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ho 님의 서재입니다.

사후세계에서 생존하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뭐왜뭐왜
작품등록일 :
2018.09.13 21:59
최근연재일 :
2018.10.13 13:2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6,214
추천수 :
89
글자수 :
122,310

작성
18.10.13 13:20
조회
139
추천
3
글자
12쪽

8. 탈출 (3)

DUMMY

“당신들은 안 가도 돼?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내 물음에 경비들이 질색을 한다.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불러도 도망가야 할 판에 뭐 하러 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임무는 당신을 감시하는 거다. 어차피 이길 전투에 굳이 나설 필요는 없지.”

“그래? 아쉽네.”

“아쉬워? 뭐가?”


당신들이 살 기회를 놓쳤다는 게.


문을 밀치고 나가 겁이 많은 경비의 목을 휘감으며 그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영력을 쥐어짜 화염을 만들었다.


“끄아악!”


경비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목을 감싼 내 팔을 뿌리치려고 발버둥 친다.

영력이 충분했다면 단번에 죽일 수 있었을 텐데. 화력이 부족하다. 나는 그의 허리에 걸려있는 칼을 빼서 목을 갈랐다.


“끄륵... 끄르륵...”

“무슨 짓이냐!”


피거품을 뿜으며 쓰러지는 겁쟁이를 보며 다른 한 명이 검을 뽑아든다.


“뭐하는 것 같냐.”

“대체 왜? 연합에 들어올 생각이 아니었나?”

“응. 나랑은 잘 안 맞을 것 같더라고.”


경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는 놈들이 무수히 많은 연합인데, 그걸 걷어차겠다고?”

“그럼 그놈들이나 불러서 같이 놀아. 어쨌든 난 아니야.”


경비와 쓸데없는 문답을 주고받는 사이에 목이 베인 시체가 먼지처럼 사라졌다.


뾰로롱-


[알림 – 영력 최대량 상승 6(9) -> 12(12)]


이 알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손에 쥔 검에 화염을 일으켰다. 붉게 달아오른 검신이 불길하게 경비의 얼굴을 비춘다.

경비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조장님이 가만 두지 않으실 거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그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경비도 급히 검을 세워 막았지만, 뒤따라 퍼지는 열기는 어쩔 방법이 없다.

생각보다 강단이 있는지, 아니면 죽음의 공포가 더 컸기 때문인지, 경비는 얼굴을 지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을 참으며 몸이 경직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순간, 다시 심장을 찔렀다.


“크억... 너... 너도 무사히 나가진...”


경비는 내 팔을 부여잡고 속삭이다가 힘없이 쓰러졌다.

그러게 가랄 때 갔으면 좋잖아.


뾰로롱-


[알림 – 영력 최대량 상승 11(12) -> 14(14)]


역시, 사람 죽이고 다니면 영력은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영력 20 이하는 어차피 고만고만한 실력들이라서 화염을 휘두르고 다니면 학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지만, 나중에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어차피 연합이고 무법자고 다 때려 부술 생각이니까.


나는 경비들이 착용하고 있던 방어구를 챙기며 주변을 확인했다.

석조 건물의 내부인 것 같은 어두침침한 통로는 내가 나온 방과 같은 종류의 문이 연달아 늘어서 있었다.

회복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걸 보면 여기는 시장처럼 꽤 큰 거점의 일부인 것 같다. 일단 여기서 나가는 출구를 찾아야한다.


<탐험가>의 안내에 따라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주의 깊게 인기척을 확인했는데, 지키는 사람이 없다.

내가 갇혀 있던 회복실은 출입구와 거리가 먼 후방인데다가 원래 감옥으로 사용되지 않는 시설이다 보니 최소한의 인원도 남기지 않고 무법자의 습격에 출동한 것이다.


나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무법자 놈들과 연합이 전투를 벌이는 곳은 출입구 근처일 것이다. 전투의 혼란을 틈타 빠져나가려면 그곳에 도달하기 전에 어느 정도 영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영력을 회복할 가장 쉬운 방법이 막혀버렸다. 이러면 전투 지역까지는 쉽게 갈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는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탐험가>가 안내하는 출입구가 전장과 다른 곳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소음이 점점 커지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몰래 도주할 궁리를 하며 걷다보니 통로가 끝나고 녹색으로 칠해진 문이 등장했다. 문 너머로 전투의 함성과 비명소리가 세어 들어온다.

저 밖의 상황이 어떠한가에 따라 도주 난이도가 달라진다. 제발 개판이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살짝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만족스럽다. 개판이다.

문을 열자마자 수없이 많은 고함소리와 비명이 귀를 때린다.


“으아아아! 죽어라!”

“씨발, 오지 마!”

“개 같은 새끼들! 오늘 끝장을 내주마!”

“막아! 저쪽 밀리잖아. 병신들아!”


밖은 시장이 있던 곳보다 천장이 높고 훨씬 넓은 공동이었다.

숙소로 보이는 천막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기도 하고, 운동장처럼 큰 공터도 보인다. 중간 중간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건물까지 서있다.

그 넓은 공동 전체에서 연합과 무법자가 섞여서 난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원이 무법자의 사지를 끊어놓고 크게 웃음을 짓다가, 뒤에서 접근한 무법자의 철퇴에 맞아 머리가 부서진다. 그리고 그 무법자의 심장을 다른 연합원이 창으로 꿰뚫는다.

물고 물리는 전투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어쩌면 오늘, 두 세력 중 하나가 1층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대규모 전투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문 뒤에 숨어서 탈출 경로를 생각하는데 번쩍이는 빛과 함께 여태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굉음이 광장을 진동시킨다.


콰르르르릉!


일순간 모든 이들이 움찔하며 전투를 멈췄다가 다시 격렬히 움직인다. 반응을 보니 처음이 아닌 것 같다.

고개를 내밀고 굉음의 진원지를 찾았다. 공동의 중앙에 위치한 공터에서 3명의 사람이 얽혀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연신 빛과 굉음을 뿌리는 남자가 다른 2명을 압도하며 밀어붙이고 있다. 저자가 번개 특성을 가졌다는 1층 무법자들의 우두머리다.


“살벌하네.”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특성 탓인지 머리가 하늘로 삐죽 솟아 있는 남자는 번개를 쏘아내며 연합의 각성자들을 공격했다.

방출과 거의 동시에 목표에 도착하는 번개에 연합의 각성자들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영력을 방어에 집중한다.

그나마 제어가 쉽지 않은 번개가 목표로 향하는 도중에 허공으로 흩어지는 에너지가 많아서 버티고 있을 뿐이지, 반격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연합의 각성자 중 한명이 이시경이다. 선두에서 방패를 들고 있는 이시경의 전신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저쪽은 피해서 가자. 재수 없게 휘말리기라도 하면 피 볼 것 같다.


출구는 내 위치를 기준으로 2시 방향. 다행히 내가 가야할 방향의 외각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천막 따위가 잔뜩 있다.

나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가장 가까운 천막을 향해 달렸다. 일단 천막 안에 몸을 숨기고 다음 경로를 탐색할 생각이다.


주전장과 떨어져 있는 외곽인 탓에 천막 앞까지는 별다른 전투 없이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부의 인기척을 살폈다.

영력을 소모해 감각을 확장하자 사람들의 아우성 사이로 희미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전투가 두려운 놈들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숫자는 3명.


적절하다. 출구 쪽은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그 아수라장을 뚫고 나가려면 영력을 더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소란은 그냥 묻힐 테니 망설일 필요 없다. 빠르게 놈들을 죽이고 다음 천막으로 이동해야겠다.


나는 천막의 입구로 뛰어 들어가 가장 가까운 인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으아!”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치켜든 남자의 방패 위를 내 검이 때렸다.


“앗 뜨거!”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방패를 떨어트렸고, 그 뒤로 보인 얼굴에 연달아 휘둘러진 내 검을 멈춰 세웠다.


“찬호 아저씨?”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목에 겨눠진 검을 바라보는 남자는 찬호 아저씨였다.

아저씨가 왜 여기서 나와?


“어... 화남아. 일단 이것 좀 치워줄래?”

“화남 씨, 진정, 진정해요.”


아저씨의 뒤로는 김미영과 인식 할아버지까지 엉거주춤하니 서 있다. 나는 검을 거두며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왜 다들 여기 있어?”

“뭐긴, 뭐야! 너 구하러 왔지! 어우, 씨부럴. 깜짝 놀랐네.”

“구하러 왔다고요?”


나도 놀랐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구하러 올 줄은 몰랐다. 우리가 자기 목숨 걸고 도와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나?

찬호 아저씨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총대매고 시선 끌어준 덕에 우리가 무사히 빠져 나갔는데 모른 척 할 수 있겠냐? 같이 여기까지 온 의리가 있지.”


그래봐야 며칠 되지도 않는 시간인데.


“게다가 미영 씨가 자기 혼자라도 구하러 가겠다고 어찌나 난리를 치는지. 얌전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성깔이 있더라고.”


아저씨의 말에 김미영을 바라보니 뭐가 부끄러운지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저씨의 허리를 콱 꼬집었다.


“악! 왜 꼬집고 그래? 내가 없는 말 했어?”

“제가 무슨 난리를 쳤다고 그러세요. 그냥 화남 씨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 걸 가지고.”


그러고 보니 처음 영력 사용법을 알려 줬을 때 김미영이 그랬다.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어쨌든 고마운 사람들이다. 무시하고 자기 갈길 갔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었는데.

찬호 아저씨나 인식 할아버지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렇게 와 줬으니까.


아, 혹시?


“설마 지금 이 난리를 만든 것도 나 때문이에요?”

“어. 알고 보니까 여기 어르신께서 아주 음흉하신 구석이 있더라고.”


김미영과 투닥거리던 아저씨가 인식 할아버지를 가리켰다. 할아버지는 그저 허허 웃을 뿐 부정하지 않았다.


“무슨 짓을 했길래 저렇게 미쳐서 날뛰는 거예요?”


시장의 분위기나 겁 많던 경비의 말을 생각하면 연합과 무법자는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쳐들어왔다기에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나에겐 잘 된 일이라 크게 고민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그것도 일행이 수를 쓴 거라니?


“네가 병신 만들어 놓은 쥐새끼 있잖냐. 그놈을 무법자 쪽에 던져줬어.”

“그런데 왜 연합한테 지랄을 한데요?”

“무법자 대장 놈에게 경고하는 글을 써서 같이 보냈거든. 연합한테 개기면 그 같잖은 모가지를 꺾어버리겠다고.”

“그거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쳐들어왔다고요?”


찬호 아저씨가 고개를 까딱거린다.


“물론 다른 작업도 좀 했지. 며칠 동안 바깥쪽으로 나돌아 다니는 놈들을 연합의 이름으로 조지기도 하고.”


그리고 한 놈만 살려서 말을 전하게 했다. 구체적으로는 조금씩 달랐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하나같이 무법자의 자존심을 긁는 말들이었다.

성격이 많이 더러운 무법자의 우두머리는 단 4일 만에 이성을 잃고 연합과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 계획을 저 어르신께서 짜셨다는 거지.”

“허허.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네. 원래 이것저것 다른 방법도 써서 무법자를 흔들고, 연합 쪽도 자극해서 둘을 이간질할 생각이었는데. 그 우두머리란 작자가 성격이 많이 고약하더구먼.”

“박지은씨가 그러는데 그 사람, 평소에도 연합과 전쟁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였다고 하더라구요. 부하들이 반대하니까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있었던 거고.”


그런데 일행이 떡밥을 던져주니까 이때다 하고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박지은은 어디 갔어요?”


사실 박지은은 다른 일행보다 함께한 시간도 적고 나를 구하러 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막상 다른 일행이 모두 보이는데 박지은만 없으니 조금 서운하다.


“박지은은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어. 우리가 준비한 게 이게 끝이 아니거든.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다.”


그렇게 말하며 찬호 아저씨가 음흉하게 웃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후세계에서 생존하는 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신청했습니다. 18.10.10 77 0 -
공지 연재주기에 대해서 18.09.22 147 0 -
» 8. 탈출 (3) +1 18.10.13 140 3 12쪽
21 8. 탈출 (2) +2 18.10.11 155 2 13쪽
20 8. 탈출 (1) +1 18.10.11 151 3 11쪽
19 7. 재회 (3) 18.10.10 136 3 13쪽
18 7. 재회 (2) +2 18.10.04 183 3 13쪽
17 7. 재회 (1) +4 18.10.02 195 3 12쪽
16 6. 미로 (2) +2 18.10.01 315 4 13쪽
15 6. 미로 (1) +4 18.09.30 201 4 12쪽
14 5. 첫 번째 특성 (4) 18.09.29 219 6 13쪽
13 5. 첫 번째 특성 (3) 18.09.28 210 4 12쪽
12 5. 첫 번째 특성 (2) +2 18.09.27 268 3 13쪽
11 5. 첫 번째 특성 (1) 18.09.26 240 3 13쪽
10 4. 나쁜 놈 (3) 18.09.25 236 4 12쪽
9 4. 나쁜 놈 (2) +1 18.09.23 256 5 12쪽
8 4. 나쁜 놈 (1) +2 18.09.22 341 4 13쪽
7 3. 달리기 (4) +4 18.09.21 315 4 12쪽
6 3. 달리기 (3) 18.09.20 317 5 12쪽
5 3. 달리기 (2) 18.09.19 366 3 12쪽
4 3. 달리기 (1) 18.09.18 377 5 11쪽
3 2. 상태창 +2 18.09.18 452 5 12쪽
2 1. 죽음 (2) +4 18.09.17 473 7 12쪽
1 1. 죽음 (1) +1 18.09.17 656 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