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擅 舞

전생무림생활백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김태현
작품등록일 :
2023.09.27 08:04
최근연재일 :
2023.10.29 09:0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188
추천수 :
289
글자수 :
74,608

작성
23.10.04 08:06
조회
1,518
추천
30
글자
6쪽

1, 다시 올 때는 혼자가 아니야.

DUMMY

1, 다시 올 때는 혼자가 아니야.



‘예상대로야.’

천마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반격할 절호의 기회다.

쇄애애액!

검의 재료는 유성에서 추출한 운광철이고, 제작은 당대 최고의 철방에서 도맡았다. 천잠사를 꼬아 만든 뇌호갑으로 몸을 감쌌고, 마기의 침습을 피하고자 소림의 고승이 남긴 법복까지 훔쳐 입었다.

대비를 철저히 하게 된 이유?

‘네 놈의 수가 다 보여!’

전생을 통해 수없이 천마와 싸웠다.

매번 졌지만, 이쪽은 패배가 또 다른 시작이었다.

기억이 쌓이고, 정보가 쌓일수록 천마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렇게 천마를 대적하기 위한 전문가로 끝없이 살아왔다.

대화로 정보를 뽑아냈고,

생사투로 성과를 확인했다.

초식 하나를 깨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그 결과 어느 순간 피를 보기 시작했다.

놈은 언제나 같은 눈빛과 같은 분위기, 그리고 같은 무공을 펼쳤다.

맞다 보니 깰 수 있었고, 찌르다 보니 각이 나왔다.

“허.”

천마의 두 눈에 잠시 놀람이 빛이 스쳤다.

놀랄 만하지.

‘이걸 준비하려고 무려 백 년 가까이.’

쩡-

막혔다.

찰나의 순간 진득한 마기가 철벽처럼 솟구쳤고, 이내 세상이 검게 물든 듯했다.

빌어먹을 천마신공이다.

공격과 방어는 물론이고, 보신경과 내공까지 아우르는 절대신공이었다..

뚫을 수 있냐고?

“일개 인간을 상대로 천년마벽까지 펼칠 줄이야.”

천마의 감탄조차 조롱처럼 들렸다.

지금껏 수없이 놈을 상대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법이 아닌가.

‘어쩌면 비장의 수 또한 나보다 저자가 더 많은 걸까?’

불현듯 눈앞의 천마가 저 높은 하늘 끝까지 솟구친 듯했다. 만장단애를 올려다보는 것처럼 아득했고, 무기력했고, 어지러웠다.

‘안 되나?’

불가능은 불가능인가.

전생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던가.

한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마음에 깃들어 형체를 얻고, 형체를 얻어 힘을 발휘하니 다시 마음을 뒤흔들지. 일체의 번뇌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떨쳐내기 전에 알아야 하고, 해소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네. 그래야 번뇌도, 나도, 천마도 떨쳐낼 수 있음이야.”

나직한 읊조림으로 불가의 교리를 전하는 자가 있었다.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축 처졌던 몸뚱이에 활력이 샘솟았다.

“땡중.”

소림의 무승으로 본래 만민을 교화하고, 법리를 세상에 퍼트려 평화에 일조해야 할 존재였다. 하나 저 자라면 천마를 상대할 때 도움이 될 것이기에 함정을 팠고, 협박해서 여기까지 끌고 왔다.

“어째서?”

한데 그런 그가 나를 위해 한쪽 팔과 단전을 잃고도 반장을 한 채 불경을 읊조린다.

“아쉽구려. 조금 더 빨리 이해했다면 소승의 깨달음이 이렇듯 덧없지 않았을 텐데.”

착한 놈들은 원래 다 저런가.

천마의 절대적인 신공 앞에 주눅 들었던 몸이 다른 의미로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천산은 하늘과 맞닿았다고 할 만큼 높다.

한데 그 정상보다 높은 곳에서 도인이 내리꽂혔다.

빈손에 시퍼런 기운이 형체를 갖추더니 이내 길게 늘어졌고, 호선을 그리며 불타올랐다.

“너.”

저자는 땡중보다 더 심한 경우였다.

문파의 약점을 잡았고, 존장들의 목숨을 미끼로 여기까지 유인했다. 한데 틈만 나면 자신의 등을 노릴 줄 알았던 자가 천마의 천년마벽을 잘라버렸다.

쩌저저저정-

마기의 폭주가 어디로 향했겠는가.

마벽을 자른 도인의 전신을 집어삼키듯 흩뿌려졌다.

자랑거리로 삼았던 얼굴이 한순간에 녹아내렸고, 팔다리는 갈가리 찢겨서 폭설과 함께 널브러졌다.

“가. 가라고.”

반으로 잘린 천년마벽 너머로 천마의 놀란 모습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놈의 저런 표정은 처음이다.

반사적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허.”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가슴을 찢어발겼다.

천마의 살을 뚫고, 뼈를 으깼다.

수많은 삶을 전생하면서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거늘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서늘했다.

“재밌구나.”

이번에도 막혔다.

모든 안배가 맞아떨어졌고, 의외의 도움까지 있었다.

해서 이번만은 성공을 확신했거늘 손톱만큼 힘이 부족했다. 뼈와 살만 잘랐을 뿐 심장을 코앞에 두고 검이 막혔다. 오히려 천마의 손아귀가 절묘하게 교차하더니 정수리를 짓눌렀다.

콰직!

심장을 뚫느냐. 머리를 깨느냐.

어느 쪽이 빠를지 계산하려는 순간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天魔) 위지천.

저 빌어먹을 놈의 개새끼가 입꼬리를 올렸다.

“오랜만에 살아 있음을 느끼는 아슬아슬함이었다.”

자연스럽게 여유로운 거 보소.

하지만 반대편에 선 자가 느껴야 할 좌절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죽일 수 없다.’

못 죽인다. 이건 안되는게 맞다.

굳건한 결의의 벽이 무너지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억울해 보이는구나. 어째서? 내게 죽는 건 자연의 섭리처럼 당연한 것이거늘. 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억울해하느냐?”

자신을 신 취급하는 여유로움에 울화가 치밀었다.

돌이켜보면 생을 거듭할 때마다 놈에게 죽어야 하는 꼬락서니가 술주정뱅이가 술을 찾고, 도박 중독자가 도박장에 출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상태.

그리고 분명 다음 생에도 다시 도전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정해진 전생이니까.

“닥쳐! 반드시 다시 온다. 이 새끼야!”

발작하듯 소리치며 검을 있는 힘껏 밀어 넣었다.

하나 검 끝이 천마의 심장에 닿는 순간 엄청난 마기가 정수리를 쪼개고 뇌를 녹였다.

“다시 만난다 해도 넌 죽을 것이다.”

위지천의 희미한 중얼거림을 끝으로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데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변치 말아야 할 것이 보였다.

땡중은 여전히 불경을 읊조렸고, 전신이 녹아내린 도인은 검을 쥔 채 한 팔로 눈밭을 기었다.

저들의 눈빛은 여전히 생생했다.

그 광경에 백현은 마지막 힘을 짜내 외쳤다.

“그럼 둘! 아니 셋! 아예 수만 명과 함께 돌아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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