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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단편 모음집-spac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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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jin
작품등록일 :
2018.02.02 15:01
최근연재일 :
2024.01.23 13:54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9,351
추천수 :
88
글자수 :
250,032

작성
18.08.01 18:03
조회
87
추천
1
글자
5쪽

헤엄치는 구피

DUMMY

그녀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잘 깜빡한다.


그래도 뇌가 없지는 않아서 기억하기는 한다.


그녀는 넓지 않은 곳에 살았다.


사람은 그녀의 집을 어항이락도 불렀다.


한 쪽의 끝으로 가면 공기 방울이 나오는 기계가 있었고, 다른 쪽의 끝으로 가면 어떤 모양의 미니어처가 있었다.


사람들의 말로 보아 ‘집’이라고 부르는 모형이었다.


어항에는 그녀 말고도 다른 동료들이 있었다.


그녀와 같은 존재에게는 부모가 큰 의미 없었다.


다 같은 종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크기가 달랐다.


갓 태어난 그녀는 큰 동료에게 잡아먹힐 뻔했다.


다른 작은 동료가 잡아먹히고 그녀도 잡아먹히기 전이었다.


그녀는 사람에 의해서 다른 곳으로 잠시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있다가 다시 어항으로 돌아가자 그녀는 큰 동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항에서 밖을 바라보는 모습은 참 특이했다.


사람은 가만히 있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면서, 안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이 변하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때가 되면 동료들에게 밥을 주었다.


밥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다.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는 밥은 꽤 양질이었다.


맛이 상당했다.


맛있어서 그런지 먹으면서 배가 차는 걸 자꾸 까먹는다.


얼마 전에 죽은 그녀의 동료는 밥을 배부른 줄 모르고 계속 먹다가 배가 터져 죽어버렸다.


그렇다고 밥을 먹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는 바라지 않지만,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은 배가 계속 고프면 서로 잡아먹었다.


그녀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밥을 깜빡한 날, 배가 점점 고파졌다.


이성의 끈이 결국 끊어지자 주위에 있던 동료가 먹이로 보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녀가 동료의 살을 먹은 이후였다.


그 뒤로 그녀는 사람들이 바랐으나 사람들이 언제 밥을 주는지, 주었어도 주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배가 고픈 걸 까먹기로 했다.


간단한 답이었다.


까먹는다는 건 어쩌면 좋은 능력일지도 모른다.


같은 어항에서 헤엄치고 같은 사람들을 보아도 늘 새롭다.


사람들이 말하는 지루함이라는 걸 그녀는 몰랐다.


그녀는 동료보다는 똑똑해서 잘 때나 가끔씩은 이전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를 때가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구피라는 자신의 이름도 알고 있다.


그녀의 생명은 사람들 기준에서는 그리 길지 않나보다.


그녀는 사람들이 그녀를 가리키며 “다 자랐네.”라는 말을 들었다.


비록 꼬리가 색깔이 생겼지만, 그녀는 보통과 같은 날이었을 뿐이었는데 순식간에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면 책임도 따른다.


그녀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그건 자연스럽게 때가 되어 찾아왔으며, 길지 않게 끝났다.


그녀가 밥을 먹을 때 평소보다 많이 먹어도 배가 차는 느낌이 덜했다.


배가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많이 먹어 배가 터진 동료가 생각났다.


먹는 걸 중지하고 열심히 헤엄을 쳤지만 배는 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


“봐요. 얘, 임신했어요. 엄마 구피 새끼 낳으려나 봐요.”


“그러네. 이번에는 작은 물고기가 나오기 전에 미리 옮겨놓자.”


그녀는 예전에 그녀가 자랐던 작은 어항으로 다시 돌아갔다.


처음에는 새로웠으나 열심히 헤엄을 치다가 자는 날에 이곳이 익숙한 곳임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작은 어항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과 어항 밖으로 보이는 풍경뿐이었다.


혼자는 좋지 않았다.


이것이 ‘지루함’이라는 것일까를 깨달으려는 그녀는 작은 동료를 만났다.


그녀의 배는 홀쭉해졌다.


사람들은 작은 동료를 보자 그녀를 다시 큰 어항으로 데려갔다.


동료를 보았다.


이제 다시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헤엄을 쳤다.


이상했다.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에 힘이 빠졌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 감정에 대한 용어를 그녀는 몰랐다.


까먹은 것인가?


잠을 자기도 하고 먹이를 먹으면서 떠올리려고도 해봤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그녀가 습득하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녀의 힘이 점점 빠졌다.


몸의 힘이 전부 빠져나가자 끝이 보였다.


몸이 뒤집어지려 하고 있었다.


동료 중의 한 명이 밥을 먹지 못했는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이 동료의 뒤에 있는 작은 어항으로 향했다.


그녀의 몸이 움직이려 했다.


저기 있는 작은 동료들은 그녀의 자식들이었다.


정신을 차려서 자식들에게 가야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 너무 늦었다.


그녀는 동료에게 목숨을 내주어야했다.


몸이 자유로워졌다.


그녀는 여유롭게 헤엄쳐서 작은 어항으로 갔다.


그녀의 새끼들이 그녀를 향해 모여들었다.


“서로 잡아먹지 말고 잘 자라렴.”


자식들은 알겠다며 답하거나 헤엄으로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이제 그녀는 그녀가 있을 곳으로 헤엄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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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나갈 생각 24.01.23 5 0 5쪽
80 기억하기 19.03.22 56 0 5쪽
79 뫼비우스의 띠 19.01.07 64 0 7쪽
78 강철은 아니던 몸 19.01.03 47 0 5쪽
77 티 나지 않는 18.12.23 67 0 9쪽
76 깨끗하게 씻겨주던 18.12.14 113 0 6쪽
75 너머의 영웅 18.11.25 73 0 6쪽
74 점 쳐주던 그 18.11.16 82 0 12쪽
73 납치 거래 18.10.21 60 0 7쪽
72 e의 글쓰기 18.10.15 62 0 6쪽
71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 18.10.11 74 0 9쪽
70 새벽 18.10.07 80 0 6쪽
69 귀신 헌터 18.10.01 89 0 7쪽
68 소년과 상상 18.10.01 78 0 8쪽
67 달리는 기차에서 18.09.25 83 1 6쪽
66 살을 빼다 18.09.15 75 1 6쪽
65 나를 가두다 18.09.08 73 2 6쪽
64 12.25 선물 상자 18.09.02 60 1 7쪽
63 극복 (2) 18.09.01 90 1 13쪽
62 극복 (1) 18.08.31 78 1 13쪽
61 바뀐 밤낮 18.08.15 92 1 12쪽
60 알람이 울리던 아침 18.08.09 71 1 8쪽
» 헤엄치는 구피 18.08.01 88 1 5쪽
58 집안의 보물 +1 18.07.28 94 1 10쪽
57 줄타기 18.07.15 93 1 4쪽
56 심호흡 18.07.09 83 1 10쪽
55 이슬 먹고 자란 꽃 18.07.04 464 1 11쪽
54 같이 밑으로 18.06.30 95 1 6쪽
53 미세먼지 18.06.28 5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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