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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고구마도 아카데미에서 살고 싶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글노예
작품등록일 :
2021.09.07 12:06
최근연재일 :
2022.10.07 11:55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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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6
추천수 :
476
글자수 :
476,287

작성
22.08.1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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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만들어진 낙원.

DUMMY

방학이 시작되었다.

나와 리젤, 그리고 카울은 고향으로 떠나는 아샤와 비오나를 마중했다.

이 와중에 한 달이나 못 보게 되는 게 가슴 아픈지 아샤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괜찮아. 한 달 후면 다시 만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아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분명 잠깐의 이별은 슬프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겪었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그저 남인척했던 지난날들.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 만날 순간을 기다리는 시간마저 행복할 지경이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와 연인을 보내고 구교사로 모였다.


그곳에는 이오네와 맥윌 총장, 그리고 조금 뜬금없는 인물이 있었다.

눈 밑에 퀭한 그늘이진 핼쑥하고 탁한 갈색 머리에 백색 수도복을 입은 청년.

그를 보자마자 카울의 발걸음이 멈춰지며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알베르타?"


"........"


둘의 관계가 관계인지라 어색한 기류가 폭풍이 되어 몰아치려 할 때....


"아앗! 알베르타 형제자매님 아니심까!"


언제나 밝은 우리의 분위기 메이커 리젤이 도도도 뛰어가 그의 앞에 섰다.

카울을 볼 때의 냉령한 표정과는 달리 리젤을 내려다보는 알베르타의 표정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리젤도 왔구나."


"리젤도 왔슴다, 선배님! 선배님도 도와주시러 온검까!"


"응, 어차피 레벤라로 돌아가도 할 일도 없거든."


"잘 생각하셨슴다! 선배님이 계시니 든든함다!"


"후후. 벌써 부담스러운데."


"괜찮슴다! 여기 있는 카울 선......배님도........"


그때 뭔가를 느꼈는지 리젤의 표정이 삽시간에 당혹으로 물든다.


"가, 감목 대리도........"


이유를 알고 있는 카울은 그저 슬쩍 눈을 피했지만 이오네는 그냥 멀뚱히 서서 왜 저러냐는 표정으로 리젤을 볼 뿐이었다.


"리, 릭스도 있슴다! 보십시오, 선배님! 익스퍼드 최강자 릭스 칼레이듭니다!"


한때 죽을 각오로 싸웠던 카울과 알베르타의 우상인 불굴을 죽인 이오네.

어떻게 보면 둘다 알베르타의 원수라 대신 나를 끌어들인다.

근데 하나 정정해야 할게 있다.


"저기, 리젤. 나 이제 마스터야."


".......뭐라하셨슴까?"


"나 이제 마스터라고."


내 말에 놀란 건 리젤뿐만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이오네를 빼고 카울, 무엇보다 맥윌 총장님이 가장 크게 놀라 있었다.


"마, 마스터라도 했나 릭스군?"


"예, 운이 좋게도 며칠 전에 경지에 올랐습니다."


"허, 허허허허! 경사구만 경사야!"


학원내에서 마스터는 대략 여섯 명 정도 된다. 제국의 가장 큰 아카데미인 옴파로스 아카데미도 다섯 명인걸 고려하면 델파론 아카데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인재가 풍족한 시기, 전성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건 제국 아카데미의 마스터들은 유저나 익스퍼드로 시작해 마스터로 올랐지만 델파론의 마스터들은 전부 하나같이 원래 마스터였다.

그 마스터들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델파론 아카데미에 입학한 거지 순수하게 델파론의 교육으로 마스터가 된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원래 유저로 시작한 내가 마스터가 됐으니 총장이 저리도 기뻐하는 것이다.


'나도 델파론의 교육으로 마스터가 된건 아니지만.'


총장님이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진실은 숨겨야겠다.

.

.

.

구교사에 들어가기 전, 맥윌 총장과 이오네, 그리고 알베르타는 셋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제 황금과 함께 구교사 지하를 탐방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감목."


"라즈리 고것이 뭔가를 알아낸 것 같은데 알려주질 않습니다."


"황금께서 그런 거라면 뭔가 큰 뜻이 있으신 거겠지요."


리젤과 내가 했던 걱정.

알베르타의 우상인 불굴을 죽일 일 때문에 괜한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뜻밖에 둘은 지극히 사무적이었다.

알베르타는 이오네를 델파론 감목으로 대우했고 이오네는 그를 같은 종교인이자 학교 선배로 여기고.

오히려 이런 묘한 관개라면 뭔가 좋지 않은 쪽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묘한 기류가 흐를 법도 한데 둘은 지극히 사무적이다.


아마 알베르타가 이상할 정도로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자 뭔가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이오네가 맞춰서겠지.


"일단 말하는 걸 보니 내가 알면 안 되는 진실이라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라즈리말고 한명더 진실을 아는 자가 있습니다."


대충 듣고 있는데 내가 좆될거 같은 흐름으로 이어진다.


"우리 대마스터이신 릭스 칼레이드님께서도 신통한 예언력인지 미래를 보고 온 회귀인지 모를 능력으로 진실을 알고 있으시답니다."


저, 저 개 상놈 저거.

내가 뭐라 말하기도전에 맥윌 총장님이 노구로 축지법을 쓰시며 내 앞으로 다가와 양어깨를 잡는다.


"그, 그게 정말인가 릭스군?"


"아, 아니, 그게, 알기는 하는데 저도 라즈리님과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나에게 알베르타가 돌이 박힌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다가온다.


"릭스 칼레이드라고했나?"


"......예, 선배님."


같은 후배지만 리젤을 볼 때와 달리 나를 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딱히 적대감은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친밀감이 있는 것도 아닌 모습.

이놈도 이오네랑 비슷한 과라 자신이 아끼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미워하는 이에게는 지독하고 그 밖에는 전부 무관심하다.


."정말 라즈리님과 그런 약속을 했나?"


"예."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다른 질문을 하지. 그 약속의 내용이 우리가 이 사태를 해결하는 것과 상관이 있나?"


나는 생각해봤다.

지금 이 델파론에 퍼지는 음기와 이곳에서 죽은 자들의 정체. 그리고 또 하나는 촛대의 의미다.

이오네는 그걸 사람들이 탈출하기 위해 땅을 파다 그렇게 된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다.


"딱히 상관없습니다."


델파론 같은 중소국가에서야 고통의 촛대의 힘이 막강하지만, 제국이나 성국으로 넘어가면 그냥 흔하디흔한 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고통의 촛대가 시즌5의 대사건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건 그곳에서 죽은 자들 얽힌 인과 때문이지 힘과는 무관하다.


"그럼 됐다."


알베르타는 내게서 시선을 거둔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눈다. 얼핏 들으니 뭔가 마법적인 부분이 주를 이루는 대화라 듣고있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와 리젤, 그리고 카울은 그냥 근처에 서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다.

.

.

.

"지금 상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봉인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봉인하더라도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음기는 학생들과 주변환경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주기적으로 내부에 들어가 소탕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감목? 학생들의 실전경험도 쌓을 겸 말입니다."


".....괜찮은 생각이십니다, 선배님. 문제는 너무 위험하다는 거죠."


"저도 이오네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알베르타 군의 말대로 이곳을 수련장으로 쓰면 어떨까 했지만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망령들은 강하지 않지만, 학생들이 상대하기에는 위험합니다. 그들은 정신의 빈 곳을 파고들어 사람의 심령을 조종하니까요."


"두 분의 말 전부일 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종의 인공던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던전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겁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냥 던전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거지요. 던전처럼 현실과 완전하게 동떨어진 공간은 학생들이 위험에 처했을시 대응할 수 없으니 특정 구간마다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선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통신망도 설치하고요."


"쉽게 감이 안 잡히는군요."


"저도 대략적인 계획만 떠올렸습니다. 이게 현실 가능할지는......뭐, 우리에게는 결과는 아는 녀석이 있으니 물어보죠. 야! 릭스!"


발끝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에게 갑작스러운 화살이 날아온다.


"왜?"


"대충 이야기 들었지? 여기에 인공던전 비슷한 거 만들려는데 어떻게 되냐?"


"그냥 잘 돼."


"........."


이오네의 짜증스러운 눈빛은 익숙하니 그렇다 쳐도 나를 탐탁잖게 보는 알베르타나 간절한 표정의 맥윌 총장님의 눈빛은 견디기 힘들었다.


"마법은 잘 모르지만 아마 넌 이곳에 유사 낙원을 만들었어. 이 촛대 안에서 일종의 윤회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아마 매개체를 통해 그 매개체가 가진 기억이나 전승을 토대로 망자들에게 실체를 부여하고 그들을 가상공간에 전생시켰지."


마법에 조예가 깊은 알베르타나 맥윌 총장조차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이오네는 손바닥 위에 주먹을 탁 내려치며 눈빛을 빛냈다.


"오, 역시 이 몸. 말쿠트 샤마임을 응용한 것 같은데......그럼 그게 던전과 다를 게 뭐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정말 모른다. 게임에서 던전은 클리어 못하면 게임오버가 뜨면서 그냥 던전을 들어가기 전으로 초기화되고 끝이다. 하지만 보통 던전에서는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소멸에 휩쓸려 사망한다.

만약 현실에서 고통의 촛대가 원작과 같다면....특정 아이템을 넣으면 물건과 연관된 과거가 구현되는 던전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외부 던전처럼 죽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이 계획은 취소 되어애 한다.


'다만.....'


게임상에서 고통의 촛대를 클러어하지 못할 시 다른 던전처럼 게임오버가 뜨는 게 아니라 그냥 빛이 번쩍이면서 갈림길 입구에 있는 시작지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엔피시에게 말을 걸면 너희는 클리어 실패해서 원점으로 돌아온 거라는 말까지 듣는다. 즉 게임오버가 사망으로 없던 일이 되는 거라면 고통의 촛대는 클리어하지 못한 결과까지 미래에 반영된다.

즉 게임에선 던전과 달리 사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걸 설명할 길이 없는지라 나는 일단 모른다고 잡아뗐다.


"으음.....근데 말쿠트 샤마임을 응용한 거라면......"


......아, 역시 이 새끼 눈치가 빠르다.

말쿠트 샤마임, 해석하면 하나님의 나라라는 뜻이다. 엄연한 대기적으로 이 마법은 국가 전체에 축복을 내리는 국운 강화 마법.

이 마법이 발동되는 조건은.....


"이 땅에 흐르는 마력이 신대 신성이란 말이지....."


라즈리가 순식간에 숨겨진 비밀을 눈치챘지만 이오네는 끝까지 알지 못한 이유. 그것은 단 하나의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 지식을 손에 넣는 순간 이오네는 어렵지 않게 나와 라즈리가 숨긴 비밀이 뭔지 깨달을 거다.


"....그러고보니 단순한 음기가 아니군요."


"네, 신대의 신성력이 온갖 원념에 뒤섞여 나타난 결과겠죠."


신대와 신대인.

간단하게 신대와 신대인을 구분하는건 유일신의 아들인 이에수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인류의 칠 죄를 짊어지고 죽은 이전과 이후의 시대, 그리고 인간들을 뜻한다.


모습은 현 인류와 같지만 신대인들은 구제불능의 존재들이었다. 그야말로 신이 잘못 탄생시킨 피조물들.

당시의 인류는 희망이란 게 보이지 않아 그 시대에 존재했던 세상 파괴자들은 결국 인류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 묵시의 그날을 도래시키려 했다.

그때, 유일신의 아들이 인류의 칠죄를 짊어지고 사하여 가까스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어낸 것이다.


그런 욕망과 악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신대인들이고 그 신대인들의 신앙에서 비롯된 마력이 신대 신성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이오네는 모순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좀 이상하네요, 신대가 끝난 지 천 년이 넘었는데 25년도 안 된 유해들이 묻힌 땅에서 신대 신성력이 변질된 음기가 피어오르다니."


"차차 알아봐야 할 문제겠죠. 어쩌면 유해가 아니라 원래부터 구교사 내부에 모종의 이유로 신대 신성이 깃들어 있는 걸지도 모르니."


"그러죠. 당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요."


지금 중요한 건 델파론을 잠식할 변질된 신성을 억제하는 것.

모인 이들은 서로의 지식과 의견을 내놓으며 점점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어차피 삼일이면 구체적인 계획이 완성되지만, 나의 조언 덕분에 오래지 않아 게임과 비슷한 이론이 완성되었다.


아마 보름 정도 지나면 역적의 아카데미, 2학년 2학기에 추가되는 고통의 촛대 컨텐츠가 완성되리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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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황실의 천리마. 22.08.25 7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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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김치를 고기에 싸서 드셔보세요. 22.08.17 79 2 13쪽
» 만들어진 낙원. 22.08.14 77 2 13쪽
79 눈도장. 22.08.07 88 2 11쪽
78 이 새끼 이세계 인이에요! 22.07.30 99 3 9쪽
77 고통의 촛대 22.07.23 93 2 10쪽
76 황금 22.07.16 99 1 10쪽
75 넘을 수 없는 선. 22.07.11 120 2 11쪽
74 고구마가 아카데미에서 살아남았어요.(1부 완결) 22.07.02 124 1 9쪽
73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인연은 기적을. 22.06.26 106 2 9쪽
72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대적자 22.06.25 104 2 10쪽
71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고구마 VS 사이다패스 2 22.06.21 97 2 11쪽
70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고구마 VS 사이다패스 22.06.19 140 2 8쪽
69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무기 들어라, 주인공. 22.06.19 106 2 9쪽
68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아버지 아버지 어찌하여..... 22.06.16 105 2 12쪽
67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22.06.11 105 3 11쪽
66 천둥의 별과 검은 매 -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22.06.05 10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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