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십니까.

겨우살이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Goldchange
작품등록일 :
2013.12.01 19:40
최근연재일 :
2014.09.07 21:4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04,260
추천수 :
2,003
글자수 :
426,459

작성
14.07.12 23:33
조회
282
추천
8
글자
9쪽

十章 - V

DUMMY

……이곳은?

풀벌레가 지저귀는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는 달님이 보이고, 비가 내렸던 것인지 촉촉해진 땅이 보였다. 풀들은 비를 이슬처럼 들고 있고, 동물들은 어둠 속에서 제 할 일을 하느라 바빴다.

“……어디지?”

또다시 모르는 곳. 조금 전 뱀이 말했던 내용이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여기가 어딘지 아는 게 중요하다.

가볍게 뛰어올라, 꽤 커 보이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보이는 것은…… 나무와 풀뿐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빛을 품고 있는 집이 보였다.

“저 집에 가볼까?”

이런 밤중에 가면 경계하겠지만…… 아침까지 기다리고 싶지는 않아.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곧장 그 집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몇 가지 함정이 설치돼있는 게, 이 집의 주인은 사냥꾼인 것 같았다.

문을 똑똑…… 어라?

다시 한 번 손으로 문을 두드려봤는데, 역시. 손이 문을 그냥 통과한다. 조금 전 나무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뱀이 무슨 짓을 한 걸까?”

무공이라는 게 원래 신기하기 짝이 없어, 시차를 두고 발동되는 것이 없지는 않으니.

문 앞에 서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지금 이곳에 뭐하러 왔는지를 깨닫고 큰 목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그냥 들어가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이 세상에서 범죄라고 불리는 행위다. 내가 그런 행위를 할 리가 없잖은가.

한동안 큰 소리로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게 나를 경계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도 없어서 그런 것일지는, 글쎄.

“……일단 들어가 볼까.”

상대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협조적으로 만들면 될 뿐.

방금 했던 생각은 생각지도 않고 나는 문을 통과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집이 진을 그리고 있었나.”

보통 사냥꾼이 아니거나 위장……인가. 이런 생각을 못 하다니. 그건 내가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것과 별다를 바 없잖아. ……자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빨리 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하자.

목소리에 집중하며 이동했지만,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가 않는다. 한 사람이 아니라 최소 두 사람이라는 건 알아냈지만, 이건 좋은 정보라기보다는 나쁜 정보에 속한다.

……그냥 조금 있다가 들어올걸. 그러면 지금처럼 행동하지 않을 텐데.

지금 나가서 이곳에 들어온 적 없다는 듯 다시 사람을 부르는 행동을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아니, 해도 사람이 올 것 같지 않다.

“이런 곳에서 수상하게 대화하고 있으니, 온다고 해도 좋은 일은 아닐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니, 이건 생각하지 말자. 일부러 안 한 생각을 다시 할 필요는 없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기척을 없애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전부 보통 방법이 아니니 주의.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인기척을 최대한 지운 뒤, 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 방의 벽에 붙었다. 너무 많이 들어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으나, 이상하게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대화의 내용을 알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좋소. 그렇게 하겠소.”

“다른 사람의 미래를 그리 간단히 망치다니, 역시 재미있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앞의 대화를 듣지 못해서 그런지 대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지만.

“망치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이건 그 아이를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오.”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면야.”

“의식은 언제 치를 것이오?”

“언제든지 치를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치르고 싶으면 만월인 날이 좋지.”

“다른 준비할 것은?”

“두 아이의 피. 그리고 그 날을 기준으로 죽고 삼 년이 지난 사람.”

죽고 삼 년이 지난 사람? 시체를 구해오라는 건가?

“한 구면 되오?”

“한 구면 되는데, 무인이었으면 좋겠군.”

“그런 것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오?”

“조금씩 받긴 하지.”

“준비해놓겠소.”

“그 날이 될 때까지 나는 너를 따라다닐 테니, 알아두라고.”

“……그 말은 나한테 저주를 걸겠다, 뭐, 그런 말이오?”

“글쎄.”

“……멋대로 하시오.”

누구한테 뭔가 나쁜 의식을 하라고 의뢰하는 사람과 그걸 받아들인 사람……인가? 의식을 치르는 날은 만월이고, 준비할 것은 두 아이의 피와 만월이 되는 날을 기준으로 죽은 지 삼 년이 되는 무인의 시체. 이게 지금 얻은 정보로 유추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인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부터 조심은 하고 있었지만, 그 조심은 필요 없는 조심이었다는 듯 열린 문을 통해 사람이 나왔다. 사람이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 숨기는 했는데, 나를 봤을지 어떨지는.

“이 집은 불태워도 괜찮소?”

“이 집은 방 안에 쓰러져있는 녀석들과 함께 나한테 바치는 것이 아니었나?”

“이곳에 그냥 둘 생각이오?”

“불태울 거다만.”

“……그럼 왜 내가 태워도 괜찮으냐고 물었을 때는─”

“내 거니, 내가 직접 태워야지.”

“─……그렇소?”

“그래.”

사람은 둘. 한 명은 남자가 확실한데 다른 한 명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 벽 하나를 두고 나를 스쳐 지나갔는데 내가 있음을 눈치챘는지 모르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말하는 걸 봐서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집을 불태우는 건, 글쎄.

“……일단 빠져나갈까.”

아니, 그전에.

몸을 움직여, 그들이 갔을 거라 생각되는 장소를 바라봤다. 아무도 없는 것이, 둘은 나간 것 같았다.

“조금 전 그 방에 가보자.”

이런 곳에 쏟고 있을 시간은 없지만, 알게 된 이상은 어쩔 수 없지.

조용히 그러면서도 빠르게 그 방으로 이동한 나는 방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조금 전처럼 편리하게 통과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통과되지 않아서 직접 손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방 안에 펼쳐진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눈, 코, 입을 포함해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두 피가 흐르고 있다. 한 명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고, 다른 한 명은 잠자듯 바닥에 누워있다. 마지막 한 명은 절규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벽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는데, 돌이라도 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방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헤쳐진 책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종이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는데, 그 대부분에 피가 묻어있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알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언제 이곳이 불탈지 모르니, 최대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부분만 읽어보자.”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종이를 들고 읽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이 얇았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그거에 더해서 피 때문에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는 점이─ 뜨겁네.

“불을 붙인 건가?”

불은 보이지도 않는데 이 정도 열기라니. 진을 사용해 불을 피웠구나. 왜 이렇게 진을 좋아하는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도(手刀)에 기를 둘러, 벽을 자르고 밖으로 나왔다. 잘린 벽은 친절하게 다시 끼워주었다.

그 둘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나?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집 주위를 한 바퀴── 돌 필요도 없구나.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 같은 머리, 홍옥(紅玉)이라 불리는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적색 눈동자, 거기에 아담한 키를 가진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 한 명과…… 저 사람은?

-내가 쉬고 있는 틈에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사(巳).

-그게 무슨 소리지, 묘(卯)? 나는 언제나 그렇듯 이곳에 흘러들어온 사람을 골리고 있었을 뿐인데.

-너는…… 쯧. 데리고 가겠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때문인가, 이상하게 눈이 흐리다.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순간 보인 검은 세상의 달콤한 유혹. 거부하려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승낙해버렸다.


작가의말

 한동안 걸었으니, 이제 슬슬 달려보고 싶네요.

 오래간만에 달리는 거라 여러 가지 실수가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힘들어서 다시 걸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달려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겨우살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생존신고 2014-11-22 14.11.22 271 0 -
공지 2014년 9월 22일 입대합니다. 14.08.08 414 0 -
공지 배경 및 설정 +1 14.01.05 1,218 0 -
104 十二章 - I 14.09.07 407 7 7쪽
103 十一章 - VI 14.08.28 235 6 12쪽
102 十一章 - V 14.08.23 907 7 8쪽
101 十一章 - IV 14.08.17 420 6 7쪽
100 十一章 - III +2 14.08.08 740 13 7쪽
99 十一章 - II 14.08.05 562 8 7쪽
98 十一章 - I 14.08.01 794 6 8쪽
97 十章 - XI +1 14.07.28 307 5 7쪽
96 十章 - X 14.07.25 649 6 8쪽
95 十章 - IX 14.07.22 281 8 8쪽
94 十章 - VIII 14.07.18 352 9 7쪽
93 十章 - VII 14.07.16 315 8 10쪽
92 十章 - VI +1 14.07.13 284 8 9쪽
» 十章 - V +1 14.07.12 283 8 9쪽
90 十章 - IV +2 14.07.11 844 12 7쪽
89 十章 - III 14.07.04 420 9 7쪽
88 十章 - II +1 14.06.27 404 10 9쪽
87 十章 - I 14.06.20 300 11 8쪽
86 九章 - X +1 14.06.13 473 10 7쪽
85 九章 - IX 14.06.06 380 11 7쪽
84 九章 - VIII 14.05.31 538 11 7쪽
83 九章 - VII 14.05.27 498 11 7쪽
82 九章 - VI +1 14.05.23 1,189 14 7쪽
81 九章 - V 14.05.20 1,067 42 8쪽
80 九章 - IV 14.05.17 514 13 8쪽
79 九章 - III 14.05.13 752 12 8쪽
78 九章 - II +1 14.05.09 501 1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