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유전환생, 무전지옥
'나는 죽어서 재판을 받는다면, 그 재판은 공정할 줄 알았다.'
'2021년 12월 7일 나는 죽었다.
취업은 서른이 먹도록 하지도 못했고, 스트레스를 문피아 소설 읽기와 술로 풀다가 한 많은 삶을 마쳤다.
나는 환생하고 싶었다. 문피아에서 많은 소설들이, 보잘것 없는 주인공이 왕으로, 귀공자로, 재벌로, 능력자로 다시 환생하니까. 제발 환생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눈을 뜨고 나니 지옥에 나는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변호사"가 있었다. 변호사는 나에게 환생을 할려면 지옥에서 3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재판? 부모님이 나보다 일찍 돌아가셨으니 불효의 죄는 없고,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고, 뭐... 태만의 죄 정도로 가벼운 처벌을 받겠지.
이 생각은 저승 재판을 관람하고 나서 깨져버렸다.'
2021년 12월 12일. 수많은 저승에 있는 한국 출신의 망자들은 한 재판을 보기 위해 모였다. 바로 지난 달 23일 죽은 전두환에 대한 저승 1심 재판의 선고일이었다.
나도, 망자들도 아직 저승 재판이 어떤 곳인지 몰랐기에 변호사들과 함께 재판정에 모여들었다.
"피고 전두환에 대한 선고를 내리겠다. 검사측에서 제기한 대량학살 교사 혐의의 경우 피고인의 주장에 따라 대한민국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의 필요성에 따라 계엄군이 대응한 결과 의도치 않게 일부 시위대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본 법정은 대량학살 교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다."
"검사측에서 제기한 갈취죄의 경우, 검사측에서 피고인이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는 바, 갈취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기타 검사측에서 제기한 다른 혐의를 봐도 그 혐의가 죄를 구성되지 않을 정도로 판단되거나 죄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 전두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망자들은 까무러치듯 놀랐으나, 망자들의 변호인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변호인님. 저게 말이 됩니까? 전두환이 얼마나 쓰레기같은 놈인데?"
"휴... 인간이 만든 지옥이 과연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안전하겠습니까? 이승에서 온 망자들에게 항상 묻고 싶은게 있는데, 이승에 정의가 없는데 왜 저승에 정의가 있으리라 기대하신 거죠?
"..."
"전두환은 생전에는 통장에 29만원 두고 다른 재산을 은닉하다가, 저승에 와서 숨긴 재산을 모두 판사에게 뇌물로 바쳤어요. 혹시 신준섭씨는 돈이 있으신가요..?"
"제가 돈이 어디에..."
"그럼 할 수 없죠. 저승에서 돈을 벌던가. 아니면 지옥에 영원히 떨어지던가."
"어떻게 돈을 만들어내죠?"
"뭐... 앞으로 이것저것 많이 하시면 됩니다. 아주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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