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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년 만에 귀환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진필.
작품등록일 :
2023.12.03 12:27
최근연재일 :
2024.01.02 13:0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812
추천수 :
103
글자수 :
96,313

작성
23.12.31 13:05
조회
120
추천
4
글자
13쪽

옳은 건 무엇인가.

DUMMY

대한민국 헌터 협회, 미국 헌터 협회. 각 나라에 주둔한 모든 헌터 협회의 머리 위에 있는 기관. 국제 헌터 연합. 그리고 이 자는 국제 헌터 연합의 최고 결정권자이다.

그와 동시에 최초로 SS급 등급을 부여받은 최강의 헌터. 데이비드 리.

그는 갈색 시가를 입에 문 채 먼 창가를 바라봤다.

푸른 하늘 반대편에 있는 대한민국은 지금 한창 전쟁 중에 있다. 악마와의 전쟁이.

하지만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무색할만큼, 헌터의 일방적인 공세로 인해 악마는 물러났다.


‘기이하단 말이지.’


대한민국에 나타난 두 번의 S급 게이트.

전대무후한 사건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전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입은 피해라고는 고작 게이트를 중심으로 반경 1KM 내외.

이건 기적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김신재]


현재 제대로 된 등급이 나오지 않은 헌터.

그와 동시에 4년 전 실종되었다던 헌터였다. 데이비드 리는 4년 전을 떠올렸다.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지.’


느닷없이 게이트가 열리고 악마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망하라는 법은 없는지 마력이라는 걸 사용하는 헌터도 모습을 드러냈다. 4년 전, 그 자가 실종되었던 그 해에.


“···풋.”


그는 연기를 뱉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 자와 4년 전 게이트의 등장이 관련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건 그저 우연일 뿐이다. 하지만 김신재, 그가 지닌 힘은 우연이 아니었다.


펄럭.


그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가 보내온 보고서를 읽었다.


“실종되었던 사람이 헌터가 돼 나타난 것도 모자라, S급 이상의 힘을 지녔다라니.”


악마족의 등급은 간단하게 측정한다.

그들이 등장할 때 일어나는 마력의 파장에 등급을 매겨 악마의 수준을 파악한다. 헌데 서울에 나타난 일명 벨제붑은 4년 내내 나타났던 그 어떤 악마보다도 강력했다.


‘SS급이라는 등급을 부여해도 이상하지 않았지.’


마력의 파장만으로 C급 이하의 헌터들이 기절했고 하늘이 갈라졌다. 녀석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절반을 파괴할 힘을 지녔던 녀석인데.

김신재라는 헌터가 놈을 죽인 것이다.

그것도 듣도보도 못한 무기와 함께 듣도보도 못한 스킬로.


‘스킬은 그 헌터의 내부의 마력으로 발동하는 것.’


그런데 녀석은 마치 다른 이의 힘을 불러온 것 같단 말이지.

데이비드 리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스킬 발동과 함께 하늘이 진동하고 파괴의 빛이 쏟아졌다. 그건 마치 신의 강림을 보는 듯 했다.


“게이트에서 나타난 엘프족이 놈을 따른다.”


푸-후.


잿빛 연기가 그의 얼굴을 가렸다. 붉은 눈동자가 그 사이에서 일렁였다.


“그는 정녕 인간이 맞는가.”


보통 시가는 한 대를 여러 번 나눠 피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그는 시가 한 대를 앉은 자리에서 모두 태우는 버릇을 지녔다. 그렇게 무려 3개의 시가를 다 태우고 방 안에 잿빛으로 가득찬 순간에서야 몸을 일으켰다.


“직접 만나봐야겠군.”


특이한 헌터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 역시 국제 헌터 연합의 수장으로서의 일.

그는 오랜만에 가슴이 떨렸다.


***


-혜성처럼 등장해 벨제붑으로부터 서울을 지킨 헌터! 김신재가 이번에는 지리산으로 향하다!!-

-과연 그는 협회조차도 해내지 못한 지리산 수복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언론은 4천년 전에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게 없다.


‘쓸데없는 말을 참 많이 하는군.’


그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몸을 돌렸다.

그의 앞에는 악마들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촤악!


구원의 아포칼립스를 허공에 휘둘러 묻은 피를 떼어내었다.

수십, 아니 거의 1백 마리를 넘게 악마를 잡고 마력을 흡수했건만, 제대로 몸 속에 저장된 건 1%도 채 되지 않았다.


‘···결국 아르헨이 도와준 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하군.’


아르헨이 지닌 마력 복원 기술은 치료가 아니다. 그나마 흩어지는 마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아 두는 용도로는 사용 가능하지만.

결국 제대로 힘을 되찾고 강해지기 위해서는 마력 회로를 원상복구해야 한다.


‘그것만 성공해내면 강해지는 건 순식간이야.’


어차피 지구에는 악마가 넘실거린다. 즉, 흡수할 마력이 차고 넘친다. 물론 아우터 갓의 강림이 가까워진다는 불길한 징조이기도 하지만.


“이 곳에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박철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리산에서 거의 반나절을 넘게 있었다. 그로 인해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다. 이곳은 흡사 개미굴이다. 지리산 내 악마가 주둔하는 수십 개의 주둔지가 있고 거기 인질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주둔지를 얼마나 잘 숨겨두었는지 마력을 감지해 근처를 찾아도 주변을 뒤져봐야 간신히 찾을 정도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만큼 나는 모든 주둔지를 찾는 건 무조건 반대다.

지리산의 하늘은 시시각각 붉어지고 있으니까.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악마놈들의 계략이 분명하다.


“내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굳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나는 짜증난 기색으로 곧장 쏘아붙였다. 하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박했다.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습니다. 혹시 압니까, 놈들이 인질의 기척을 지웠을지.”

“난 그런 것까지도 파악할 수 있어.”


나는 구원의 아포칼립스를 소환해제 한 다음 녀석에게 걸어갔다. 똑바로 마주본 다음 거칠게 말했다.


“내가 없다면 없는 거고, 있다면 있는 거야.”

“벨제붑을 죽인 업적은 높게 삽니다. 하지만 너무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는 직접 보는 게 아니라면 믿지 않습니다.”


저 새끼한테만큼은 4천 년간 쌓아온 내 말빨이 밀린다. 기가 차는 새끼가 아닐 수 없다.


“악마들이 있는 모든 곳을 다 탐방할 생각이다?”

“인질을 구할 수만 있다면요. 지금도 그들은 저희의 구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척.


나는 하늘을 가리켰다.


“우리가 온 뒤부터 하늘이 급격히 붉어지고 있어. 너도 헌터라면 저게 무슨 뜻인지 잘 알 텐데.”


박철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가 열릴 징조거나 혹은 강력한 악마의 강림이겠죠. 지금은 후자에 가깝고.”

“그러니까, 인질을 모두 찾아서 구할 시간 따윈 없다고. 언제 강림할지 모르는데 언제 인질을 다 찾아 구출 해? 빨리 움직여서 강림을 막아야지?”


지리산은 그 전체가 하나의 소환진이나 다름 없다. 개미굴처럼 녀석들이 구역마다 있는 것도 일종의 소환진을 연성한 것이다. 놈들이 지리산에서 인질만 잡고 잠수탄 이유다.

인질은 제물이고, 지리산은 소환진이다.

나는 주변을 조금만 살펴봐도 악마놈들이 무엇을 꾸미는지 알 수 있다.

흔히 짬밥이랄까.


‘그 모든 주둔지를 선으로 그으면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지겠지.’


지리산 전체를 소환진으로 사용되는 악마라면 벨제붑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일 것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놈의 강림을 두고만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내 속을 모르는 박철두는 여전히 고지식했다.


“그럼 더 빠르게 움직이면 됩니다. 엘프들 빠르잖습니까? 그들로 정찰하고 저희가 확실한 곳만 빨리 움직여서 인질을 구출하면 됩니다. 강림이 시작되기 전에.”

“대가리가 지극히 꽃밭이군.”


이윽고 주변에 있던 악마들을 정리한 아르헨과 엘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이 어두운 바 이미 나와 박철두의 대화를 다 들은 모양이었다. 그가 내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녀석이 입을 열기 전 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넌 어쩌고 싶으냐?”


내 말에 아르헨이 대답하지 못했다. 늘 칼답하던 녀석이 이러는 건 처음 본다.


“저는···.”

“박철두와 생각이 같은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하-아.”


믿었던 아르헨마저 나와 생각이 다르다니.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전투로 인해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져 지리산 정상이 꽤 자세히 보였다.

저 끝에서 강력한 마력이 느껴진다. 감지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났다.

내 목표는 저곳이지만, 이들의 목표는 저곳이 아니었다.

예상했지만 박철두는 나와 사상이 달랐다.


“저는··· 수많은 동료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만이라도 구하고 싶다? 저 박철두와 함께?”

“······그렇습니다.”

“추후에 악마놈이 강림해도 저희가 힘을 합쳐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다같이 힘을 합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박철두가 주먹을 쥐며 득의양양하게 소리쳤다.


“지랄하네.”


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육두문자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녀석이 움찔거렸다.


“벨제붑을 잡은 건 나고, 악마족을 잡은 건 수많은 엘프들의 희생이었는데. 너희 헌터는 그때 뭘 했다고 정확한 힘도 능력도 모르는 악마를 잡을 수 있다고 속단하는 거지? 하물며 너희는 내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르헨을 바라봤다.


“이 자를 죽였을 거 아닌가? 네 놈의 그 방패와 칼로.”

“크흠.”


박철두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구원자이시여. 부디 이번만큼은 저희들의 의견을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얼른 다음 주둔지로 움직여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놈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놈들은 휘하 엘프들을 불러모아 당장 떠날 채비를 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말없이 그들을 노려봤다.


“···안 가실 겁니까?”

“인질들을 구출하다가는 시간이 부족해서 강림을 막지 못한다. 아마 몇 시간 내라면 강림이 시작될 텐데, 그 안에 가능한가?”

“······어렵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인질들은 죽을 겁니다.”


박철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오랜만이다.


“덕분에 강림을 막는다면, 나쁘지 않은데?”

“김신재 씨. 역시 오만하시군요. 당신이 그들의 희생을 결정할 권리는 없습니다. 전 둘 다 해낼 겁니다. 강림도 막고!! 인질들도 모두 구출할 거라고요!!!”


기어코 녀석이 참다 못해 윽박을 질렀다.

나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면 차분해지는데, 녀석은 나와 성격마저도 정반대였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디 한번 잘 해봐.”


그 뒤로 나는 몸을 돌려 지리산 정상을 바라봤다.


“만약 그 강림한 악마가 벨제붑보다 강하다면 너희 탓이겠지.”

“······인질을 구한 다음에 바로 합류하죠.”

“구원자시여. 죄송합니다. 이번만큼은 당신을 따를 수 없습니다.”


우리 파티는 결국 두 세력으로 흩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쪽에는 오직 나 하나 뿐이다.


***


파작.


수분을 잃은 나뭇잎이 밟자마자 잘게 부숴졌다.


“나도··· 구하고 싶다고.”


명색이 구원자인데, 나라고 그러고 싶지 않겠냐고.

나도 과거에는 박철두와 같은 선택으로 했던 적이 있다. 대가리가 꽃밭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모든 선택은 실패였다.

그릇된 선택을 한 지구들에서 나는 모조리 구원을 실패했다. 강력하다는 건 결코 완전무결하다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여기는 내가 살던 지구.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지구에 비해 점처럼 작은 지리산 수복 작전에서조차도.

인질의 희생은 분명 안타깝지만, 그로 인해 강림을 막고 지리산을 수복할 수 있다면 나는 천번이고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들은 나를 원망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


츠츠츠.


하늘이 붉다 못해 검게 변하더니 검은 우박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혹 날카로운 것도 있어서 나무나 땅을 관통하기까지 했다.

나는 몸을 잘게 떨었다. 내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한 순간이다.


‘벨제붑보다 강한 녀석이 온다···!’


촤악!


허공에 손을 휘둘러 구원의 아포칼립스를 꺼냈다.

무기의 이름이 구원의 아포칼립스로 명명된 건, 실수를 하지 않겠다 다짐한 순간이었다.

결국 이것은 내 영혼과, 생각과, 마음가짐이 형상화된 무기니까.


[누군가에게는 멸망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된다.]


무기의 설명문은 나의 설명문이기도 한 셈이다.

내가 이룩하는 구원은 작은 아포칼립스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꽂은 작은 깃발에 불과할 뿐.

이번 깃발은 꽤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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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옳은 건 무엇인가. 24.01.02 107 4 12쪽
17 옳은 건 무엇인가. 24.01.01 103 5 11쪽
» 옳은 건 무엇인가. 23.12.31 121 4 13쪽
15 옳은 건 무엇인가. 23.12.29 155 4 11쪽
14 객식구 +2 23.12.28 183 4 12쪽
13 객식구 23.12.27 204 4 12쪽
12 객식구 23.12.26 237 4 12쪽
11 몸풀기 23.12.25 286 4 12쪽
10 몸풀기 23.12.23 306 4 12쪽
9 몸풀기 23.12.22 326 4 12쪽
8 몸풀기 +3 23.12.21 370 6 12쪽
7 몸풀기 +1 23.12.20 425 6 12쪽
6 몸풀기 +1 23.12.19 483 7 14쪽
5 벨제붑 +3 23.12.18 558 7 12쪽
4 시작부터 빡세네 +1 23.12.17 608 8 12쪽
3 저거 내가 막을게. +1 23.12.16 660 8 12쪽
2 시작부터 왜 이래. +1 23.12.15 808 9 12쪽
1 프롤로그 +2 23.12.15 873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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