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擅 舞

전생무림생활백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김태현
작품등록일 :
2023.09.27 08:04
최근연재일 :
2023.10.29 09:04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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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608

작성
23.10.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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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 가짜 사부 구하기. (2)

DUMMY

6, 가짜 사부 구하기. (2)


‘지랄하고 자빠졌네.’

검과 갑은 만들어질 때부터 하나였다.

검이 명품이면 갑도 명품이어야 했다.

단순히 보관의 문제가 아니라 무기를 뽑는 행위 자체가 이미 공격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연습 좀 더 하고 오지.’

한데 구룡도 광조의 발도는 제대로 된 격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발도할 때의 소리로 봐서는 도갑도 어디서 싸구려를 주워온 듯했다.

하나 두 명의 복면인은 마치 사신을 만난 것처럼 두려움에 떨었다.

“하아. 삼 년 폐관을 끝내고 옛 인연을 찾으러 가는 길이거늘 강호는 여전히 악인으로 가득하구나.”

목소리와 발성은 좋았다.

마치 조금 전 주루에서 한껏 입담을 뽐내던 매담자가 저러했다. 그러고 보면 복면인 중 키가 큰 쪽의 말투가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귀엽네.’

백현은 저들의 연극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기꾼을 사부로 삼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상대는 돈을 벌고, 백현은 편히 수련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수백현을 떠난다면 백현의 무위가 급성장해도 의아하게 여기는 이가 없으리라.

하물며 구룡도 광조라면 최고의 사부였다.

‘아쉽지만 이설의 비수는 나중에 돌려줘야겠네.’

백현은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애처롭게 광조를 불렀다.

“구룡도! 광조. 아니 광 대협.”

광조는 백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아시는가?”

“사실 강호의 일을 잘 몰라요. 그런데 조금 전 매담자의 이야기를 들었죠. 이렇게 구룡도를 만난 것도 삼생의 인연이 아닐까 싶네요.”

매담자는 백현이 힐끔 쳐다보자,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뿐 아니라 동료의 옆구리를 치면서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죄, 죄송합니다!”

광조는 복면인들이 도망치자 혀를 찼다.

“쯧, 내 도를 받을 자격도 없는 것들. 그럼 이만.”

그는 납도를 한 후 자연스럽게 길을 걸었다.

백현은 그 광경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 사람아.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갈 때의 보폭이 다르잖아. 미련 있는 발걸음이야 금세 들킨다고.’

겉모습은 확실했다.

언뜻 보면 고수의 풍모였고, 눈빛도 제법 날카로웠다.

하지만 무인과 양민은 호흡부터 달랐다.

‘그래도 풍도장 사람들을 속이기에는 충분하다.’

결정을 내렸다.

“광 대협!”

“무슨 일이오? 공자.”

“매담자에게 항주로 가신다 들었습니다. 이제 항주까지 마땅한 기착지가 없으니 풍도장에서 잠시 쉬어가시는 게 어떨까요?”

광조는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초면에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제 생명의 은인이시잖습니까.”

백현이 거듭 제안을 하자, 광조는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풍도장이라. 이름이 좋군. 이름만 들어도 청렴하고, 인자한 가풍이 느껴져.”

느끼기는 개뿔. 이미 철저히 조사했으리라.

애초에 사기를 칠 때 매담자를 활용할 정도로 신중한 녀석이다. 며칠에 걸쳐 사기 칠 대상을 물색하고, 조사한 후 먹잇감이 스스로 접근할 상황까지 만들었으리라.

과정이 허술할지언정 준비만은 훌륭했다.

백현은 고민에 빠졌다.

‘이 정도로 애썼는데 얼마를 쥐여줘야 하나.’

지금껏 돈으로 스승을 사본 적이 없으니 가격 책정이 어려웠다.

‘돈 문제는 총관에게 맡기자.’


장 총관은 장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좋습니다. 구룡도 광 대협이라면 신분도 확실하고, 게다가 목숨까지 구해주셨으니 오히려 저희 쪽에서 먼저 청하고 싶군요.”

“허허, 과찬이십니다.”

“아니죠. 구룡도 광 대협은 최근 절강성에서 떠오르는 신진고수입니다. 협의지심이 투철하여 양민들도 따르는 형국이니 고용보다는 초빙이라고 해야겠죠.”

백현은 장 총관이 먼저 분위기를 조성해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반면 광조는 그동안의 연습량을 증명하듯 대협의 풍모를 자랑했다.

“항주로 떠나기 전 잠시 가르침을 내릴 뿐입니다. 사제의 연도 맺지 않을 생각이고요. 저는 소장주의 기틀만 마련해준 후 미련 없이 떠나려 합니다.”

장 총관은 물욕 없는 모습에 탄성을 내뱉었다.

하나 백현에게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달포 정도면 저도 대협께 많이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더는 강호인에게 무례하지 않을 것이고, 최소한 건강은 되찾겠지요. 어차피 지금 당장 고수가 되어 강호를 호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답니다.”

백현의 너스레에 광조는 빙긋 웃었다.

“좋군요.”

장 총관은 전낭을 건넸다.

“은자 스무 냥입니다.”

백현은 찰나의 순간 광조의 눈동자에 스쳐 간 실망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금액이 조금 애매한데.’

은자 한 냥으로 사인 가족이 달포를 먹고산다지만, 강호의 셈법이 어디 그렇던가. 무인의 값어치는 무력에 비례하여 맞춰지는 법이다.

한데 장 총관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떠나시는 날 은자 백 냥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광조는 탄식했다.

“허. 너무 과하군요.”

좋아한다. 좋아하네.

광조는 입매가 실룩거리는 걸 숨기려고 애써 입까지 틀어막았다.

“광 대협의 위명이면 오히려 돈으로 모시게 되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것도 인연이지요. 어쨌든 총관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큰돈이니 장차 형편이 어렵거나, 유민으로 떠도는 이들을 도울 때 사용하도록 하지요.”

장 총관은 광조가 희희낙락하며 처소를 나간 후 백현에게 공수했다.

“그러지 않아도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곤란했습니다. 소장주, 무공이란 삶과 같습니다. 제아무리 요즘 혈공이 최선이라고 해도 매일 같이 수련에 힘쓰는 것만 못하답니다. 그러니 부디 정진하셔서 원하는 바를 이루시기를.”

백현은 모호한 장 총관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 한 몸 지킬 정도는 배울 수 있겠지요.”


*


다음날 백현은 아침 일찍 별채로 향했다.

별채의 마당은 청석을 깔아놨기에 연무장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으리라.

한데 별채의 입구가 왜인지 모르게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야?”

백현의 물음에 시비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소장주를 뵙습니다.”

“어제 소장주께서 구룡도 광 대협을 모셨다면서요.”

“구룡도가 사부라니! 하늘이 소장주께 큰 복을 내리셨네요. 저렇게 훤칠한 고수가 스승이라니 참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유난을 떨 정도였던가.

백현은 시비들의 어깨 너머로 별채 내부를 살폈다.

“흐어차!”

광조가 상의를 탈의한 채 이른 아침부터 목욕 중이다.

“흐어차!”

우물에서 찬물을 길어 몸에 끼얹을 때마다 괴상한 신음을 뱉었다. 한데 시비들은 그 모습이 좋다고 저들끼리 조잘거렸다.

“저 다부진 몸 좀 봐.”

“턱의 흉터가 잔결대살에게 당하신 거라지?”

“아이고. 저 얼굴에 왜 흠집이 났을꼬.”

그때 날 선 외모의 중년 여인이 등장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뭣들 하는 짓이야? 소장주 앞에서 멍석말이라도 당해야겠느냐?”

여인은 시비들을 쫓아낸 후 고개를 숙였다.

“벌써 와계셨군요. 아이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소장주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괜찮아요. 진 부인.”

풍도장의 운영과 돈 관리를 총관이 한다면 진 부인이 내실을 담당했다. 백현이 먹는 음식과 입는 옷, 자는 침소 정리까지 진 부인의 몫이었다.

“오늘부터 수련을 하신다 들었습니다. 이리 와라.”

어린 시비가 새 옷과 면포를 잔뜩 챙겨서 진 부인 옆에 시립했다.

“연주라 합니다. 딱히 맡은 일이 없으니 수련하실 때라도 소장주의 곁에서 수발을 들 것입니다. 소장주뿐 아니라 광 사부께서도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광조도 진 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 부인은 자리를 뜨기 전 백현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았다.

“주제넘게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소장주께서 무언가를 먼저 원하신 경우가 처음인지라 저희의 보필이 미숙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주소서.”

백현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원주인은 매일 같이 진륜에게 처맞기만 한 줄 알았거늘 제법 사랑받는 존재였다. 어쩌면 장 총관이 은자 백 냥을 보수로 제안한 것도 백현을 향한 응원의 방식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저들의 진심에 화답하고 싶었다.

“수련이 끝나면 자랑스러워해도 될 겁니다.”


광조는 연무장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백현을 향해 손짓했다.

“배움의 기간보다 배우는 마음이 더 중요할 터, 길고 짧음에 구애받지 말고 좋은 선배와 함께 수련한다고 생각하면 좋겠구나. 지금부터 수련에 들어가겠다!”

그는 미간을 좁히더니 벼락같이 일갈을 내질렀다.

“지금부터 청석의 선을 밟고, 내 앞까지 전력으로 뛰어와라!”

백현은 눈을 끔뻑였다.

열정적인 모습은 좋지만, 너무 과격했다.

백현은 적당한 속도로 뛰었다.

“느려!”

설마 주도권 싸움이라도 하려는 건가.

백현은 그동안 청령만상기결로 인해 활성화된 육신을 시험하듯 전력으로 내달렸다.

파팟!

광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깐, 이제 멈춰도 좋아. 멈춰! 너무 가까운데···.”

백현은 광조의 지척까지 이른 후에 멈춰섰다.

혀를 내밀면 닿을 것처럼 가까운 거리였다.

‘몸은 정직하다니까.’

광조는 백현이 지척에 이르는 순간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렸고, 온 힘을 배에 집중한 채 엉덩이를 한껏 뒤로 뺐다.

“쓰흐흐흐흡.”

백현은 일부러 숨을 헐떡였다.

“제가 최근까지 아팠고, 납치도 당하다 보니 몸이 마음대로 제어가 안되네요.”

“그, 그렇지?”

광조는 그제야 헛기침과 함께 백현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균형 잡힌 체형을 제외하면 특별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듣던 풍도장 소장주의 모습 그대로였다

‘동네 얘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다지.’

소문에 의하면 함께 납치된 이들이 버리고 갔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니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무공을 수련하고 싶을 만했다.

“크흠, 과유불급이라 했다. 무작정 속도만 낸다고 좋은 게 아니야. 어차피 긴 인연은 아닐 것이야. 잠시 스치는 바람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하나라도 깨우치기를 바란다.”

“명심하겠습니다.”

광조는 나무 그늘 쪽을 가리켰다.

“일단 앉지. 한번 살펴보고 싶구나.”

그는 백현을 앉힌 후 거리낌 없이 맥문을 잡았다.

“흐음, 기의 흐름이 일정하고, 튀지 않는군. 그리고 깨끗하면서도 힘차다. 몸의 균형이 제법 잡혀 있기에 예상은 했지만, 좋은 근골을 지녔어.”

입에 꿀을 바른 것처럼 칭찬이 이어졌다.

하나 백현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기를 흘려 넣지도 않고, 맥박만으로 어찌 상대의 수준을 가늠한단 말인가.

‘겉모습만 번지르르했지, 무공 쪽은 너무 초짜인데.’

이미 광조의 능력은 머리와 주둥이 쪽에 쏠려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하나 고수의 흉내를 내면서 법도나 체계를 찾기 어려웠다.

‘머리는 비상하니 눈치껏 잘 흉내 내겠지.’

광조는 백현의 재능을 한껏 추켜세운 후 눈치를 봤다. 본래 사기의 기본은 전주를 만족시킬 때 완성된다. 그가 봤을 때 장주가 부재중인 이상 풍도장의 자금을 관리하는 건 총관이었다. 적당히 기름칠을 한다면 은자 백 냥을 두 배로 불리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좋구나! 근래에 보기 드문 근골이다.”

백현은 하마터면 실소를 흘릴 뻔했다.

맥만 짚고 근골을 확인할 수 있다면 천하제일명의도 배움을 청할 터였다.

“크흠! 일단 네게 심법의 개념을 심어주고 싶다.”

광조는 기경팔맥과 불심, 태극과 단전, 소주천과 대주천의 논했다. 꼴을 보아하니 어디선가 주워들은 단어를 죄다 가져다붙였다.

“내가 알려준 것을 기억한 채로 지금부터 일권을 내질러보자. 주먹은 이렇게 쥐고···.”

백현은 파리처럼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광조의 개소리를 뒤로 한 채 청령만상기결을 외웠다.

“열 번만 더 해보자!”

어차피 광조와 보내는 시간은 청령만상기결을 운용하면서 보내려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광조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루 전만 해도 백현의 주먹질은 제멋대로였고, 발은 꼬여서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한데 하룻밤 사이에 팔방격권과 회선십이로를 완벽하게 펼쳐냈다.

파파팟!

광조는 백현이 열두 걸음만으로 연무장을 휘젓는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읊조렸다.

‘내 제자가 천재였다니.’


작가의말

1전생 하기 전 백현이 동료로 인해 깨달음을 얻는 부분 추가.

2혼자 천마를 죽일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모아

다음 생에는 반드시 멸살천마를 이루겠다고 결의하는 부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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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7, 혈공제(穴功祭). +2 23.10.26 157 14 12쪽
» 6, 가짜 사부 구하기. (2) +1 23.10.25 184 12 12쪽
9 6, 가짜 사부 구하기. +2 23.10.24 215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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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4, 첫 번째 동료. (2) +2 23.10.22 269 15 10쪽
6 4, 첫 번째 동료. +3 23.10.22 345 19 10쪽
5 3, 친구니까 미끼 정도는 해주겠지. (2) +3 23.10.06 762 31 12쪽
4 3, 친구니까 미끼 정도는 해주겠지. +2 23.10.05 780 26 12쪽
3 2, 마교가 여섯? 그렇다면... (2) +2 23.10.04 919 26 12쪽
2 2, 마교가 여섯? 그렇다면... +2 23.10.04 1,175 30 10쪽
1 1, 다시 올 때는 혼자가 아니야. +5 23.10.04 1,519 3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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