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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캣 님의 서재입니다.

소환술 수저문 황실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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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캣
작품등록일 :
2019.12.12 00:26
최근연재일 :
2020.01.16 13:1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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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2,923

작성
19.12.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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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호수가 바다보다 짤 때도 있는 법이다. (1)

DUMMY

신임 영주가 온다는 말은 바란트 영지민들에게도 알려졌다.

제국에서도 버린 땅이라곤 하지만 특산물이 있다.

그만큼 상인들도 왕래를 하긴 하고 이를 통해 정보도 얻는다.


“영주라, 자네 여기에서 영주 본 적 있나?”

“맬포드 영감님이라면 봤을걸? 그분은 이 영지 첫이주민이시니.”

“그때가 언제야? 한 100년 쯤 되나?”

“전에 여쭤봤는데 직접 오는 건 57년만이래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구만.”

“그런데 황자라면서? 대체 무슨 죄를 졌길래.......”


영지민들의 인상은 대체적으로 이랬다.

이런 영지에 제대로 된 영주가 올 리 없다.

만약 온다면 엄청난 큰 죄를 저질러서 온 것이다.

그 정도로 영지민이 생각하기에 이곳은 귀족이 올 땅이 아니었다.


“곧 다시 떠나겠지. 한 30년 전에 이름만 올린 영주도 있었잖아.”

“그 영주는 어떻게 됐어요? 안 온 거죠?”

“어릴 적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와보겠다 객기부리다 죽었을 걸?”

“이번 영주님은 살아서 오시긴 하려나 모르겠네.”

“뭘, 어차피 우리랑 별 상관없는 사람을 걱정해.”

“그러게. 우리나 걱정해야지.”

“그러게요.......”


영지민들 사이에서 한숨소리가 퍼져나간다.

지금 영지에는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

문제가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든 영지이긴 하지만,

이번에 생긴 문제는 다들 심각했다.


“슬슬 여기도 떠야할 때 아닐까요?”

“우리가 여기 말고 갈 데가 있긴 할까?”

“난 여기 나가는 순간 노예행이야.”

“여길 나가면 이제 다시 산적질이나 하며 살 수 밖에 없지.”


그러나 바란트 영지의 영지민들은 전부 갈 곳이 없다.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다가 여기까지 도망 온 자들.

세금을 내기 힘들어 가족 전부가 도망쳐온 자들.

제국이나 근처 나라에서 온 모든 도망자들의 종착점이 이곳이다.

그러다보니 딱히 여길 떠난다 해도 갈 곳이 없었다.

떠날 수만 있었다면 여기에 남아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이, 멀리서 누가 온다던데?”

“영주인가?”

“상인은 한 닷새 전에 왔다 갔으니 그렇겠지.”

“가야 할까요?”

“구경이나 하러가자고. 얼마나 울상을 짓고 있을 지.”


영지민들은 딱히 영주에게 기대는 안하고 있었다.

그냥 이런 영지에 굳이 부임하는 영주가 궁금했을 뿐이다.

그렇게 별다른 일이 없는 영지민들은 전부 마을 경계 쪽으로 나섰다.

얼추 마을 주민들 절반 정도가 모일 즈음이 되자,

멀찍이 인파가 보인다.

꽤 화려한 마차 몇 대와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과 시종들.

그 앞에는 기이하게도 덩치가 큰 검은 개가 앞장서고 있었다.

그 개 옆에는 말을 탄 검은 피부를 한 무관이 있다.


“사람 피부가 저럴 수가 있나?”

“눈깔도 어째 이상한데?”

“저거 다크엘프구만.”

“엘프는 다 얼굴 하얀 거 아니었어?”

“저런 엘프도 있어. 이 나라에선 보기 힘들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가끔 머리 붉은 엘프도 보이긴 했지.”

‘환영하는 분위긴 아니군. 배척하는 분위기도 아니지만.’


알베른은 미리 정령을 보내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막의 기묘한 마력으로 인해 노이즈가 끼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느 쪽이냐면 단순한 호기심과 기대 없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뭐, 문제 아닌 게 없는 영지지만.’


</영역정보>

- 영역명칭 <바란트 변경백령>

- 영역등급 : 무성

- 영역속성 : 영지

- 영역소유자 : 알베른 바란트

- 하위 영역

- 주민 거주구역 : 무성

- 영주관 : ☆

- 선인장 화원 : ☆☆

- 중앙호수 : 음☆☆

*

*

*

</영역정보>


<영역조언>

- 주민들의 만족지수가 낮습니다.

- 토질과 수질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낮습니다.

- 영지내 비축 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 영주관이 노후되어 수리하지 않으면 무성으로 떨어집니다.

*

*

*

</영역조언>


‘무진장 심각하구만.......’


어째서 그렇게 말렸는지 알 것 같았다.

어른들 말하시면 들으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나마 멀쩡한 곳이 영주관과 화원.

그 영주관조차 별이 없는 무성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나머지는 죄다 무성에,

아예 등급을 깎아먹는 음성이다.


‘대체 호수는 뭔 짓을 해야 음성(陰星)이 두개나 되는 거지? 폐기물이라도 뿌렸나?’


영지의 모습은 대략적으로 살펴보긴 했다.

남쪽에 그래도 꽤 커다란 영주관이 있고,

그 위로는 대장간 등 여러 시설이 있는 상업구역,

그 중앙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더 북쪽에 주민들 거주구역이 있다.

이어 서쪽에는 영주관 구역보다 좀 더 큰 화원이 있었다.


‘정말 뭐가 없구만.’

“주군. 영지민들을 만나보시겠습니까?”

“만나봐야겠죠. 이젠 내 백성들인데.”

“그럼 바로 앞에서 마차를 세우겠습니다.”

“실페나, 벨라도르. 너희는 시종과 병사들을 데리고 영주관으로 먼저 가.”

“네.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군.”


이들 상당수는 영주의 권위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런 영주 권위를 피해 이곳까지 왔다.

뒤에 병사들이나 시종들을 데리고 말하는 것보단,

좀 더 노골적으로 말을 할 것이다.


‘겉보기엔 늙은이 하나, 얼굴 가린 여자 하나, 꼬맹이 하나니까.’

“너희가 바란트 영지의 주민인가?”

“뭐야? 꼬맹이잖아?”

“아직 성인식도 안 치렀을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너희가 바란트 영지의 주민이냐고 물었다.”


주민들이 서로 자기 할 말하기 바빠 보인다.

알베른은 마법으로 목소리를 키워서 한 번 더 질문했다.

그제야 주민들은 서로 잡담하던 것을 멈추고 알베른을 본다.

그리고 서로 눈치를 보더니 맨 앞에 있던 중년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이 태양빛에도 낡은 민소매를 입고 검은 수엽을 덥수룩하게 기른 산적 같이 생긴 사내였다.


“그렇소. 당신이 영주님이요?”

“그렇다. 알베른 바란트 변경백이라고 한다.”

“거, 난 무식해서 못 외울 이름이구만.”

“그냥 영주님이라고 해도 된다.”

“그건 고맙구만. 잘 왔소. 환영은 하겠소.”

‘이 사람, 내가 아니었으면 바로 목 날아갔겠네.’


반말은 하지 않지만 영주에게 보일 태도는 아니다.

게다가 허리도 빳빳하게 세우고 가늠하듯 눈도 바로 본다.

권위에 신경 쓰는 자라면 이것만으로도 참수형감이다.


‘이런 사람이 나중에 설설 기게 하는 것도 재밌겠지.’

“그래. 다들 앞으로 잘 부탁하지.”

“뭐, 어차피 떠날 것 아니오?”

“떠난다?”

“여기가 황제 폐하도 버린 땅이란 건 다들 잘 알고 있소.”

‘아, 이 태도는 이런 생각에서 나오는 거구만.’


어차피 제국에서도 버린 땅이고,

자기들도 그냥 오늘 살면 살고 내일 죽으면 죽는 대로 산다.

그러나 목이 날아간다고 해도 걱정이 없는 거다.

아예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이다.


“나도 벌 받아 여기로 온 거고 어차피 얼마 있어 떠난다?”

“황자라고 들었소. 그런 귀하신 분이 이런 버린 땅에 올 이유가 또 있겠소?”

‘말은 지당한 말이네. 이런 곳에 자진해서 오는 미치광이는 나뿐이겠지.’

“자네, 이름이 뭐지?”

“본명은 버렸고 다들 게올이라 부르오.”

“그럼 나도 게올이라 부르지. 게올. 난 여길 떠날 생각이 없다.”

“말로는 뭘 못 하겠소.”

“그래. 못 믿는 것도 당연해. 카타시아 꽃 말고는 아무 것도 없고, 다들 내일이면 죽겠지 안 죽으면 또 모레 죽겠지, 이러는 땅에 어떤 미치광이가 오겠어?”


그 말에 주민들 절반 이상이 표정이 변한다.

그 중에는 게올도 포함되어 있다.

그 얼굴을 보고 알베른은 일단 안심했다.

말로는 포기했다고 해도 마음 속으로는 아직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알베른의 말에 표정이 바뀌는 일은 없다.


“하지만 내가 그런 미치광이다. 게올. 난 여길 어떤 영지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생각이다.”

“이곳을 살리는 건 역대 어느 황제도 못했소. 그런데 당신, 아니 영주님이 하실 수 있단 소리요?”

“못 믿겠다면 좋아. 지금 이 영지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뭐지?”

“말하면 해결해 줄 거요?”

“그러니 말해보란 거지.”


게올은 뒤에 있는 주민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고민하는 눈치다.

그래도 나름 영주가 뭔가를 해준다는 거다.

기대는 안하지만 혹시나 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영지에 있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니,

다들 쉽게 말을 못 꺼내고 있었다.


“저... 저기.......”

“너는?”

“로....... 로인이라고 합니다. 영지에서 치료사를 맡고 있습니다.”

‘확실히 머리는 좋아 보이는데.......’


사람들 틈에서 펑퍼짐한 옷을 입었지만 얼굴은 호리호리해 보이는 청년이 빠져나왔다.

나름 다른 영지민과 달리 예법에 대해 아는 듯,

나오자마자 바로 허리를 조아리고 고개를 숙인다.


“그래. 치료사, 로인. 말해봐.”

“사실 가장 급한 문제가 있습니다.”

“뭐지?”

“그건.......”


***


영주관 정리를 얼추 끝내고 알베른은 중앙 호수로 와봤다.

호수 물은 정말 맑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관광 산업에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하지만 이 맑은 호수 물에 정작 사는 물고기는.......


‘왜 호수에 붕어도 아니고 볼락이 보이냐.......’

“전부....... 바닷물고기네요.......”

“로인, 이게 얼마나 오래됐다고?”

“사흘정도입니다.”

‘사흘 만에 담수호가 이리 된다고?’


그냥 담수호도 아니고 영지 주민들의 생명줄이었다.

그게 사흘 전부터 이 상황이라고 한다.

지금은 다들 건기용으로 모아둔 빗물을 쓰고 있다.


‘문제는 건기가 끝난 지 오래되진 않았단 거지.......’

“보고 왔어요.”

“그래. 어떻게 된 거야?”


마침 정령들과 수맥 조사를 시킨 실페나가 온다.

로인은 바람처럼 나타난 실페나를 보고 놀랐지만,

실페나에 대해 질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원래 이 호수는 지하 수맥이 수원지였어요.”

“그런데?”

“지진으로 해수가 스며들게 된 것 같아요.”

“그런다고 호수가 이 꼴이 돼?”

“그리고 지진으로 지하에 있던 암염과 수원이 닿아버렸어요.”

“그게 우연히 해수 수준으로 농도가 맞춰졌다?”

“그런 것 같아요.”

“자연의 신비가 따로 없네.......”

‘생각보다 공사가 커지겠어.’


만약 해수만 문제였으면 해수를 막으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원까지 손을 봐야 한다.

정령들을 동원해도 몇 달이 걸릴 대공사다.

원인을 막아도 물을 담수화시키는 데에는 또 한참이다.


“그 던전이 생각나네요.”

“오염 정령이 날뛰던 던전?”

“던전이 뭔가요?”

“그런 게 있어. 티아라.”

“네....... 주인님.”

“변환 마법으로 담수화시킬 수 있지?”

“가능은 해요....... 하지만.......”

“오래는 못 간다, 그거지?”


티아라의 마법은 어디까지나 알베른의 마력에 기초한다.

아직 알베른의 마력으론 자연 자체를 변화시킬 순 없다.

당장 담수화시켜도 수원을 해결 못 하면 원상 복귀된다.


“최장 얼마나 가능하겠어? 안에 사는 생물들까지 변환한다 치면.”

“그러면....... 이틀....... 아니 사흘이요.”

“그 정도면 충분해. 당장 변환마법 준비해.”

“네.......”

“뭘 하시려고요?”

“자연은 자연한테 맡기고 난 내 백성들을 맡아야지.”




본 소설은 금요일을 제외한 매일 주 6일 연재합니다.

잠자는 상자속 고양이, 슬리핑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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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하자 있는 부동산은 피해야 한다 (1) +1 20.01.12 596 27 12쪽
28 동굴 속에 병이 있다. (2) +2 20.01.11 616 30 13쪽
27 동굴 속에 병이 있다. (1) +5 20.01.09 687 31 12쪽
26 영지에 천사가 내려왔다 (2) +2 20.01.08 709 38 11쪽
25 영지에 천사가 내려왔다 (1) +4 20.01.07 777 34 11쪽
24 농사지어 살으리렸다. (2) +3 20.01.06 784 39 14쪽
23 농사지어 살으리렸다. (1) +2 20.01.05 843 37 12쪽
22 사냥은 돈이 된다 (2) +3 20.01.04 871 40 12쪽
21 사냥은 돈이 된다 (1) +2 20.01.02 913 46 12쪽
20 벽을 쌓아라 (2) +4 20.01.01 959 40 13쪽
19 벽을 쌓아라 (1) +1 19.12.31 1,083 39 13쪽
18 영지에는 총알 택배가 필요하다 (2) +1 19.12.30 1,088 47 13쪽
17 영지에는 총알 택배가 필요하다 (1) +1 19.12.29 1,166 45 12쪽
16 호수가 바다보다 짤 때도 있는 법이다. (2) +7 19.12.28 1,177 46 13쪽
» 호수가 바다보다 짤 때도 있는 법이다. (1) +2 19.12.26 1,236 46 12쪽
14 사막으로 (2) 19.12.25 1,248 47 14쪽
13 사막으로 (1) +3 19.12.24 1,292 44 11쪽
12 독립을 허가해 주시옵소서 (3) +2 19.12.23 1,327 48 13쪽
11 독립을 허가해 주시옵소서 (2) +6 19.12.22 1,390 40 12쪽
10 독립을 허가해 주시옵소서 (1) +4 19.12.21 1,454 49 14쪽
9 인재는 강탈해서 영입하는 것 (2) +3 19.12.19 1,484 44 14쪽
8 인재는 강탈해서 영입하는 것 (1) +4 19.12.18 1,532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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