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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작가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로미작가
작품등록일 :
2022.05.16 19:01
최근연재일 :
2022.07.10 10:26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9,188
추천수 :
558
글자수 :
253,585

작성
22.05.16 20:06
조회
886
추천
29
글자
10쪽

달빛 아래 핀 꽃

DUMMY

“뭐야? 어떻게 된거야?”


“라모스가 날린 단검이 막히다니? 누가 어떻게 한거야?”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베니 일당의 몇 명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라모스는 정확히 봤다. 자신이 날린 단검이 날아온 돌에 맞고 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을···. 단 한번도 실패한 적 없는 자신의 비기가 단숨에 파훼되는 모습을···.


라모스는 부득부득 이를 갈며 돌멩이가 날아온 방향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림자는 차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검폭이 좁고 가느다란 커트래스 검을 쥔 레온이 어둠을 뚫고 아주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특유의 쇳소리가 담긴 목소리로 라모스가 물었다.


“누구냐?”


“나? 나 레온.”


“레온? 그게 누군데?”


뒤에서 그를 알아본 데포와 타티스가 동시에 소리쳤다.


“넌 그때 분명히 죽었는데···. 어떻게 된거야?”


“보이는 그대로야. 하마터면 니들 때문에 거의 죽을 뻔했지. 아니, 죽었었나? 아무튼 너 딱 기다려!”


라모스의 뒤에 있던 칼잡이 데포가 칼을 뽑으며 나섰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잘됐어. 너한테 갚아줄 게 있거든. 그 때 내가 방심만 안했으면 너 같은 건···.”


슈욱.


데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날아드는 단검. 누구도 반응할 수 없는 움직임과 속도로 날린 라모스의 단검이었다. 레온의 목을 꿰뚫고 지나가기 직전.


팅.


잔상을 남기며 천천히 올라온 레온의 검이 무심한 듯 단검을 쳐냈다.


“방심한 상대에게 날리는 단검이라. 역시나 소문대로 더러운 녀석들이군. 누구든 좋아. 들어와.”


자신의 비기가 두 번이나 막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던 라모스가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나섰다.


“흥. 단검을 막았다고 으스대는 꼴이라니. 지금부터 내가 왜 미친 고양이라 불리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손에 단검을 쥔 라모스가 양팔을 휘두르며 공격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 한번 휘두를 때마다 검은 레온의 급소는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득의양양한 표정의 라모스. 당황하여 낭패한 표정의 레온. 그의 단검에 쓰러져갔던 수많은 목숨과 절망감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이기 시작했다.


라모스의 몸놀림이. 라모스의 단검이 움직일 경로가 눈에 익어갔다. 변함없이 빠른 속도로 몰아치는 라모스의 모든 움직임이 레온의 눈에서만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보인다.’


며칠 전 사고 이후 자신이 강해졌다는 것은 확실히 느끼고 있던 레온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인지, 베니 일당들과 다시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레온은 지금 상대하는 라모스와의 실전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단검의 라모스는 데포나 타티스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자였다. 헌데 그런 라모스의 움직임이 눈에 선명하니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새 레온의 얼굴은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고 대신 라모스의 얼굴엔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단 한 두번으로 상대의 급소에 깊은 상처를 내던 자신의 공격이 전혀 먹히질 않고 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상대는 단 한번도 검을 들지 않았다. 그토록 근접한 거리에서 단검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피해내고 있던 것이다.


라모스는 생각해야 했다. 펼쳐보여야 했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자신의 비기를···.


순간 라모스는 자신의 양손에 든 단검을 동시에 날렸다. 하나는 목, 하나는 명치. 그와 동시에 허리춤에서 단검 두 자루를 꺼내 양손에 움켜 쥐고 레온의 양측 허리를 찔러 들어갔다. 일순간에 펼쳐진 네가지 공격. 방어를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일격필살의 순간.


누가 보기에도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레온의 검. 깊은 잔상을 남기는 그의 검은 몸의 정중앙에서 일자로 세워졌고 목과 명치로 날아드는 단검을 동시에 봉쇄시켰다.


이윽고 하늘로 향해 있던 검끝을 자연스럽게 떨어뜨려 자신의 오른쪽을 향하던 라모스의 단검을 쳐내고 이내 왼쪽의 단검도 쳐내었다.


자신의 모든 공격이 막혀버리자 경악에 가까운 표정의 라모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검끝이 위에서 아래, 아래에서 위로. 회전하는 힘 그대로 라모스의 목을 향해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라모스는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푸욱.


거침없던 레온의 검끝이 라모스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스윽. 털썩.


라모스는 단말마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검을 거두고 쓰러진 라모스를 바라보던 레온은 이내 고개를 들고 베니 일당을 노려보며 말했다.


“다음은 누구?”


미친 고양이 라모스를 일검에 제압한 레온.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 속도와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항구에 집결한 30여명의 베니 일당 중 라모스를 이길만한 실력자는 아무도 없었다.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에 이어 알 수 없는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베니 일당에 감돌기 시작했다.


빚을 갚아준다던 칼잡이 데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데포는 흑곰 타티스의 등을 떠밀었다. 갑작스레 레온의 앞에 서게된 타티스.


“레, 레온이라고 했지? 이게 원래 네 실력인가? 어떻게 고작 네 나이에 이런 실력을···.”

“긴 말은 필요없고.”


레온은 데포와 타티스의 뒤에 선 베니의 졸개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들에게는 기회를 줄게. 내가 다섯을 셀 동안 살고 싶은 놈은 들고 있는 칼로 자신의 열 손가락을 모두 잘라.”


베니 일당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상황. 누구도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나.”


“둘.”


“셋.”


흑곰 타티스가 소리쳤다.


“뭐라는 거야? 저 미친놈이. 겁 먹지마! 우린 쪽수로 밀어붙이면 돼. 모두 한꺼번에 덤벼!”


나직한 한숨을 내쉰 레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일제히 날아드는 검과 도끼, 창과 채찍, 못이 박힌 방망이. 베니 일당의 무기는 레온의 털끝하나 건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 느렸다. 적어도 레온의 눈에는 그랬다. 만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 레온만이 멀쩡히 흘러가는 것처럼···.


그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30명에 달하는 베니 일행사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베어나갔다.


달빛을 받은 그의 검은 리스본의 공중에 아름다운 잔상을 남기고 있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피가 치솟았으며 일당 중 두 세명이 쓰러져갔다.


검이 만들어내는 잔상과 흩뿌려지는 피의 모습은 흡사 한 송이 아름다운 꽃과 같았다. 리스본의 밤을 수놓는 꽃 한송이.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리스본 항구의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흐르고 있었고 베니 일당 20여명이 쓰러져있었다. 아직은 용케 서있는 자들도 온몸 구석구석을 장식한 검흔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베니 일당 모두는 전의를 완벽히 상실했다. 한 사람이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리자 남은 자들도 그를 따랐다.


“우리가 잘못했어. 제발 살려줘.”


레온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 기회를 줬을텐데?”


“아니, 아니. 그 때는 우리가 뭘 모르고 그랬어. 용서해줘. 지금이라도 손가락 전부를 자를게. 제발 목숨만은···.”


레온은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악명 높던 라모스와 데포, 타티스 이미 죽었고 그 외에도 많은 일당들이 목숨이 끊긴 채 쓰러져 있었다. 더 이상의 살생은 레온 자신도 꺼림칙했다.


자신의 생명이 귀하면 남의 생명도 귀한 법. 저들도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임을 생각한다면 무의미한 살인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켜서 한 일이라도 베니 일당이 그간 해온 악행을 생각한다면 졸개들도 쉽사리 보내줄 수는 없는 일. 레온이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졌다면, 오늘의 결투에서 쓰러진 자가 저들이 아니라 나였다면, 너희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또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악행을 이어나갔겠지?”


“···.”


“그게 너희들이 말하는 정의. 바로 힘의 논리 아니야? 너희들이 말한 힘의 논리에 굴복당해 네 앞에 무릎 꿇은 사람들에게 너희는 어떻게 했지? 자비를 베풀었나?”


“···.”


누구도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기분이 어때? 리스본의 개새끼 베니라는 허명을 등에 업고 온갖 악행을 저질러오던 너희가, 오히려 힘의 논리에 굴복해 생명을 구걸하는 지금 기분이 어때?”


“···.”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여기저기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도 그랬겠지? 너희들 앞에 무릎을 끓고 울며 사정했겠지? 그런 그들에게 과연 너희가 자비를 베풀었냐는 말이다!”


분노에 가득 찬 레온의 외침에 모두들 벌벌 떨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걔중 몇몇은 울음을 터트리는 자들도 있었다. 남은 베니 일당에 대한 처분을 고민하던 레온이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어라? 어디갔지?"


이질적인 풍경···. 자신들이 탑승하려고 했던 밀항선박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상황 판단이 덜 된 레온이 천천히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닻이 올려지고 돛이 펼쳐진 배가 이미 한참 전 출항해 항구에서 멀어져 있었다.


“저 배가 왜 출발했지?”


그제서야 감이 온다. 배는 밀항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잠시만, 잠시만! 나 아직 안탔다고! 그냥 가면 어떡해!?”


싸움에 집중하느라 배에 승선해야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레온이었다.


배가 출항했다는 말은 엠마와 랄프가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이미 떠났다는 것이었다.


있을 수도 없는 일.


자신이 그렇게 싸우고 버텨왔던 이유가 엠마였다. 엠마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엠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헌데 지금처럼 행선지도 모르는 채 헤어지게 된다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미 떠나버린 배, 기약 없는 이별···. 부두 끝에 서서 떠나버린 배를 바라보는 레온의 뒷모습이 처량했다.


지금도 자신을 찾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하릴없는 눈물이 핑 돌았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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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설 속 소드마스터(1) 22.05.27 403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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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포르투칼 국왕, 주앙 3세(2) 22.05.25 461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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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벽의 정면승부 22.05.18 719 21 10쪽
6 가자. 돈 받으러! 22.05.17 826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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