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시작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
부산 범어사.
구례 화엄사.
5대 사찰의 대웅전이 불탔다.
범인들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석가모니불에 앉긴 채 스스로 성냥불을 붙였다.
초파일을 맞아 소원을 담아 올린 수백 개의 연등에 불꽃이 이어 붙었다.
산화하여 흩날리던 연등 불티가 대웅전 곳곳에 불씨를 틔웠다.
목조 건물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도착한 소방관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소방 호스의 물줄기를 아무리 뿌려도 화염은 잡히지 않았고 불길은 곧 기둥 밑에 똬리를 틀었다.
곧이어 기둥을 감아 올라가던 불은 단청을 물어뜯으며 잿가루를 쿨쩍 토했다.
그 모습을 망연자실 구경하던 사람들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아이고, 부처님 소리를 절로 냈다.
그들의 미약하던 신음은 곧 흐느낌으로 이어 통곡으로 변했다.
소리치고 울부짖고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부처의 이름을 외쳐도 소용없었다.
불 속의 부처는 그저 반쯤 감긴 지긋한 눈으로 자신의 이름을 외쳐 부르는 중생들을 말없이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 날, 다섯 부처가 불 속으로 사그라져 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육도를 떠받치고 있던 오불(五佛)이 불 속으로 사그라진 부처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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