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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과 死의 갈림길

이스나드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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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벤
작품등록일 :
2012.09.16 10:21
최근연재일 :
2014.01.05 23:12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104,368
추천수 :
220
글자수 :
631,515

작성
11.11.12 14:21
조회
568
추천
3
글자
20쪽

Vol.Extra 여자친구와 사는 방법 (1)

DUMMY

"어때, 지낼만 해요?"

"…유진군의 영특함에 놀랐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놀라실 것 까지야. 몸조리 잘하십쇼. 그럼 이만."

나는 황종수를 마음껏 골려준 다음 교도소에서 나왔다. 아마 면회시간 내내 그 녀석의 머릿속엔 내 욕이 가득했을 것이다.

내가 황종수를 물 먹인 방법은 간단했다. 일전에 내가 말한 1억으로 황종수의 모든 비리를 닥닥 긁어모았던 것이다. 그런 다음 어떻게 했냐고? 당연히 재판에 넘겼지.

물론 그 녀석도 된통 당할 놈은 아니라서 꽤 엄청난 변호사를 데리고 왔었다. 그러나 이 황금 만능주의 세상에서는 1억으로 증거들을 반박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만드는데 공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말문이 막힌 변호사를 보던 녀석의 표정이 꽤나 볼만했지. 덕분에 재판도 최단시간에 끝났고.

띠리리링―.

"아, 장모… 아니, 아주머니. 왠일이세요?"

나는 워치폰의 버튼을 눌러 소라네 어머님께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속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약간 다급했다.

<b>-유진이니? 혹시 너 시간 있니?</b>

"시간요? 시간은 별로 없는데요……."

조금 있으면 아르바이트 하러 갈 시간이었다. 컴퓨터가 찾아준 아르바이트 목록 중 내가 고른건 레스토랑 서빙 아르바이트였는데, 지배인이 꽤나 깐깐해서 늦으면 그 날 일당은 없었다. 쳇.

<b>-저런, 이를 어쩌지? 오늘이 소라네 학교 수업 참관일이거든.</b>

"네? 그럼 아주머니께서 직접……."

<b>-그게… 내가 바깥 양반하고 해외로 나와버렸지 뭐니. 귀국 티켓이 5달 후라 지금 당장 갈 수도 없고…….</b>

"……."

아, 아니 잠깐만요. 어째서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지신 겁니까! 무엇보다, 소라는 왜 나한테 아무말도 안한건데!?

<b>-그래서 말인데… 오늘 유진이 네가 소라네 학교에 좀 가주면 안될까? 꼭 보상할게.</b>

"……."

아, 지배인님한테 된통 까이겠군.


흔히 대행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위험 대행, 애인 대행, 배달 대행, 설치 대행 등. 그렇지만 부모 대행이라는건 처음 들어본다고요!

"…하아."

나는 내 앞에 세워진 웅장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지배인에게 엄청난 쌍욕을 먹고 도착한 이 곳은 소라를 비롯한 아이들이 다니는 서울 여자 종합학교. 사실 내가 입학할 때 까지만 해도 서울 종합학교로 남녀 공학이었다. 그런데 내가 중등반 2학년이 되는 순간부터 여학교로 바뀌었다. …젠장, 이 학교를 다시 올 줄은 몰랐는데.

"어라? 유진이 아니냐?"

"…아하하."

나는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시는 수학 선생님께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여, 역시 쪽팔려. 이 놈의 빨간 머리만 아니었어도!

"어? 유진 오빠다!"

"어디? 꺄아악! 지, 진짜잖아!"

"선배님! 여기좀 봐주세요!"

설상가상으로, 창문 밖을 보던 여학생 하나가 소리치자 전교생이 창문으로 모여들며 나를 향해 괴성을 질렀다. …저거 분명이 고등반 애들 짓이다. 그것도 고등반 2학년들!

사실 소라가 조금 모범생 스타일인데다 나랑 가깝게 지낸 탓에 나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이게 현실이다. 내가 작년 축제만 아니었으면 이 정도까지 되는 일은 없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작년 축제 때, 졸업을 앞둔 영인이를 비롯한 나와 진우, 그리고 그 외의 멤버는 임시 밴드를 결성했다. 그리고 당시 고등반 1학년. 그러니까 지금의 고등반 2학년이 모여있는 무대로 가서 열심히 공연을 했다. 그래서 지금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우나는 중등반 2학년. 당시로써는 중등반 1학년. 리나… 그러니까 지혜는 당시 중등반 2학년이었으니 내 명성을 모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축제는 중등반과 고등반이 따로 하니까. 날짜가 다른 것이 아니라, 장소가 틀리다는 얘기다.

아무튼 나는 손을 흔들어 인파들에게 화답했다. 그러자 함성은 더욱 짙어졌지만, 수학 선생님의 얼굴엔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여긴 어쩐일이니?"

"참관 수업때문에요."

"…혹시 소라냐?"

"…아하하."

…역시나 짐작하신건가. 나는 짙어지는 함성 때문에 급히 학교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숨어들어가 가볍게 변장을 했다.

나는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검은색 머리칼의 가발과 모자를 눌러썼다. 혹시나해서 가져왔는데, 역시 쓰게 되는군.

난 화장실에서 나와 복도와 계단에 붙어있는 종이의 화살표를 따라서 시청각실로 갔다. 굳이 화살표를 보지 않아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이 나를 인도했지만. 근데 이 변장 너무 허술한거 아닌가? 왠지 들킬 것 같은…….

"어라? 혹시 너 유진이 아니니?"

"…제발 비밀로 해주십쇼."

"어머, 진짜구나. 또 가발이랑 모자니? 금방 알아보겠다, 얘. 호호."

아니나 다를까, 들어서자마자 입구 근처에 계시던 국어 선생님께 들켜버렸다. …역시 선생님들 한테는 통하지 않는구나.

"소라 때문에 온거지?"

"…네."

"안봐도 DVD야."

이건 뭐 그냥 아주 공식 커플로 소문이 났구만? 이럴거면 아예 교문에 플랜카드라도 걸어놓지? 유진과 소라는 사귄다고. 쳇.

"자, 여기 안내 팜플렛. 보면 알겠지만 4교시에는 강의를 듣고, 5교시부터 참관이야. 알지?"

"네."

알다마다. 적어도 재작년까지는 내가 교내 모든 행사의 진행요원이었으니까. 점심도 학교에서 급식 체험을 하니까, 오랜만에 학교 급식을 맛보겠네.

"참, 이번에도 진행요원은 중등반이에요?"

"응. 고등반 애들도 신청하기는 하던데, 부장 선생님이 허가를 안내주시네."

하긴, 걔네들은 대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테니까. 그러고보니 우나가 중등반이었지? 우나도 신청했으려나?

디리리리― 디리리리― 딩딩딩딩 딩― 딩, 딩딩딩딩 딩― 딩, 딩딩딩딩 딩― 딩, 딩딩딩―.

약 10초에 이르는 종이 울려퍼지면서 곧 복도가 시끌시끌해졌다. 여, 여학교라고 별반 다를게 없구나? 하하…….

"안녕하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련의 여학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름표의 형태와 색깔로 봐서는 중등반 2학년들이었다.

"올해는 2학년만 해요?"

"그렇게 됐어. 이상하게도 1학년에는 신청자가 없더라."

"아아……."

1학년에 신청자가 없기 때문인지 원래 1학년 10명, 2학년 10명인 것이 2학년만 20명이었다.

나는 뻘쭘하게 서있는 애들을 바라보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누구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 우나!'

머리카락 색깔이 달라서 잠깐 못 알아본 듯 했다. 게임에서와 달리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한갈래로 단정하게 묶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귀여운 이미지였다면, 현실에서는 청순한 느낌이랄까.

"……?"

우나 또한 내 모습을 보더니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끝내 알아보지는 못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 변장 때문인가?

춘추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 우나의 모습은 어디로 봐도 모범생이었다. 흰 블라우스에 붉은색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체크무늬 주름치마를 입은 뒤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모습은 누가 봐도 모범생이다. 마치 '내가 교복의 정석이다'라고 말하는 느낌. 블라우스에 박힌 초록색 사각 바탕에 흰 글씨로 '이우나'라고 쓰여있는 이름표 마저도 전혀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다.

"자,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급식실로 가셔서 4교시 동안에 점심시간을 가지 세요. 그리고 점심 시간에는 학부모님들을 안내해 드리면 됩니다. 아셨죠?"

"네에."

아이들은 대답을 하고서 어깨 띠를 하나씩 손에 든채 밖으로 나갔다. 나는 시청각실의 적당한 자리를 물색해 앉았다. 여기서 적당한 자리란, 자기 좋은 자리다. 4교시부터 시작되는 강의, 진짜 재미없다.

딩― 디딩― 딩디리딩디딩― 딩― 디리― 딩― 딩딩딩―.

다시한번 종이 울렸다. 하지만 시청각실의 자리에는 나를 포함해 16명만 앉아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강의 유경험자인 학부모님들은 오지 않으신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조금 늦게 와도 될 것을 일찍 온거니까.

"에… 안녕하십니까? 오늘 강의를 맡은 교장 김준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짝짝짝.

'…올해도 이 교장인가.'

나는 박수를 치며 생각했다. 내가 입학할 때 부임한 교장이니 올해까지 하고 다른 학교로 가겠군. 근데 이 교장 강의를 4년 동안 들어본 결과, 되게 재미없다. 항상 똑같은 패턴이다.

"우선 성적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에… 성적은……."

아아, 지금부터 수면시간이로구나. 오랜만의 낮잠이군.

나는 팜플렛을 보는척 하면서 단잠에 빠졌다. 이제 적어도 50분은 달콤한 수면시간이 되는 것이다. 피로를 좀 풀어야지.

…50분 후.

"…인 것입니다. 여기까지,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교장의 끝인사와 함께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항상 종치기 5초전에 마무리하는 센스. 변함이 없었다.

"쌤, 끝났어요."

"어, 어? 아, 응. 고맙다. 호호."

뭘요. 교장 선생님 강의 때마다 주무시는거 4년 동안 봐왔는데요. 이 정도는 척하면 척이죠.

나는 모자를 조금 더 깊게 눌러쓰며 급식실로 향했다.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밥하나 먹는데 이런 변장을 해야 한다니.

"학부모님들께서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대여섯명 정도의 학생들이 어깨띠를 맨 채 급식실의 통로를 열어놓았다. 이 통로 옆쪽에는 엄청난 수의 여학생들이 줄을 서서 우리들을 부러운 듯이 보고 있었다.

'오늘 점심 메뉴가…….'

할맥밥, 떡국, 비엔나 파스타볶음, 감자 버터구이, 배추김치. …뭐야, 이 식단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이런걸 먹인다고? 엄청난 열량이잖아!

'다음부터 소라한테는 도시락을 싸줄까? 근데 이렇게 먹어도 늘 날씬하다만…….'

여자들에게는 뭔가 몸매 유지 비결이라도 있는 듯 했다. 그래봐야 피나는 운동이겠지? 그게 아니고선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아.

학부모들은 교직원석 옆 테이블에서 자율배식을 할 수 있었다. 난 학부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부모 대행 중인지라 자율 배식을 하여 자리에 앉았다.

'음?'

밥을 먹고 있는데 문득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소라가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햐… 저 모습도 어쩌면 저리 예쁘냐.'

나는 밥을 먹는 것도 잊은 채 소라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가 소라와 눈이 마주칠뻔 하였지만, 불굴의 임기응변으로 그것까지는 피했다.

급식소 밖으로 나오자 여자애들이 몰려드는 학부모 차량을 주차장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대부분 위치상 두세명씩 붙어있었는데, 구석 쪽인 우나는 혼자였다.

나는 피식하고 미소를 지은 뒤 매점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았다. 그리고 손에 음료수를 든 채 살금살금 우나의 뒤로 갔다.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주차해 주세요!"

우나는 힘들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밝은 미소로 차들을 안내했다. 나는 모자와 가발을 벗은 뒤에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볼에 차가운 음료수 캔을 가져다 대었다.

"앗, 차가워. 누구… 아, 아르벤… 오빠?"

"안녕?"

그녀는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당황하면서도 반가운 눈치였다. 우나는 내 손에 들린 가발과 모자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아까 시청각실에서……."

"응. 어때, 감쪽 같지?"

"헤헤, 네. 모자 때문에 얼굴이 잘 안보인데다가 가발의 검은색 머리카락 때문에 긴가민가했어요."

나는 그녀와 대화를 좀 더 나누다가 음료수를 건네주고 가발과 모자를 쓴 채 주차장을 나왔다. 아직 5교시까지 시간이 있으니 학교를 좀 돌아볼 생각이었다.

'뭐… 변한건 없네.'

나는 학부모님들 무리에 섞여서 교내를 돌아보았다. 학부모님들은 학교 투어라도 오신줄 아시는지 한 곳도 빠짐없이 돌아다니고 계셨다.

'이크, 위험하다.'

저 멀리에 지혜의 모습이 보이자 난 급히 반대쪽으로 걸었다. 학부모님들과 떨어져서 주목을 좀 받겠지만, 저 분들 따라갔다간 지혜랑 마주칠 확률이 100%다. 차라리 피하는게 낫다.

"어? 거기, 아르벤!"

"응?"

"지혜가 방금 누구 부르지 않았어?"

"아르벤이라던데? 그게 누구야?"

"……."

젠장! 시력은 왜 저렇게 좋은건데!? 무엇보다, 변장은 어떻게 알아본거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묵묵히 복도를 걸었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오는 소리와 목소리 때문에 나도 덩달아 뛰어야 했다.

"아르벤! 맞지? 너 아르벤이지!"

"…사람 잘못보셨습니다!"

나는 여학생의 숲을 헤쳐나가며 발에 불이 나도록 뛰었다. 으아아, 엘리멘탈 부츠라도 있었으면!

'인챈트, 속!'

나는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인챈트 속'을 외치며 열나게 뛰었다.


"……."

점심시간을 지혜와의 달리기로 모두 써버린 나는 무기력하게 소라의 교실로 들어섰다. 되게 끈질기네, 거. 여자 맞아?

점심시간을 5분 남겨놓고 따돌렸지만 학교를 빙돌아서 교실로 오느라 그 5분마저도 날려버렸다. 오늘 운동 제대로 했다. 으으윽.

나는 교실로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가발과 모자를 벗었다. 수업 중에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 뒤에 있으면 나라도 기분이 나쁠테니까.

"앗, 유진 선배님이다!"

"꺄아아!"

어이, 얘들아 그러지마. 내 옆에 서 계시는 학부모님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잖니.

비명과 함께 나에게 달려들려던 여학생들의 행동은 때마침 5교시 선생님이 들어오시면서 중단되었다. 나이스 타이밍입니다, 과학 선생님!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반장인 듯한 여자애―소라―의 구호에 맞춰서 아이들은 일제히 인사를 했다. 소라는 차렷 뒤에 애들을 둘러보면서 나와 눈을 맞추고는 윙크를 보냈다. 아아, 귀여워.

"자, 오늘은 학부모님들과 소라의 남친인 유진 군이 와주었네? 모두 박수!"

"꺄아아아!"

"선배님 사랑해요!"

"오빠, 소라말고 저랑 결혼해요!"

"……."

잠깐, 잠깐. 어째서 이런 이벤트를 하시는 겁니까, 물리 선생님! 것보다, 거기 3분단 뒤에서 세번째, 너! 결혼이라니, 우린 아직 그런 계획 없거든!?

"그럼 수업시작하자. 오늘 복습하는 시간인거 알지? 태양계의 역학 단원 복습이다?"

"에이이! 쌤, 그건 안하기로 하셔 놓고!"

"싫어요! 어려워요!"

…이게 진정 여학생들의 실태인가. 물리 선생님은 웃으면서 이 광경을 보고 계시다가 교탁을 두드려 애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럼 유진군이 가르쳐 주는건?"

"꺄악!"

"좋아요!"

"……."

선생님은 '부탁하마, 유진아'라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며 앞으로 나갔고, 아이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럼… 뉴턴의 운동 법칙부터 시작할게."

나는 분필을 쥐면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왼손으로는 선생님이 준비하신 프린트 물을 들었고, 오른손으로는 칠판에 제 1법칙이라고 적었다.

"제 1법칙은 관성의 법칙이야. 관성의 법칙은 누구나 다 알지? 누가 말해볼래?"

"저요!"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손을 올렸다. 이 상황에 학부모님들은 웃음을 지으셨고, 선생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그럼… 소라."

"힘이 0일때 정지해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 운동하던 물체는 계속 등속 직선운동을 하려고 하는 법칙입니다."

"그래, 잘했어."

소라는 '오빠, 나 잘했어?'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앉았다. 나는 '그래, 네가 최고다'라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관성의 법칙은 누구나 아니까 예를 드는건 생략할게. 자, 다음은 제 2법칙. 가속도의 법칙이야. 누구 말해볼 사람?"

이번에도 전원 거수. 나는 대충 아무나 한 명을 지목했다.

"가속도 a는 물체의 질량 m분의 힘의 크기 f인 공식입니다."

"음… 틀리진 않았는데… 더 정확히 말해볼 사람?"

나는 이번에도 무작위로 한명을 지목했다. 외모로써 '나 이 반 1등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학생이었다.

"물체의 속도 변화는 외부에서 가한 힘에 비례하며,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입니다."

"네, 잘했어요. 그럼 다음은 제 3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야. 말해볼 사람?"

끊임없는 전원 거수 퍼레이드! 나는 소라의 짝을 지목했다.

"힘은 한쪽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같은 크기의 힘이 항상 서로에게 반대로 작용한다는 법칙이요!"

"그래, 맞았어. 예를 들자면 압축된 용수철이 양쪽으로 팽창 하는것, 발바닥으로 땅을 밀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 대포나 총을 발사하면 포신이 뒤쪽으로 밀리는 것이 있겠지?"

"네!"

"그럼 다음은 만유인력의 법칙이야. 소라, 말해보자."

나는 전원 거수 퍼레이드를 벌이는 대신에 내가 유일하게 아는 이름인 소라를 지목했다. 소라는 생글거리며 일어나 당차게 말했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태양과 행성 사이에도 만유인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법칙입니다."

"좋아, 앉아. 지구와 사과를 예로 들어볼까? 작용하는 힘인 F는 만유인력 상수인 G 곱하기 물체 사이의 거리 r의 제곱 분의 사과의 질량 m다시 곱하기 지구의 질량 m이야. 쉽게 말하자면, 만유인력은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알겠지?"

"네!"

"그리고 만유인력은 두 물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크게 작용한다는 것도 알아둬. 수능에 잘 나오니까."

"네!"

나는 이와 같은 짓을 40분 간이나 더 한 뒤에야 해방되었다. 으흐흐, 선생님 덕분에 엄청난 복습하고 갑니다. 으으.

나는 쉬는 시간 10분 동안은 교실을 탈출해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여학생들이 날 압사시킬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6교시는 수학이었다. 나는 뒤쪽에 얌전히 쭈그려있었고, 수학 선생님은 들어오시더니 인사를 끝내고 씨익 웃으셨다. 무, 무슨 꿍꿍이시지?

"얘들아, 로그 100 곱하기 탄젠트 60 빼기 코사인 45 계산 못하는 사람 혹시 있니?"

"아니요―."

으악! 안돼! 제발 그것만은! 으아악!

"모두들 알다시피 로그 100은 2, 탄젠트 60은 루트 3, 코사인 45는 2분의 루트 2지? 그래서 답은 2분의 4 루트 3 빼기 루트 2잖아?"

"네."

하지말라고! 으악, 제발!

"그런데 저기 뒤에 있는 유진 선배님은 이 문제를 틀린적이 있단다. 그것도 중간고사에서 다른건 다 맞고 이 문제만 틀렸지."

"꺄하하하!"

"그러니 모두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자, 수업 시작하마."

"……."

나는 귀까지 후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나는 엄청난 창피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것은 뒤돌아본 소라의 '헤에, 오빠도 틀리는 문제가 있네?'라는 시선과 학부모님들의 낮은 웃음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커졌다. …역시 마음에 안들어, 수학 선생.


나는 6교시를 마치는걸 알리는 종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교실을 뛰쳐나왔다. 젠장, 이거 완전 가시방석이구만. 나는 걸음을 빨리해서 복도를 걸었다. 지금부터 청소시간이라 애들이 우루루 몰려나올 것이었다.

"오빠!"

"아……?"

문득 뒤에서 소라의 목소리가 들려 뒤로 돌아보자 과연 소라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약간 침울해있는 표정이었다.

"미안해, 미리 말 못해서."

"됐어, 신경쓰지마. 어차피 한번 쯤은 와볼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풀이 죽어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생긋 웃었다. 소라는 잠시 우물쭈물 하더니 다시 말을 뱉었다.

"저… 그래서 말인데… 이번 기말 고사… 학부모 감독도… 신청 하셨거든. 헤헤."

"……."

아주머니, 꽤 장기 대행이었군요.


작가의말

==============================================
Monologue

지금부터 현실이야기!

P.S : 솔로군, 미안. 나 사실 도서관이었어 ㅇㅅㅇ.

P.S.2 : 본문의 급식 식단표는 실제 어제 저희 학교에 나온 중식입니다 ㅇㅅㅇ.
==============================================
'저기…….'
'네?'
'저랑… 사귀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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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Vol.21 심연의 시가전 (2) -78- +2 13.03.15 476 0 9쪽
88 Vol.21 심연의 시가전 (1) -77- 12.12.16 397 1 10쪽
87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5) -76- /Vol.20 fin/ 12.09.16 501 3 19쪽
86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4) -75- 12.08.26 511 0 13쪽
85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3) -74- 12.08.16 1,418 2 13쪽
84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2) -73- +2 12.07.15 787 1 17쪽
83 Vol.20 Act.3 - 내전의 징조 (1) -72- 12.07.05 513 0 16쪽
82 Vol.19 Second, The Final (5) -71- /Vol.19 fin/ 12.06.24 493 2 19쪽
81 Vol.19 Second, The Final (4) -70- 12.06.20 486 1 20쪽
80 Vol.19 Second, The Final (3) -69- 12.06.14 428 1 12쪽
79 Vol.19 Second, The Final (2) -68- 12.06.13 636 1 16쪽
78 Vol.19 Second, The Final (1) -67- 12.06.09 915 47 13쪽
77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3) -66- /Vol.18 fin/ +3 12.06.06 632 3 21쪽
76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2) -65- +4 12.05.02 616 2 19쪽
75 Vol.18 눈보라 속에서의 심상 (1) -64- +5 12.02.19 537 5 20쪽
74 Vol.Extra 여자친구와 사는 방법 (2) /Vol.Extra fin/ *4권 End* +4 12.01.21 1,298 12 47쪽
» Vol.Extra 여자친구와 사는 방법 (1) 11.11.12 569 3 20쪽
72 Vol.17 리린 탈환전 (4) -63- /Vol.17 fin/ +2 11.11.10 669 2 25쪽
71 Vol.17 리린 탈환전 (3) -62- +2 11.10.19 649 0 26쪽
70 Vol.17 리린 탈환전 (2) -61- +4 11.09.25 632 15 21쪽
69 Vol.17 리린 탈환전 (1) -60- 11.08.28 60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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