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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천재 작가들이 나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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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조아
작품등록일 :
2024.08.12 01:00
최근연재일 :
2024.08.24 21:13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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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9
글자수 :
35,535

작성
24.08.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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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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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작가와 작가(2)

DUMMY

[HS미디어 사업 계획서]

[기획 및 제작 총괄 디렉터]

[강성욱 PD]


꿈뻑꿈뻑.


“현수야, 그러니까··· 편집자 제안을 한 거지?”

“아뇨! 편집자가 아니라 총괄 PD요!”


알만 한 놈이 왜 이럴까.

업계에서 둘은 엇비슷한 의미로 쓰였다.


“그게 그거잖아.”

“아이, 선배님! 당연히 다르죠!”


···뭐가 다른데?


“큼! 취소. 다른 매니지는 모르겠는데, 저희는 확실히 달라요.”


녀석이 너무 당당해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점이 뭔데.”

“HS미디어는 소수정예로 갈 거예요. 선배님. 저는 저희 로고가 붙어있다면 믿고 읽을 수 있는 매니지먼트를 만들고 싶어요.”


현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려면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프로듀싱이 필요하고, 따라서 편집자보다 권한이 강한 PD가 필요하죠!”


끄덕끄덕.


“···확실히 네 목표대로라면 그렇긴 하겠다.”

“그렇죠!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PD 강성욱이 반드시 필요하구요.”


“···뭐? 나?”

“선배님.”


“···응.”

“선배님은 글을 잘 보는 정도가 아니에요. 그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재능이 있어요.”


어느새 녀석의 말을 홀린 듯이 듣고 있었다. 말하는 직업을 했어도 대성했을 녀석이다.


“저는 선배님의 글이 좋아요. 지금도 선배님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고요. 하지만.”


질끈!


‘···끄응, 선배님. 죄송합니다!’


“작가 강성욱은, 냉정히 말해서 HS미디어의 영입 2순위 대상입니다.”

“2순위···라고?”


현수는 성욱이 얼마나 불쾌할지 알았지만, 그럼에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로듀서 강성욱은 영입 0순위구요. 글을 잘 쓰는 작가? 많아요. 저보다 잘 나가는 작가도 있죠. 근데 작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건··· 선배님밖에 없어요.”


‘내가 선배님을 구해야 하니까.’


꿀꺽.


‘마치, 선배가 날 구했던 것처럼.’


현수는 성욱을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했다.


****


벌떡!


“자,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아이코. 너무 긴장 안 하셔도 돼요.”


현수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성욱을 반겼다.


“제가 너무 팬이라서! 자, 작가님! 혹시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책에 사, 사인 한번만···.”

“네에? 아이고. 이걸 어떻게 구하셨담?”


현수가 성욱에게 내민 것은 대여점 시절 성욱이 썼던 단행본의 1권이었다.


“패, 팬입니다! 정말로요. 작가님께 글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여, 영광···.”

“아하핫. 어찌 연락이 닿긴 했지만,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일단 사인은 나중에 해드리고, 글부터 보죠.”


“넵! 영광입니다!”


현수는 성욱에게 두꺼운 원고지를 내밀었다.


“···원고지에 정성껏 써오셨네요?”

“저는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마음가짐은 프로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원고지에 썼습니다!”


“그럼 모든 습작도 전부 여기에?”

“네!”


“···그렇군요.”


눈이 초롱초롱한 현수와는 대비되게, 성욱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지?’


“일단 알겠습니다. 읽어볼게요.”

“넵!”


인자하고 부드럽던 성욱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 이게 프로 작가의 품격···!’


꿀꺽.


현수가 긴장하는 사이, 성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원고지를 넘겼다.


차락, 차락, 차락.


“음.”


차락, 차락, 차락.


성욱은 진지한 얼굴로 현수의 초고를 읽었고, 안절부절하던 현수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혹시 글이 별로인가요?”

“잠시만요. 다 읽고 말씀드릴게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잠깐 어디 다녀오셔도 돼요.”


“아, 아닙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차락, 차락, 차락.


멈칫.


그리고 글을 읽은 지 30분이 지난 시점.

분주히 움직이던 성욱의 손이 멈췄다.


“···와.”

“혹시 글에 문제라도···?”


“현수, 현수님이라 그랬죠?”

“네! 말씀 편하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현수야, 너···.”

“네, 네!”


성욱의 진지한 눈빛에 현수는 사뭇 긴장했다.


“진짜···.”

“넵···!”


“진짜 잘 쓴다.”

“네···?”


글을 쓴 이래 처음으로 들었던 칭찬이었다.

가장 좋아하던 작가에게 처음으로 받은 칭찬.


···잘 쓴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울컥.


“저 지금··· 성불할 것 같아요! 예의상 해주신 말씀인 걸 알지만, 저 박현수! 지금의 기억을 평생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


도리도리.


“예의상 한 말이 아니야.”

“예?”

“너 정말 잘 써. 다만, 이 글은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같이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문제···. 그렇군요. 역시 저는 한참 부족한.”


성욱이 현수의 말을 잘랐다.


“너 재능 있어.”

“···제가요?”


가장 존경하던 작가의 독려와 인정.


“같이 해보자. 이 글은 지금도 빛나. 하지만, 지금보다 더 빛날 수 있어.”

“자. 작가님···.”


그것은 현수가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자신을 불사르기에 아주 충분한 이유였다.


뚝, 뚝.


“혀, 현수야? 너 지금 울어?”

“흐, 흡! 끄흑! 저, 저 정말···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 할게요!”


푸흐흐.

결의에 찬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현수를 보며 성욱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아주 잘했어.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조금, 아주 조금만 조정하면 돼.”

“조금만···요?”


“응. 다 왔어. 연출이 조금 헤비한 장면도 있었는데··· 아마 내용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조정될 거 같고, 네 감각이라면 며칠 만에 완성도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와, 완성도를 끌어올린다는 말씀은?”


성욱이 대수롭지 않은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응? 당연히 유료화지. 이 정도면··· 무료 1등 전환도 노려볼만 해.”

“제, 제가 유료화를 간다구요? 그··· 그것도 이 글로? 하지만 작가님! 저는 투베(투데이베스트의 약자로, 상업연재의 상징적인 시작점)도 들어가지 못 했는걸요···?”


‘조금만 조정하면 된다고? 난 지금까지 몇 번이고 실패했는데?’


현수는 감동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확신에 찬 성욱을 보며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이 글도, 꾸준히 연재했으면 당연히 유료화를 했을 거야."

"네, 네? 정말요?"


"응. 재밌으니까. 근데 더 잘 될 수 있는데 굳이 안할 이유는 없겠지. 문제점만 조금 고치면 돼. 이 글은 이미 완성되어 있으니까.”

"저, 정말요?"


"응!"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성욱의 얼굴은 너무나도 태연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확신하시는 거지?’


현수는 성욱의 눈빛에 담긴 무언가를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뭐랄까.

단순히 관록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찬란히도 빛나고 있었다.


****


‘선배님을 꼭 포섭해야만 해! HS미디어의 미래는, 선배를 데려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선배를 위해서도.’


웹소설 업계로 이끌어준 해준 은인.

가장 닮고 싶었던 작가.


···그리고, 너무나도 탐나는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의 재능을 몰라보는 비운의 천재.


수많은 편집자와 수많은 작가를 만났지만 성욱 같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선배는 자신의 재능을 너무 낮잡아 생각해.’


“···끄으으으응!”


성욱은 말없이 현수가 내민 사업계획서만 한참을 뒤적였다.


그러다가.


“현수야.”

“네! 선배님!”


가장 성욱다운 답을 내놓았다.


“···모르겠네. 솔직히 네 제안, 너무 좋은 기회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말이야.”


‘좋아! 나쁘지 않은 방향이야! 역시 선배님은 강하게 말씀드리면 흔들리실 줄 알았다니까!’


현수는 쾌재를 부르며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아. 당장 결정해달라는 말씀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제 제안은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뚝.


“그래서 말인데 현수야.”


그러나 성욱이 담담한 얼굴로 말을 끊은 순간.


“···으에?”


자신이 크게 틀렸음을 깨달았다.


“복잡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글부터 보자.”

“···!”


움찔.


성욱의 유약한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눈빛에는 총기가 가득했다.


“서, 선배님?”

“···네 말은 잘 들었어. 확실히 설득력도 있었고. 근데 말이야, 현수야.”


“···네.”

“결국 작가는 글로 얘기하는 법 아니겠니?”


“···아.”

“글을 읽고 생각해볼게."


노련한 사자는 발톱을 숨기지만, 발톱이 보이지 않는다고 무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네 글에··· 그만한 자신감이 깃들 이유가 있었기를 빈다.”


성욱이 사람 좋은 얼굴로 허허실실 웃어왔다고 그의 본질이 변한건 아니었다.


‘···형님이 어떤 사람인지 잊고 있었어.’


현수는 자신이 성욱을 도울 위치에 있고, 또한 사업가로서 선배를 영입하는 입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로서 작가에게 글을 건넨 이상.


“원고. 읽어도 되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그곳에는 오직 작가 두 명만이 존재했다.


오싹!


‘···떨리네.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차락, 차락, 차락.


진중한 얼굴로 원고를 검토하는 성욱을 보며 현수는 짜릿함을 느꼈다.


‘그래··· 이게 선배지, 이게 선배야! 어떻게 해서든 모셔야 해, 내가 너무 오만했어!’


현수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흥분에 휩싸였다.

그러나 원고를 읽는 성욱은.


‘···젠장.’


덤덤한 얼굴로 현수에게 원고를 요구한 것과는 달리,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첫 번째.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준 후배에 대한 고마움.

두 번째. 어느새 달라진 둘의 입장에, 느낄 수밖에 없는 자기혐오.

세 번째. 후배의 성취에 대한 투명한 부러움.

네 번째. 제안을 받았다가는, 영영 내 글을 쓰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


‘재밌다.’


차락, 차락, 차락.


그 모든 것을 뛰어넘고, 오로지 글에만 집중하고 싶은···. 직관적인 흥미.


차락, 차락, 차락.


‘살아있어.’


“서, 선배님?”

“미안. 집중 좀 할게.”


“···넵. 죄송합니다.”


숨을 쉬는 글들은 저마다 다른 호흡을 한다. 자신만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며, 자신만의 삶을 피워낸다. 지금의 글도 그런 글이다.


재능 있는 작가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갈고 닦아서.

완숙함에 다다른 글.


마치··· 만개한 벚꽃과도 같은 글이다.


‘재밌다. 재밌어. 역시 현수야.’


차락, 차락, 차락.


글에 완전히 몰입한 성욱은 살아 숨 쉬는 글의 호흡을 온몸으로 느꼈다.

글에 내재된 리듬감을 만끽하며··· 대가(大家)가 되어가는 천재의 재능을 마음껏 음미했다.


뚝.


‘그런데···.’


몰아치는 호흡에서 작은 이질감이 느껴진다.


‘뭐지?’


차락, 차락, 차락.


‘재밌어. 분명 재밌는데.’


차락, 차락, 차락.


‘이··· 위화감은 뭐지.’


현수의 글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성욱의 머리는 다양한 생각들로 가득차서 복잡했었다.


―나 정말 퇴물이 다 됐구나.

―이제 은퇴할 때가 된 건가.

―현수가 나를 내심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부끄러워.


하지만 소설에 집중할수록 시끄럽던 소음은 점차 줄어들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싶어.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찾아야 해. 이 묘한··· 이질감의 원인을.’


감정은 점점 더 간결해졌고, 성욱은 계속해서 글에만 몰입했다.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어떻게든 더 좋은 글을.


···차락.


"···아."


이질감의 근원을 찾았다.

글의 문제를 찾자마자 원고에 몰두하던 성욱의 손이 일순간 멎었다.


“서, 선배님?”


“좋은 글이야.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완벽하지는 않아.”

“예? 예에?”


조바심을 느낀 현수가 다급히 되물었다.

성욱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나는 아직··· 더 쓰고 싶어.

―더 좋아질 수 있어.


“더 좋아질 수 있어.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복잡한 생각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읽고, 쓴다.


“너 이 부분, 다시 써야 할 것 같다.”


―오직 그것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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