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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사실 게임 프로그래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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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2.07.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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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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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나의 아저씨 2

DUMMY

<고기술 시점>


이진수라는 청년과 함께 청소하는 동안 그가 내게 쉼 없이 말하는 내용들은 주제가 통일되지 않았다.

약간 모자라고··· 산만한 친구인 것 같다.


“아저씨 빗자루는 저쪽에 있어요. 제가 이쪽을 쓸 테니까 아저씨는 회의실만 쓸어 주세요.”


그래도 처음 온 나에게 도구의 위치와 해야 할 일을 잘 알려주는 것 보니 완전 바보는 아닌 것 같다.


“아저씨 왜 C언어인지 아세요? 원래 A 언어가 있었고 그 뒤로 B가 있었고 그 뒤가 C래요”

“아저씨 C#은 왜 C#인 줄 아세요? C++의 후속 언어라서 C++++ 인데 #에 +가 4개 들어가 있잖아요? 그래서 C#이래요”

“아저씨 그런데 탕비실에 커피랑 녹차가 항상 가득 있는데, 저걸 사람들이 집으로 막 가져가면 어떡해요?”

“아저씨는 왜 이름이 고기-술이에요? 저도 고기랑 술 좋아해요. 하하하”


“내 이름은 고-기술··· HIGH-TECH인데···”


아무튼 진수라는 청년은 첫 출근인 나를 배려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수다쟁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소하는 내내 내게 조잘거렸다.


청소는 9시 10분쯤 끝났다.

청소가 끝나자 진수는 자리에 앉아 코딩하려는 듯해 보였다.

나는 그를 구경하기로 했다.

진수의 코드에는 웬 수학 공식만 쭉 늘어져 있었다.

도대체 무얼 만들려고??



10시가 되자 사람들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위기도 볼 겸 누군가가 출근할 때마다 일부러 회의실 밖으로 나와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대부분 나를 냉대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말 많던 진수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우선 프로젝트를 확인하려고 키보드를 만져봤다.

키보드는 망가져서 도저히 누를 수 없을 만큼 뻑뻑했다.

나는 용산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난데, 오늘 오후에 퀵으로 키보드 하나 보내줘. 어. 레알포스 텐키리스로. 아 그리고 한글 각인 안 된 버전으로~ 응~ 고마워.”


잠시 후 진수가 내게 왔다.


“아저씨 혹시, 네툔이라는 메신져 아세요?”


“네 알죠.”


“아이디 좀 알려주세요.”


“음··· 내 개인 아이디는 안 알려줘요.”


“아저씨 지금 체면 차릴 때가 아니에요 어서 알려주세요.”


나는 얼떨결에 내 메신져 아이디를 알려줬다.

어쩌면, 어딘가 살짝 모자라 보이지만 악의가 없어 보이는 이 젊은이의 첫인상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허허허 알겠어요. 내 개인 메신져 아이디는 우리 그룹사 사장들에게도 안알려안 알려준 건데···”


자리로 돌아간 진수는 나를 친구로 등록했다.


“아저씨 저 이진수예요. 제 메시지 보이세요?”


“네.”


“아 참··· 키보드가 뻑뻑해서 타이핑하기 힘드시죠? 그냥 제 메시지 읽기만 하세요.”


진수는 그 뒤로 오전/오후 참밥은 없다는 점.

점심/저녁밥은 더치페이해야 한다는 점.

이 회사 사람들은 IT 사람이라 그런지 거의 메신져로 대화하므로 사무실이 조용하다는 점.

이원하 대리님과 유민희라는 친절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오늘 연차라는 점.

그리고 오늘 사람들이 아저씨의 반겨주지 않은 것은 역시나 IT업계 사람들은 내성적이라서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점.

등을 알려주었다.



12시 50분.

급한 업무 전화가 와서 15분 정도 통화를 하고 왔다.

하필 이때가 점심시간이었나 보다.

모두 밥을 먹으러 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나는 지갑을 가지러 내 자리로 갔는데, 그곳에서 진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 다들 밥 먹으러 갔어요. 저희도 밥 먹으러 가요.”


그는 나를 육천 원짜리 한정식집으로 갔다.


“아저씨 여기는 국이랑 반찬도 많이 나오고, 생선도 한 명당 한 마리씩 구워 줘요. 제가 살 테니까 많이 드세요. 공깃밥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시고요.”


“그럼 잘 먹을 게요. 그런데 진수씨는 평소에 밥을 혼자 먹어요?”


“아니요. 가끔 굶을 때도 있긴 한데, 보통 그래픽 파트랑 같이 먹어요.”


“아~ 그 오늘 연차이시고 친절하다는 그 두 분?”


“네.”


“그런데 진수 씨도 낙하산이에요? 다들 저를 낙하산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냉대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네 맞아요. 전에 다니던 회사 실장님 소개로 온 거거든요.”


“진수씨 신입 아니었어요? 전에 어디 회사에 있었는데요?”


“장공건설이라고··· 이년 좀 안되게 일했어요.”


“건설회사···?”


“네.”


“허허허 진수씨는 재미있는 친구네요. 건설업계 실장님이 게임업계 사장님에게 인재 추천을 하다니.”



밥을 다 먹고 나오자, 진수는 내게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팔천 원짜리 새 쓰리스타 키보드를 줬다.


“아저씨 지금 키보드 뻑뻑해서 누르기 힘드실 거예요.”


“이걸 왜 진수씨가 사주는 거예요?”


“음··· 저희는 낙하산 동료니까요? 하하하···”


누군가에게 대가성 없이 밥을 얻어먹는 것이 몇 년만 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지만, 코딩은 전혀 모를 것 같은 진수에게 책을 추천해줬다.


“진수씨. 제가 원래 책 추천 같은 거 잘 안 하는데, 코딩을 배우고 싶으면 ‘C++ 비아 Window’라는 책을 읽어 보세요. 이 책 내용 반만 이해해도 웬만한 전공자들만큼은 알게 될 거예요.”


“어? 아저씨도 그 책 읽어보셨나요? 전 C++보다 C# 버전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진수씨 그 책을 끝까지 다 봤어요? 어디서??”


“아··· 제가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책을 매달 한 권씩 읽었거든요. 촌 동네 살아서 근처에 코딩 학원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게 책 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럼 저 책을 누가 보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본 거예요?”


“네. 비아 시리즈는 아마 고삼 때인가 읽었던 것 같아요. 지금껏 저런 책을 70권 정도 본 것 같은데··· 책을 얼마나 더 봐야 진짜 프로그래머 같아 보일까요?”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실 저런 책들은 전공자들도 대부분 끝까지 보지 못한다.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크기의 글씨로 그것도 전문 용어로 빼곡하게 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책 한 권을 보려면 생각보다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진수는 그것을 아무 도움 없이 혼자서 그것도 70여 번을 반복했다.

그것도 재미있게 봤다고 한다.



그날 오후.

나는 진수가 사준 새 키보드로 프로젝트 세팅을 한 뒤, 공유 폴더와 SVN 로그부터 훑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최초 김우성 대리가 길 찾기를 만들었지만, 이 코드로는 성능에 크리티컬한 이슈가 있었을 것이다.

김우성 대리가 이 이슈를 수정하기 위해 며칠 동안 이런저런 수정을 시도했던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없이 코드 전체가 수정됐다.

그것도 다른 코드 스타일로?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코드를 쓸 경우 이렇게 될 수 있는데, 문제는 이 코드가 미믹게임즈 프로젝트 전용으로 딱 맞춘 듯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김우성 대리의 공유 폴더를 뒤져봤다.

그곳엔 길 찾기 코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 코드를 수정해서 김우성 대리에게 전달해준 것 같다.


나는 다시 SVN 로그를 봤다.

김우성 대리의 커밋으로 퍼포먼스 이슈가 수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후 맵 사이즈가 커지면서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이진수가 수정했다.

그것도 이전 길 찾기 알고리즘을 잘 이해한 상태로 간료하게 개선했다.


그 뒤로 이진수의 커밋이 보이기 시작했고, 점점 커밋 횟수가 많아졌다.

모두 테스크가 아닌 버그 수정이긴 했지만, 커밋 횟수만으로 보면 진수가 전 직원 중 1위였다.


대충 상황 파악이 됐다.

기획자들은 기획서를 보고, 아트는 그림을 보고, 프로그래머는 코드를 보고 그의 작업을 판단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한 역사는 형상 저장소, 즉 SVN 로그에 다 나온다.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SVN 로그를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띠리링 띠리링”


전화가 왔다.

오전에 주문한 키보드가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진수씨가 사준 키보드를 버리기도 뭣하고···

그냥 레알포스를 진수씨에게 줘야겠다.

진수씨가 비싼 키보드를 선물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포장을 벗기고 중고처럼 위장했다.



<이진수 시점>

다음 날 이진수.

아저씨는 나처럼 아침 9시에 출근했다.

나는 아저씨가 안쓰러웠다.

나는 젊기라도 하지. 저 아저씨는 여기서 수습 탈락하면 어떡해야 하나···


“아저씨 청소는 저 혼자 해도 되는데···”


“나도 낙하산 수습인데 무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허허허.”


아저씨가 도와주는 덕분에 청소를 더 빨리 끝낼 수 있었고, 남는 시간에는 민희씨의 이중 미니맵을 만들기 위해 코딩을 했다.

아저씨는 내가 코딩을 시작하면,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 내가 코딩하는 것을 지켜봤다.

아마 내 코드를 보고 코딩을 배우려고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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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고기술의 두 번째 조언 2 22.06.03 332 18 9쪽
22 고기술의 두 번째 조언 1 22.06.02 330 20 9쪽
21 계획적인 삶 6 22.06.01 334 22 10쪽
20 계획적인 삶 5 22.05.31 329 21 9쪽
19 계획적인 삶 4 22.05.30 340 24 9쪽
18 계획적인 삶 3 22.05.27 344 25 9쪽
17 계획적인 삶 2 +2 22.05.26 352 24 9쪽
16 계획적인 삶 1 +2 22.05.25 365 24 9쪽
15 고기술의 첫 예언 2 22.05.24 374 23 9쪽
14 고기술의 첫 예언 1 22.05.23 386 27 9쪽
13 나의 아저씨 4 +2 22.05.22 411 26 10쪽
12 나의 아저씨 3 22.05.21 404 21 9쪽
» 나의 아저씨 2 +1 22.05.20 427 28 9쪽
10 나의 아저씨 1 +2 22.05.19 470 27 9쪽
9 Astar로 길찾기 4 +2 22.05.18 475 29 9쪽
8 Astar로 길찾기 3 22.05.17 462 27 9쪽
7 Astar로 길찾기 2 22.05.16 477 24 9쪽
6 Astar로 길찾기 1 +2 22.05.14 530 29 9쪽
5 미믹게임즈로 이직 2 22.05.13 516 32 9쪽
4 미믹게임즈로 이직 1 22.05.12 576 41 9쪽
3 나의 첫 프로그램 2 22.05.11 605 51 9쪽
2 나의 첫 프로그램 1 22.05.11 646 62 10쪽
1 게임을 만들고 싶다 22.05.11 857 6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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