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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룡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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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고룡생
작품등록일 :
2020.01.08 16:16
최근연재일 :
2020.04.08 15:3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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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972

작성
20.03.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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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069>제15장 독보강호 4 유성

DUMMY

이름조차 단 한 수에 표적의 명을 거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자객의 운명을 가지고 타고 났다. 그가 이행한 암살은 144번, 모두 성공했다. 무림의 소문으로는 그는 어마어마한 대갑부라고도 소문이 자자했다.


- 단주의 청부대금은 무려 은자 1천 냥이야.


상대에 따라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수하들이 벌어들인 액수의 2할은 자객단 운영에 쓰이고, 3할은 단주에게 바친다. 그게 불문율이다. 아직 그 어느 누구도 이에 반기를 든 자는 없었다.

반기를 들려면 반드시 단주의 암살을 막아내야 한다.

누구도 그런 무모한 모험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걸 봐라.”

단주 표일수가 황의인과 흑의인에게 한 장의 백지를 날려 보냈다. 마치 살아있는 듯 날려서 그들의 앞에 살포시 안착했다. 황의인이 그 백서를 들고 보았다.


- 청부대금 황금 1백 냥(은자 만냥)


황의인의 손이 부르르 떨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그 밑에 쓰여 있었다.


- 단 실패했을 시 다섯 배 배상해야 함.


이 한 마디에 죽이지 못할 표적이 없다는 대자객단의 단주가 망설이고 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보낼 사람이 문제였다.

“동방대협께서 손수 적어서 보내셨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황의인과 흑의인은 의당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고 했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애송이 하나쯤 하지만 청부대금이 너무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바로 청부자였다.

보내온 날자는 9월 1일이었다. 지금은 915일다.

이 부분이 수하들에게도 부담은 가중되었다. 황제를 암살한다고 해도 이레면 충분했다. 그런데 보름이나 갈려서도 아직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자객단의 단주 표일수가 망설이고 있었다.

“대자객단은 청부가 오면, 가격이 맞는다면 거절한 적이 없다.”

그런데 황금 백 냥이라면 거의 열 배 이상을 더 쳐준 것이었다.

“방영웅이란 애송이는 어떠냐?”

“단독으로 무림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단주님, 그 놈은 여태 단 한 번 패배한 적이 없습니다.”

황의인에 이어서 흑의인이 최초로 말했고, 신중했다.

단주 표일수가 일처리를 잠시 미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수하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뒷집을 쥔 채 왔다 갔다 하다가 의자 뒤에서 멈추어 섰다.

“3단계로 공격한다.”

결정이 났다. 두 수하는 그제야 표정에는 환희에 찬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실패해서 죽더라도 암살자는 암살을 해야지 힘이 나는 법이다. 더욱이 표적이 매우 까다롭다면 더욱 호기심이 극대화되어서 반드시 해야 한다.

“감호(甘護), 박윤(朴允)?”

“예, 단주님.”

황의인이 감호이고, 흑의인이 박윤이었다.

“너희들이 1차다.”

“고맙습니다!”

꽝꽝!

두 사람은 이마를 바닥에 찧으면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한은 사흘이다.”

그 다음으로 보낼 자는 부단주 호연 기(呼延奇)였다.

특이하게도 이들 자객들은 별호가 없이 이름을 사용했다.

두 사람이 물러가고 나서 표일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별빛이 매우 뚜렷한 화창한 날씨였다. 가을의 하늘은 언제나 푸르고 맑았다.

‘동방립 암살도 곧 들어올 것이야. 예선전을 치른다고 생각해야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4 유성(流星)




한 사내가 걸어가고 있었다.

청의인은 약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데 확실한 것은 알 수가 없었다. 내공을 익히면 동안을 유지하기에 짐작만으로는 나이를 알 수는 없었다. 그의 말은 푸른색을 띤 종마로서 매우 희귀한 종자였다

사내의 등에는 긴 보자기가 있었고, 거기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등에 맨 상태로 보면 장검이 틀림없었지만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는 거침없이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가고 있었다.

그가 가고 있는 관도는 태원으로 향하는 곳이었다.

그를 향해서 시선을 주는 자들은 많지만 그냥 지나치곤 했다. 범접하기 어려운 기세가 모두를 물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말을 타고서도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데 유랑 나온 한량 같았다.

그런 모습이 자칫 기생오라비나 건달처럼 보일 수가 있었다.

벌써 몇몇의 무림인들이 그를 언짢은 기색으로 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그는 경치 구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천하의 그 어느 누가 오더라도 신경도 쓰지 않을 기세였다.

거기에 짓눌린 것인지 아니면 상대해봐야 쓰잘데기없는 작자로 인하여 힘 낭비가 귀찮은 것인지 모두 그냥 지나쳐 갔다. 그런 행위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는지 그저 구경하는 데에만 푹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탄이나 다른 사족들을 발설하지도 않았다. 그저 좋은 경치를 눈에 담으며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모든 것을 살펴본다면 구경 외에는 다른 것에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한량일지도 모른다.

벌써 서너 명의 무사가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매우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예사롭지 않은 무사들이다. 무림에서 관심을 받으면 좋기도 하겠지만 한 가지는 예상해야 할 것이다.

죽음.

이 단어는 무림인이라면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다녀야 할 것이다. 강호 생활이란 게 본래부터 칼날 위의 인생인 것이다.

이번에는 5, 6명으로 늘어났는데 이상하게도 하나 같이 고수가 아닌 인물이 없는 듯했다. 청의인의 무심한 행동이 눈에 무척 거슬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청의인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휘적휘적 걸으며 거침없이 나아가는데 좋은 구경거리가 있으면 즉시 거기로 시선을 돌렸다.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있었다. 대도시 태원이 가까워지지 행인들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청의인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거추장스러운 것이 가로막는다면 발로 차버리고 나갈 것 같은 기세였다. 행인들이 점점 많아지자 그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도 배수로 불어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사실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무림에서 적을 많이 두면 그만큼 목숨 줄이 짧아지는 법이다. 무림에서 1년만 살아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무림 생활을 한 듯한 청의인은 그저 무심했다.

얼굴에 표정은 살아 있었으나 그의 눈빛은 죽어 있었다.

회색빛이 난다.

아마도 고수들이라면 그의 그 눈빛을 보고 알아차려서 그냥 지나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여기서는 구경할 게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점점 태안이 다가오고 있었다.


방영웅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강호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의 강호행은 그야말로 지뢰밭이다.

‘저러면 안 되는데.......’

사도채령은 저런 모습으로 무림맹으로 향하는 것은 ‘나는 표적이다.’ 라고 스스로 밝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야말로 개나 소나 모두가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리 되면 지체되고 힘은 소진되어 결정적일 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 걸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어서일까?

‘전자일 걸 같은데... 어머?!’

아니라고 미리 전제하는 어투에 스스로 놀랐다.

‘설마?’

저 어린 나이에, 애어른이란 말인가?

노강호란 의미가 된다.

그녀는 말을 이용하지 않고 안정된 보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공을 골고루 분배하여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그녀는 이제 23세이다. 그녀의 이런 노련함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야 할 것이다.

호기심이 극대화되면 누구라도 이렇게 물을 것이다.


- 그녀의 아버지는 누구지?


무공이란 그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배우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물론 사부에게 배우는 경우도 잇었으나 사도세가는 아니었다. 더욱이 제갈소백이 언급한 적도 있었다. 기초가 아주 탄탄하다는 것과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 기초를 닦았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런데 간혹 방영웅의 행동이 이상했다. 마치 의문을 가지고 의심스러운 사람을 살파기 위하여 문에다 귀를 대고 내부의 동향을 듣는 듯한 모습이 간헐적으로 보였다.

“아, 청각이 유달리 뛰어났다고 했지.‘

그렇다면 분명이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물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친밀감의 존재에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은 통례다. 그렇다면 이질감일 것이다.

사실 그녀는 지상으로 움직여서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 전각과 집의 지붕, 그리고 여러 가지 은폐물이나 축조물을 이용하여 추적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선택을 처음에는 후회했지만 지금은 대환영이다.

대도시 태언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많은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그녀에게는 축복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대저택의 지붕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방영웅을 살폈다. 그러다가 그녀는 어떤 정보를 얻은 것에 신경이 쓰여서 그 정보지를 책자에서 빼내어 읽어보았다.

“... 유성대협이라고? 아니 그럼 동부 삼성(三省)에서 날고 긴다는 설마, 그... 유성검 연청운(燕靑雲)?!”

삼성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안휘, 절강, 강소성까지 널리 그 유명세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항상 보자기에 검집을 숨겨서 다니는데 그 비밀을 아는 데에만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무림인이 유성검에 대한 의문이 폭발 직전이었다. 수십 번의 대결을 펼쳤지만 누구도 유성검을 본 사람이 없었다.

‘매우 조심스러운 사람이거나 매우 악독한 사람이겠지.’

둘 중 어느 것인지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대협이라고 해서 모두가 대협다운 것은 아니었다. 요즘은 대협의 탈을 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도리어 대협이 아닌 사람이 대협일 때가 더 많았다.

방영웅의 행로는 매우 험난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그를 공격할 사람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하지.......’

그런 가운데 그녀는 계속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영웅이 선택을 잘못했고, 아우들의 선택도 틀렸다고 주장했다. 서로가 도우며 나아간다면 힘을 덜어주고 한 사람에 치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장기간 여정에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싶었다.

‘다시 모이게 해야 해!’


방영웅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간혹 산길이나 오솔길, 혹은 골목길도 이용하지만 대부분 관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도 무심한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서 더욱 무심해지는 것 같았다.

벌써 누군가는 나타나야 했는데 없었다.

상관없었다. 나타날 때면 누구라도 나타날 것이다. 하나 사도채령의 생각으로는 그의 명성이 워낙 자자한 까닭에 쉽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이제는 아우들과도 따로 움직이기에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방영웅은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근처를 살피다가 만두 가게를 찾아냈다.

무심히 들어선 방영웅이 잠시 멈추고 말았다. 손님들이 제법 많았으나 한 눈에 알아본 인물은 백의인 세 명이었다. 나이는 6순에 가까웠는데 예사롭지 않은 눈빛과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드세기 그지없었다.

한 눈에 알아보았다.

고수다.

요즘 들어서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진정한 고수가 나타난 것을 직감했다.

괜히 우울했다.

‘밥 먹을 때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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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089>제18장 태상맹주 5 쌍도 20.04.08 723 4 8쪽
88 <088>제18장 태상맹주 4 기습 20.04.08 742 4 10쪽
87 <087>제18장 태상맹주 3 파지 20.04.07 777 4 8쪽
86 <086>제18장 태상맹주 2 살기 20.04.06 824 4 10쪽
85 <085>제18장 태상맹주 1 대오 20.04.05 858 4 8쪽
84 <084>제17장 육지금마 3 학익 20.04.04 819 5 10쪽
83 <083>제17장 육지금마 3 학익 20.04.02 791 6 10쪽
82 <082>제17장 육지금마 2 양천 20.04.01 876 4 10쪽
81 <081>제17장 육지금마 1 금포 20.03.30 879 6 9쪽
80 <080>제17장 윰지금마 1 금포 20.03.29 906 6 10쪽
79 <079>제16장 위기일발 4 쌍검 20.03.28 890 8 9쪽
78 <078>제16장 위기일발 3 선포 20.03.27 896 6 9쪽
77 <077>제16장 위기일발 3 선포 20.03.27 836 7 9쪽
76 <076>제16장 위기일발 2 울분 20.03.25 876 5 10쪽
75 <075>제16장 위기일발 2 울분 20.03.24 925 7 10쪽
74 <074>제16장 위기일발 1 삼차 20.03.23 949 7 11쪽
73 <073>제16장 위기일발 1 삼차 20.03.20 956 5 10쪽
72 <072>제15장독보강호 5 수도 20.03.19 954 4 10쪽
71 <071>제15장 독보강호 5 수도 20.03.18 963 4 10쪽
70 <070>제15장 독보강호 5 수도 20.03.17 954 5 12쪽
» <069>제15장 독보강호 4 유성 20.03.16 1,015 6 12쪽
68 <068>제15장 독보강호 3 자객 20.03.16 1,031 6 10쪽
67 <067>제15장 독보강호 2 도법 20.03.13 1,039 7 11쪽
66 <066>제15장 독보강호 2 도법 20.03.13 1,028 9 12쪽
65 <065>제15장 독보강호 1 염화 20.03.12 1,060 7 11쪽
64 <064>제14장 신화시작 3 포고 20.03.11 1,061 8 10쪽
63 <063>제14장 신화시작 2 도기 20.03.10 1,080 8 10쪽
62 <062>제14장 신화시작 1 수리 20.03.09 1,169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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