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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 정도로 특별해지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노잼작가
작품등록일 :
2021.12.04 22:15
최근연재일 :
2021.12.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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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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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4. 규현의 소망(2)

DUMMY

4. 규현의 소망(2)












따뜻함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순식간에 두 번이나 글을 읽어 낸 규현이 눈을 감고, 글이 주는 여운을 한참이나 음미한 이후에야 겨우 눈을 뜬다.



소설 ‘책과 그녀’에서 남자 주인공 성혁은 따뜻하면서도 섬세하다.



초설의 초반.

마치 눈부시게 빛나는 연희를 정면에서 마주하지 못하는 소심함을 표현하는 부분조차도 첫사랑에 빠진 성혁의 순수한 매력을 잘 녹여내면서, 중학생 시절의 나를 성혁에게 대입시키게 만든다.



[이것······참.]



여자 주인공 연희와의 만남을 통해서 점점 변화하는 서로의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흥미롭다.



같은 반이었던 성혁과 그저 인사나 하던 사이에서, 같은 독서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관계의 발전.



조금씩 성혁을 의식하게 되는 과정이 마치 바람 없이 조용히 내리는 보슬비에 어느새 온몸이 흠뻑 젖어버리는 것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개연성 충만한 속도로 전개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이 매력있는 것은 마치 동화같은......파스텔 톤의 채색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무대 전반에 드리운 듯한 따뜻함으로..글의 전반을 가득 채운다는 점.



심지어 글의 완결이 주는 여운까지....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본 그의 글에 ‘재미있다’라는 말 말고는 어떤 말이 더 떠오를 수 있을까?



‘젠장!’



고개를 저으며 규현이 추억에 빠져들었던 감정을 추스린다.




미소진 표정을 애써 지우며, ‘책과 그녀’의 작가를 바라본다.



처음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있던 이 평범한 얼굴의 초보 작가에게 현실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물론 10대 시절 처음 쓴 글로 작가의 재능을 전부 판단하는 바보는 없다.



글을 읽기 전 강신에게 말해주리라 생각했었던 것들이 있었다.



과거 자신에게 조언을 구했던 초보 작가들에게 잊지 않고 해주었던, 자신의 창작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 따위였다.



복잡한 상황을 심플하게 풀어가는 노하우.


입체적이고 획일화되지 않도록 만드는 캐릭터 설정.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적절한 위치에 적절하게 하는 묘사.


주 스토리가 이루어지는 무대 배경에 관한 설정과 이해.


대화나 설명이 글 한 화에 쓰여지는 비율.



귀중한 경험, 대단한 노하우를 말하는 동안 차오르는 우월감을 상상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이 청년에게, 아니 이 작가님께 해줄 말은 칭찬뿐이었다.




“부족한 점이라던가, 아쉽다던가····뭐 그런 건 없습니까?”



어쩌면 자신이 이 작가와 마주친 게 운명이었나 싶기도 했다.




이미 성체가 되어버린 티라노사우루스가 호랑이에게 강해지는 방법을 묻는다.


‘글쎄? 치아배열이 아쉽다고 말해야 하나? 앞발이 짧다고?’


호랑이가 무슨 말을 한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그는 이미 티라노사우루스인데.




잔인하리만치 서글픈 현실이 스스로 천재 작가라고 생각했던 이의 가슴을 쿡 찌른다.



순간 가슴에 불이 났다. 유치한 질투가 타오른다. 명작을 완성한 영화감독이 평점을 묻는다. 최고의 셰프가 견습 셰프에게 요리를 먹어보고 평가를 해달라고 한다. 세계를 휩쓰는 미모의 남자배우가 자신의 마스크가 어떤지 묻는다.




괜스레 심술이 났다. 자신이 고양이인줄 아는 호랑이에게 정글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뭐라도 하나 트집이 잡고 싶었다.




[큰 단점이 하나 있기는 한데.]



“역시·····처음 쓴 글에 단점이 없을리 없죠.”



피드백을 기대하는 강신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평을 해준다.







[·······글이 짧아!]



“네?”



신이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이 짧다구.]




“그게 무슨 단점이?”



[글이 책으로 대략 3권 분량인데 너무 짧아서 몰입감이..아 몰입감은 좋았지만...아무튼 그래! 유료화! 유료화 했을 때 수익이 극단적으로 적어질 수 밖에 없지.]




“굳이 돈에 욕심도 없고 처음 쓴 글이라서·····.”



[독자들도 완결이 80~90화 정도인 소설에 유료구매를 하지 않을 거야. 너무 짧아서 그게 독으로 작용하지.]



“맞는 말이긴 한데, 제가 궁금한 건 제 글을 읽고 나서...”




[됐어. 나쁘지 않아. 뭐 한 명의 작가로 인정 할 수준은 되니까.]



규현이 평가를 대충 얼버무리며 말을 이어간다.




[달론즈에 글을 올렸으니 독자들이 댓글을 달아줄거야. 참고할만한 점은 참고 하고 과하다 싶은 악평은 걸러낼 줄도 알아야해.]



“이제 막 올려서 조회수도 없다시피하고 댓글 다는 사람도 없는걸요.”



규현이 강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젊은 작가 청년은 자신의 재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나보다.


이 정도로 섬세하게 감정선을 살리면서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부분까지도, 그 감정을 은은하게 써 내려 갈 수 있는 재능이라면 4권이 조금 안되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꽤나 인기를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인기를 얻을 거다.


슬픈 글을 쓰기는 힘들지만 슬픔을 덤덤하게 풀어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10대때 쓴 글이라니...그것도 처음 써본 작품?



그가 쓴 글의 장르가 현대판타지물이 아니라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만큼이나 그의 글은 전직 작가인 규현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아무튼 전에 썼었던 다른 소설들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전부 업로드 해서 평가를 받아 보도록 해. 글이 좋은지 아닌지는 독자들이 조회수로 판단해 주겠지.]



“뭐. 저도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시간 날 때마다 적어서 올리려고요.”



[내 소망을 말했으니 내일부터는 내가 생각해둔 소재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함께 신작을 써보자고.]



“잘해봅시다 우리.”



닫지도 않는 손을 맞대며 강신과 규현이 내일부터 헬모드에 도전하기로 한다.





====






어느덧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카페에 손님은 없었다.


강신은 카페 근무중 찾아오는 식사 시간에 항상 상대적으로 냄새가 적게 나는 음식 위주로 배달 음식을 시키곤 했다.


어플로 주문을 마치고 40분 정도 지났을까?


“배달이요.”


배달직원이 피자를 가져온다.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알바생들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복지카드를 카운터 서랍에서 꺼내 든다.


‘그러고 보면 사장님도 참 이상하단 말이지.’


결제를 마치고 영수증과 카드를 서랍 봉투안에 넣고는 피자를 한입 베어문다.


처음 면접을 보러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극단적으로 손님이 없는 이곳 카페를 계속해서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1년 전 쯤이었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






1년 전 어느 주말 오후.



알바 면접에서 떨어진 강신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힘 빠진 걸음으로 터덜터덜 걷던 중 문득 옆을 쳐다보니 카페 출입구 유리에 붙어 눈길을 끄는 알바 모집 공고가 보였다.






‘카페 알바 구함. 손님 많이 없습니다.’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자.



‘커피x커피’




꽤나 자주 지나가는 길이었지만 이곳에 카페가 있었나 싶을 만큼 작고 평범한 간판이 보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나름 깔끔한 노란색 계통 인테리어와 함께 향기로운 커피향이 코를 툭치고 들어온다.



마치 많은 손님을 받고 싶지 않다는 듯.

30평은 넘을 법한 넓은 공간에 테이블은 고작 6개뿐이었다.




‘가장 손님이 붐비는 시간대인 오후 5시에 한 테이블도 손님이 없는 카페라면 정말 손님이 없는 카페가 맞네.’



텅 빈 카페에 테이블만이 적막하게 놓여져 있는 모습이 휑해보인다.




“어서오세요.”



문이 열리면서 울리는 딸랑 소리가 들리자 카운터에 앉아서 스마트폰에 시선을 떼지 않던 남자가 반사적으로 인사한다.




“알바 모집 공고를 보고 왔습니다.”



그제서야 90kg은 넘을 듯한 푸짐한 체구에 큰 키의 남자가 힐끗 나를 바라본다.



“맘에 들어쓰!”



“네?”



거구의 남자가 카운터에서 걸어 나온다.




“이쪽으로.”



마주 앉은 상태에서 강신이 보건증과 이력서를 꺼내서 내민다.



“편의점부터 카페, 호프집, 고깃집까지 여러 가지 알바를......”



“흐음...주말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이틀간 10시간씩 근무 가능?”



“아.....네. 물론 가능합니다만.”



“오케이 그럼 내일부터 콜?”



“네. 근데 다른 거는 안 물어 보시나요?”



“내가 관상을 좀 보는데 말이야 뽑으면 1인분은 넘게 하겠네.”





“오케이! 시급은 10,000원. 시간은 아침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로계약서랑 자세한 건 내일 잠깐 들려서 매니저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그럼 빠이!”





말을 끝낸 남자는 다시 카운터로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일에 열중한다.


어느새 주변에 강신이 있다는 것은 잊어버렸는지 스마트폰을 보며 키득거리며 웃고 즐거워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말이었지만 왠지 기분 나쁘다는 느낌보다는 10년을 알아온 친근한 동네 형 같은 말투.



‘특이한 사람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30평이라는 큰 규모에 6개의 테이블밖에 놓지 않았다는 점.

굳이 카페의 존재감을 알리지 않는 종류의 작은 간판을 걸었다는 점.

피크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오후 5시에 손님이 1명도 없다는 점.



이 카페의 사장님은 돈을 벌 생각이 없어 보였다.



면접을 본 다음날 이었을 거다.




카페의 문을 열자 희미한 커피향이 강신을 맞이한다.



“오늘부터 알바를 하게 된 강신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매니저 이나연이라고 해요.”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한 단발에 성숙한 타입의 여자아이가 인사를 한다.




“사장님은 가게에 잘 안 오셔서..... 카페 전반에 관한 일들은 저한테 배우시면 돼요.”



유니폼을 입고 나오자마자 조금은 차가운 말투로 카페 업무 전반에 관한 것들을 설명해준다.



그런데



“경력자이신데다가 커피는 몇 종류 없고, 디저트류는 전부 완제품을 꺼내기만 하면 돼서 딱히 배울 게 없긴하네요.”




배울 게 없었다.



음료는 커피를 포함해서 10종류도 되지 않을 만큼 메뉴가 극단적으로 적고 디저트는 전부 완제품으로 꺼내서 플래이팅만 하거나,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극단적으로 편한 일뿐. 손님이 왜 없는지 알 것만 같지만 굳이 알바생인 내가 지적할 필요는 없기에 조용히 이어지는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카페 전반의 업무를 인계받을수록 느껴지는 건 의도적인 귀차니즘. 호기심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메뉴도 손님도 적은거죠?”



내 질문에 이나연 매니저가 나를 바라본다.



“사장님이 돈을 벌려고 카페를 하는게 아니거든요.”



“그럼요?”



먼지 한 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테이블을 닦으며 이나연 매니저가 말을 이어간다.



“36살. 이름은 주민호. 사장님은 이미 결혼 하신 유부남이고 이곳 카페의 건물주이면서 근처에 10채가 넘는 건물을 가지고 있으세요. 한마디로 금수저죠.”



“월세만 받아도 될텐데 굳이 왜 직접 카페를 운영하시는 거죠?”



“둘째가 태어난 지 몇 년 안됐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돕다 보니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저 같은 매니저를 둔 가게를 몇 개 오픈하고, 운영을 핑계로 저녁까지 버티다가 집에 들어갈 생각으로 운영하는 거에요.”




‘하긴 부자도 육아는 힘들겠지.’



가게는 매니저들에게 맡긴 채 하루 종일 웹소설을 읽거나 골프치는 낙으로 산다는데, 건물이 10곳이나 되니 카페 구석 가장 편한 의자에 눕듯이 앉아서 스마트폰만 바라보거나 본인 소유에 직접 차린 가까운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누워서 만화부터 소설까지 내키는 데로 읽으며 뒹굴거린다고 한다.



“참 행복한 인생을 사네요.”



“그렇죠. 일도 안하고 하루 종일 놀고 먹으니까요.”




같이 테이블을 닦으며 중얼거린 강신의 말에 이나연 매니저가 대꾸한다.




‘덕분에 이 카페에 손님이 없어요 손님이’라면서 투덜댄다.




“아니요. 하루종일 놀고 먹어서가 아니라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거잖아요. 제 목표가 딱 사장님처럼 사는 거라서요.”



“하고 싶은 일·······.”



잠깐 멈칫했던 이나연 매니저가 이윽고 다시 창문을 닦았다.







====





토요일 오전 10시 50분. 헬모드에 도전할 날이 찾아왔다.





띠링!



보안카드를 찍고 강신이 잠긴 카페의 문을 열었다.




카페 문을 오픈 하면서 하는 일은 거의 패턴화되어 같은 일의 반복이다.

출근하자마자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꺼져있는 조명등을 켜고, 카운터 포스기의 전원을 켠다.

집중하기 위해서 음악은 손님이 없는 경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인다.



주말이고 혼자서 일 하지만 손님은 많아봤자 8팀 정도.


애초에 메뉴도 극단적으로 적은데다가 이 넓은 카페에 테이블을 6개만 갖다 놨으니 손님을 많이 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름 조용한 카페여서 의외로 찾아오는 단골 손님이 몇몇 있지만, 이 정도면 하루 종일 노는 수준이다.


이곳 사장님이 장사에 목숨을 건 자영업자였다면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나은 하루 수입이겠지만 금수저에 엄청난 부자기에 적자나 흑자 따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듯 싶었다.



팔을 빙빙 돌리며 스트레칭을 마치자마자 넘치는 체력과 에너지로 꼼꼼하게 청소를 한다.



꽤나 개방적이고 넓은 카페의 크기 때문에 보통의 성인 남녀 2인기준 30~40분은 걸리는 대청소를 매일 2번씩 할 정도로 청결만큼은 사장님이 유독 신경 쓰고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장사가 잘 되는 일에 신경 써야 할텐데 말이다.






“규현형이 빨리 와야 할텐데.”




어느샌가 그가 올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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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 규현의 소망(3) 21.12.07 37 0 14쪽
» 4. 규현의 소망(2) 21.12.06 49 0 14쪽
4 4. 규현의 소망(1) +2 21.12.05 72 1 13쪽
3 3. 혼란의 1일 차 21.12.04 71 1 12쪽
2 2.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21.12.04 81 2 15쪽
1 1. 꿈이 아니었다. 21.12.04 85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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