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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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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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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좀비 대원의 습격(9)

DUMMY

4.

우리는 회의실에 모여 피해보고부터 들었다. 보안요원 2명이 죽었고, 3명의 연구원이 연기를 마시는 부상을 당했다. 밀폐연구실과 슈나이더 박사가 사용했던 연구실은 쓸 수 없을 정도로 타 버렸다. 거기에 외부연구자 에머 슈나이더 박사가 사망했다. 그 외에도 분석기와 컴퓨터 같은 물질적 피해도 상당했다.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있었다. 에머와 내가 발견했던 말미잘 같았던 생명체도, 그 표본들도, 슬라이드도, 그리고 모든 걸 기록한 에머의 컴퓨터도 몽땅 타고 녹아버린 것이다. 남은 것은 에머가 자신의 대학에 보낸 말미잘 형태의 사진 몇 장이 다였다. 세기의 발견이 될 수 있었던 그 발견은 그렇게 재로 변해, 어떤 주장도 통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피해 보고를 듣고 있는 모두가 침통한 얼굴이었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풀에 죽어 있었다. 클라크는 눈에 핏발이 서 있었고 김철수는 핼쑥한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고 먼 벽만 봤다.


김철수의 통통했던 얼굴에는 살이 빠져 희미한 각마저 잡혀있었다. 언제나 활기찼던 동그란 눈에서도 피곤함이 엿보였다. 내게는 그런 김철수의 모습이 처음이었다.


샘슨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고개를 반쯤 수그리고 맥없이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유벤타 공장장으로서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황함이 확연했다. 화상에 나온 켐젠 조차도 앞으로 생길 일이 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기세가 살아있는 유일한 사람은 미찌코였고, 보고가 끝나고 한동안 회의실을 지배했던 침묵을 깬 것도 미찌코였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건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군요. 누가 좀비대원을 안으로 끌어들여 사로잡는다는 계획을 세웠습니까?”


미찌코의 목표가 누구인지는 뻔했다. 좀비대원을 사로잡자고 적극 주장하고 계획을 세운 건 김철수였다. 하지만 김철수는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 미찌코는 계속 소릴 높였다.


“세 명이 죽고, 연구실 두 개가 불타버렸어요. 유벤타 공장은 큰 위기에 빠졌고요. 누군가는 책임을 쳐야 해요. 책임을 져야한다고요.”


미찌코의 말을 듣고 있던 켐젠이 말했다.


“가와무라 박사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에요. 정말 심각한 것은 우르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심각하다고요.”


켐젠이 나에게 물었다.


“김영하 박사님, 우르가 광파발생기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알아냈습니까?”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다.


“아아, 아뇨. 아직은 모릅니다.”


나는 사실 딴 생각 중이었다. 에머가 말미잘에서 발견했던 걸 신디케이트에게 알렸다면, 김철수가 좀비대원을 안으로 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두 명의 보안요원도, 에머도, 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에머의 죽음도 불사의 세포를 숨겨야 했다고 부추겼던 내 탓이 아닌가? 그런 후회에 괴로워하던 중이라 나는 더더욱 버벅거리기만 했다.


“그러니까, 우르가 광파발생기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곰팡이 때문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제대로 말을 못하고 헤매는 있던 나를 도운 건 김철수였다.


“김영하 박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곰팡이의 오염도를 조사하러 심해까지 들어갔다는 건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김철수가 작정한 듯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은, 우르가 광파발생기에 반응하지 않는 문제는 김영하 박사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한 번 쏠린 후 김철수로 돌아갔다. 김철수는 거침없이 말했다.


“이 문제는 우르의 생태적 특성이 변화해 발생한 게 아닙니다. 이건 우르의 화학적 특성이 변한 겁니다. 따라서 가와무라 박사가 해결해야 될 문제입니다.”


“뭐라고요?”


미찌코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김철수가 미찌코를 힐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가와무라 박사는 우르에서 생성되는 효소에 있어서는 최고의 권위자입니다. 우르는 곰팡이에 의해서 빛에 반응하는 효소체계가 달라진 게 틀림없어요. 그러니까 이 문제는 가와무라 박사가 해결해야 됩니다.”


미찌코가 구겼던 얼굴 펴며 비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김철수 이사님은 책임을 전가하는 면에서도 대단하시군요. 좋습니다. 그럼 미쳐버린 지금의 우르를 잡아다 주세요. 그럼 그 우르에게서 변화된 효소를 찾아내 보여드리죠.”


모든 시선이 다시 나에게 쏠렸다. 모든 것이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도 이 세상 생화학자들은 우르의 조직샘플을 원했었다. 내가 뭐라 말하기 전에 김철수가 미찌코에게 말했다.


“우르가 생성하는 효소 중에서 빛에 반응하는 효소를 먼저 찾아내고 그것을 고칠 방법을 알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는 김 이사님도 알지 않아요? 지금 저 문제 있는 우르를 잡아 달라진 효소를 찾아내 비교하면 금방 해결 할 수 있죠.”


“지금 상태로서는 우르를 잡는 게 불가능하니까 가와무라 박사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거야 김영하 박사가 해결하겠죠.”


미찌코와 김철수의 핑퐁게임은 영원할 것 같았다. 그들의 핑퐁 게임에서 나는 공이었다. 나는 그 둘에 의해 끝없이 네트를 넘나들 운명이었다.


나는 에머가 발견한 불사의 세포에 대한 비밀을 당분간이라도 유지해야겠다고 다시 결심했다. 이 같은 갈등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 불쌍한 에머!


켐젠이 소리를 높였다.


“그만합시다. 이런 논쟁이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두 분 다 아시지 않습니까?”


김철수가 유로파에 오기 전에는 켐젠이 유로파의 총 책임자였다. 지금도 명목상은 그러했다.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되니 켐젠은 적극적으로 뛰어들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켐젠이 샘슨에게 질문했다.


“샘슨, 좀비대원들이 유벤타 공장을 다시 공격한다면, 막을 수는 있습니까?”


샘슨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베란다 에이록은 수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침입은 어렵습니다.”


“전기 충격기는 더 만들 수 있나요?”


“그게 좀 문제가 있습니다. 배터리도, 자재도 충분치 않습니다. 지구의 신디케이트에 연락을 해 보급을 받아야 합니다.”


“문건한 팀장이 만들었다는 화염방사기는요?”


“그것도 문제입니다. 기계적인 부품의 부족도 문제지만, 가스와 석유 같은 가연 재료가 절대 부족합니다. 기지와 공장 내에서 그런 가연성 물질은 절대 금지 품목이니까요.”


“그런데 그 화염방사기가 좀비대원에게는 최후의 수단이지 않습니까?”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그렇죠.”


“하여튼 그것이 유벤타 공장을 보호하는 마지막 방법이라는 것은 이번에 증명되었지요.”


“그래서 말인데, 문건한 팀장이 요청을 하겠다고 했습니다만, 화염방사기의 석유와 가스의 대체 물질이 필요합니다.”


“그게 뭡니까?”


“우주 왕복선의 연료죠.”


“예? 우주 왕복선의 연료?”


“예. 우주 왕복선의 액체연료를 조금 빼내 이쪽으로 돌리면 어떻습니까?”


켐젠이 머리를 갸우뚱했다.


“정기 우주선이 끊겨 보급을 받지 못했어요. 연료가 충분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당장 화염방사기가 마지막 수단이라는 것이 증명된 이상 유벤타 공장을 지키려면 그 방법밖에 없죠.”


켐젠이 결단을 내렸다.


“좋아요. 그것을 쓸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샘슨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궤도차를 이용하지 말고 우주선을 통해 그것을 운송해야 합니다. 궤도차는 시간도 걸리고 습격 받을 염려도 있어서요.”


켐젠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수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원래의 계획대로 나는 심해로 들어가 2호 잠수정을 찾아보겠습니다.”


미찌코가 코웃음을 쳤다.


“설사 그것에서 이사님이 원하는 걸 찾는다 해도 우르를 잡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


김철수가 미찌코를 봤다.


“그렇게 단언할 단계는 아니에요. 그 물질을 기반으로 우르를 진정시킬 물질까지 찾을 수 있고, 탐사 하는 중에 여러 자료를 모을 수도 있습니다.”


심해탐사에 나서겠다는 김철수의 말을 들으며 에머가 불사의 세포를 발견했다는 얘기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우르들을 비집고 2호 잠수정이 있는 곳까지 내려갈 필요 없이, 바다 속 어딘가에서 말미잘 같은 놈만 찾으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 얘기를 했다간,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했다. 나는 불사의 세포를 다시 목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유로파의 심해보다 더 깊고 모순된 상황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김철수가 나를 보며 얘기를 계속했다.


“최고의 우르 생태학자인 김영하 박사도 동행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좀비 대원이 나타나기 전에 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내가 최고의 우르 생태학자인가? 15년 만에 처음 우르를 봤고, 그 동안은 논문 한편 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심해로 내려가는 중 좀비 대원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는가? 잠수정을 두드리던 그때처럼 말이다! 나는 속으로는 무수한 반박의 말을 했지만, 밖으로는 한 마디도 내지 못했다. 광파 발생기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화학적인 이유라고 했던 김철수의 말이 뇌리에 남아서일까, 나는 여기서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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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장. 좀비 대원의 습격(10) +2 22.07.18 562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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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장. 좀비 대원의 습격(8) +3 22.07.16 570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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