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슬라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고려의 신궁이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슬라임2세
작품등록일 :
2020.02.14 19:51
최근연재일 :
2020.04.03 21:1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96,715
추천수 :
2,257
글자수 :
274,388

작성
20.03.19 21:15
조회
1,726
추천
43
글자
12쪽

35. 화령부총관 이성계

DUMMY

지옥같던 시간이 끝났다. 공민왕이 마지막에 먹을 것을 더 지원해준다고 하더라.

부부가 있던 전각에서 나와 참았던 숨을 토해앴다.

밖에 서있던 조도치와 이지란도 들어서 알고 있다. 실로 고려의 왕이라는 자는 무시무시한 의심병환자였다.

자기들 주인이 개경에 오기 그리도 싫어하는 까닭을 알겠다.


“하, 정말 구사일생이네. 내 다시는 개경에 오나봐라.”

“소직도 지긋지긋합니다. 개경은 다시 들를 곳이 되지 못합니다.”

“간만에 의견이 일치하는군. 자, 다른 이리들에게 물어뜯기기 전에 어서 화령으로 가세. 가서 두 다리 뻗고 자야겠어.”


개경은 정말 사람살 곳이 되지 못한다. 얼른 가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을 지경이다.

오죽하면 조도치도 이지란도 얼굴이 질려버렸는가.

역시 자신들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위인들이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도 안 하고 가시는가?”


도망치려고 했더니만, 불청객도 이런 불청객이 없다.


“와.왕후마마.”

“내 그래도 자네를 구명해주었네만, 그냥 가면 섭하지 않은가.”


구명해주려면 진작 해줄 것이지.

이성계는 애써 입을 다물었다.


“왕후마마께는 크나큰 은혜를 입었사옵니다.”

“자네가 전하를 잘 이해해 주게. 지금 전하께서 왜 그러시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고려로서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문제다.

공민왕이 예상보다도 더 의심병이 깊어지고 있다.

원 역사에서는 어떤 인물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금의 공민왕은 의심이 너무 많아졌다. 오늘만 해도 왕비의 회임일이 아니었으면 아주 쪼아댔을 것이다.


“자네의 진심을 나는 믿고 있네. 그러나 조금은 자중하도록 하게. 자네의 혀는 사람을 현혹하는 재주가 있으나, 그 때문에 전하께서는 더 자네를 의심하는 것이네.”


그럼 재주가 이것 밖에 없으니 어쩌겠나.


“가진 재주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왕후마마.”

“전하께 큰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네. 내 세자를 낳게 되면 자네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야.”


원래 노국대장공주가 세자에 대한 욕심이 있던가?

사극으로만 봐서 그런지 익숙하지가 않다.


“신.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거두어주십시오.”

“개경에 오지 않는다 하였으나, 나는 그대가 언젠가 개경으로 왔으면 하네.”

“예?”

“자네의 진심이 진정 전하를 돕는 일이라면, 고려에 충성하는 일이라면 그리 해야 한다는 말이네. 이건 청이 아니라 명일세.”


상관이 명이라는데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결국 언젠가 개경에 오기는 와야 한다.

어차피 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성계를 따르는 무리들은 많아지니 개경에 눌러앉아도 상관없으리라.

정 뭐하면 대리로 조돈을 대리총관 자리에 두면 된다.


“신 화령부총관 이성계. 왕후마마의 명을 받듭니다. 다만 아직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힘을 기르시게. 화령에서 힘을 모아 그 누구도 자네를 물어뜯지 못하도록 하란 말이네. 그리고 전하의 대업을 돕게.”

“왕후마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을 그리 말씀하시면 듣기 민망합니다.”

“아, 이런 말을 하기는 망측하네만, 내 후사를 위해 힘을 써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네. 그러니 앞으로도 노력해주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후마마.”

"그럼 나는 가보겠네."


지옥같던 개경생활도 끝이 나게 되었다.


“원의 기황후에 이어 이제는 왕후마마까지. 총애를 한몸에 받게 되셨습니다.”

“부럽나? 나는 죽을 맛인데.”

“그래도, 나쁘지 않겠지요. 왕후마마 역시 총관님을 주상전하의 세력으로 만드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 왕비를 아끼는 만큼 왕비께서도 전하를 그 누구보다도 연모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덕에 이성계는 구사일생을 한 격이다.

의심병만 깊어지는 그 공민왕 탓에 안 그래도 죽을 맛이었는데, 그나마 왕후가 아니었으면 뒷골을 잡았을 것이다.


“그렇지.”

“그래도 왕비가 저런 인물일 줄은 몰랐습니다. 화길히 총관님을 왕실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군요.”

“그러게나 말이네.”

“아무래도 회임한 일로 총관님에 대한 호감이 생긴 덕이 아니겠습니까.”


그 호감이 제발 안 좋게만 오지 않았으면 한다.

노국대장공주를 보니 기황후와는 다르게 더 많은 호감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공민왕의 자식을 가지게 된 것이 기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개경에 가야 한다는 약조를 하고 말았네.”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왕비의 말이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왜?”


갑자기 말을 뜸들이더니 주변의 눈치를 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싶어 이성계가 입을 우물거리는 조도치를 쳐다보자 조심스럽ㄱ 대답한다.


“슬슬 총관께서도 혼인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럴까.”


원 역사의 이성계와 달리 지금껏 혼인을 하지 않았다.

원래 한국에 살던 몸으로 원 역사의 이성계처럼 10대에 결혼을 하기는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했으니까.


“예, 그만한 영토를 휘어잡고 계시는 분이 지금껏 혼인을 하지 않으셨으니 위험합니다.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총관님을 물어뜯는 자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세력을 크게 늘리는 총관님께 빌붙고자 하는 명문가들이 여식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건 싫네.”


이미 원 역사의 흐름과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조선이 세워질 걱정은 하지 않고 있으나, 역시 혼인이 문제다.

하루 빨리 혼인은 해두는 것이 좋을까.

자기 죽으면 시체치워줄 인간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 걸 생각하면 아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음, 생각해둔 여인네는 있지.”

“형님. 어느새 벌써 손을 낸 여인이 있습니까?”


손을 대다니. 오히려 깨끗하다.

쌍성총관일 시절부터 여자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괜히 덜미를 잡힐 수도 있고, 남자인 이상 여색이긴 해도 워낙 일이 바빠 여인을 곁에 둘 시간도 없었다.


“이야, 어느새 참. 역시 주상께 참 좋은 것만 갖다 바치신 분답습니다.”

“칭찬인지 욕인지 하나만 하시게.”

“어쨌든 혼인은 좋은 일입니다. 당장 여진족들만 해도, 총관님이 혼인을 하지 않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총관님께서는 저희들의 칸이십니다. 후사를 보셔야 하는 일이 아닙니까.”


그 설정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확실히 자신들이 주군으로 모시는 작자가 후사를 가지지 않으면 심히 불안할 것이다.


* * *


“조도치 자네의 예상대로네.”


총관부에 돌아오자 어느새 혼인을 주선하는 서한이 각 호족들에게서 전해졌다.

화령부총관. 여기에 고려 고토를 수복한 인물이자, 앞으로 더 수복하기 위해 그 증거물로 비석까지 남겼으니, 이미 화령부 일대에서는 유명하다.

그런 마당에 화령부총관에게 아내가 없다면 뻔할 뻔자다.

그래서인지 딸자식 있는 호족들은 대부분 딸을 혼처로 들이밀었다.


“결혼을 하겠다고?”

“예.”

“지금껏 그리 말해도 혼인을 안 하더니, 갑자기 이유가 생긴 것이냐?”


이자춘은 이제 이성계가 뭐만 하려고 하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혼인이야기만 꺼내면 인상을 쓰던 아들놈이 이제는 스스로 결혼하겠다고 하다니.


“네. 슬슬 그래도 자식놈은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 잘하였다. 그런데 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니 이미 상대는 정해둔 것이 아니냐?”


지금까지 여자를 거부하다 지금에 와 찾는 걸 보면, 이미 여자가 있는 것이다.


“예. 아버님. 화령부에서 알아본 여인이 있습니다.”

“누구더냐?”

“영흥의 한경을 아실 것입니다.”

“그 자의 딸 말이더냐?”

“예. 아버님.”


한경의 딸이라면 나쁘지 않다.

원래 이성계의 첫째부인이기도 하니, 정석대로 원래 부인인 한씨를 부인으로 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한씨는 마치 이성계를 기다렸다는 듯, 아직까지 미혼이었으며 한경도 은연중에 이성계에게 딸을 부탁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기꺼이 반겼다.


* * *


한씨와의 결혼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비즈니스관계라 볼 수 있는 부부관계는 공민왕과 노국대장공주 부부처럼 사랑이 섞인 애틋한 관계는 아니었다.

막상 혼인을 하니 이성계는 한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 본디, 여인네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계집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소.”

“그럴 것입니다.”

“나를 원망할 수도 있는데, 잘도 이 혼인을 받아들였소?”


그저 아무것도 없는 형식적인, 비즈니스적인 혼인인데, 잘도 이 혼인을 받아들였다.

이성계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여인은 본래 사랑을 받고 살아야 하지 않던가?

당장 고려의 지존만 봐도 그러지 않나.


“원래 큰 일을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그런 분의 아내로서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를 두고 다른 여인을 보지는 않을 테니.”

“그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혼인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내는 이성계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성계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남편을 위해 내조를 열심히 한다.


‘원 역사의 이성계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부인을 내쳤지?’


한씨의 노력이 빛을 발한 덕에 사랑은 없어도 부부사이는 양호했다.

그런 한씨의 내조는 이성계가 마음놓고 화령의 일을 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 * *


“토지의 배분도 끝났고, 기본적인 문제는 끝났나.”


어느새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수복한 땅은 공민왕의 말대로 이성계가 다스리게 되었다.

물론 조정에서 관리가 파견되기도 하였으며, 이성계는 그들과 협의하면서 발해 멸망 이후, 수백년 만에 수복한 땅을 관리했다.

본디 지도자가 없는 여진족들이었던 터라, 고려의 옛터전에 살던 여진족들은 제대로 땅을 개간하고 산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성계와 조도치의 토지개혁에 따라 땅을 받고 개간하면서 여진족들은 고려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주인은 이성계였다.


“수군은 어떻게 되어가나?”

“여진족들을 이용한 수군을 편성중입니다.”

“가능하겠나?”

“여진놈들도 본래 해적질을 하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수군을 짜면 충분합니다.”


이성계도 들은 바 있었다.

여진족들 중에서도 해적들이 있다고. 그들은 한때 울릉도까지 피해를 입혔을 정도라고 하니 결코 해전에 약하지 않았다.


“함대는 얼마나 되나?”

“전선 30여척은 됩니다. 그 중 10여척이 창선입니다.”

“음, 그럼 본격적으로 왜와 외교를 맺나.”

“가능하겠습니까?”

“여진족들을 이용하면 충분하겠지.”

“우선 왜구들을 잡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왜구의 침입은 없으나, 수군이 어느 정도 키워지자 이지란은 왜구와 일전을 겨뤄보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시도해볼 수도 있다.

화령에 침입해올 왜구들이라고 해봐야 그 숫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한반도 남부에 더 침입하면 했지 화령까지 올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열도까지의 길은 열어둬야 하는데.”

“그러자면 역시 왜구를 잡아야 합니다.”

“일본의 영주들과도 관계를 맺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일본의 영주들과 친분을 가지면 왜구들을 제어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왜놈들과 말입니까?”

“그들이 왜구들을 통제할 수 있으니 말이네.”


영주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 당시 왜구는 언제든 통제할 수 있다. 결국 왜구도 영주들과 연결되어있으니까.

그러자면 영주놈들에게 떡고물을 던져줘야 한다.

고려말이 헬게이트가 되지 않도록 적당한 것을 던져줘야 한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을 완전히 멸망시키는 거지만.”

“그건 힘들지요. 고려의 국시는 북진이지 왜놈들을 잡는 것이 아니니까요.”

“전하께서도 왜를 치지는 않을 것이네.”


언뜻 보면 지금 고려는 멀쩡히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고려의 신궁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0 50. 아유시리다라 +18 20.04.03 1,978 49 12쪽
49 49. 다시 대도로 +7 20.04.02 1,521 42 12쪽
48 48. 심양부총관 이성계 +11 20.04.01 1,591 41 12쪽
47 47. 요동을 장악하다. +2 20.03.31 1,636 38 12쪽
46 46. 요동을 취하라. +5 20.03.30 1,614 43 12쪽
45 45. 홍건적의 허무한 패배 +4 20.03.29 1,580 42 12쪽
44 44. 홍건적과 나하추 +3 20.03.28 1,693 42 13쪽
43 43. 요동정벌의 최적기 +5 20.03.27 1,634 51 12쪽
42 42. 요동정벌? +3 20.03.26 1,625 46 12쪽
41 41. 화령을 버려라. +6 20.03.25 1,679 45 13쪽
40 40. 요동의 지배자 +4 20.03.24 1,720 44 12쪽
39 39. 홍건적의 고려침공3 +5 20.03.23 1,655 46 12쪽
38 38. 홍건적의 고려침공2 +2 20.03.22 1,614 43 12쪽
37 37. 홍건적의 고려침공1 +4 20.03.21 1,684 44 12쪽
36 36. 어긋나는 역사 +2 20.03.20 1,763 47 12쪽
» 35. 화령부총관 이성계 +5 20.03.19 1,727 43 12쪽
34 34. 의심병 +7 20.03.18 1,732 46 13쪽
33 33. 새로운 판도 +3 20.03.17 1,674 46 13쪽
32 32. 너무나 쉬운 북진 +2 20.03.16 1,734 50 12쪽
31 31. 호발도의 패배 +4 20.03.15 1,712 47 12쪽
30 30. 호발도 +3 20.03.14 1,703 50 12쪽
29 29. 북진 +6 20.03.13 1,772 45 12쪽
28 28. 이성계만이 가능하다. +4 20.03.12 1,885 44 12쪽
27 27. 동북 9성 +4 20.03.11 1,805 43 12쪽
26 26. 돼지같은 지주들 +3 20.03.10 1,743 38 12쪽
25 25. 식량난이 해결되다. +3 20.03.09 1,870 46 12쪽
24 24. 형제국 +7 20.03.08 1,802 44 12쪽
23 23. 장사성 +2 20.03.07 1,764 40 12쪽
22 22. 기황후2 +4 20.03.06 1,762 43 13쪽
21 21. 기황후 +3 20.03.05 1,776 3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