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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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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글
작품등록일 :
2019.04.01 12:13
최근연재일 :
2019.05.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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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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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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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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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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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3)

DUMMY

web-판타지-대체역사


잘 나온 사진



제31회



소리글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3)



협률사- 7


국화가 실종되었다.

궁내부 특진관댁 노마님 팔순잔치에 다녀온 날 밤부터 그녀를 본 사람이 없었다.

맨먼저 만복상회 식구들이 충격을 받았다.

특진관 이완용 씨 집 잔치가 있던 바로 어제 밤.


“순라꾼도 지나갔는데 여태 국화가 안 들어오네?”


박소사가 대문도 못 걸어잠근다며 불평을 했다.


“뭐하고 여태 안 들어올까, 손님 따라 갈 애는 아닌데?”


자기 방에 들어가 있던 김정우 기자와 광대 고달봉이 방문을 열고 나와 걱정을 나눴다.

그렇지만 당장 무슨 뾰족한 수가 없었다.


---


그 이튿날, 교방사는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협률사 희대 객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겨우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져 갈만 한데 소속 황실기생의 실종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교방사 최고 우두머리인 제조가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교방사 제조 이지용의 입장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만 모셔야 할 황실기생을 민간에 대여했고, 그렇게 대여되어 나간 기생이 실종을 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오?”


탁지부대신 겸 내장원경 이용익이 교방사 제조 겸직인 법부대신 서리 이지용을 찾아왔다.

황실 제사 전담인 봉상시와 황실 행사 전담인 교방사는 황실 재산관리 관청인 내장원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봉상시와 교방사의 재정은 모두 내장원에서 지출되었다. 봉상시와 교방사는 이용익의 손 안에 들어있는 기관이었다.

당연히 내장원경 이용익이 진상 파악을 하려 들 일이었다.


“어떤 아이가 실종되었다구요?”

“진주기생 국화입니다. 그전엔 녹주라는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아이입니다.”


황제의 5촌조카인 이지용에게도 황제의 최측근 실세인 이용익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존재였다.

이용익은 국가재정을 담당하는 탁지부의 수장이자 황실재정을 담당하는 내장원의 수장이었다. 국가와 황실의 그 한 손으로 주무르는 인물이었다.

나이도 20세 가까이 위이니 거의 아버지 뻘이었다.


“어떻게 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용익은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해줄 수 없었다. 지난 번 협률사 희대 객석에서 있은 살인사건과 연관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개동 씨의 아들 석철의 죽음과 김개동 씨 사위 정서방의 죽음에 대한 내막을 이용익은 알고 있었다. 더 큰 파장을 우려하여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석철의 죽음에 관한 비밀은 광대 고달봉이 일러주었고, 정서방의 죽음에 관한 비밀은 모모야마의 고용인 양주사가 일러주었다.


“국화를 어떻게 아느냐구요?”

“안다고 하시기에 여쭙는 것입니다.”

“칭경예식에 뽑혀 올라온 진주 명기에다 교방사 기생으로 특별히 뽑아놓은 황실기생입니다. 내가 모를 리 없지요.”

“아하, 저는 또...”

“폐하께는 잘 말씀드려놓을테니까 나쁜 소문 나가지 않게 잘 수습하도록 하세요.”


---


은석은 이 사건을 청관 상인 샤오천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오늘 낮에 있은 일이다.


“어떤 나쁜 사람이 황실기생 하나를 납치했다 해.”

“황실기생이요?”


며칠 전 황제를 모시고 이용익 씨, 김정우 기자와 함께 황실기생의 가무를 감상했다.


“왜? 왜 납치를 해요? 황실기생을 뭐하러?”

“화 나면 무슨 짓이든 한다. 그 사람 화 났다. 내가 안다.”

“누군데요?”

“내가 며칠 전에도 말했다. 나는 알지만 말 안 한다.”

“알면 말을 해야죠. 사람이 납치 당했는데! 그것도 연약한 여자가요!”

“우리 사람 그런 말 안 한다.”

“만일 납치된 그 여인이 죽기라도 한다면 쑤수 때문에 죽는 거예요, 샤오천 쑤수 때문에요!”

“우리 사람이 뭘?”

“쑤수는 정말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리 사람 안 나쁘다. 죄 안 짓는다.”

“말씀 안 하시면 황실 호위대에 발고할 거예요.”

“황실 호위대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다.”


은석은 엄포를 놓았다.


“황실기생이 납치된 사건이예요. 그러면 황실 호위대가 나서게 돼요.”

“정말이야?”

“샹하이런(상해사람)이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쑤수와 나는 샹하이런이예요. 샹하이런 끼리 서로 도와야요. 나한테 지금 그 말 안하면, 내가 황실 호위대에 신고를 하면... 쑤수는요... 쑤수는 바로 잡혀 가는 거라구요.”

“루이...”

“예.”

“루이, 나는 못 잡혀 간다.”

“쑤수는 안 잡혀가요. 바른말만 해 주면요.”

“루이, 나는 봤다.”

“뭘요?”

“모모야마 쇼샤쿠가...”


은석은 무언가 둔탁한 것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모모야마... 모모야마 쇼샤쿠라 했어요?”

“그 자하고 내가 돈 바꾸는 일로 가끔 만난다.”

“그래서요?”

“내가 일본돈 한 자루를 메고 그 집에 갔다.”

“모모야마가 일본돈을 회수하는 거예요?”

“한성에 있는 일본돈 다 회수한다.”

“계속하세요.”

“갔는데 모모야마 없다. 우리 사람 바쁘다. 쪽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소리가 났다. 비명 소리다. 여자가...”

“황실기생이?”

“모모야마가 몽둥이로 막 때리고 황실기생은 막 맞았다.”

“황실기생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고방 안을 보다가 모모야마한테 들켰다. 모모야마가 말했다. 황실에서 죄짓고 도망친 황실기생이다. 때려도 괜찮고 죽여도 괜찮다. 그런 말 했다. 우리 사람 놀라서 아무 말도 안 했다.”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도 모모야마가 쑤수를 순순히 내보내줬어요?”

“우리 사람 착한 거 모모야마 잘 안다. 우리 사람 말했다. 우리 사람 못 봤다. 아무 것도 안 봤다. 우리 사람 황실기생 모른다.”

“그러니까 의심 안 하고 보내 주던가요?”

“모모야마 우리 사람 믿는다.”

“쑤수, 사람 좀 모아주세요.”

“루이.”

“쑤수는 남의 일 대신 해주는 사람 많이 알고 있잖아요.”

“루이, 이러면 우리 사람 죽는다. 나는 죽고만다. 우리 사람 말 알지?”

“아, 녜, 알겠어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께요. 그 대신 쑤수는 아무 일 없은 듯이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한 듯이 생활하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할께요.”

“루이, 조심해라.”


----


은석은 제국신문사로 달려갔다.

마침 김정우 기자는 자리에 있었다.


“김기자님, 사건이 있어요.”


은석은 정우에게 샤오천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했고, 정우는 바로 일어나 이용익을 찾아갔다.


-----


경부의 경관과 순포들이 모모야마의 집에 들이닥쳤다.

모모야마는 고방 안에 있었고, 황실기생 국화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

모모야마는 체포 되었고, 국화는 재동의 서양식 병원 제중원으로 실려갔다.


“우리는 여기 없었던 사람입니다.”


은석과 김정우 기자는 먼발치에서 진행과정을 지켜보았다.

모모야마와 마주칠 일도 없었고,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국화가 이들을 보았을 리도 없었다.


---


모모야마의 집 고방을 떠올릴수록 은옥은 괴로웠다.

오차 마실래, 고히 마실래, 하고 호들갑스럽게 몰아나가는 모모야마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고방에서 여자 신음 소리가 났어요.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은옥이었다. 그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알고 있는 은옥이었다.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여인을 봤어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은옥이었다. 모모야마가 비밀로 하고 있는 일을 추궁한다는 건 모모야마를 아는 그 주변 사람의 불행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 은옥 자신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여인이 죽어가고 있었어.


그 사실이 은옥을 움직이게 했다. 모모야마의 집을 다시 가보기로 했다.

집에 자신의 전용 가마가 있었지만 그것을 타지 않았다. 그 가마를 타고 가면 그녀가 그곳에 간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세 가마 가게의 세 놓는 가마를 빌려 타고 모모야마의 집으로 향했다.

무슨 뚜렷한 해결 방도도 없었다. 고방에 갇힌 여인을 그대로 방치할 순 없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주변을 얼쩡거려 주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천만다행으로 경부의 경관이나 순포라도 마주치면, 저 집 고방에 여인이 감금 당해 있다고 귀띔해줄 것이었다.


-누구라도 도와줄 사람이 나타나 주었으면...


모모야마의 사진관이 저만치 보이는 길모퉁이에 청년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가마 안에서는 보이지만 그 청년들은 가마 안의 은옥을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저이들이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


두 청년은 모모야마의 사진관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은석 오빠도 저 나이일텐데...


어쩔 수 없이 또래 청년만 보면 쌍둥이오빠 은석을 떠올리는 은옥이었다.


-아니, 왜 저러지?


두 청년이 갑자기 뒷걸음질을 쳤다. 길모퉁이 담벼락을 끼고 돌아 몸을 숨겼다.


-뭐지?


모모야마였다. 모모야마가 경부 경관에게 체포되어 나오고, 이어서 순포 둘이 피투성이로 쓰러진 여인을 들것에 싣고 나왔다.


“어떻게 해...”


절로 그 말이 튀어 나왔다. 미우나고우나 키워주고 먹여준 모모야마가 경부 경관에게 잡혀가는 장면이었다.

들것에 실린 여인에 대한 궁금증도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들것에 실려서라도 세상사람 시선에 들어왔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 다음엔 모모야마였다. 모모야마에 대한 걱정 비슷한 감정이 은옥의 머리에 가득했다.

길모퉁이로 숨었던 두 청년이 걸어나와 은옥의 가마 앞으로 지나갔다.


“김기자님 이젠 우리 역할 끝난 거죠?”

“이동지 수고했어요.”


이은석과 김정우가 은옥의 시야 정중앙으로 걸어와서 지나갔지만 그녀에겐 그 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모모야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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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4) 19.05.02 103 2 9쪽
»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3) 19.05.01 10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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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2) 19.04.20 122 6 9쪽
19 Ⅲ 사진 속의 남자, 사진 밖의 여자 (1) 19.04.19 16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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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Ⅱ 사진 찍은 자 (10) 19.04.16 128 7 8쪽
15 Ⅱ 사진 찍은 자 (9) 19.04.15 115 5 8쪽
14 Ⅱ 사진 찍은 자 (8) 19.04.14 106 5 8쪽
13 Ⅱ 사진 찍은 자 (7) +2 19.04.13 136 5 8쪽
12 Ⅱ 사진 찍은 자 (6) 19.04.12 147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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