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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로드 님의 서재입니다.

그녀의 자장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데블로드
작품등록일 :
2017.03.31 13:02
최근연재일 :
2017.04.02 21: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890
추천수 :
37
글자수 :
86,977

작성
17.04.02 16:41
조회
131
추천
3
글자
11쪽

4. 그녀의 자장가_03

DUMMY

저는 그녀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를 예매해두었습니다. 별로 인기는 없는 영화였지만, 그녀가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상영관에 아무도 없네요. 인기가 없는 영화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극장을 만들어 주었네요.


휠체어를 세워두고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아 가장 좋은 자리로 가서 그녀와 나란히 앉았습니다.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영화를 감상했죠. 그녀를 만난 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처럼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 그리고 저도 그때처럼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영화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자 그녀의 눈에 이슬이 맺힙니다. 어쩌면 눈에 맺힌 이슬까지도 예쁠까요? 저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크흥!”


그녀가 제 손수건을 빼앗아 코를 풀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저에게 건네주더군요. 손수건에는 그녀의 코가 묻어있진 않았습니다. 이 순간에도 저에게 장난을 치다니 흐흐흐··· 정말 알 수 없는 그녀네요.


우리는 그렇게 그날의 마지막 데이트를 우리 둘만의 극장에서 보냈습니다.



* * *



그녀를 다시 만나고 드디어 제게도 행복이 찾아올 것 같았습니다. 저는 몇 번 더 그녀를 본 후에 어머니가 계시는 전주로 내려갔습니다. 우린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늘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문자도 그전처럼 자주 했고, 시간이 나면 그녀를 보기 위해 제가 서울로 달려왔으니까요. 그녀가 재활 훈련을 마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녀가 가보고 싶어 하는 곳에 모두 데려다 줄 생각입니다.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난다는군요. 며칠 연락이 안 될 거라고 했고, 저는 잘 다녀오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저는 엄마 가게에서 배달과 서빙을 하며 틈나는 대로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 공부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식당 식탁에 책을 펴놓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게 걸려올 전화는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는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얼른 받았죠.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더군요. 지선 누님이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누나.”


“민혁 씨··· 미연이가··· 미연이가··· 흑흑······”


누님의 우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미연이가··· 그녀에게 또 무슨 일이······


“미연이가··· 쓰러졌어요.”


쿵-


저는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최대 속력으로 역을 향했습니다. 역에 도착해 오토바이는 내팽개치고 곧장 서울행 표를 끊어 승강장으로 달렸습니다.


서울에 도착해 곧바로 택시를 잡아 그녀가 있다는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그녀는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지선 누님과 미연이의 가족들, 그리고 제가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누나··· 어떻게 된 거예요? 미연이 갑자기 왜 저래요!”


“흑흑··· 그게 사실은······.”


누나가 해 준 이야기는 한순간에 저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녀는 다 나은게 아니었습니다. 치료할 방법이 없어 본인 집에 보낸 거였다고 합니다.


작은 유리창 너머에 누워있는 그녀는 제가 알고 있는 그녀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 아름답던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고, 고왔던 피부는 많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신이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저 가녀린 여자에게 어떻게 끊임없이 가혹한 시련만 준단 말입니까······


그녀를 돌보던 의사 선생님이 나왔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 우리 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네? 선생님?”


그녀의 어머니가 의사 선생님을 잡고 절규하였습니다.


“여보, 진정해. 이렇게 잡고 흔들면 선생님이 말씀을 못 하시잖아.”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의 어머니를 진정시켰습니다.


“일단 안정을 되찾긴 했습니다만 오늘 밤이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까지 깨어나지 않는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조금 후에 환자를 병실로 옮길테니 너무 시끄럽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고 미연아~ 내 새끼 어쩌면 좋니······”


그녀의 어머니가 주저앉으시고, 가족들이 부축을 하였습니다. 저 역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서 있을 수가 없어 주저앉아 벽에 기댄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죠. 그런 제 등을 지선 누님이 토닥여 주셨습니다.


“희망을 가져요. 미연이는 분명히 깨어날 거예요.”


“흑··· 흐윽··· 끄윽······”


목이 메이고 눈물이 넘쳐나서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 * *



‘여긴 어디지··· 병실 같은데··· 누구지? 이 아줌마는··· 아, 우리 아들··· 민혁이··· 민혁이는? 없어··· 어디 갔지? 찾아야 해··· 민혁이 내 아들··· 찾아야 해······’



* * *



“여보~!”


그녀의 병실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지른 소리였습니다. 혹시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덮쳐오자, 저 역시 그녀의 병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여보! 무슨 일이야!”


그녀의 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없어! 여보, 미연이가 없어졌어요!”


정말이었습니다. 그녀가 누워있어야 할 침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옷도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녀가 깨어나 스스로 밖으로 나갔다는 건데··· 말도 안 됩니다. 그녀는 하반신 마비인데······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합시다. 자네도 좀 도와주게.”


“네.”


그녀의 아버지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침대로 눕혀드렸습니다. 충격으로 온몸에 힘이 빠지신 것 같습니다. 옆에 있어드리고 싶었지만 저도 그녀를 찾아야겠기에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경찰에 전화를 한 후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곧 경찰이 왔고 병원 내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그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녀가 발견되었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코트를 입은 그녀가 스스로 걸어 병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새벽 3시 30분쯤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집으로, 저와 누님들은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그녀가 갈만한 곳이라면 이 두 곳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칠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녀인데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마냥 있을 수도 없었기에 그녀가 좋아했던 곳은 모조리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달렸습니다.


그녀와 함께 갔던 공원, 한강변, 대공원···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크크큭 대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번뜩하는 것이 있었죠. 그녀의 집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정말 내가 너네 집에서 너랑 잤다고?”


“그렇다니까.”


“믿기지가 않네. 널 뭘 믿고?”


“아들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뭐.”


“크크큭··· 징그럽다. 근데 가보고 싶긴 하네.”


“열쇠 줄까? 자~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서 그대로 있어. 가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 * *



자취방, 거기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거기에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기다려줘··· 지금 갈게. 조금만 기다려줘······’


택시를 잡아타고 자취방으로 곧장 달렸습니다.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녀가 온게 분명했죠. 안으로 들어가니 그녀가 보입니다.


바닥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미연아!”


그녀를 품에 안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깊이 잠들었는지 방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이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어 봤습니다. 차가웠습니다.


“미연아··· 미연아······”


아무리 목놓아 불러도 그녀는 대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있는 힘껏 그녀를 안았습니다. 이대로 이 여자를 놓을 수 없었습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 * *



그녀의 어머니가 저에게 편지 봉투 하나를 주셨습니다. 그녀의 옷 속에 들어있던 것이라고 합니다.



큰아들. 강민혁에게.



그녀가 제게 남긴 편지였습니다.


편지 위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도저히 뜯어볼 용기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제 조금 후면 그녀는 한 줌의 재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전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까지 써놨었습니다. 그런 저를 살려준 것이 그녀입니다. 차라리 그때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제게 자신의 생명을 주고서 떠나 버린 것 같아 너무나 괴롭습니다. 원래 대로 돌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는데······


이제 그녀를 보내야 할 시간입니다.


그녀가 들어있는 관이 화마의 품속으로 안겼습니다.


제가··· 그녀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하늘은 야속하게도 너무나 맑습니다. 구름 위로 그녀가 보이는 것 같았죠. 반가워해야 하는데··· 제 눈에선 눈물만 뚝뚝 흐르고 있습니다.




* * *




그녀를 보내고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그녀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집니다. 꼭 있을 것 같은데··· 찾으면 나타날 것 같은데······


예전처럼 문자 하면 답장을 보내줄 것 같고 전화하면 명랑한 목소리로 받아줄 것만 같은데··· 저는 겁쟁이인가 봅니다.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제 손엔 아직 뜯지 않은 편지가 있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남기고 간 편지입니다.


몇 번인가 뜯어보려 했지만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저에게 무슨 말을 남겼는지 궁금하지만··· 알고 나면 제가 그녀를 추억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지고만 있는 것도 고통입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그녀의 편지를 김은지 씨에게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저를 도와주세요.


작가의말

다음회가 마지막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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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녀의 자장가_03 17.04.02 132 3 11쪽
13 4. 그녀의 자장가_02 17.04.02 164 2 14쪽
12 4. 그녀의 자장가_01 17.04.01 159 3 11쪽
11 3. 그와 그녀의 사연_03 17.04.01 138 2 12쪽
10 3. 그와 그녀의 사연_02 17.04.01 172 2 11쪽
9 3. 그와 그녀의 사연_01 17.03.31 209 2 11쪽
8 2. 그녀의 일기_04 17.03.31 151 2 13쪽
7 2. 그녀의 일기_03 17.03.31 124 3 13쪽
6 2. 그녀의 일기_02 17.03.31 198 2 15쪽
5 2. 그녀의 일기_01 17.03.31 174 2 14쪽
4 1. 그의 일기_04 17.03.31 183 3 14쪽
3 1. 그의 일기_03 17.03.31 206 2 12쪽
2 1. 그의 일기_02 17.03.31 252 2 16쪽
1 1. 그의 일기_01 17.03.31 39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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