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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生花) 님의 서재입니다.

나노머신 들고 이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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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生花)
작품등록일 :
2022.10.30 12:28
최근연재일 :
2022.11.30 19:2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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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9
추천수 :
593
글자수 :
167,902

작성
22.11.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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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시 무음, 그리고 연락소.

DUMMY

그워어어억-!


케이는 달려오는 사이클롭스를 향해 오른손을 휘두른다.


화악-


시뻘건 두 줄기의 강선이 빠르게 쇄도한다. 방망이를 들어 올리는 사이클롭스와 맞닿은 화염이 거구를 휘감고 도는 순간이었다.


파화아아아악----!


작렬하는 화염의 폭풍.

열기가 후욱 터져 나오고, 쿵- 무릎을 꿇은 사이클롭스가 요란스럽게 팔을 휘젓는다.


그웍! 그워어억-! 그웍-!


마차에서 내린 케이가 사이클롭스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목을 뚜둑뚜둑 꺽으며 양 손목을 터는 그의 몸에서,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가볼까.'


이제 시도해볼 건 마력의 육체 보조.

파파팟- 부드러이 땅을 박차는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이클롭스의 턱밑으로 도달했다.

마력이 응축된 오른손이 복부를 향해 정권을 내지른다.


꽈직-


복부를 감싸던 나무판자가 깨진다. 케이는 그대로 양손에 마력을 집중, 사이클롭스의 전신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퍼어억! 퍼억-!


수박통 깨지는 듯한 소음이 연달아 울린다.

케이가 사이클롭스의 턱주가리를 처올리며, 3m에 달하는 근육질 거구가 떠오른 순간이었다.

분노한 사이클롭스가 그대로 방망이를 아래로 휘둘렀다.


후앙-


옆으로 비껴 피한 케이의 머리를 풍압이 어지럽힌다.

마수와 격전을 벌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표정은 더없이 안온했다.


'근력 강화만은 못 하나, 대신 더 유동적이고 가볍다.'


마력이 근육을 감싸며, 부드러이 에너지를 전달한다.

나노머신의 신체 강화가 강철 같은 단단함을 더한다면, 마력의 보조는 고무 같은 탄력을 부여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이 둘을 합치면 어떨까?


'여기에 육체 강화를 더 하면···.'


[근, 골격 강화 시행.]


마력의 보조와, 솔저의 육체 강화.

둘의 시너지가 더해지자, 전신에 바위 같은 묵직함이 자리한다.

충일한 에너지에,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고양감이 차오른다.

괴물의 품으로 파고든 케이는, 손바닥을 펼쳐 복부에 장타를 찔러넣었다.


터엉-

쿠루룹-


동심원이 퍼저가며 복부가 움푹 밀려나고, 괴물의 입에서 핏줄기가 핏- 하고 솟는다.


쿵! 털썩-


십수 미터를 날아가 쓰러진 괴물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괜찮네."


케이의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마음에 든다.

당장 할란과 미체스트와 다시 붙는다면, 고유 마법으로 승부를 볼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


허나, 아직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흠."


케이는 눈썹을 지그시 찡그린다.

몸이 비워지는 감각과 함께, 작은 탈려감이 찾아왔다.


마력이···벌써 바닥을 보인다.


'나노. 얼마나 소모된 거지?'


[수치 환산, 187입니다.]


위력이 대폭 증가했다. 허나, 이는 복합적인 활용의 결과물. 마력 소모량 또한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의 전투와 영약 복용으로 도달한 마력 수치가 217.

크게 증가했다곤 하나, 제대로 써먹으려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했다.


'차차, 해결될 일이지.'


케이는 고개를 저으며 아쉬움을 털어버렸다.

이제는 그 방도를 안다. 영약을 구해 먹으면 해결될 문제였다.

케이는 몸을 돌려 마차로 걸어간다.


"딸꾹, 딸꾹, 딸꾹···."


뒤로 나자빠진 버밀이 푸르죽죽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 저는, 그냥 읍! 자, 잠시 피해 있으려····."

"·····."


케이는 무던하게 놈을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중요한 한 가지가 떠오른다.


'동료.'


믿고 등을 맡길 만한 동료가 필요하다.


솔직히, 지금까진 운이 좋았다.

앞으로는 더 강대한 상대가 등장하고, 또 위기에 처하기도 할 터.

아닌 말로, 당장 자신이 여기서 쓰러지면, 저놈은 망설임 없이 칼침을 놓을 거다.


자신이 의지를 믿고 따라줄 동료가 있다면, 만금의 금화와 수백의 영약보다도 훨씬 든든할 것이었다.


케이는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너희들이 있었으면····."


뭉개뭉개 떠오른 구름 사이, 푸른 하늘 저편 어딘가.

인류에 있을 부하들이 떠오른다.


그들이라면···목숨을 걸고서라도 나와 함께 해 줄 거다.


그 순간, 벌건 대낮인데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두 개의 달이 보인다.

케이가 설핏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눈치를 살피는 버밀에게 말했다.


"다시 출발해라."


덜그덕-


마차가 다시 출발하고, 케이는 후미에 앉아 졸졸졸 흐르는 냇물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래···.'


····이곳은 인류가 아니다.


그러나, 이곳 또한 똑같이 사람이 사는 곳.

그렇다면, 언젠가 너희들 같은 동료 또한 만날 수 있겠지.


휘이잉-


"·····."


불어오는 찬 바람에, 조금은 쓸쓸하다.


*


산등선을 너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 늦은 오후.

대산림을 벗어난 마차가, 탁 트인 평지의 흙길을 따라 이동 한지도 몇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흠흠. 조카님! 다 왔습니다!"

"·····."


천막을 들추고 나온 케이의 시야 저 멀리, 노을지는 햇빛이 붉으스름하게 비추는 환상(環狀) 성벽이 보인다.


번슈타인 영지의 최북단 도시, 무음.


용병으로 첫발을 내딛을 장소에 도착했다.


다그닥- 다그닥-


해자를 건너고, 성문을 통과한 마차가 도시 내부로 들어선다.

마차에서 내린 케이는 퍽 흥미로운 감정으로 도시를 둘러보았다.


"오늘도 한 잔 하나?"

"하하하하하!"


잘 닦인 석조 도로를 따라, 벽돌로 쌓아 올린 2-3층 높이의 건물들이 자리한다.

드문드문 굴뚝으로 시허연 연기를 뿜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술집이나 여관인 듯, 사내들의 우렁찬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중세시대. 딱 그 느낌이네.'


저녁 어스름을 물리치는 마법 전조등을 재외하면, 인류 중세시대 도시를 보는 듯했다.


케이가 뒤에 서 있는 버밀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깐, 고마웠다. 하나 배웠군."

"아이고, 아닙니다. 그게 뭐 특별한 거라고! 그냥 살다 보면 깨우치는 연륜! 연륜이지요. 호호호호."


버밀이 손을 비비며 웃음을 터트린다.


조금 전의 일이었다.

성문 앞, 마차를 멈춰 세운 경비에게 케이는 에딜락에게 받아온 임시 통행패를 내밀었다.

그런데, 경비가 와락 인상을 쓰는 게 아닌가?

통행패가 수상하다는 둥, 경비들이 꼬치꼬치 따지는 순간이었다.


-아이고오! 노고가 많으십니다요. 흠흠!


버밀이 경비의 손을 덥썩 잡더니, 손을 몇 번 흔든다. 그러자 경비가 씨익 웃으며 통과를 외쳤다.

그 순간 케이는 볼 수 있었다. 경비의 손에 쥐어지는 인원수만큼의 은화를.

이 세계에서 진정한 통행패는 돈이었다.


'이제····.'


케이는 버밀을 싸늘하게 내려다본다.

이제, 최우선 과제를 해결할 때다.


"제가 잘 아는 여관···."

"가라."

"····예?"


케이의 말에 버밀이 눈을 끔뻑끔뻑 뜨며 그를 쳐다봤다.

케이가 말했다.


"여기까지 수고했다. 이제 풀어주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흠, 흠, 흠!"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하자 버밀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버밀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다시 물었다.


"살-려 주시는 거지··요? 흠, 흠."

"·····."


케이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거리로 향했다.

케이의 등을 바라보는 버밀의 입꼬리가 찢어저라 솟구쳤다.


'이, 이게 왠 횡재야?!'


내 노고가 그 정도로 감동적이었나?


이유야 어찌 됐든, 놈에게서 벗어났다.

십 년 묵은 체증이 쏵 가시듯,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쿠쿠쿡."


웃음이 실세 없이 나와, 버밀이 두 손으로 제 입가를 가린다.

케이가 충분히 멀어지고 나서야, 그와 반대 방향으로 발을 내딛었다.

비릿하게 웃음이 떠오른 입가에, 쌔한 어조가 흘러나온다.


"이러면, 안전하게 죽일 수 있겠어. 흠흠."


허나, 버밀은 알지 못했다.


"뭐, 뭐야?!"

"여기 사람 있지 않았어?"

"너, 너도 봤지? 봤지!"


그가 몸을 돌리고 조금 후. 한순간에 땅이 꺼지듯, 케이의 신형이 증발한 사실을.


*


대로변을 따라 걷던 버밀은 어느 순간 으슥한 뒷골목으로 들어선다.

구불구불하고 더러운 길을 따라 들어갈수록, 주변은 어둠으로 침착해 들어가고, 바닥에서 오물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원래라면 이 역겨운 길에는 얼씬도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샐쭉이는 입술에선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후후후."

'애초에 연락소에 갈 생각이 없었던 게지. 음!'


조카 놈이 연락소를 찾으려 무음에 온지 알았다.

이에 버밀은 4번 루트를 통해 연락소로 접근, 놈을 함정에 빠뜨려 죽일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상가 달리 자신을 그냥 풀어 준 것이다.


'제 놈도 암흑가가 무서운 건 아는 거야!'


사이클롭스를 뚜드려 팰 정도로 놈이 강한 건 인정. 하지만, 놈도 막상 암흑가를 적대하자니 두려웠을 것이다.

결국, 놈은 혼자. 한 손으로 열손을 막을 수 없는 걸 안 거지.


연락소가 가까워질수록 버밀의 어깨가 솟구친다.

놈을 함정으로 유인하기 위해 감수했어야 할 위험이 사라졌다.

이 도시에 있는 한, 이제 놈은 손바닥 안이다. 잠결에 암살해도 되고, 실력자를 불러 처리해도 좋다.

그리고 나면····.


'차기 상단주는 내 자리지. 후후후.'


암흑가에 손해를 끼친 놈을 처리하는데 일조한 자신의 공이 참작될 터.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었다.


좁고 더러운 길을 지나, 버밀은 한 허름한 술집 앞에 도착한다.

큼큼, 목을 가다듬은 버밀이 문을 두드렸다. 탁- 하고 열린 작은 미닫이문 사이, 길게 찢어진 두 눈이 나타난다.


"누구쇼."

"주정뱅이 버크셔를 찾아왔네."

"흠···."


게슴츠레 뜬 두 눈이 버밀을 응시한다. 탁- 다시 미닫이문이 닫히고, 조금 뒤 검은 두건을 쓴 사내가 문을 열며 버밀을 맏이 했다.


"버밀 부 상단주 님이시군요. 들어오십시오."

"고맙네. 흠흠."

"····뒤에, 문 닫으시오."


끼이익- 턱.


창백한 전등 하나에 뿌연 내부. 사내는 기다란 복도를 따라 버밀을 안내했다.


"버밀 부 상단주님께서 이곳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소란 상단이 성문을 통과했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들었지 말입니다."

"그게, 말하자면 길어. 일단 그건 나중에 애기하고.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몇이나 되나? 흠."

"왜 그러십니까?"

"아, 감히 우리에게 대든 애새끼가 하나 있거든? 검은 머리에 계집년 같이 뽀얀 새끼가 싸가지도····."


버밀의 푸념이 늘어진다. 사내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소 지부로 향하는 통로 앞에 선 순간이었다. 문을 열려던 사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놈은 나중에 꼭 내 발싸개로 둘 거다. 그 케딜락 촌것들이랑 같이····!"

"그런데, 부 상단주님."

"···응? 왜!"


넓적한 볼쌀을 씰룩이는 버밀을 향해, 사내가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에 있는 저 '검은 머리' 사내는 누굽니까."

"무슨 소리야. 흠! 여기엔 우리 둘 밖에···."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버밀의 귓전에 닿는다.


"수고했다."

"····!"


일그러져 있던 얼굴 그대로 버밀의 표정이 정지했다.


뻣뻣해진 목덜미로, 오한이 오른다.


"자, 자, 잘, 못····."

"부, 상단 주님?"


사내가 슬며시 허리춤으로 손을 향한다. 그가 눈빛을 보냄에도, 버밀은 아무런 말도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이곳이군."


뒤에···조카 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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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형제, 그리고 동료(3) +2 22.11.29 189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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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형제, 그리고 동료(1) +3 22.11.26 253 10 10쪽
26 위험한 의뢰. +3 22.11.25 258 10 16쪽
25 가슴으로 말한다. +4 22.11.24 277 9 10쪽
24 황야, 그리고 전장. +2 22.11.23 282 10 13쪽
23 황야의 오크(5) +3 22.11.22 294 11 11쪽
22 황야의 오크(4) +1 22.11.21 329 10 13쪽
21 황야의 오크(3) +1 22.11.20 379 16 11쪽
20 황야의 오크(2) +1 22.11.19 401 15 11쪽
19 황야의 오크(1) 22.11.18 450 16 12쪽
18 동기는 집 나온 도련님. 22.11.17 467 20 13쪽
» 도시 무음, 그리고 연락소. +2 22.11.16 507 22 12쪽
16 독성으로 마력 업. 22.11.15 524 25 16쪽
15 검은 머리, 미남, 그리고···. 22.11.14 550 21 11쪽
14 할란과 미체스트(5). +3 22.11.12 564 23 13쪽
13 할란과 미체스트(4) 22.11.11 557 22 15쪽
12 할란과 미체스트(3). 22.11.10 572 19 12쪽
11 할란과 미체스트(2). 22.11.09 582 21 14쪽
10 할란과 미체스트(1). +1 22.11.08 613 21 11쪽
9 기사(2) 22.11.07 625 25 12쪽
8 기사(1) 22.11.06 659 25 10쪽
7 화염 술사 라크(3). +2 22.11.05 661 25 17쪽
6 화염 술사 라크(2). +1 22.11.04 681 26 11쪽
5 화염 술사 라크(1). +1 22.11.03 737 24 11쪽
4 북부 촌락 케딜락(3). +2 22.11.02 748 26 12쪽
3 북부 촌락 케딜락(2). +2 22.11.01 803 31 11쪽
2 북부 촌락 케딜락(1). +3 22.11.01 92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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