?”

“역질이 아니라고요?”

“그렇소. 이 마을에 돌았던 병은 역질이 아니라, 눈병이었소. 눈 벌레에 의한.”

“눈병? 허허,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요? 나라에서도 역질이라고 했거늘.”

“그래서 불이라도 놓으러 오셨소?”


윤찬이 날카롭게 병사를 응시했다.


“흠흠, 그, 그게 아니라, 아무튼 나라에서 정한 일이라 우리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오!”


노루가 제 방귀에 놀라듯, 얼굴을 붉히는 병사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소. 여기 역질에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요. 저기, 어르신들을 보시오! 저 편안한 모습이 어디 역질에 걸린 병자들의 모습이오? 눈이 먼 사람들이 어찌 장기를 둔단 말이오?”


윤찬이 나무 그늘 아래서 장기를 두는 노인들을 가리켰다.

흡사 태평성대와도 같은 모습들.

신선놀음하듯 여유롭게 장기놀음을 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


서로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병사들.

윤찬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싶은 표정이었다.


“당신들한테 자세히 설명할 순 없는 일이고, 내가 서찰을 써줄 테니, 지금 당장 상좌평 어르신과 의박사 왕유능타께 전해주시오. 난, 며칠 더 이곳에서 병자들의 회복을 도와야 할 것 같소. 더불어 자세한 건 병자들이 완전히 회복한 후에 돌아가서 설명하겠노라고도 전해주시오.”

“하아, 정말 역질이 다 나은 것이오?”

“어허, 역질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일렀거늘!”

“아, 알았소.”


자기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평온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

얼마 전, 역질이 돌아 난장판이 됐다는 마을의 모습으론 보이지 않았다.

윤찬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 무작정 마을 봉쇄하고 불을 지를 순 없지 않겠는가?


“아, 알았소. 그건 그렇고, 저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오?”

“아, 그게 궁금하였소?”

“뭐, 궁금하다기보단 그냥······.”

“야구를 하고 있었소.”

“야, 야구라고요?”


‘메이저리그 역사가 겨우 100년이라고 했던가? 이제 우리 야구는 역사가 1500년도 더 되게 생겼다고! 봐라! 이제 야구 종주국 타이틀은 대한민국이 가져온다!’


“그렇소. 들야(野) 공구(球)! 벌판에서 작은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요! 던지는 이가 받는 이에게 던지면 치는 이가 그사이를 노려 몽둥이로 치는 재밌는 놀이지요. 저기 첫 번째 집, 두 번째 집, 세 번째 집을 돌아서 안방으로 돌아오면 점수가 난다오. 그리고 점수를 가장 많이 내는 팀이 이기는 놀이지요.”

“허어, 거 참! 신기한 놀이를 다 보겠소? 근데, 팀? 그건 또 뭐요?”

“음, 우리 편 모둠 또는 우리 편 무리 정도가 좋겠구려. 우리 편 모둠은 공주 타이거즈라고 하오. 저쪽 상대 모둠은 부여 이글스고.”

“우리 편 모둠? 백제 타, 타이 머시기?”

“타이거즈라고 호랑이를 부르는 서역 말이오!”


일단 아무 말이나 던져보는 윤찬이었다.


“오호, 의원님은 서역에도 갔다 온 경험이 있소?”


병사가 신기한 듯 물었다.


“당연히 가봤지요. 그건 그렇고, 궁금하면 같이 야구 한 번 해보겠소? 사람이 부족해 팀당 일곱 명씩 야구를 하고 있었단 말이오. 하나, 둘, 셋, 넷······. 저기 병사들 넷만 추가하면 정식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소. 어떻소? 해보겠소?”

“음······. ”


망설이는 병사.


“이보시오. 불교에서는 구품정토라하여 이상세계인 정토를 논하지 않았소. 따라서 ‘아홉’이라고 하는 것은 온 세상 사람들의 성품을 뜻하니. ‘아홉’은 영험한 기운이 머무는 길을 상징한다오. 따라서 아홉 명이 한 모둠을 이뤄 겨루며, 아홉 회를 거듭하는 것이라오. 이렇게 아홉 회 동안, 서로 던지고 치는 이 야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라오.”


‘내가 생각해도 그럴싸하다!’


“오호라! 그런 깊은 뜻이 있었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그러면 저, 몽둥이로 둥근 공을 치면 되는 것 아니오??”


퉤퉤-

옆에 있던 병사 하나가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손바닥에 침을 뱉었다.


“큭큭큭, 바로 그거요. 일단 간단한 규칙을 알려 드릴 테니, 한 번 해보시겠소?”

“알았소! 까짓것 한 번 해봅시다! 여봐라. 너희들은 그쪽에서 대기하고, 상치, 영치, 변치는 나를 따르거라. 지금부터 야구를 해볼 참이니라!”


그렇게 병사들이 합세해 공산성에서 9대9, 정식 야구 게임이 역사상 최초로 열리게 되었다.


***


“목 의원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준 신의요! 공산성에 돌고 있는 끔찍한 역질을 단숨에 없애버렸다 하오!”

“내가 그럴 줄 알았소. 그렇지 않아도 목의원 덕택에 우리 애도 열병도 고쳤지 뭐요! 정말 목의원은 신의가 맞소!”

“옳소!”


윤찬이 마을 사람들의 역질을 기적처럼 고쳤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부여 저잣거리를 통해 퍼져나갔다.


성충의 집무실.


“허허허, 이보시오. 목의원! 자네 덕분에 우리 불쌍한 백성들이 살았소!”


그 누구보다 기뻐하는 성충.

그동안, 백성들 걱정에 곡기를 끊었던 탓에 해쓱한 모습이었다.


“아니옵니다. 소인은 그저 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옵니다.”

“아닐세. 자네가 아니었더라면, 애꿎은 불쌍한 백성들이 큰 곤욕을 치를 뻔했어! 그렇지 않소. 수의박사!”


성충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윤찬을 치하했다.


“흠흠, 그러하옵니다.”


반면에 편치만은 않은 얼굴의 왕유능타.

백제 최고의 전문의로 불리었던 그였으니, 어찌 코가 빠지지 않을 수 있으랴.


“송구하옵니다. 수의박사 어르신!”

“음, 자네의 공이 크다는 것이야, 재론할 여지가 있겠는가. 아주 장한 일을 해냈네. 그건 그렇고, 내가 자네한테 뭐하나만 물어도 되겠는가?”


백제 최고의 의원인 자신이 못한 일을 윤찬이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윤찬의 치료 비법을 알려 하는 왕유능타였다.


“하문하시옵소서.”

“필시, 공산성에 돈 역질은 공통된 성질이 있었어. 내가 왜 나라에 갔을 때도 비슷했던 역질의 성질 말일세. 그런데 어찌, 자네는 공산성의 그것이 역질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단 말인가?”


‘맞지. 공산성에선 인플루엔자랑 마이코플라즈마 페렴이 같이 유행하고 있었으니까. 안충에, 일반적인 역질에 나타나는 증세가 동반된 거야. 우연히!’


“우연의 일치이옵니다.”

“우연의 일치? 조금 더 소상히 설명해 보게.”

“공산성에 열병이 퍼질 때, 눈 벌레도 옮았던 겁니다. 즉 열병의 증세와 눈 벌레 감염의 증세가 겹친 것이지요. 이에 눈 벌레 감염이 열병에 숨어버린 꼴이 되었고요. 소인도 처음엔 역질로 판단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찌 역질이 아닌 것을 알았느냐?”

“아수포린에 그 해답이 있었습니다.”

“아수포린이라면 우리 아이가 마셨던 버드나무 달인 물이 아니더냐?”


성충이 지난날을 떠올렸다.


“맞사옵니다.”

“그런데?”


왕유능타가 관심을 보이며 눈매를 좁혔다.


“병자들에게 아수포린을 마시게 했더니, 눈이 먼 것을 제외하곤 병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오호라, 그러면 눈이 먼 것과 역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는 거냐?”


마침내 왕유능타가 감탄사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하옵니다. 필시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마을 우물을 면밀히 조사해 보니, 그곳에 눈 벌레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사옵니다.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이 눈 벌레에 감염되고, 같이 밥을 먹거나 같은 물을 쓴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눈 벌레에 옮아, 마치 역질처럼 보였던 것이옵니다!”

“허허, 신통방통하구나. 그런 생각을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


놀란 듯, 감탄사를 연발하는 왕유능타.


“맞소! 진짜 목 의원은 하늘이 내려준 천의가 틀림 없는 것 같소.”


성충이 거들었다.


“아니옵니다. 단지 제가 운이 좋았을 따름이옵니다. 의박사의 경험 많은 의원들도 조금만 말미를 더 주었다면 눈 벌레의 존재를 파악했을 것이옵니다!”

“아니다! 아무리 겸손이 미덕이라지만 그럴 필요 없느니라. 내가 백제 땅은 물론이거니와 왜국, 당나라에까지 가보았으나, 자네 같은 의원은 처음 보느니라.”


‘당연히 처음 보지. 당신은 의원이고 난 닥터니까!’


“감읍하옵니다. 수의박사 어르신!”


윤찬이 더욱더 머리를 조아렸다.


“얼굴을 들라. 자네가 큰 공을 세웠으니, 내가 자네와 한 약조를 지켜야겠지?”


성충이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근이지. 이제 백제 최고의 대장장이를 갖게 되는구나! 거기에 무제한 통행 자유권까지!’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윤찬.


“약속했던 백제 최고의 대장장이, 야루타를 자네에게 주겠네.”


‘아싸!’


“감읍하옵니다!”


“그리고 백제 땅 어디든 자유롭게 기거할 수 있는 특권도 주겠네.”


‘됐어! 이제부터 백제의 모든 병자가 나의 로열 커스터머야!’


“감읍하옵니다!”

“그리 좋더냐?”

“그러하옵니다! 상좌평 어르신!”

“하나 더 있느니라.”

“네? 하나 더, 말이옵니까?”


윤찬이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더 줄 건 없는데? 영 아쉬우면 말을 몇 필 더 주던가? 아무래도 기동성이 필요하니까.’


“그렇다. 이제는 더 사양하지 말고, 의박사에 들어와 아픈 병자들을 위해 의술을 갈고 닦거라. 이미 어라하(의자왕)의 윤허를 받아 놨느리라.”


“네?? 뭐라굽쇼?”


성충의 뜻밖의 제안에 갈 길을 잃은 윤찬의 눈동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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