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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의 갈림길

이스나드빌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퓨전

아르벤
작품등록일 :
2012.09.16 10:21
최근연재일 :
2014.01.05 23:12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104,369
추천수 :
220
글자수 :
631,515

작성
12.02.19 15:17
조회
537
추천
5
글자
20쪽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1) -64-

DUMMY

"아, 선생님. 저 유진이입니다."

<b>-어머, 그래. 잘 지내니?</b>

"네, 뭐… 그럭저럭 살지요. 아하하."

<b>-그건 그렇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니?</b>

현재 시간 새벽 4시.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른 시간임에는 확실했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이 시간까지 오디션 신청을 해야하니 어쩔수 없었다.

"오디션 신청을 좀 해도 될까 해서요."

<b>-너 축제때 나오게?</b>

"네, 뭐……."

<b>-너 혼자?</b>

"아뇨. 영인이랑 제 친구 하나랑 같이요."

<b>-그래? 순서는 내가 알아서 넣는다? 뒷쪽으로 해둘게.</b>

응? 잠깐, 선생님. 오디션 본다는데 갑자기 왠 공연 순서 타령입니까?

나는 말속에 물음표를 가득 실은채로 수화기 너머의 음악 선생님께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음악 선생님의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b>-너잖아.</b>

"…네?"

<b>-너 작년에 반응 알지? 그거면 돼. 오디션 필요없어. 네 친구도 마찬가지고.</b>

"……."

이, 이런걸 부전승이라고 해야하나? 오디션 없이 바로 패스라니, 무슨 하이 패스도 아니고. 근데 이런 특혜를 받으려니 재학생들한테 좀 미안해지네.

<b>-그럼, 좀 있다 보자!</b>

"네, 네……."

나는 수화기를 내려두고 나갈 채비를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미리 리허설도 해보고 싶었기에 빨리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소라네 동아리에선 부스를 설치한다고 했던가?"

<b>-네, 그렇습니다. 요리 동아리인 만큼 각종 음식들을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b>

"그럼 내 공연 전까지는 소라를 도와줘야겠군."

나는 기타 가방을 메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연습할 곡이 담긴 악보도 오른손에 챙겨들었다. 물론 밤새 연습하면서 악보를 다 외우긴 했지만, 혹시 잘못 외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챙기는 것이었다.

"후릅. 으앗, 뜨거라. 후우……. 컴퓨터, 나 갈테니까 보안 모드 켜놔."

<b>-알겠습니다.</b>

커피를 후닥닥 마시고서 집을 나선 나는 주차장에서 내 바이크를 꺼냈다. 바이크의 트렁크에 악보를 실은 뒤 바이크를 타고 한적한 도로를 달려 소라네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새벽부터 고생하십니다!"

"어? 김유진 선배님이다!"

"꺄아!"

나를 알아본 여학생 몇명이 소리를 질렀지만 선생님에 의해서 곧 제지되었다. 여학생들의 샤우팅을 캔슬시킨 선생님께서는 나를 보며 미소를 띄우셨다. 오오, 머리위에 빛나는 저 만렙 글자여.

"얘기는 들었다. 연습하러 왔냐?"

"네. 음악실 비었죠?"

"글쎄다. 내 음악실은 비었는데 박 선생 음악실은 모르겠다. 네가 직접 부탁했으니 비었지 않을까? 물어봐 줘?"

"그거라도 됐어요. 음악실 좀 쓸게요."

"오냐. 앰프는 꽂지 말고 해라. 유출되면 시끄러우니."

나는 선생님께 음악실 열쇠를 받아들고 꾸벅 인사를 했다. 이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의 음악실은 방음처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소리를 크게하고 연습하지는 못하겠지만, 이거라도 어딘가. 연습 못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이크의 트렁크에서 악보를 꺼내들고 바이크를 주차시켰다. 대강당의 위층에 있는 음악실을 눈으로 흘깃거리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분주히 뛰어다니는 여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학생들을 애써 무시하며 음악실에 들어선 내 코를 먼지가 강타했다. 크, 청소좀 하지.

"엣취! …일단 환기부터 시켜야겠다."

드르륵.

기타를 바닥에 내려놓고 10분 정도 환기를 시키며 음악실을 대충이나마 청소했다. 청소를 끝내고서는 악보를 다시 살폈다. 이번에 부를 노래들 중 하나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작사·작곡 김유진인지라 악보를 꼼꼼히 체크해야 했다.

"윽, 이 가사는 왜이리 오글거려. 바꿔야겠다."

지금와서 살펴보니 내가 생각해도 오글거리는 가사가 한가득이었다. 그것들을 몽땅 수정하고서는 창문을 닫고 기타를 꺼냈다.

"오랜만이다, 기타."

집에서 연습할때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녹음된 것을 사용했으니 이 기타를 다시 꺼내는 것은 근 1년만이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고, 흰색의 판으로 덧대어진 전형적인 일렉 기타. 지난번 소라에게 고백할때는 기타를 렌트하여 사용했으니, 이 기타를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띠리딩.

피크를 쥐고 현을 튕겨보았다. 1년간 관리를 전혀 안했음에도 변함없는 소리였다. 모든 코드의 소리가 예전과 같았다. 음, 역시 과학의 힘이란 대단해.

<b>-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My fair lady.</b>

"아, 소라야?"

한 두시간 쯤을 연습하고 있는데 소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으로 건 것이 아니라서 내 지정 컬러링이 울리진 않았지만, 소라네 집 전화 번호쯤은 이미 외우고 있었다. 전화기 속의 소라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말했다.

<b>-오빠아… 어디야아……?</b>

"나? 너네 학교. 이제 일어난거야?"

<b>-우응…….</b>

"알았어. 지금 데리러 갈게. 준비하고 있어."

<b>-으응… 헤헤……. 빨리와아……?</b>

"풋, 알았어, 알았어. 끊어."

나는 피식거리며 핸드폰의 플립을 닫았다. 그러고서 흩트려놓은 악보를 정리한 뒤 기타를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이제 가냐?"

"네. 소라 데리러요. 열쇠는 제가 잠깐 가지고 있어도 되죠?"

"그래. 나중에 보자."

나는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이크에 올라탔다. 시동을 건 다음, 출근 시간대라 붐비기 시작하는 큰 도로 대신 골목길을 이용하여 소라네 집을 향해 달렸다.

딩동―.

철컥!

"아, 오빠! 빨리 왔네?"

"응, 뭐… 그렇지. 하핫."

문을 열고 나온 소라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릿결과 피부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한 손으로는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고, 다른 손으로 문을 열어준 소라는 들어오라고 말하고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밥은 먹었어?"

"으으응. 아직 안 먹었어. 조금전에 씻고 나왔으니까. 오빠는?"

"나도 아직인데… 뭐 먹고 싶은거 있어?"

나는 소파에 재킷을 벗어 올려두며 물었다. 소라는 자신의 방에서 '딱히―.'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방 밖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다.

"혹시 아침 해줄거야?"

"그러려고 했는데…, 싫어?"

"네버!"

소라는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서 다시 방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 모습에 피식하고 웃은 나는 그녀에게 화장실을 쓰겠노라고 알리고서 손을 씻었다.

'재료는… 충분하네. 오늘 부스에서 요리 판매하는 것 때문인가?'

손을 씻고 나와서 냉장고에서 양배추와 상추, 새싹 야채, 깻잎 등등의 야채들과 생식용 두부 한 모를 꺼내었다. 그리고 각종 조미료들도. 아침을 많이 먹지 않는데다가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하는 소라를 위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두부 야채 샐러드를 할 생각이었다.

"와아, 맛있는 냄새!"

10분 정도를 투자해 요리를 끝내자 마침 소라가 교복을 입고서 나왔다. 그녀는 젓가락을 집어들고서 양배추와 두부를 같이 입에 넣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우와, 전혀 안어울릴것 같으면서도 맛있어. 어떻게 한거야?"

"그냥 이것 저것……."

"그냥이 아니잖아, 그냥이. 치, 나보다 요리 더 잘하잖아. 저번에 레스토랑 때부터 알아봤어."

"……."

소라는 투덜거리면서도 젓가락을 끊임없이 움직였다. 쉴새 없이 젓가락을 놀리는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며 컵에 두유를 따라서 그녀 앞에 놓았다.

"천천히 먹어. 체 하겠다."

"피, 과일이랑 야채 먹는데 체는 무슨. 근데 이 소스 뭐야? 두유랑 같이 먹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아, 그거? 소이 소스."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우물거리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묶지 않아서 허리께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긴 생머리가 그녀의 고개를 따라서 같이 찰랑거렸다.

"우리 집에 그런 소스가 있었던가? 근데 그건 간장으로 만드는 소스 아냐?"

"맞아. 그게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든거야. 일반적인 소이 소스랑은 조금 다른, 내 특제 소스지."

"……."

그녀는 먹는 것도 잊은채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나는 '왜? 문제있어?'라는 의미를 담은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 대했다.

"에휴, 오빠는 진짜 먼치킨이야."

"……?"

엥? 내가? 어딜 봐서?"

내 표정을 본 소라는 '내가 말을 말아야지, 으이구.'라고 중얼거리고서는 다시 먹는 것에 집중했다. …도대체 내 어디가 먼치킨같다는 거지?

"참, 너네 동아리에서는 부스 설치해서 음식 판매할거지?"

"응, 그게 왜?"

"괜찮으면 도와줄까 해서."

소라는 내 말을 듣더니 식기를 내려놓고 자기의 오른손으로 내 오른손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얼굴 사이로 붙잡은 손을 올리더니 진지한 눈빛을 했다.

"잘 해봅시다, 오라버니!"

"푸훗, 알겠습니다, 동생이여!"

"…히히."

"…킥킥."

"아하하하!"

"푸하핫!"

우리는 서로 붙잡은 손을 바라보며 말하다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박장대소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 소라가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아학, 아하… 근데 지금이 몇 시지?"

"큭큭큭… 지, 지금? 이, 일곱시 이십 부……."

"꺅! 늦었다!"

후다닥!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 소라는 허겁지겁 샐러드를 마저 먹고서 어디선가 큰 가방을 끌고왔다. 책 가방이라기 보다는 여행 가방 같아 보이는 가방이었다.

"그건 뭐하게?"

"요리 재료 담을거야. 오빠, 나 머리 묶어야 되니까 여기에 냉장고에 있는 것좀 다 담아줘."

"…다?"

"응, 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두고 간 가방은 길이만 해도 내 키의 반이나 되었고, 폭은 소라 두 명이 나란히 서도 될 만큼이나 되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위대한 과학의 힘에 의해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휴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모두 가방에 옮겨 담았다. 이 가방이 저래보여도 냉장기능까지 갖추고 있어서 음식 재료가 상할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오빠! 다 챙겼으면 가자!"

"으응! 알았어, 금방 갈게!"

소라는 머리를 뒤로 묶는 한 갈래 머리로 하고서 어느새 양치까지 끝낸뒤에 구두를 신으며 소리쳤다. 나는 후다닥 냉장고의 재료들을 쓸어담고서 가방을 끌고 신발을 신었다.

우리는 집을 나오자 마자 달려서 가방을 바이크의 트렁크에 실었다. 솔직히 말해서 실었다기 보다는 바이크의 운반 장치를 켜서 그 위에 둥둥 띄워놓은 것에 불과했다.

바이크의 뒷자석에 소라를 태우고서 학교로 바이크를 급하게 모는 동안 소라에게 요리의 주제를 물었다. 헬멧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을 까먹어서 소라의 목소리가 모기만큼 밖에 안들려 알아듣는데 쬐끔 고생했다.

"요리는 뭘로 할거야?"

"볶음밥으로 하려고. 만들기도 쉽고."

"그래? 알았어."

학교에는 벌써부터 아이들이 북적거리고 있었기에 나는 가발과 선글라스를 썼다. 단지 검은색 머리칼로 바꾸고 얼굴의 반 정도를 가릴 수 있는 큰 선글라스를 썼을 뿐인데, 아이들은 날 알아보지 못했다.

"소라야!"

"미연아! 은주야!"

소라는 운동장 한 켠의 부스에서 한 여자 아이가 부르자 그쪽으로 달려갔다. 대략 상황을 보니 요리 동아리의 친구들인듯 했다. 그런데 인원이 소라를 포함해 3명 밖에 없었다. …설마, 부원이 저게 전부야? 여기 여학교 맞아? …하긴, 인원이 3명밖에 없으니 교실을 부스로 못쓰고 운동장에서 하는 거겠지만…….

"이 분은 누구야?"

"에헤헤, 아는 오빠야. 오늘 우리 동아리 도와주러 왔어."

"반갑다. 김유… 혁이라고 해."

큼, 거짓말을 잘 못해서 그런지 본명을 댈 뻔했어. 아, 그런데 뭔가 어색한 이름인데… 들키진 않으려나?

"안녕하세요. 저는 소라랑 같은 동아리의 부원인 정미연이에요. 잘 부탁 드릴게요."

"저는 최은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려요. 근데… 김유진 선배님 닮은것 같다. 이름도 비슷하고."

"……."

아, 진짜 위험할지도.

* * *

우리들은 8시 부터 본격적으로 볶음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이 그릇에 담아서 파는 볶음밥의 가격은 단 돈 2000원! 지금 바로 전화하세… 가 아니라.

아무튼 부장인 소라와 내가 밥을 볶는 역할이었고, 정미연이라는 아니는 주문 접수와 계산, 최은주라는 아이는 재료 다듬기와 취사를 담당했다.

"와아!"

"저 남자좀 봐. 전문 요리사인가?"

"멋지다―!"

"……."

…대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저 찬사의 대부분은 나를 향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해본 볶음밥이라곤 레스토랑에서 처럼 빠르게 볶아내는 것 말고는 해 본적이 없다. 때문에 우리집에서 중화요리에서 쓰는 팬과 렌지를 가져와 쓰고 있었다. 덕분에 팬에서 불길이 확확 올라오는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익."

"……."

소라? 소라는… 그냥 프라이팬에서 평범하게 볶는 중이다. 그 때문인지 입술이 댓발이나 튀어나와서는 나무 주걱을 휘휘 젓고 있었다.

화르륵!

"와아!"

"꺄아!"

치지직…….

"……."

아, 왠지 소라에게 미안해지네. 학생들도 소라 것 보다는 내 것을 받았을 때 표정이 더 밝은 것 같고 말이야. 근데 왜 그러는거지?

"와, 이 밥알에 윤기좀 봐봐."

"근데 전혀 느끼하지 않아. 맛있어!"

그, 그런 이유였나. 그럼 소라의 볶음밥은 어째서 회피하는 거지? 내가 먹어봐도 맛은 별로 이상 없었는데…….

"흐응… 맛은 차이 없는데……."

"역시… 생긴게 좀… 그렇지……?"

"……."

아하, 그러니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그 말? 참나, 맛만 있으면 돼…….

"아냐, 맛도 이게 더 좋아. 향이 그대로 살아있잖아."

"맞아, 맞아. 이게 더 맛있어."

"……."

에이이! 이것들아! 그걸 말하면 어떡하냐! 저거 봐, 소라가 그 말 듣고 울려고 하… 엥? 우, 울어?

"소, 소라야?"

"…말 시키지 마."

…망했다. 정말 드문 일이지만, 소라가 이렇게 화가 나는 날에는 내 일진이 안좋단 말이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겉으로도 한숨을 한 움큼 내뱉었다. 그리고 애먼 볶음밥을 괴롭히는 소라의 팬을 빼앗아서 내용물을 내 팬에다 부었다.

"아앗!"

"서, 섞어버렸다!"

"왜 저런짓을……."

왜 그러냐고? 네 눈에는 소라가 어떤 상태인지 안보이나 보지? 그래, 어차피 남남인거 상관 없겠지. 하지만 난 상관있단 말이다!

"이제 됐지?"

"…왜 그랬어?"

"그냥."

"…내가 못살아, 진짜. 그 맛있는걸 망쳐놓고 웃음이 나와?"

"응."

나는 소라의 계속되는 질책에도 싱글싱글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는 첫째, 소라의 입술이 다시 원상복귀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는.

"오빠는 진짜 못말려, 정말. 헤헤."

"……."

싱긋.

소라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아무리 나쁜일이 있더라도 소라의 웃음만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이유? 이유는 모른다.

"……."

그녀는 알까? 매일같이 기다려지고, 걱정되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항상 웃게 해주고픈 사람이 자기라는걸.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자꾸 자꾸 자기 생각이 나는지. 알까? 깊어가는 내 마음을? 이런게… 사랑일까?

* * *

"요오, 유진씌?"

"…이런데서 뭐하고 있나."

"아하하, 보시다시피."

점심때 쯤이 되자 조금 한가로워지면서 쉴 시간이 생겨 잠시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런데 그 사이 영인이와 대현이가 찾아왔다. 소라를 비롯한 동아리 애들이 동이난 재료를 가지러 내 바이크의 트렁크로 간 사이라 큰 파장이 없는게 다행이었다.

"그보다, 너희들 연습은 다 했어?"

"냐하하, 오랜만이라서 익숙하진 않지만. 게다가 내 전공이 아니라 꽤 애먹었지?"

"흠, MR들으면서 연습해서 악보는 일단 다 외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스에서 나와서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소라들을 기다렸다. 한 10분쯤 기다리자, 저 멀리에 소라들의 모습이 보였다.

"야, 너 이거 써."

"앵? 내가 왜? 아 유 크레이지?"

"…잔말 말고 써, 새끼야."

나는 영인이 녀석에게 여분의 선글라스를 건네주고 소라에게로 가서 짐을 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영인이에게 선글라스를 건네준 이유는, 저 녀석도 작년에 나랑 같이 공연했기 때문에 얼굴이 알려져서 소란이 생길 위험이 있었다.

"어라? 혹시 유혁 선배님 친구분들이세요?"

"푸흑! 뭐, 뭐?"

"…유… 뭐라고 했나."

영인이와 대현이는 은주가 던진 질문에 심히 당황하는―솔직히 말해, 그냥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나는 이빨을 빠득 갈며 둘에게 어깨동무를 한 뒤 자연스러운 헤드락을 시전했다.

"응, 내 친구야. 이쪽은 이영현, 그리고 여기 침침한 애는 이대인."

"켁, 켁! 잠, 잠시만!"

"쿠, 쿨럭."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고, 은주와 미연, 그리고 소라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둘에게 계속 헤드락을 건 채로 소라와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너희들도 축제 잘 즐겨라."

"아, 네."

"감사했습니다."

"으응. 잘 가, 오빠."

나는 애들의 인사를 손 인사로 답해준 다음 둘을 끌고서 음악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때서야 둘의 헤드락을 풀어주었는데, 얼굴이 노랗게 질려있었다.

"케헥! 켁! 아이고, 죽는줄 알았네. 뭐야, 그 센서티브 하지 않은 이름은!"

"…좀 심했지 않나."

둘은 내게 억울하다는 투로 말했다. 물론 영인이 쪽은 그 포인트가 다른 듯 했지만.

"사정이 있고, 너희를 위해서 한 일이다. 신경꺼, 짜샤."

"퉷, 흥이다. 전혀 상큼하지 못한 변명이잖아."

"나는 상관없다. 사정이 있었다면 이해하도록 하지."

"뭐? 이대현 이 자식, 배신을 때리다니!"

"배신이 아니라 효율이다. 그런 시시껄렁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무엇보다 난 어른이다."

"……."

나이스, 대현! 엄청난 다크포스로 영인이를 침묵하게 만들었구나. 장하다! 무엇보다 저 얼굴에 떠올라있는 득의의 미소!

짝! 짝!

나는 박수를 두 번 치는 것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그리고 음악실 한 켠의 내 기타를 들고 오면서 둘에게 입을 열었다.

"자, 연습해야지."

"앰프는 안 꽂나?"

"여기 방음 처리가 안되어 있어서. 노 앰프로 갈거야."

"냐핫? 나는?"

"볼륨 줄여, 등신아."

영인이와 대현이는 한숨을 쉬면서 악기를 꺼냈다. 영인이의 것은 파란색의 신디사이저였고, 대현이의 것은 검은색의 베이스 기타였다.

"…기타 하면 안 돼?"

"기각."

"…흑."

이영인 저 녀석은 끝까지 투정을 부렸다. 저렇게 시끄러운 것을 감안해 들어는 주고 싶다만, 신디사이저를 다룰줄 아는 건 나와 영인이 밖에 없었다. 나는 보컬을 해야 되기 때문에 결국 가능한 패는 영인이 밖에 없는 셈.

"근데 드럼은 없이 하나?"

"어쩔 수 없잖아. MR로 대체해야지."

"그런가."

"라이브 용 이어폰도 꽂고 할거니까 크게 문제는 없을거야. 그럼, 첫 곡 부터 간다?"

나는 CD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음악실의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해야 했기에 볼륨은 작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
Monologue

개학 멘붕.
==============================================
'춥고… 배고프고…….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이대로 끝내서는 안돼!'
'어째서?'
'그야 당연히 춥고 배고프기 때문이지!'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6 마귀검지
    작성일
    12.02.19 23:55
    No. 1

    오오.. 잘 보고 갑니다. 자주 좀 찾아 오시와용ㅇㅅㅇ 히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초코파이
    작성일
    12.02.24 13:12
    No. 2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게임소설보다...잡다한 말이 많으시군요 ㅎ
    그래도 재밌게 보고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아르벤
    작성일
    12.02.26 11:42
    No. 3

    버럭=ㅁ=님.
    노력하겠습니다.ㅎㅅㅎ.
    초코파이ㅎ님.
    앗...죄송합니다 ㅎ;잡솔도 조금 줄이도록 할게요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김솔로
    작성일
    12.03.12 02:58
    No. 4

    오 이번엔 꽤나 신경을 쓰신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엔 그래요 네.
    오랜만에 보고 갑니다!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아르벤
    작성일
    12.03.31 15:43
    No. 5

    김솔로님.
    오랜만입니다ㅎ.요새 꽤 안보이시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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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몇 안되시는 이 글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께 사죄의 말 올립니다. +9 14.01.05 589 3 1쪽
91 휴재 공지입니다. 13.09.17 3,158 41 1쪽
90 Vol.21 심연의 시가전 (3) -79- 13.06.15 608 6 10쪽
89 Vol.21 심연의 시가전 (2) -78- +2 13.03.15 476 0 9쪽
88 Vol.21 심연의 시가전 (1) -77- 12.12.16 397 1 10쪽
87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5) -76- /Vol.20 fin/ 12.09.16 501 3 19쪽
86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4) -75- 12.08.26 511 0 13쪽
85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3) -74- 12.08.16 1,418 2 13쪽
84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2) -73- +2 12.07.15 787 1 17쪽
83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1) -72- 12.07.05 513 0 16쪽
82 Vol.19 Second, The Final (5) -71- /Vol.19 fin/ 12.06.24 493 2 19쪽
81 Vol.19 Second, The Final (4) -70- 12.06.20 486 1 20쪽
80 Vol.19 Second, The Final (3) -69- 12.06.14 428 1 12쪽
79 Vol.19 Second, The Final (2) -68- 12.06.13 636 1 16쪽
78 Vol.19 Second, The Final (1) -67- 12.06.09 915 47 13쪽
77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3) -66- /Vol.18 fin/ +3 12.06.06 632 3 21쪽
76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2) -65- +4 12.05.02 616 2 19쪽
»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1) -64- +5 12.02.19 538 5 20쪽
74 Vol.Extra 여자친구와 사는 방법 (2) /Vol.Extra fin/ *4권 End* +4 12.01.21 1,298 12 47쪽
73 Vol.Extra 여자친구와 사는 방법 (1) 11.11.12 569 3 20쪽
72 Vol.17 리린 탈환전 (4) -63- /Vol.17 fin/ +2 11.11.10 669 2 25쪽
71 Vol.17 리린 탈환전 (3) -62- +2 11.10.19 649 0 26쪽
70 Vol.17 리린 탈환전 (2) -61- +4 11.09.25 632 15 21쪽
69 Vol.17 리린 탈환전 (1) -60- 11.08.28 60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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