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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네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의 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디네
작품등록일 :
2011.08.15 21:31
최근연재일 :
2011.07.04 01:0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3,053
추천수 :
171
글자수 :
191,629

작성
10.08.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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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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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마나의 여신] 제 1장 - 용병 <6> (수정판)

DUMMY

라우디일행이 일행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레나를 보호하며 조심스럽게 방을 벗어나자, 중앙 홀과 연결된 기다란 복도가 나왔다. 복도에 설치된 값비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유선형의 하얀 돌이 아마도 저주받은 주체, 장수의 돌인 듯 했다.

중앙 홀의 외곽으로부터 4~50m가량 떨어진 중앙에 위치한 그것이 마치 고고한 아가씨마냥 주변의 모습과는 홀로 동떨어져 빛나는 듯 보였다.



“아..아름답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비틀대며 가까스로 일행을 따라오던 가브리엘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영주의 저택에서 일하면서 벌써 몇 번이나 접했던 장수의 돌이지만, 이제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모습은 마을에 재앙을 뿌리는 저주받은 물건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그들을 압박하던 살기조차 잊고 가브리엘을 비롯한 라우디일행은 무의식적으로 저주받은 돌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만, 여기서 기다려요!”

라우디는 자신을 부르는 레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복도에 진입한 직후 아주 잠깐 동안 이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장수의 돌의 아름다움에 취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복도의 끝 부근인 중앙홀로 연결된 입구였다.

입구 바로 안쪽에 머리를 잃은 메이드의 몸뚱이가 주저 않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때 제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도 그녀와 같은 모습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싸해졌다.

아더와 가브리엘도 그와 마찬가지로 방금 정신을 차린 듯, 당황한 모습으로 주변을 살피다 머리 잃은 메이드의 시신에서 시선을 멈추고 움찔 몸을 떨었다.

마치 성스러움까지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장수의 돌 앞에는 허리가 반으로 갈라진 병사의 시체 두 구가 내장을 쏟아내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진 기사 한 명이 뇌, 심장, 폐, 간 등 각종 장기들을 바닥에 흘린 상태로 죽어있었다.

영주의 권위를 내세우려 최대한 치장했을 중앙 홀은 사방에 흩뿌려진 피로인해 괴이함과 공포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라우디와 아더가 처참한 홀 안의 상황에 이를 악물고 각자 무기를 고쳐 쥐었다. 주변에 보이는 시신들이 이제부터는 진짜로 위험한 지역이라는 느낌을 강조하는 듯 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저주받은 돌을 향해 다가가려던 라우디는 문득 등 뒤가 허전한 것을 느끼고 황급히 뒤돌아보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제길!”

온실 속에서 고이 자란 소녀가 겁도 없이 그들의 보호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깨닫자 ‘휙!’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거칠게 움직이며 그녀의 위치를 찾았다.

레나는 홀의 중앙을 향해 경건함까지 느껴지는 모습으로 저주받은 돌을 향해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주변의 참혹한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아더는 다행히 레나가 무사한 것을 발견하고 홀 앞을 지키고 있는 목 없는 시녀의 시신을 지나쳐 그녀에게 달려갔다.

비록 소드익스퍼트 라이선스를 획득한 그녀이지만, 안전한 화원에서 자란 그녀에게 저주받은 돌은 너무 위험했다. 그녀와는 하늘과 땅의 거리만큼 압도적인 실력과 수많은 실전을 거친 그와 라우디조차 살기에 짓눌려 자멸할 뻔했다. 이런 엄청난 살기조차 느끼지 못한 듯 움직이는 그녀라면…….

아더의 몸에 흐르는 마나가 다리 쪽으로 모였다.

콱-!

둔탁한 소리와 함께 대리석 바닥에 발자국을 깊이 새기고 아더의 신체가 빠르게 쏘아져 나갔고, 그런 그의 뒤를 라우디가 딱딱하게 궂은 얼굴로 바짝 뒤쫓았다.

그들이 두개골과 갈비뼈 등을 반으로 가르고 몸 안의 물건들을 드러낸 기사를 막 지나쳤을 때,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저주받은 돌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레나가 당황한 얼굴로 뒤돌며 소리쳤다.

“라우디! 아더! 피해요!!”

그녀가 외침과 동시에 저주받은 장수의 돌에서부터 보이지도 않고 형태도 없는 무언가가 라우디들을 향해 발사되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레나를 손가락 한 뼘 거리로 지나쳐 라우디들을 향해 날아갔다. 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단순한 무형의 기운일 뿐이었지만, 대륙에서 손꼽히는 실력에 이른 전사의 감각이 그것의 위험을 경고했다.

웨폰마나 이상의 실력이라면 소드마스터의 검기조차 받아낼 수 있는 실력이지만, 라우디와 아더는 자신의 실력을 맹신하기보다는 감각의 경고를 따랐다. 그들이 각각 좌측과 우측으로 급격히 몸을 날린 것은 레나가 위험을 경고한 것과 동시였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무형의 기운이 지나쳐 가브리엘을 덮쳤다.

레나의 경고를 듣고 몸을 피하려던 가브리엘은 어느새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기운에 절망했다. 이제 와서 피한다고 해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니르하르트여, 제발!’

요툰하임제국에서 몇 명 없는 무신론자 중의 한명이었지만, 간절히 기도했다. 그가 검을 들어 자세를 갖추고 온몸의 마나를 최대한 활성화 시켰다.

그의 간절한 기원이 통했던 것일까?

무기에 마나를 담는 것은 소드익스퍼트를 넘어 소드마나에 오른 전사만이 가능한 기능이었지만, 그는 그의 검에 마나가 흘러들어간 것처럼 느꼈다. 그리고 그 직후에 무형의 기운과 그의 검이 충돌했다.

거대한 폭발음이나 충격파 같은 것은 없었다. 정말로 엄청난 기운을 담은 공격을 받아냈건만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그만한 힘과 충돌했다면 가브리엘이 아무리 웨폰마나에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는 검을 꼿꼿이 세운 체 가만히 서있었다.

그의 무사한 모습에 라우디일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들이 안심하기 무섭게 가브리엘의 롱소드와 신체가 동시에 두 동강으로 나뉘며 그의 상체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렸고, 이내 하체도 안에 담긴 것을 쏟아내며 천천히 무너졌다. 하늘을 향해 뿜어진 피가 다시 붉은 비가 되었다.

가브리엘 부단장의 전사에 놀라거나 안타까워 할 여유도 없이 또다시 괴이한 기운이 살기를 가득 품고 라우디와 아더에게 각각 한 개씩 날아들었다.

아더는 주변에 퍼트려놓은 마나가 급격히 왜곡되는 느낌에 다급히 몸을 피했다. 비록 눈에 보이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지만, 강렬한 기운을 느낄 수는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한줄기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또다시 날아온 무형의 기운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도중, 지금의 상황에 당황한 듯 라우디와 아더를 번갈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레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위험지대에 홀로 남겨진 레나를 보호하고 싶었지만, 마구잡이로 날아오는 공격으로부터 회피하기에 바빠 그녀에게로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다른 이들을 지키기는커녕…….”

아더는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가 입술을 악물고 정신을 더욱 집중하여 저주받은 돌의 공격을 손가락 하나의 간격으로 피하며 조금씩 레나에게로 다가갔다.

비록 무서운 힘과 스피드를 가진 공격이었지만, 단조로웠기 때문에 점차 몸이 적응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라우디와 아더는 저주받은 돌의 공격을 점차 작은 간격으로 회피하며 최대한 체력을 아꼈다. 한참동안 일방적인 공격과 회피가 반복되었다.

쾅-!

변화는 폭음과 함께 발생했다.

무시 못 할 위력에 주의한다고 했지만, 단조로운 패턴에 방심했던 것일까? 아더가 손가락의 절반정도의 간격으로 무형의 기운을 회피했을 때, 그 것이 갑자기 폭발을 일으켰다.

다행히 폭발의 위력은 약한 편이라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등 뒤를 거의 무방비상태로 얻어맞은 그의 신체가 먼지구름을 뚫고 허공으로 튕겨졌다.

“아더!”

레나의 안타까운 비명소리와 동시에 저주받은 돌에서 또다시 날카롭게 날아오는 기운이 아더를 덮쳤다.

무방비상태로 허공에서 저주받은 돌의 공격에 마주한 아더가 배틀액스에 가득 마나를 담아 마주했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가브리엘이나 다른 기사들처럼 양단되어 살해당할 것이다.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소드마스터의 검기도 막아냈다고 하는 집안의 가보를 믿기로 했다. 그가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가 만들었던 무기. 그 주위로 웨폰마나를 상징하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쿵-!

아더가 허공으로 튕겨진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쿨럭!”

그는 상당한 부상을 입은 것 같았지만, 바로 몸을 일으켰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피를 토하면서도 도끼날의 절반정도만 가까스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배틀액스를 두 손으로 쥐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가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또다시 날아드는 무형의 기운에 다급히 몸을 던져 피했지만, 폭발음과 함께 충격파가 그를 덮쳤다.

“큭!”

“꺅!”

실 끊어진 연처럼 아무렇게나 날아가 처박힌 충격에 또다시 기관지를 역류한 피를 가득 토해낸 아더가 고통을 느낄 여유도 없이 벌떡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이번에도 역시 강력한 기운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보다 속도는 조금 느렸지만 훨씬 강력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방금 그와 부딪힌 레나가 그가 토해낸 피를 뒤집어쓴 체 주저앉아있었다.

아더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배틀액스를 정면에 세우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배틀액스의 반쯤 잘려나간 도끼날에 아지랑이가 다시 피어올랐다.

비록 어렸을 적 들었던 음유시인들의 노래 속에서 등장했던 황금빛 신검대신에 반쯤 파손된 볼품없는 배틀액스를 든 모습이었지만, 기세만큼은 전설의 용사의 모습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아더의 모습에 레나는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사뿐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운 걸음을 내딛어 아더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기 전에 그의 앞으로 이동했다. 허리춤에 걸려있는 레이피어를 빼드는 대신 오른팔을 아래로 가볍게 늘어뜨리자 그녀의 소매에서부터 커다란 은색의 낫이 미끄러지듯 내려와 그녀의 손에 잡혔다.

그녀가 손에 쥔 커다란 은색의 낫을 휘두르자 저주받은 돌의 공격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소멸되었다. 단순히 그녀와 아더를 향한 것뿐만이 아니라 라우디에게 향했던 것을 포함한 주변의 살상력을 가진 모든 것이 함께…….

“뭐..지?”

스스로가 행하고도 믿기지 않는 듯 은빛의 낫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진 것 같아 은빛의 낫에서부터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짙은 어둠이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머니의 품속에 있는 것만 같은 따뜻한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어둠속에서 흑발의 생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미남자 한명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그가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따스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그 상태 그대로 정적이 흘렀다.

그는 슬퍼 보이는 미소를 보이고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설마 제가.. 그리고 당신이 라센을 구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실 줄은…….”

“누..누구죠?”

“설마.. 절 잊으신 겁니까?”

슬퍼 보이는 그의 모습에 레나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

“라그나뢰크. 어머니를 배반한 그들과 라센들을 모두 파멸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당신의 오른팔. 당신의 부하. 당신의 무기.”

“농..담이죠? 그들과 라센, 그리고 배반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그녀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라그나뢰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내의 얼굴에 짙은 슬픔이 어렸다.

“그런가요? 모두 잊어버린 것입니까?”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려면 돌아가세요!”

“난 당신의 분신. 당신의 의지를 따르는 존재. 명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십시오. 전 언제나 당신을 따르며 언젠가 그날 약속하신 것을 행할 것입니다. 이만년 전, 당신이 권능과 의지로 맹세하신대로…….

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어둠에 휩싸이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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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에서 1장을 종료시킬 생각이었는데,

다음화에서나 가능할 듯 하네요..

그나저나 1차수정본에서만 등장했던 녀석이 다시 등장했네요..

어찌된게 수정할 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바뀌는군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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