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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캇트 님의 서재입니다.

우주지평선(cosmic horizon) 너머에 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SF

루이캇트
작품등록일 :
2015.09.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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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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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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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포획

DUMMY

토드는 즉각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그에 반응한 수백 대의 전투용 로봇이 병기고에서 쏟아져 나와 탈주소녀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다. 전투기능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첨가된 아까의 의료로봇과는 달리 전문적으로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킬러머신들이라 토드는 신속한 체포를 낙관하고 있었다.

“ 그런데 막 알에서 깨어난 애들을 상대로 저런 흉험한 기계를 꺼내도 되는 건가? ”

내가 걱정스런 어조로 말하자 토드는 고개를 저었다.

“ 지금 녀석들은 초단위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서 잡아들이지 않으면 정말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쪽이에요. 서둘러 간택의 의식을 치러야 저 녀석들도 체내 바이오프로그램이 정상 작동해서 잠잠해질 겁니다. 지금 저 녀석들은 부모에 해당하는 우리에게 시위를 하는 것 뿐 이에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으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란 거죠. 문제는 보통 인간의 아이들은 대충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잠잠해지는 대신 저 애들은 진짜배기 골칫덩이로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

그러자 만신창이가 된 뺨에 얼음주머니를 대고 내내 불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맥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 그렇게 오랫동안 연구를 했다 해놓고 왜 저렇게 불안정한 거야? 너희도 인간처럼 연구비 삥땅쳤냐? ”

토드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의뭉스럽게 대꾸했다.

“ 천만에요. 그보다 방금 생긴 불상사는 제 탓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여러분 때문이죠. 제가 먼저 경고를 해드렸던 것 같은데요. 저 애들은 알을 품은 모체의 성향을 그대로 따라간다고요. 그러니까... ”

내 손이 넉살 좋게 변명을 늘어놓는 녀석의 목 줄기를 틀어잡았다.

“ 네 놈이 우릴 약 먹여 재운 다음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 기억은 전혀 안 나는 모양이군. 사전에 우리 의견을 묻기나 했었냐? 이 음흉한 놈아. ”

그러자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대던 토드는 정석적인 논리를 펼쳤다.

“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수습부터 해야죠.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끼리 내분은 그다지 옳지 않다고 봅니다. ”

나는 기가 막힌 나머지 혀를 찼다.

“ 로봇 주제에 무책임한 정치가 같은 발언을 하다니. 이 깡통 녀석이야말로 성계의회에 아주 잘 적응할 놈이로군. 하긴 돌이켜보니 의원이란 놈들은 이 로봇 녀석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긴 해. 다들 나사가 몇 개씩 빠진 것 같으니 말이야. ”

윌과 맥스가 이견이 없다는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저 놈을 미끼로 내걸어서 애들로 하여금 함정에 빠뜨리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것 같아요. 저 녀석이 이 모든 음모를 꾸민 어엿한 악의 축이니까요. ”

윌의 발언에 이번엔 나와 맥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아예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토드 녀석 몸에 폭탄을 장치한 다음 애들과 함께 폭사시키는 건 어때요? 그럼 이 곳은 온전히 우리 차지가 될 텐데. ”

맥스의 과격한 발언에 나와 윌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곧바로 윌이 일침을 가했다.

“ 넌 그냥 입을 다물라고 했지. 듣는 사람 속 터지니까. ”

삐진 나머지 입이 툭 튀어나온 맥스를 내버려두고 나와 윌은 토드의 양팔을 붙잡아 연행했다. 잠시 후 돔 앞에 전투로봇을 불러 모아 매복시킨 다음 토드를 십자가 기둥에 매달아 높이 세웠다. 주변에 어디 숨어 있더라도 금세 발견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준비가 완료되자 나는 곧바로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 아. 들리나? 탈주한 꼬맹이들. 지금 나오지 않으면 이 로봇을 폭파하겠다. 이 녀석이 산산조각나면 너희는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받지 못해 지금처럼 땅꼬마인 채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잽싸게 나와서 이 녀석을 구하는 편이 좋을 거다. ”

그러자 갑작스런 반전에 눈이 휘둥그레진 윌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그거 진짜에요? 왜 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죠? 그보다 언제 맥스의 제안을 따르기로 한 겁니까? ”

나는 마이크를 가린 채로 인상을 썼다.

“ 초보적인 기만전술이지. 내가 걔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그걸 어떻게 알아. 어차피 막 태어난 애들이니까 이런 수준 낮은 협박이 잘 먹힐 거야. 두고 봐. ”

윌은 그제야 이해가 가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 아아. 기만전술. 과연 훌륭하십니다. 형님. ”

나의 협박은 효과가 있었다. 잠시 후 이끼가 자란 건물 속에서 두 소녀가 나타났다. 그새 옷까지 맞춰 입은 듯 치렁치렁한 고대 그리스 풍 토가를 걸치고 있었다. 아직 한 녀석이 안 나타났기에 나는 주의를 흩트리지 않았다.

분명 저 녀석들은 예기치 않은 역습으로 우릴 엿 먹일 생각임이 분명했으니까.

소녀들은 계속 다가왔다. 윌의 말로는 개체마다 눈 색깔이 전부 다르다고 했다. 내게서 태어난 알은 푸른빛이 감도는 녹색, 윌은 진녹색, 맥스는 회보라색이었다. 지금 나타난 것은 윌과 맥스에게서 나온 아이들이었다.

지하에 몸을 숨기고 있던 전투로봇들이 천천히 흙더미에서 형체를 드러냈다. 아이들을 잡으라는 명령에 너무 성급하게 반응한 탓이었다.

곧바로 험악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소녀들은 무진장 강해졌고 전투를 지속하면서까지 계속 성장하는 중이었다. 과연 토드가 콧대 높게 자랑할 만큼 대단한 녀석들이었다. 물론 적아를 구분 못하는 점은 패착임이 분명했지만 말이다.

내 등 뒤에서 갑자기 맥스가 나타나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었다.

“ 이야. 내 애가 벌써 두 살은 더 먹은 것 같아요. 초특급으로 성장하는 것 같은데요. 아아. 그러고 보니 분유 타서 직접 먹이는 시츄에이션을 꼭 재현해보고 싶었는데. ”

등장과 함께 갑자기 시무룩해진 그였다. 그러는 동안 두 소녀는 백여 대의 로봇을 단숨에 휩쓸고 나머지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대담무쌍함과 괴력을 동시에 갖춘 소녀들은 나머지 400여 대의 로봇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지만 생체 병기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 점차 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훤히 잡혔고 아직 한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나는 지금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임을 직감했다.

“ 우선 두 녀석을 잡아놓고 다른 한 녀석이 나타나면 그때 다시 낚시를 시작해야겠군. ”

흡족한 내 목소리에 두 동생들도 기꺼워했다.

“ 다치진 않겠죠. 그간 정을 흠뻑 줬는데 차근히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

눈이 초롱초롱해진 맥스는 그렇게 재촉했다.

“ 너 그러다 두 배로 얻어맞을 수도 있다. 맥스. ”

윌의 참견에 맥스는 눈을 흘겼다.

“ 헹. 맞더라도 내가 맞는 거니 둘째 형은 참견하지 마쇼. ”

그의 볼맨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가 있는 돔의 관제실 앞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목격되었다.

나는 흠칫 놀라 카메라를 조정했다.

“ 엇. 방금 뭐야? ”

“ 위에서 뭔가 낙하하는 게 잡힌 모양인데요. ”

감시 카메라가 잡아낸 것은 십자가 위에 용접된 토드에게 달라붙은 청록색 눈동자의 소녀였다. 다름 아닌 내 알에서 깨어난 아이였다.

나는 흥미로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제법 머리를 썼군. 우리가 다른 두 아이에게 눈길을 쏟는 동안 우리 배후로 접근해 목표에 단숨에 도달하는 전법이라니. 두 시간 전에 알에서 깨어난 것 치곤 정말 놀라운 일이잖아. ”

내 감탄성에 두 동생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하지만 나한테는 아직 너무 일러. ”

청록색의 소녀가 토드에게 손을 대자 일차적으로 강력한 전류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급격한 쇼크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청했지만 함정임을 깨닫고 곧바로 현장을 이탈하고자 몸을 날렸다.

“ 그 정도도 이미 예상했다. 딸아. ”

토드의 몸이 폭발해 거대한 그물로 변해 도주하려던 소녀를 덮쳤다. 그물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소녀를 칭칭 휘감고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윌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우려했다.

“ 애가 다치지 않을까요? ”

“ 저 정도로 다칠 거라면 생체병기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아. 걱정할 필요도 없어. ”

내 말대로 소녀는 땅바닥에 추락하고도 사나운 맹수처럼 날뛰었다. 하지만 온몸을 바짝 옥죄는 그물은 소녀를 쉽게 무력화시켰다.

그 이후로 절반으로 수가 줄어든 전투로봇들이 다른 두 소녀까지 포박해서 우리 앞에 대령했다.

잠시 후 지하 통제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토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진짜 저를 저 위에다 매다는 줄 알고 기겁했지 뭡니까. 그보다 생각보다 쉽게 아이들을 잡았군요. ”

라며 좋아했다. 아까 십자가에 매단 토드는 그를 대신한 더미였다. 양산형으로 만들어진 토드는 창고에 보유한 예비용 몸체에 포획 장치를 삽입한 다음 내게 넘겼고 나는 곧바로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이다.

“ 그보다 저 녀석들이 주인을 선택하면 잠잠해지는 게 맞나? 나중에 우리 목숨을 취하러 올 것 같아서 안심이 안 될 지경이야. ”

방금 전까지 녀석들의 활약을 지켜본 결과에서 도출된 당연한 우려였다. 토드는 염려 말라는 듯이 손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

“ 걱정 마십시오. 녀석들은 지금 백지 상태라서 저렇게 굴지만 데이터가 입력되면 곧바로 순한 양처럼 돌변할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달변을 내뱉는 로봇을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 네가 안심하란 소리는 안심이 안 돼. ”

“ 자. 그럼 아이들을 설득하러 가 볼까요. 어서 해치워야 오늘 밤 편히 잠들게 아닙니까. ”

음흉한 토드가 먼저 앞장섰다.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 이봐. 그냥 말 잘 듣는 칩 같은 거 없나? 그냥 몸에 박으면 순한 양처럼 변하는 거 말이야. ”

토드는 터무니없는 소릴 한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 그런 걸 박아서야 제대로 된 자율형 병기 노릇을 못합니다. 프로그래밍된 것으론 도저히 생명체 본연의 창의성과 순발력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

“ 그렇다 쳐도 저건 고삐 풀린 야생마 같아서 도저히 길들일 자신이 없는데. 방금 전까지 했던 짓을 보더라도 저 애들이 설득에 귀를 기울이리라곤 믿을 수 없어. ”

“ 그럼 폐기해야죠. ”

토드는 식어빠진 라면을 버린다는 듯이 쉽게 말했다.

“ 그럼 우리보고 또 그 짓을 반 년 동안 반복하란 소리야? ”

내 항의에 토드는 붉은 눈을 빛내며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게 싫으시면 전력으로 설득하십시오. 몸을 던져서 녀석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은 정말 위급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믿음직한 전력을 얻을 수 있어요. 아시겠습니까? ”

“ 나는 철 지난 지구방위대 따위가 가입하고 싶어 한 적이 전혀 없는데. 그건 벌써 열 살도 되기 전에 졸업한지 오래라고. ”

내 볼 맨 소리를 깨끗이 무시한 채 토드는 계속 나아갔다.

“ 이젠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 여기 크렐 인의 이동요새에 도착한 여러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번 일에 당첨된 겁니다. 이를테면 대우주의 의지가 간섭한 거라고 할까요. 그러니 더 이상의 반론은 접어두고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그것만이 여러분이 저 밖에 우글대는 하베스터들에게 무사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애들의 마음을 얻는 것만이 하베스터들에게 적성으로 인식된 크렐 인의 흔적이 지워진 우주전함을 얻어 이 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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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새로 생긴 형제 +5 15.10.01 2,313 79 15쪽
11 루돌프 대령 +9 15.09.30 2,315 63 16쪽
10 사냥꾼 +6 15.09.28 2,395 66 12쪽
9 레비아탄 +6 15.09.26 2,962 6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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