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擅 舞

무당괴공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김태현
작품등록일 :
2013.01.11 13:41
최근연재일 :
2014.09.23 14:2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435,492
추천수 :
1,593
글자수 :
27,602

작성
13.02.14 16:09
조회
31,901
추천
128
글자
7쪽

무당괴공 - 2장, 깨어있는 소년. (2)

DUMMY

*


청송관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적운비의 뒷모습이었다. 적운비는 창틀에 상체를 기대고, 창밖으로 보이는 무당파의 본산을 쳐다봤다.

“…….”

우르르 몰려들던 관도들은 일제히 멈춰 섰다.

당장이라도 등에서 날개가 솟아나 본산으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힌 것이다.

적운비가 소란스러움에 몸을 돌렸다.

관도들은 적운비의 얼굴을 보고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반짝이는 눈동자와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모두 고생했어.”

적운비가 빙긋 웃으며 한걸음 비켜섰다.

그 순간 관도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탁자 위에는 한 아름은 족히 될법한 육포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와아!”

위지혁은 탁자에 놓인 육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일견하기에도 열 꾸러미는 되어 보일만큼 풍족한 양이었다.

“서, 설마 이걸 다 가지고 온 거야?”

적운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하하하, 당연하지. 한 꾸러미 가지고 어디 배나 채우겠냐?”

위지혁은 미간을 찡그렸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자유를 위해서라며!’

한데 소대령이 찜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운비야, 그런데 너무 많이 가져온 거 아닐까?”

관도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나 보다. 입맛을 다셨을 때와는 달리 쉬이 접근하지 않았다.

“그래, 가뜩이나 우리 벌점도 많잖아. 이러다가 진짜 천룡학관에 시험도 못 볼 거야.”

소대령은 걱정스런 어투로 말했다.

“운비야. 넌 벌점이 너무 많아. 우리 중에서 네가 그래도 가장 가능성이 있는데…….”

하지만 적운비는 창틀에 걸터앉으며 웃었다.

“천룡학관은 나쁘지 않아. 기회가 되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야. 하지만 천룡학관의 입학이 우리 삶의 목표가 되면 너무 씁쓸하지 않냐?”

위지혁이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적운비는 히죽 웃으며 육포를 가리켰다.

“아니야. 배고프다! 먹자!”

하나 관도들은 육포를 향해 달려드는 대신 적운비를 불렀다.

“그게 무슨 얘기야? 듣고 싶다.”

적운비는 잠시 망설이다가 창틀에 걸터앉았다.

“모두가 천룡학관을 우상시하지만, 정작 입학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 어차피 인맥을 쌓기 위한 사조직에 불과하잖아. 물론 천룡맹은 그걸 의도했겠지만 말이야.”

평소에 생각지 않았던 부분의 설명이다.

“천룡학관이 아니더라도 꿈을 펼칠 수 있는 길은 많아. 오히려 천룡학관에 목을 매느라 자신의 적성을 찾지 못하고, 억지로 끌려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위지혁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지금도 태청, 상청, 옥청에서는 천룡학관에 들어가려고 환장을 한단다. 그런데 우리는 적성이나 찾고 있자고?”

적운비는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

“넌 만서고에 올라간 것도, 양곡전을 턴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뭐, 뭐라고?”

적운비는 빙긋 웃으며 육포 꾸러미를 풀렀다.

진한 육향과 함께 당장이라도 육즙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최상급 육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적운비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것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사실 육포를 직접 가져온 것은 적운비가 아닌가.

그렇기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관도들의 경계심을 상당부분 허술하게 만들었다.

관도들이 달려들려는 순간 적운비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만 한 가지만 명심해. 이 육포를 먹고 단순히 배를 채운다고 생각하지 마라. 앞으로 우리가 죽을 때까지 무당파의 양곡전을 터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현실에서 벗어나기를 꿈꿨던 오늘의 일탈 은 잊지 말자. 그게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단 하나다!”

소대령이 육포를 우물거리며 물었다.

“우리 괜찮은 거겠지?”

적운비의 얼굴에 다시 장난기가 드리워졌다. 그는 육포를 물어뜯으며 키득거렸다.

“안 될게 뭐있어. 예법과 전통은 나쁜 게 아니야. 단지 우리 나이에는 좀 어겨도 돼. 그게 바로 우리 나이의 특별함이라는 거다!”

적운비는 관도들을 향해 손짓했다.

“먹자!”

관도들은 그제야 입맛을 다시며 달려들었다.

“크하! 육포가 이런 맛이었나?”

“와아! 진짜 맛있다.”

한데 관도들이 식신처럼 육포를 향해 달려들 때 유일하게 넋을 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위지혁이다.

그는 적운비를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너…….’

자신이랑 동갑이거늘 좌중을 휘어잡는 화술과 상식을 파괴하는 깨우침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이건 단지 어른스럽거나, 똑똑하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마치 자신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 같았다.

그러고 보면 이미 진즉에 눈치 챘어야 했다.

적운비는 무당산에 처음 올랐을 때부터 거침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은 부지기수였고, 호기심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자신도 악동이라 불렸었지만, 적운비는 정말 거칠 것이 없는 것처럼 무당파를 뒤흔들었다.

염라대왕처럼 무서운 일대제자에게도, 하늘같은 장로들 앞에서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애초에 생각자체가 자신들과는 달랐던 것이다.

무당파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은 어린 제자들에게 태산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그것은 전통과 관례의 무게였고, 제자들을 수동적으로만 행동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적운비는 그것을 비틀어버렸다.

무당파를 존경하는 만큼 알아야 했고, 두려운 만큼 말해야 한다고 했다.

너희들도 나처럼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사실 적운비가 뜬금없이 양곡전을 털자고 했으면 아무도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근 일 년에 걸쳐 적운비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일으켰고, 그만큼 많은 벌을 받았다.

관도들도 조금씩 적운비를 따라 움직였다.

그 결과가 오늘이다.

해서는 안 되는 걸 알지만,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적운비가 못마땅하면서도 따라 나섰다.

그 과정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도 긴장되고, 두근거려서 몇날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즐거웠다.

한데 녀석이 육포를 미끼로 말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던 오늘의 일탈을 잊지 말자고 말이다.

위지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쇠망치가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 얘기인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탓에 호의호식하며 어려움 없이 살았다. 절박함이나 인내심은 자신과 상관이 없는 단어였다. 그냥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 되었던 삶이다.

그것은 무당파에 입문할 때까지 계속됐다.

어차피 본산의 정식제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친분도 쌓고, 수련도 하다가 속가제자로 하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정해준 여인과 혼인을 하고, 사업을 물려받고, 자식을 낳으면서 늙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되는 걸까?’

찝찝하다. 짜증도 난다.

왜 저 녀석한테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거지?

그 순간 위지혁과 적운비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만 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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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당괴공 - 1장, 무당의 반골(反骨). (3) +31 13.02.13 33,963 12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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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당괴공 - 1장, 무당의 반골(反骨). (1) +17 13.02.13 47,368 1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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