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학교외곽
“멋대로 시작했군... 쟌다르크 녀석....”
한숨을 쉬며 푸념을 늘어놓는 하늘색머리의 중년. 그는 이슈타르와 영혼이 싸움을 하는 현세의 감독역할로 파견된 천사 중 한명인 엔릴이었다.
그는 현재 용현 고등학교 운동장과 담벼락을 경계로 바로 맞대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서서 학교 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대기중이었던 그는 어렴풋이 그의 파트너의 실력행사를 감지한 그는 그것이 그녀의 장기인 이세계, 이공간으로의 도약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채비를 하고 이 장소까지 온 것이다.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야... 없겠지. 지금쯤 평행세계의 과거에서 전투를 끝내고 온 녀석들이 저 안에 있을테니.”
한 숨을 내 쉰 그는 이내 그 시선을 옮겼다.
“숨어서 기웃거리는 짓은 별로 달갑지 않은데말이야. 나와라. 악령 나부랭이.”
무건조한 말투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쏘아붙이는 그 목소리에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짙은 파란색 트럭 뒤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과연 신(新)천사장 후보. 이렇게 쉽게 간파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힘들게 마력차단까지 해뒀는데-”
불평을 늘어놓으며 나온 자. 그는 흰색가운 차림의 금발 남성. 마르코였다. 얼굴에 익살스럽게까지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나온 그는 엔릴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렇게 예의 차릴 사이는 아닐텐데?”
“오- 이런 그렇게 삐딱하게 나오실 줄이야.... 너무 예상대로라 소름 돋는걸?”
그 특유의 존댓말 반말 섞인 말투를 구사하며 난처해하는 마르코. 그런 그 행위를 엔릴은 도발행위로 간주했다.
“악령. 조금은 심판에 대한 예의를 보여줬으면 좋겠군. 그것도 아니면 내가 악마측 하급 악령 따위에게 예절지도를 위해 손을 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테니.”
“아, 이거이거 실례! 원래 말투가 이런지라 말입니다. 반성한다고? 그러니 사과의 의미로 한 가지 제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꿍꿍이냐 대체.”
언짢은 표정으로 되묻는 엔릴. 그런 그에게 잔잔하게 입술을 일그러트려 웃음을 지어 보인 채 마르코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신을 죽일 생각 없으십니까?”
-intro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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