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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 님의 서재입니다.

고금지 천하쟁패II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방만호
작품등록일 :
2015.05.20 11:59
최근연재일 :
2015.08.06 10: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831
추천수 :
53
글자수 :
72,525

작성
15.08.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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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30화 고의화는 이자의의 목을 베다

高金志




DUMMY

택춘은 짙은 어둠을 뚫고 왕희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왕희를 추포하면 이번 거사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는 것이다, 택춘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막 작은 언덕을 넘어가려는 순간.......

언덕 위에 말 위에 오른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택춘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언덕 위에 우뚝 서있는 것은 사람이 분명해보였다. 이 시각에 대체 어떤 놈이....... 택춘은 별장 성보(成甫)를 시켜 앞을 정찰하게 했다.


성보는 날랜 군사 10명을 대동하고 수상한 형체가 우뚝 서있는 언덕 위로 치고 올라갔다. 가까이 가보니 어떤 무사 하나가 서늘한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목숨이 아깝거든 당장 여기를 뜨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성보는 조용히 타일렀다. 그런데 상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황숙 계림공 마마의 호위무사 척준경이다! 주공의 명을 받들어 역도의 목을 베노라!”

척준경?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 아닌가? 그렇게 성보가 기억을 더듬는 사이!


쉬이잉-


귀신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보니 척준경이 등에서 5자가 되는 시퍼런 칼을 뽑았다.

“쳐라!”

성보는 지체 없이 명을 내렸다. 그러자 먼저 다섯의 날랜 정예병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쨍- 째강- 째째강-


칼과 칼이 부딪히니 천둥 같은 소리가 나고, 어둠 속에서 시퍼런 불꽃이 튀겼다. 쌍용대도는 그 동안 피에 굶주렸다. 시퍼런 칼날은 결국 애꿎은 피를 보고서야 잠시 울음을 멈추었다.

“이럴 수가.......”

성보는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신호위의 가장 날랜 병사 다섯이 척준경의 칼에 맞아 모조리 쓰러지고 만 것이다.


쉬이잉-


피맛을 본 쌍용대도가 다시 음산한 쇳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척준경이 번개처럼 치고 들어왔다.


창- 창- 차창-


나머지 5명 병사들의 목이 달아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놈!”

성보는 대노해서 준경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쌍용대도가 다시 한 번 번쩍였다. 그리고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은 몸을 떠난 성보의 불쌍한 목이이었다.


택춘은 불길한 운명을 직감했다. 재주가 그리 뛰어나지 못해 큰 공을 세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왕국모 밑에서 지난 20년 간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다. 장수로서의 육감은 예리했다. 불행인가 다행인가....... 택춘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갑자기 어두운 허공에서 화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빗발처럼 쏟아졌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며 신호위 돌격대 병사들이 낙엽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매복이다! 누가 매복한 것일까? 후퇴인가? 아니면 돌격? 잠시 택춘이 고민하는 사이.......


와- 하는 요란한 함성과 함께 양쪽 수풀 속에서 창과 칼을 든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흐트러지지 마라! 도망치지 마라! 맞서 싸우라!”

중낭장 성국이 칼을 휘두르며 목이 터져라 대오를 지휘하려했다. 그러나 판세는 이미 기울고 있었다. 신호위 돌격대는 갑작스러운 매복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얼마 후....... 3백의 신호위 돌격대 중 백여 명은 전사했고, 백여 명은 줄행랑을 쳤고, 나머지 백여 명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남은 것은 택춘과 성국 두 지휘관 뿐.......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나왔다. 보니 왕희가 아닌가? 그 옆에서는 용호군 장군 이자진이, 그 뒤에는 척준경이 서있다. 왕희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택춘을 쏘아봤다.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준다.”

택춘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전사한 부하들의 가엽은 시체들. 택춘은 옆에 있는 성국을 봤다.

“자네는 명을 따른 것 밖에 없으니 칼을 버리게.”

“그 무슨 섭섭한 소립니까? 장군께서 가시면 소장도 가야지요.”

성보는 칼을 움켜쥐었다. 택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며 왕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성국도 따랐다.

이자진이 마주나와 택춘을 막았다. 척준경은 쌍용대도를 휘두르며 성국을 맞았다. 그리고 3합 만에 척준경은 성보의 목을 베었다.

택춘은 그래도 장군이 아닌가? 10합을 왕국모의 부장 이자진과 겨루었다. 그러나 택춘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자진의 칼이 번쩍하니 택춘의 목이 떨어졌다.


한편 숭렬은 은밀히 왕국모의 집에 대한 포위를 끝마쳤다. 어둠 속에서 왕국모의 집은 고요했다. 깊은 적막감이 감돈다.

“포위된 것도 모르고.......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중낭장 곽희(郭熙)가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순간 숭렬의 얼굴에 착잡한 표정이 일었다. 깊은 원한으로 왕국모에게 칼을 들이대는 처지가 되었으나 그래도 그는 전장을 함께 누빈 전우이자 뛰어난 상관이 아닌가.......


“돌격! 왕국모를 추포하라!”

결국 숭렬은 명을 내렸다. 그러자 별장 안린(安隣)과 진기(陣基)가 횃불을 밝혀들며 왕국모 집 대문을 부수고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숭렬과 곽희도 재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 바로 그때!


갑자기 어두운 허공에서 수많은 화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곳곳에서 구슬픈 비명 소리와 함께 숭렬의 부하들은 썩은 볏단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저 지붕 위다! 사수, 지붕위로 쏴라!”

안린이 날카롭게 외쳤다. 그러자 사수들이 어두운 지붕 위로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그것은 캄캄한 허공으로 화살을 날리는 것과 같다. 반면 지붕 위에서는 마당으로 정확히 화살들이 날아왔다. 마당이 횃불로 대낮처럼 환했기 때문이다.


앞에서 용감하게 지휘하던 안린과 진기가 결국 목에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지휘관을 잃은 군사들은 오합지졸이다. 우왕좌왕하다 도망치기 급급했다. 그렇게 대문으로 몰리는 순간!


“이런 우라질 역적놈의 새끼들! 나 고의화가 네놈들의 모조리 저승으로 보내주마!”

시퍼런 도끼를 들고 나타난 것은 왕국모의 부장 고의화였다. 이윽고 처절한 피의 살육이 시작되었다. 고의화는 흡사 지옥에서 온 악귀 같았다. 도끼를 휘둘러 앞에 걸치는 것은 무조건 찍고 베었다. 얼마 못가 마당은 피로 내를 이루었다. 잠시 후.......


마당은 목이 달아나고, 팔과 다리가 잘린 시체로 즐비했다. 지옥이 따로 없다. 마지막 남은 것은 숭렬과 곽희뿐.

그때 대청에서 한 장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용호군 상장군 왕국모다! 왕국모는 분노로 가득한 눈으로 숭렬을 쏘아봤다.

“숭렬 네 이놈! 어떻게 네놈이........ 나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우하하하.......”

숭렬은 갑자기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다 왕국모를 올려다본다.

“상장군, 왕희를 진정 믿으십니까? 왕희가 진정 상장군께서 원하시는 것을 준다고 보십니까?”

“닥쳐라, 이 배은망덕한 놈! 상관이자 전우에게 칼을 들이대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놈!”

그러자 숭렬은 달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이자의가 백배는 낫습니다. 왕희는 상장군을 이용하다 사냥이 끝나면 죽일 것입니다. 허나 이자의는 최소한 약속은 지키는 사내대장부입니다.”

그 말에 왕국모는 길길이 날뛰었다.

“뭐하느냐? 저 배신자놈의 목을 쳐라!”

그러자 피로 목욕을 한 고의화가 성큼 숭렬에게 다가섰다.

“이놈 저승에서 상장군을 기다리지요. 하하하.......”

고의화가 도끼를 휘두르니, 숭렬의 머리는 장작처럼 쪼개지고 말았다.



중추원의 은밀한 밀실....... 이자의는 달래가 따르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밖은 전쟁터인데, 여기는 지극히 평온하다. 달래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녀 나리께 속요 하나 불러드리겠습니다.”

자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청아한 거문고 소리가 나더니, 달래는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가시리 가시리 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나난

위 증즐가 대평성대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나난

위 증즐가 대평성대


잡사와 두어리 마나는

선하면 아니 올세라

위 증즐가 대평성대


달래의 노랫소리는 가슴을 후벼 팠다. 대체 무슨 한을 품고 있는 것일까....... 노래를 마친 달래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었다. 무슨 일일까? 그러다 겨우 입을 열었다.

“나리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라니?”

“소녀의 성은 척이요, 이름은 달래라 합니다. 본래 곡주에서 살았지요.”

달래는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 순간 자의는 무엇인가 불길한 운명을 직감했다. 달래에게서 그 지독한 슬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녀의 아우의 이름이 척준경이옵니다. 지금 계림공 왕희의 호위무사로 있습니다. 하여 소녀 나리께.......”

달래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눈물만 흘렸다.

“하하하....... 모든 게 하늘의 운명이로다! 누구를 탓하며 누구를 원망하랴.......”

갑자기 자의가 크게 웃더니 선승 같은 소리를 했다. 자의는 흐느끼고 있는 달래를 품에 안았다.

“네가 무슨 죄가 있겠느냐? 다 운명이다. 슬퍼하지 마라.”

그 말에 달래는 더 흐느끼며 울었다. 자의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복숭아 같은 달래의 볼에 흐르는 굵은 눈물을 닦았다.

“내 너와 저승에서는 꼭 부부의 연을 맺고 싶구나. 그러면....... 척준경 그 놈이 내 처남이 되나....... 허허허.”

달래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이자의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소녀를 한 여자로, 한 사람으로 여겨주신 분은 나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지요. 나리를 가까이서 모실 수만 있다면....... 소녀 백 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래, 그래. 우리 저승에서....... 영원히 부부로 살자꾸나.”

자의의 입술이 달래의 입술을 살며시 포갰다. 바로 그때였다!


와장창 방문이 부서지며 누군가가 뛰어 들어왔다. 아, 저 비릿한 피냄새....... 피칠갑을 한 채 도끼를 들고 서있는 자는 고의화였다.

“나리를 뫼실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달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단도를 꺼내 이자의의 목에 천천히 찔러 넣었다. 자의는 웃고 있었다. 이윽고 자의의 피가 묻은 단도는 이번에는 달래의 목을 관통했다.

“이런 우라질 연놈들을 봤나!”

그 광경을 보던 고의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자의와 달래를 치려 도끼를 드는 찰나!


와장창하며 이번에는 다른 쪽 방문이 부서졌다. 그와 동시에 사나운 짐승 같은 무사 하나가 나타났다. 발을 날려 고의화의 턱을 걷어차니, 고의화의 육중한 몸은 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무사는 다짜고짜 달래에게 달려갔다.

“누이!”

척준경이었다. 그러나 달래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 몸은 차갑게 굳어져가고 있었다.

“누이! 누이!”

척준경은 덧에 걸린 사나운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것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누이, 이제....... 집에 갑시다.”

준경은 차갑게 식은 달래의 몸을 안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소리로 그 옛날 누이가 불러주던 그 처량한 속요를 부르며 방을 나갔다.


가시리 가시리 잇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어찌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잠시 후 고의화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아직도 턱이 얼얼하다. 가래침을 뱉으니 앞니가 세 개나 부러졌다.

“육실할 놈, 찾기만 해 봐라.”

고의화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런데 보니 이자의는 벌써 싸늘한 시체다. 자결을 한 것일까? 고위화는 도끼로 이자의의 목을 내리쳤다.



날이 밝았다. 황궁으로 들어오던 문무백관들이 본 것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궁 곳곳에 처참한 시체들이 즐비했다. 피 비린 내가 코를 찔렀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헌데 누가 이겼을까? 왕희인가 이자의인가?


대전에 든 사숙태후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나이어린 황제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모른다. 소태보가 나와서 아뢴다.

“폐하, 간밤에 중추원사 이자의가 무엄하게도 폐하를 시해하고 한산후를 옹립하려는 역모를 일으켰나이다. 하오나 하늘이 이 나라 고려를 도우시어 계림공 왕희와 상장군 왕국모가 역당들을 모조리 주살하였나이다. 이 모두가 폐하의 홍복이시옵니다!”

순간 대전은 얼음장같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시중 이정공은 잠시 눈치를 보다 큰 소리로 말했다.

“폐하, 경하드리옵니다.”

그러자 나머지 대신들도 눈치를 보다 일제히 입을 맞춘다.

“경하드리옵니다. 폐하!”

그러나 헌종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을 뿐이다. 뒤에서 사숙태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소태보가 다시 나섰다.

“폐하, 역모의 괴수 이자의를 죽이고 그 역당들을 주살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계림공 왕희와 상장군 왕국모이옵니다. 이 둘이 아니었으면 이 나라와 종묘사직은 큰 위험에 빠졌을 것이옵니다.”

헌종은 두려운 눈빛으로 왕희와 왕국모를 번갈아 봤다.

“저 두 공신을....... 어찌했으면 좋겠소?”

헌종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계림공 왕희를 중서령(中書令)에 봉하시고, 왕국모를 권판병부사(權判兵部事)에 제수하심이 가할 것으로 아뢰옵니다.”

소태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러자 중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왕희를 중서령에 봉하고, 왕국모를 권판병부사에 제수해달라고 난리다. 그때 왕희가 점잖게 나섰다.

“폐하, 소신이 역적 이자의를 처단한 것은 큰 벼슬을 받기 위함이 아니었사옵니다. 그저 태조께서 창업하신 이 나라 고려를 지키기 위함이었지요. 중서령에 봉한다함은 당치 않사옵니다.”

한두 번쯤 빼는 것은 관례였다. 헌종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황숙 왕희를 중서령에 봉하며....... 상장군 왕국모를 권판병부사에 제수하노라.”


그렇게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그동안 황제에 버금가는 세도와 권력을 누리던 인주 이 씨 외척세력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대신 와신상담하며 때를 기다리던 왕희가 권력을 장악했다. 그리고 군권은 왕국모의 손으로 떨어졌다.

왕국모는 분풀이에 나섰다. 이자의와 조금이라도 연줄이 있는 장수들은 모조리 잡아들였다. 그리고 용호군 군영에서는 연일 혹독한 고문이 계속 되었다. 그렇게 왕국모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하나의 상소문이 조정을 뒤흔들었다.


최홍사라는 젊은 간관이 왕국모를 탄핵하는 상소를 올린 것이다. 요지는 이랬다. 이자의의 역모에 가담한 장수들은 모두 왕국모의 옛 부하들이었으니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왕국모에게도 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홍사는 연일 상소문을 올렸다. 조정에 또 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몰아쳤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피를 나눈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 권력인데 어찌 왕희와 왕국모가 권력을 서로 나눌 수 있을까.......


또다시 용호군 군영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자의를 칠 때와는 사뭇 달랐다. 각 위의 핵심 장군들이 속속 군영으로 집결했다. 결국 또 다시 정변이 일어날 것인가?

왕국모 앞에 모인 장수들은 모두 격양된 표정이었다. 장홍점이 날카로운 눈을 번뜩였다.

“권판병부사의 죄를 물어야한다며 연일 상소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그 상소 뒤에 있는 자가 누구겠습니까? 이제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를 삶겠다 이것 아닙니까?”

이자진이 분연한 얼굴로 왕국모를 봤다.

“영감, 이대로 왕희에게 당할 작정이십니까?”

그러자 왕국모의 호랑이 같은 눈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어차피 처음 거병할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이자의를 제거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왕국모는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었다.

“영감, 2군6위의 모든 군관과 군졸들이 모두 우리의 통제 하에 있습니다. 왕희 하나쯤은 용호군 돌격대 3백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장홍점이 말했다. 순간 왕국모는 잠시 망설였다. 확고한 명분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왕희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처음부터 예상하고 각오한 일이었다.


“오늘밤! 거병한다! 응양군은 황궁을 봉쇄하고, 용호군은 왕희의 집으로 진격한다!”

마침내 왕국모는 칼을 빼들었다. 또 다시 피바람이 부는 것인가?


<고금지 천하쟁패> 제3편 끝




천하쟁패 II


작가의말

왕국모()를 권상서병부사()로 삼았는데, 왕실이 미약하여 권력이 무장()에게로 돌아가니, 식자들이 탄식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려 헌종 원년, 을해년(乙亥年), 1095년 (국역 동국통감, 1996. 11. 30., 세종대왕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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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0화 고의화는 이자의의 목을 베다 15.08.06 406 1 17쪽
10 제29화 이자의의 반란군이 왕희의 집을 급습하고 15.08.01 455 2 15쪽
9 제28화 정변 3일 전 15.07.23 396 5 13쪽
8 제27화 복숭아꽃에 흠뻑 취하다 15.07.21 438 7 15쪽
7 제26화 어린 황제와 황위를 노리는 자들 +2 15.07.07 487 4 14쪽
6 제25화 이자의는 용호군을 장악하고 15.07.02 517 5 18쪽
5 제24화 왕국모는 상장군(上將軍)이 되어 황성(皇城)에 입성하고 15.06.16 643 3 17쪽
4 제23화 이자의는 황제의 매부가 되다 15.06.05 480 7 16쪽
3 제22화 왕운은 황위에 오르고, 이자겸은 귀양 가다 15.05.20 525 6 15쪽
2 제21화 태자비가 궁노와 간통하다 15.05.20 591 4 13쪽
1 고금지 천한쟁패 시즌 II 15.05.20 870 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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