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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눈물 님의 서재입니다.

허접 흡혈귀의 권속이 너무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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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펭귄
작품등록일 :
2024.01.01 10:40
최근연재일 :
2024.01.17 14: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18
추천수 :
13
글자수 :
117,734

작성
24.01.07 12: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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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현기증

DUMMY

"잡담은 끝났다. 와라. 거짓 사도, '유다'."


"그러죠 뭐~너무 싱겁게 죽어 버리지만 말아 주세요? '사신'님?"


설마 다시 듣게 될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과거의 호칭이 나오자 다시금 현기증을 느끼며 미간을 살짝 찌푸린 감마였지만, 아스카리옷과는 다르게 그의 반응은 그게 끝이었다.


내심 그의 반응을 노리고 던진 말에도 반응이 없자 아스카리옷은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감마 쪽으로 검지를 향했다.


"그럼. 바이바이~"


"!"


아무런 전조도, 소리도 없이 날아온 아스카리옷의 일격.


거의 반쯤은 본능에 기대서 크게 몸을 숙인 감마의 머리 위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퍼석.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멀리 떨어진 동굴의 벽에 뚫린 손가락만한 구멍.


구멍의 크기는 작았지만, 주변에 작은 금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의 정확도로 날려진 무언가가 관통한 깊이는 결코 얕지 않았다.


지금의 감마가 확인할 방도는 없었지만 말이다.


"오? 피했나요? 이걸?"


"흡!"


아스카리옷이 놀라고 있는 사이에 크게 숙인 자세에서 그대로 전방을 향해 쇄도하는 감마.


그의 형상은 섬광이 되어 순식간에 아스카리옷을 향해 짓쳐들어갔고, 돌진의 가속을 그대로 이용한 섬전과도 같은 참격이 아스카리옷의 목을 향해 가해졌지만.


"얍."


카앙!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하늘을 나는 부러진 철창의 조각.


감마의 철창을 막아 낸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보인 아스카리옷의 손바닥이었다.


커다란 바윗덩어리조차 박살 낼 수 있는 감마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마치 벌레를 쫓는 것 같은 동작으로 막아 낸 아스카리옷.


그런 그녀가 감마를 보고 씨익 웃어 보였지만 이미 감마는 움직이고 있었다.


공격이 막힐 것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주저 없이 반쪽이 난 철창을 왼손 역수로 고쳐잡고 그것을 바닥과 마찰시키며 크게 한 바퀴 몸을 회전시키는 감마.


"후읍!"


엄청난 속도의 회전에 의해 순간적으로 시뻘겋게 달구어진 철창의 단면을, 오른손을 망치 처럼 이용해 그대로 아스카리옷에게 박아 넣는다.


"음~좀 뜨겁네요? 저한테 낙인이라도 새길 생각인가요?"


하지만 이것조차도 우습다는 듯이 오른손 손바닥을 이용해 막아 내는 아스카리옷.


"제 능력은 이미 다 알고 있다던 말은 허풍이었나요? 이런 종류의 공격은 제게 안 통한다는 거. 잘 알 텐데요."


"..."


"어머나? 그 표정을 보아하니, 혹시 정말로 허풍? 진짜로요?"


딱히 정확한 대답을 줄 생각은 없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끝까지 고집을 부릴 것 같은 표정이었으니까.'


정이 많은 소녀였다.


대체 어쩌다가 흡혈귀, 그중에서도 진조에 속하는 괴물이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분명히 외로워하고 있었다.


과장된 언행과 허세 속에 숨기려 했지만, 그 안에서 숨기지 못하고 새어 나오던 것은 바로 사무치는 외로움이었다.


'그러니 생판 본 적도 없는 나를 위해서 같이 남겠다는 생각 같은걸 한 거겠지.'


반박할 틈을 주지 않고 강요에 가까운 설득으로 내보내기는 했지만, 그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러니 부디 무사해라.'


샤를로트가 인간을 해치는 흡혈귀라는 사실 따위는, 그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판단해가며 움직이기에는, 이제 그는 너무도 지쳐 있었으므로.


"...큭!"


정말 잠시간.


시간으로 따지자면 1초도 채 되지 않았던 상념의 시간을 비집고 들어온 아스카리옷이 손가락을 튕겼고, 그녀를 중심으로 강렬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대응이 늦은 감마는 그대로 충격파에 휩쓸려 잘린 목책으로 날아가 처박혀 버렸다.


"어이가 없네요. 그래도 당신이 상대니 아무리 약해진 상태라 하더라도 뭔가 비책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쓰러진 감마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며 말하는 아스카리옷.


그리고 감마는 박살 난 목책의 파편들 사이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그건 오히려 이쪽이 묻고 싶은데요? 당신은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거죠? 그렇게 약해진 상태로, 별 대책도 없이 이쪽에게 덤비다니, 혹시 죽고 싶기라도 한 건가요?"


"맞다면 어쩔 건가."


"허...이건 뭐, 완전히 맛이 갔군요. 과거의 그 무시무시했던 '사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네요."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아스카리옷.


"아내와 딸의 죽음이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나요? 당신 정도 되는 남자가, 모든 삶의 의지를 잃고 폐인이 되어 버릴 만큼?"


"...너도,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확실하다.


감마는 자기 가족에게 벌어진 일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과거에 속했던 부대라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의 정황을 대략으로나마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눈앞의 거짓 사도와 결탁할 일은 죽어도 없다.


그 말인 즉 슨.


"어머나."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 아스카리옷.


그런 그녀를 향해 감마가 흉흉한 시선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확신했다. 역시 헬레나와 마리카의 죽음에는, 그 역십자 문신을 새긴 자들이 연관된 것이로군. 너까지 포함해서."


이미 반쯤은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명확한 물증은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듣게 된 아스카리옷의 실언, 거기에 저 반응까지.


그 사건 이후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던 감마의 삶의 목적이, 마침내 정확하게 고정되었다.


"큭!"


침음을 내뱉은 것은 아스카리옷.


전투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 작금의 상황.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감마의 두 눈동자를 바라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서 버리고 만 것이다.


"이, 다 죽어 가는 송장 같은 게!"


그 눈에 오롯이 새겨진 것은 복수.


그 냉혹하면서도 뜨거운 열의가 느껴지는 시선에, 아스카리옷은 다시금 떠올렸다.


지금 아스카리옷의 눈앞에서 방금 명확한 목표를 새기게 된 이 남자는, 한 번 목표를 정하게 되면 세상 그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던 남자였다는 것을.


그렇기에 사신.


자기 앞을 가로막는 그 모든 것들을 베어내고, 또 베어내어 죽음의 신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수라와도 같은 남자가 바로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남자였다.


'그러니 지금 막아야 해!'


과거, 그녀는 눈앞의 남자에게 한 번 패했던 경험이 있다.


그것도 그저 꼴사납게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정도로 비참하게 말이다.


무수히 많은 제물과, 뼈를 깎는 것 같은 고행으로 인해 과거의 그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얻은 지금조차도, 쉽사리 승리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의 괴물.


그러한 과거의 감마를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지금의 감마는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지금의 그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여기서 그를 놓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벌어지게 될 일을 그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대계가, 모두의 숙원이 무산될 가능성조차 있다. 이 남자는, 여기서 죽여야만 해!'


조바심을 느낀 아스카리옷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살의를 담아 오른손 검지로 감마를 겨누었다.


"..."


그러나 막상 겨누어진 감마의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다.


"무슨!?"


감마가 회피 대신에 선택한 것은, 어떻게 봐도 자해로밖에 보이지 않는 행위였다.


손바닥을 이용해 강하게 자기 관자놀이를 가격하는 감마.


그 위력은 적당하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고, 실제로도 감마는 자신의 타격에 의해 순간 의식이 암전될 정도의 충격을 받고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어!"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아스카리옷이 해야만 하는 일은 변치 않는다.


개전의 일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로 날려진 아스카리옷의 일격.


처음의 것이 손가락 정도의 굵기였다면, 이번에 그녀가 날린 공격은 사람 머리통 크기만 한 굵기의 것이었기에, 이것이 몸통에 적중한다면 제아무리 감마라도 즉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 맞기만 한다면 말이다.


"뭣!?"


아스카리옷이 공격을 발하는 순간, 휘청거리던 감마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훅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육신이 눈앞에서 증발했다.


아니,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크헉!?"


'안 뚫리는군. 오른손으로 막는 시늉을 했던 것은 페인트였나?'


순식간에 사라진 감마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아스카리옷의 배후.


소리도 없이 나타난 그는 당황하는 아스카리옷의 훤히 드러난 목을 그대로 철창으로 꿰뚫으려 했으나, 아스카리옷의 몸에 뭔가 보이지 않는 철판 같은 것이 덧대어져 있기라도 한 듯이 아스카리옷을 밀어내기만 할 뿐이었다.


"흡!"


반으로 동강나 단검 같은 길이로 변한 철창.


감마는 그것을 엄청난 속도로 아스카리옷의 온갖 급소를 향해 찔러넣기 시작했다.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 벽이 쳐져 있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밀어내는 것 같은 힘이 작용하고 있군.'


"으큭! 이, 떨어져!"


초당 10번 가까이 가해지는 엄청난 속도의 연격에도 아스카리옷의 몸은 찌르는 대로 흔들리기만 할 뿐, 별다른 데미지를 입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스카리옷은 식은땀을 흘리며 급하게 충격파를 방출해 감마를 날려 버렸고, 감마는 예상하였다는 듯이 충격파가 방출되기 직전에 뒤로 몸을 날려 충격을 완화하며 바닥에 착지했다.


'갑자기 빨라졌다. 힘을 숨기고 있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지금 저 녀석의 몸 상태는 도저히 저런 속도를 낼 만한 상태가 아닐 텐데?'


"..."


갑작스러운 감마의 가속에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는 아스카리옷.


그리고 우연인지, 아니면 노린 것인지 사전에 바닥에 박아 넣었던 두 자루의 철창 옆에 착지한 감마는 닳고 닳아 이제는 철창의 잔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짤막한 자루를 던져 버리고는 바닥에 꽂혀 있던 두 자루의 철창을 모두 뽑아내어 양손에 쥐었다.


'한 번에 부러졌나.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상태가 엉망이군.'


오른쪽 발목이 부러진 고통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감마.


감마가 아스카리옷의 예상을 뛰어넘고 순간적으로 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감마가 사용한 비기. 아니, 속임수에 가까운 꼼수 덕분이었다.


뇌의 특정 부분을 흔들어 순간적으로 육체 활동의 리미트를 푸는 기술.


이것 덕분에 감마는 완전히 엉망이 된 몸 상태로도 전성기의 것에 가까운 움직일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무 대가가 없는 기술은 절대로 아니다.


애초에 뇌 쪽에서 육체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엉망이 된 육체는 과도한 움직임을 버틸 수 없고, 그렇기에 억지로 끌어낸 동작은 부위의 파괴로 이어진다.


그렇게 스탭 한 번에 오른쪽 발목이 작살이 났으니, 같은 수를 한 번 더 쓴다면 그때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가능한 빠르게 끝낸다.'


아직 아스카리옷이 감마의 공격을 막아 내는 수단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그런 걸 재고 있을 시간이 감마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과 같은 폭발적인 가속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난 속도로 아스카리옷에게 쇄도하는 감마.


"냅둘 것 같나요!"


하지만 아스카리옷도 바보는 아니다.


어차피 근접 공격밖에는 못 하는 감마이니, 갑자기 빨라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원거리에서 처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감마가 접근하기 전에 그와의 거리를 벌리려는 의도로 광범위하게 충격파를 발산한 것이다.


'영리하지만 아직 모자라.'


그리고 그 생각은, 감마 역시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었고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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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현기증 24.01.06 11 1 13쪽
7 현기증 24.01.05 10 1 12쪽
6 현기증 24.01.04 11 1 13쪽
5 현기증 24.01.04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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