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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년 만에 귀환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진필.
작품등록일 :
2023.12.03 12:27
최근연재일 :
2024.01.02 13:0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813
추천수 :
103
글자수 :
96,313

작성
23.12.18 13:05
조회
558
추천
7
글자
12쪽

벨제붑

DUMMY

“그 말이 진짜야?”

“······맞습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헌터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 옆에는 김두식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봤다.


“대체 당신 정체가 뭡니까?”


김두식이 결국 내 손목을 낚아챘다. 그 순간.


촤악!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난 아르헨이 김두식의 손을 내려쳤다.


“끅···! 갑자기 왜?”

“그 손 놓으시지요. 감히 이 분의 옥체를 건들다니.”


아르헨이 당장이라도 김두식을 죽일 듯 으르렁거렸다. 그 모습에 김두식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이 상황···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해? S급 게이트에서 나온 게 악마족이 아닌 것도 신기한데, 이종족이랑 당신이 연관 있어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해하지 못할만 하다.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김두식이 다급히 몸을 돌려 고개를 숙였다.


‘나타나셨군.’


뒤에는 정장을 차려 입은 헌터 몇 명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누군가를 지키는 듯 일정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보호받는 이는 한 명. 아마도 협회장일 것이다.


“······S급들이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

“당신이 협회장입니까?”

“······예. 그런데요?”


내 말에 그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장이라기에는 생각보다 젊어보인다. 기사에서 본 그대로. 그리고 꽤 강했다.


‘협회장이 S급이라더니, 확실히 그 값은 하는 모양이군.’


그는 근방에 있는 헌터 중 가장 강력한 마력을 지녔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제,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김두식이 급히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내주었다. 자신이 협회 직원임을 밝힌 김두식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S급 게이트에서 최초로 악마족이 아닌 이종족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저 자가···.”


마지막으로 김두식과 협회장이 불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김신재 씨와 이 무리가 관련 있어 보입니다.”

“당신이 이들의 공격을 막으신 겁니까?”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협회장이 내게 걸어왔다. 나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협회장의 등장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것이 나타난다고.’


14번 째 지구이자 정식 명칭은 제 746 지구계 행성. 아르헨의 종족인 엘프들이 사는 곳이었다. 여기를 침공한 괴수는 헌터들이 칭하는 속칭 악마족임과 동시에, 아우터 갓의 수하들. ‘그것’ 역시 악마족 중 하나였다.

지구마다 그들을 부르는 이름이 상이한데, 여기에서는 악마족으로 칭했다.

그것들의 힘을 직접적으로 물려받은 상당히 강력한 개체. 이름은 벨제붑.


‘협회에 있는 등급표로도 감히 매길 수 없는 수준일 터.’


S급은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악마다.

과거 벨제붑은 악마 군대를 이끌고 제 746 지구를 침공했고, 나는 아르헨과 함께 그들을 막았다. 정확히 기억한다. 내 손으로 녀석의 숨통을 끊었다.

죽였는데, 부활했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한번 746 지구를 재차 침공했다. 아르헨이 말하는 건 이것이었다.


“놈이 다시 부활했다는 건가?”


나는 협회장과 김두식을 뒤로하고 아르헨에게 향했다.


“그러합니다. 당신께서 저희를 구원해준 이후.”

“제국을 재건하기 위해 많은 힘을 소모했지.”

“······맞습니다. 그 때문에 녀석의 재침공을 차마 막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제국이 온전했더라도 막지 못했다.

그들은 내 힘 없이는 첫 번째 침공조차도 막을 수 없었다. 엘프는 전투력이 약하다.


‘두 번째 침공에서는 제대로 된 준비도 없었고, 하물며 나도 없었으니.’


막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벨제붑의 군대에 밀리는 와중 게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응?”

“당신이 타고 온 걸로 예상되는 게이트를 발견해서 급히 군대를 짜 게이트를 탔습니다.”

“그래서 도착한 게 여기고?”

“······맞습니다. 아마 지금쯤 제국은···.”

“안타깝군.”

“면목 없습니다. 방어책까지 준비해주셨건만.”

“괜찮아. 놈들이 너무 강한 걸 어째.”


아르헨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패잔병이었다 그나마 아르헨이 멀쩡하고 군대도 조금 남아 있는 게 다행일까.

하지만 이 정도로는 벨제붑과 그의 군대를 막아낼 수 없고, 지금의 나는 과거의 비해 한참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녀석이 언제쯤 당도할 것 같으냐?”

“······머지 않을 겁니다. 저희는 전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뒤는 없다. 결국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여기서 막아야 할 운명이었다.


“갑자기 무슨 전투 준비를!!”


협회장이 다급히 역정을 내었다.


“협회장님.”


반면 나는 굳은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그가 딸꾹질을 하며 삿대질을 멈췄다.


“빠른 시일 내로 전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설명하세요.”

“조만간 여기 엄청 강한 악마가 들이닥칠 거거든요.”


이러면 알아듣겠지.

역시 협회장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요? 당장 게이트의 징조는 없습니다?! 협회장님!! 더군다나 이 이종족도 저희에게는 적 아닙니까?”


김두식이 보란 듯 소리쳤다.


“우리 군단과 싸운 다음, 또 열리는 게이트는 뭐로 싸울 거지?”


아르헨이 내 앞에 섰다. 그는 엘프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 내 전성기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준이지만, 적어도 김두식 하나 정도는 간단히 상대할 실력자였다. 그가 나서자 김두식이 한발 뒤로 물러섰다.


“아르헨. 힘쓰지 마.”

“그러죠.”


나는 아르헨을 진정시킨 후 입을 열었다.

이럴 때는 두 세력에 전부 발을 걸친 내가 나서야 옳았다. 결국 내가 나서야 아르헨과 헌터 협회가 서로 규합하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잊지 마세요. 저들이 나타난 게이트가 무려 S급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작 패잔병이죠.”


나는 아르헨과 그의 엘프 군대를 가리켰다.


“저 강력한 엘프들을 패잔병으로 만든 악마가 나타납니다. 바로 여기.”


믿지 않아도 상관 없다. 딱히 증거를 제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믿지 않으면 서울은 지도상에서 사라진다. 벨제붑은 그 짓을 능히 가능케 할 힘을 지녔다.


‘놈이 어떻게 부활한 걸까.’


나는 녀석을 떠올렸다. 아우터 갓 혹은 그레이트 올드 원이라 불리는 나의 숙적. 그들의 도움을 받은 것일까. 벨제붑이 놈들의 수하인 걸 생각하면 결국 답은 하나다.

구원해야 하는 25번 째 평행 우주의 지구가 여기인 순간부터. 나와 놈들은 피할 수 없는 전투를 해야 한다. 늘 그렇듯.


“이 말을 대체 어떻게 믿어야 할지.”


협회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아르헨과 군단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얼마든지.”

“강력한 악마가 나온다는 말. 정녕 믿어도 되는 겁니까?”


협회장이 아르헨을 가리켰다.

나는 아르헨을 바라봤다. 대답은 내가 아닌 아르헨이 대신 해줄 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다. 함께 놈을 잡겠다고 약속하면, 공격하지 않으마. 허나 믿지 않는다면.”


아르헨의 말에 협회장이 잠시 고심하듯 미간을 줄였다.


“···.”


촥!


그 뒤로 S급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넀다. 협회장을 포함해 S급은 총 네 명.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최고 전력이 모두 모인 순간이었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협회장을 끼고 돌았다.


“괜찮으십니까?”

“협회장님을 엄호해라!!”

“저는 괜찮습니다.”


협회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좁혀졌다. 그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아르헨이 나를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역시 걸음을 옮겨 협회장 앞에 섰다.

두 세력의 수장이 서로를 바라본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우리와 싸우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거든.”


아르헨이 먼저 선수쳤다.


“진심이군요.”

“우리의 숭고한 전투를 위해 부디 협조해주기 바란다. 부디 우리끼리 싸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말이 좋아 동맹 요청이지, 거부하면 싸우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협회장 입장에서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잠시 고민하던 협회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짓을 한다면 곧장 공격할 겁니다.”

“고맙군.”


아르헨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협회장이 몸을 돌렸다. 나는 김두식을 불러 앞에 세웠다.


“임시로 내 헌터 매니저 좀 해라.”

“······예? 저도 헌터인데요?”

“시끄러워. 하라면 해. 아직 내 취조 못 했잖아? 그때까지 내 옆에 붙어 있어야지.”

“되게 억지인 거 아시죠?”

“어쩌라고? 그럼 시말서 쓰든가. 일 제대로 못했으니까.”


그 말에 김두식이 잠시 주변을 살폈다. 거기다가 아르헨까지 두 눈 부릅뜬 채 노려보니 놈도 어찌할 재간이 없었다.


“······가시죠. 신재 씨.”


***


고민이 많다.

과거 내가 구원했던 지구의 원주민들이 나를 찾아왔다.

거기다가 빌런까지도 이 지구로 넘어올 게 확정이다.


‘아르헨과 그 군대가 왔는데, 벨제붑이 오지 못할 리는 없겠지.’


“제국이 멸망했다라.”

“······멸망했습니다. 놈들이 저희 행성을 점령했고 벨제붑이 모두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들을 악마족이라 칭하더군요.”


나는 협회장이 내준 사무실에서 아르헨과 토론을 하고 있었다.

협회 쪽 헌터들은 방금 나타난 S급 게이트 때문에 상당히 바빠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표정이 밝았는데, 악마족과의 전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임시로 내 헌터 매니저가 된 김두식이 곧 올 터이니, 굳이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구원자이시여.”

“어.”

“면목 없습니다. 벨제붑의 부활을 막지 못한 것도, 기껏 지켜주신 저희 행성을 보존하지 못한 것도.”


아르헨은 창가를 바라봤다. 본인의 세상과 이 세상의 차이점에 설레할 만도 하지만, 그는 앞으로 있을 전투에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리고 편치 않아 보였다.


“면목 없다면 최선을 다해 싸워. 나도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빡셀 거야.”


아르헨은 한다면 하는 녀석이다. 그가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니 의심의 여지는 없지만.


-S급 게이트에서 나타난 대규모 군단. 알고 보니 진짜 적은 따로 있어.

-서울에 당도한다는 악마. 벨제붑. 최초로 S급 이상의 힘을 지닌 악마일까.


아까 우리가 나눴던 대화가 이미 기사로까지 전해진 상황. 심지어 우리가 자리를 뜬 이후부터 서울 대기가 빠른 속도로 붉어지고 있었다.

게이트의 징조였다.

서울이 격전지가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뜬다.


‘징조가 빨리 나타난 덕분에 우리 말을 더 이상 의심하는 자는 없겠군.’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기사들을 살펴봐도 다 비슷한 얘기만 하니 더 볼 껀덕지가 없다.


“구원자시여.”


녀석은 김신재라는 이름을 알려줘도 늘 ‘구원자’라고 나를 칭했다.


“저기를 보십시오.”


녀석이 창가를 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창가에는.


콰자자작!


붉은 번개가 사방에 떨어지고, 핏방울이 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멸망의 시초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벨제붑이··· 옵니다.”


우리 말의 신빙성을 추가해줄 유일한 존재.

벨제붑이 온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19 불닭소스맛
    작성일
    23.12.19 03:15
    No. 1

    아우터갓의 수하… 그리고 패잔병 아르헨과 지구의 한터들과 김신재의 싸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불닭소스맛
    작성일
    23.12.19 03:17
    No. 2

    벨제붑만 오진않을것같고 그밑 따까리들 몇백마리랑 같이 포탈타고 넘어와서 난장판피우고. 아르헨이랑 헌터들은 따까리들 상대하다가 벨제붑은 김신재랑 1-1싸울것같은데. 아우터갓에게 상대가능한 주인공이니 사천왕느낌의 벨제붑은 힘이약해진 주인공이라도 혼자이길수있는수준이겠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gjffjejd..
    작성일
    24.01.01 15:02
    No. 3

    에혀 예수부하들이 나타났군
    예수 부하 7악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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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옳은 건 무엇인가. 23.12.29 155 4 11쪽
14 객식구 +2 23.12.28 183 4 12쪽
13 객식구 23.12.27 204 4 12쪽
12 객식구 23.12.26 237 4 12쪽
11 몸풀기 23.12.25 286 4 12쪽
10 몸풀기 23.12.23 306 4 12쪽
9 몸풀기 23.12.22 326 4 12쪽
8 몸풀기 +3 23.12.21 370 6 12쪽
7 몸풀기 +1 23.12.20 425 6 12쪽
6 몸풀기 +1 23.12.19 483 7 14쪽
» 벨제붑 +3 23.12.18 559 7 12쪽
4 시작부터 빡세네 +1 23.12.17 608 8 12쪽
3 저거 내가 막을게. +1 23.12.16 660 8 12쪽
2 시작부터 왜 이래. +1 23.12.15 808 9 12쪽
1 프롤로그 +2 23.12.15 873 1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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