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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나에요

피로 만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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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카나카나
작품등록일 :
2020.05.28 17:39
최근연재일 :
2020.11.06 03:26
연재수 :
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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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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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18,225

작성
20.06.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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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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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1장 에필로그-왜냐하면, 피 흘리지 않고는 바뀌지 않는 세상이니까.

DUMMY

비밀결사 독소의 수장, 데이원은 마약조직 약방의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간부, N을 무참히 살해하며 자신의 본부로 돌아갔다.


그 시각 초능력특수경찰 찬우는 ‘찢어버리는 레오’라고 불렸던 노인, L에스D와 싸우고 있었다.


“제법 잘 싸우는데 그래? 센스나 파워는 켄드로가 생각날 정도야.”

“너 같은 놈에게 들어도 기쁘지 않아.”


약방의 3번 창고는 둘의 싸움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다, 깨진 벽과 움푹 파인 벽, 찢어지고 뭉개진 LED패널 조명이 덜령거렸지만 L에스D의 바람에 날려 먼지는 한 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 하긴··· 그 자식도 싸울 때 너처럼 소름 끼치게 웃고 있지는 않았어.”

“뭐···?”


찬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웃고 있었다,

곧바로 표정을 고쳤지만 L에스D의 눈에는 아직도 찬우의 웃음기를 볼 수 있었다.


“이거 이거··· 켄드로 짝퉁 인줄 알았는데 그 녀석 보다는 나를 닮았군.”

“너 같은 놈하고 같은 취급 하지마!”


찬우는 곧바로 시멘트 바닥을 부수며 달려갔다, L에스D는 극한까지 압축한 공기를 6번 발사한다.


찬우는 공간의 순간적인 일그러짐을 보며 [압축 공기]를 빠르게 피한다.


하지만 급격한 회피는 틈을 주고 말았고 찬우 본인도 매우 빠르게 달려가면서 시야가 좁아진 나머지 [압축 공기]에 맞아버린다.


“(역시 바람이 너무 강해···! 약간이라도 힘을 빼면 정말로 몸이 찢어져 버리겠어!)”

“너도 즐겁지? 나도 즐겁게 해주라고!”


L에스D는 자신의 흰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의 [압축공기]를 발사하는 공격으로 인해 밀려나는 찬우를 향해 걸어간다.


“이제 어쩔거냐!? 그대로 다진 고기가 될 거면 기대한 내가 바보가 되어버리잖아! 안 그래!?”

“우오아아아아아앗!!!!”


밀려나고 있고 이 상황을 타계할 역전의 기술이 필요했지만 찬우는 못 들어줄 기술 명을 생각해낼 어력이 있었다, 그저 있는 힘껏 쓰러지지 않기 위한 주먹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흐아아아악!!!”


찬우는 산을 날려버린다고 생각하며 L에스D를 향해 근육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한 펀치를 날렸다.


“주먹의 풍압으로 바람을 밀어내다니!? 크악!!!!”


L에스D는 찬우가 날린 펀치의 후폭풍에 맞아 쓰러졌다, 하지만 실실 쪼개며 다시 일어섰다.


“아까까지만 해도 뒤로 밀리던 녀석이 어떻게··· 잠깐?”

“다리를 땅에 박아 넣고 펀치를 날렸어···”


L에스D의 바람은 역대 최강의 [공기 생성 및 조작] 초능력이지만 결국 피하지 않고 악착같이 버텨낸 찬우의 집념보다 강할 순 없었다.


“또 바닥에 발을 박아 넣는 놈에게 지는 건가···?”


L에스D가 혼잣말 할 때 찬우는 시멘트 바닥을 발로 ‘찌르면서’ L에스D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평소에 달리는 것보다도 빠르게 찬우의 시야가 흐릿해 졌고 온몸의 핏줄이 터져 나갔다.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는 비행기에 탄 파일럿이 겪는 ‘레드아웃’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찬우는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L에스D에게 제대로 펀치를 날리기 위해 위치를 확인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L에스D는 앞으로 살아갈 힘까지 쥐어짜내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 정도로 강하게 회전하는 바람 구체를 만들어 찬우의 주먹이 얼굴에 닿기 직전에 막아냈지만, 찬우의 [극초음속 펀치]는 찬우 본인의 속도와 펀치의 속도가 더해져 L에스D의 [공기 방패]를 뚫어버린다.


“크아아아악!!!”


L에서D의 비명소리와 함께 시멘트 벽 속에 처박혔다.

찬우도 이제서야 반동이 찾아와 주저 앉아버린다..


그리고 데이원의 초능력이 힘을 다한 것인지 몸이 회복되는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으그윽···.”


찬우의 시야는 온통 어둠으로 가득했다, 그뿐 만이 아니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뼈와 살이 치킨처럼 발라질 것 같았다.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설 수 없었다. 아직 남은 적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데 최악인 상황이다.


“제기랄··· 못 일어나겠어···”


L에스D는 저 멀리 시멘트 벽 속에 박힌 체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찬우는 약간이나마 돌아오는 시야로 그의 최후를 보려 했지만 대신 븕은 장발의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L에스D님을 쓰러뜨리다니 가공할 초능력자군, 괴물이냐?”


찬우는 식은 땀을 흘렸다, 손잡이와 코등이만 달린 검을 쥐고 있으며 찰랑거리는 긴 적발, 그리고 하늘거리는 원피스 위에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그녀는 약방의 현(現) 우두머리, 히로P다.


“커넥트”


찬우에게서 시간이 멈출 정도로 의식이 가속되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찬우의 파트너이자 오퍼레이터인 캐서린의 초능력을 발동하게 하려 했는데 불발되었다.


찬우는 그제야 귀에 달려있는 이어폰이 극한의 전투 속에서 파손되었음을 알았다.


“아니··· 초능력특수경찰 찬우다··· 날 죽일 거냐?”


그 말을 한 직후 검신이 없던 손잡이에서 [주황빛으로 빛나는 금속] 피어났고 그대로 찬우를 겨누었다.


찬우는 검신에서 나오는 불꽃의 열기를 그대로 느끼며 죽음 또한 찾아왔음을 알았다.


하지만 히로P는 검신을 거두어 자신의 검 손잡이를 원피스에 걸쳐진 가죽 벨트의 홀더에 집어넣었다.


“널 결코 죽이지 않을 거다.”


‘결코’ 라는 단어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분명 거래를 할 것이라 판단한 찬우는 블러프를 시도한다.


“잘 선택했어··· 하아··· 초능력특수경찰을 살해하는 건 최소 종신형인 중범죄니까, 지금 다른 초능력특수경찰들이 오고 있어, 나보다 강하거나 비슷한 정도라서 싸울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


찬우는 원래라면 진짜 였을 교섭 수단을 블러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게 블러핑이란 사실을 눈치챈 건지 모르는 지 히로P는 찬우를 보고 비웃었다.


“걸레짝이 된 몸으로 잘도 말하네, 널 죽이지 않는 이유는 그딴 종신형이 무서워서가 아니야, 너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다.”

“거래?”


찬우의 예상대로 ‘거래’ 라는 단어가 나왔다.


“내가 몸담고 있었던 마약 조직, 약방의 정보와 숨겨진 물자 보관창고, 그리고 연결되어있는 다른 조직의 정보를 알려주지, 대신 내가 받을 처벌을 경감시키고 내 안전을 보장해줘.”

“종신형이 무섭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무슨···”

“조직이 약해진 틈에 다른 조직 암살자한테 속수무책으로 살해당하는 건 사양이거든, 우리 조직 암살자도 손 쉽게 돌파하는 치료소를 어떻게 믿겠어?


찬우는 고민했다,

마약 조직에 몸담고 있는 자가 이토록 쉽게 자신의 조직을 버릴 리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득은 저 여자에게만 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대신 들어만 준다면 네가 묻는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성실하게 대답해주지.”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내가 말한 조건을 들어주기 전까지는 말할 수 없어, 아니면 내 부하들이 새롭게 조직을 부활시키는 걸 지켜보던가, 난 종신형이 내려져도 묵비권을 행사할 거니까, 그렇게되면 내 부하들이 다시 한 번 치료소에 침입해서 날 데려갈 테니 나야 아무래도 좋아.”


찬우는 선택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네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내 말을 들어보고 진짜로 한 번 털러 가보면 되잖아, 아니라면 날 치료소 지하에 영원히 처박아버리면 되고, 오히려 불리한 건 나라고 생각하는 데? 이제 와서 함정 따위 칠 여력은 없어.”


찬우는 애초부터 ‘이름만 다른 같은 조직’의 탄생을 막기 위해 독소와 손을 잡았다, 만약에 이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해볼만한 일이었기에.


“그럼 건의해보도록 하지.”


그녀의 말을 믿어볼 수 밖에 없다.



/



그 직후, 찬우의 블러프 였던 초능력특수경찰들이 진짜로 찬우를 구출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 이유는 이어폰 고장으로 인해 찬우의 싸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캐서린이 곧바로 초능력특수경찰 협회에 들어가 구조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부 공식 발표 없이 곧바로 구조하기 위해 2명만 보냈다.


고장난 찬우의 이어폰의 위치를 추적한 초능력특수경찰들은 마약조직의 아지트가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백화점 지하였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찬우가 치료소로 실려갔고, 내부에는 데이원이 살해한 일반 경호원들의 시체, 그리고 머리가 사라진 N의 시체가 있었다,

찬우가 붙잡으려 한 암살자 3인조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이를 아는 자는 유이하게 생포된 히로P, 원래 이름은 염란이라 하는 여성과 찬우에 의해 혼수상태가 되어버린 L에스D 뿐이었다.


초능력특수경찰로써 찬우가 사람을 이렇게 많이 죽인 건가? 에 대해 약방의 우두머리인 염란이 내부 분열이 한창일 때 찬우가 쳐들어왔고 그대로 조직이 와해되었다고 진술하여 L에스D 이외에 전투의 흔적은 전부 조직 내부의 싸움이라 알려졌다.


다행스럽게도 염란이 매우 협조적으로 나서서, 찬우는 지나친 제압 활동에 대한 사망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후 찬우는 Z구, 9구, 하구 모든 도시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단신으로 초능력자가 여럿 있는 마약 조직을 털어버린 것보다도, 늙고 힘 없어졌다지만 초능력 폭주 사태 때 끔찍한 테러를 일으킨 ‘찢어버리는 레오’의 소재를 알아내고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아니!? 어머니가 늘 말씀하셨던 찢어버리는 레오를 쓰러뜨렸다고!?”

“초능력특수경찰인지 뭔지··· 매번 우리한테 오는 세금만 뺏어먹는 놈들 인줄 알았는데 이거 대단하구만!”


어느 70대 노인들의 대화, 찬우에게서 찢어버리는 레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노년층의 지지가 상승했고 같은 초능력특수경찰을 하고 있는 동기나 선배들도 찬우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또한 찬우의 활약상은 일반 경찰을 업신여기는 무례하고 오만한 초능력자라는 미디어의 선전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이어서 광고 모델 요청이나 자신의 정당을 홍보해달라는 정치인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았고 이를 직접 받고 있는 캐서린은 매니저라도 되는 것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고압적인 태도로 모조리 거절했다.


찬우는 병상에 누워있으면서도 병원 밖에서 떼지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를 막을 정도였다.


그러던 도중 누군가 복도에서 걸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찬우는 잔뜩 긴장한 체로 똑바른 자세로 누웠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똑똑, 찬우가 들어오라고 했다.


“오랜만 이야 찬우군.”

“협회장님···!”

“너 ‘찢어버리는 레오’를 때려잡아서 영원히 재워버렸다며? 이야~ 난 그 녀석 때려잡고 3주 뒤에 일어났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기절 안 하고 대단하네!”


미간의 주름을 빼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제대로 관리되어 매끈한 피부에 완전히 새어버린 흰 머리, 가지런한 올백 머리에 친근해 보이는 미소를 달고있는 자, 초능력특수경찰 협회장, 켄드로였다.


초능력은 찬우와 같은 신체 강화 초능력으로서 협회장이 되기 전엔 ‘부숴버리는 켄드로’ 라는 과격한 이명을 지니고 있었다.


찬우는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환한 미소를 지어 찬우를 편하게 대해주려 한다.


“찬우 자네는 다른 사람들보다 날 보고 더 바짝 긴장한단 말이지, 초능력특수경찰에는 위계 서열이 없으니까 좀만 편하게 해.”

“그래도··· 협회장님은 전설이지 않습니까?”

“전설? 푸하하핫! 내 미간에 주름 안보이나? 내 나이 89에 내년이면 90이라 이제 건강관리··· 요즘 애들 말로 ‘빡세게’ 받는 늙다리야~ 전설은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새롭게 써가는 거라고. 지금의 자네처럼.”

“과찬이십니다···”

“아니지 아니지~ 내가 찬우군을 초능력특수경찰 1군으로 임명했으니 정당한 평가야,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자.”

“예, 협회장님.”


아까 같은 웃음기가 싹 가신 켄드로는 관록이 느껴지는 진지한 표정으로 찬우 옆 빈 침대에 앉으며 이어폰의 AR 조사 장치를 이용해 캐서린이 대필해준 찬우의 보고서를 띄웠다.


“초능력특수경찰이 아닌 자들과 협력했다는 게 사실인가?”

“예··· 맞습니다.”

“아, 너무 심각한 표정 짓지는 마, 초능력 폭주 사태 때는 이런 거 흔했으니까, 지금에서야 3인이상 조직시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오는 건 초능력특수경찰에 대한 규제로서 생긴 법이니까 나도 그 법 싫어, 대놓고 ‘2명이면 내가 뒷돈 받는 범죄 조직 못 털겠지?’ 라고 해놓은 것 같지 않아?”

“예··· 그런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네가 ‘1명이서도 충분한 데요?’ 라고 보여줬잖아! 그게 대단한 거지, 물론 그 협력자에 대해서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일단 대외적으론 너 혼자 한 일로 되어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겸손한 찬우니까 그러진 않겠지만 대놓고 자랑하지는 말아줘.”

“예 알겠습니다.”


찬우가 침을 꼴딱 삼키고 말한다, 켄드로는 흐믓하게 찬우를 바라보았다.


“아참, 찬우군, 자네가 이름만 같은 다른 조직을 상대하는 게 싫었다는 건 보고서를 보고서 알았지만 지금은 다른 문제가 일어났다네.”

“예···?”

“이걸 보게.”


마약조직은 확실히 궤멸되었다, 우두머리인 히로P가 체포되고 그녀가 준 정보를 토대로 다른 범죄조직을 추적하니 거의 다 각 도시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치킨집도 있었고 큰 규모의 자영업 식당, 마사지샵, PC방등 여럿 있었고 시민들은 마약조직이 운영하는 백화점에 드나들었다는 충격 때문에 강력하게 정치인들에게 개선을 요구했지만,

검찰 고위층에선 아주 약간이지만 검찰수사관과 경찰 기동대의 출동을 유예시켜 시간을 끌었다.


명분은 정보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도시에 주로 위치한 초능력자를 대동하고 있는 범죄조직들은 ‘초능력특수경찰 3인 이상 조직시 정부 공식 발표 수반.’이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중요한 문서나 금전과 물품들을 들고 튈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페스트 페이스를 실행한다는 점 때문에 평소에는 검찰 고위층의 개입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찬우 혼자서 범죄 조직을 괴멸 시켰다는 특수성과 염란의 확실한 정보 제공으로 대신 체포되는 잡졸들을 우두머리로 속이는 것도 불가능했고 평소에 도망칠 만한 장소 등도 이미 검찰수사관과 일반 경찰들 모두 나서서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은 여론을 안정시키기위해 평소처럼 우두머리들을 잡았다고만 기사가 나왔다.


“왜 검찰 고위층은 이들에게 도망칠 시간을 준 겁니까? 정보의 불확실성을 따지기 이전에 더 신속하게 움직였다면 그 자리에서 모든 범죄조직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을 텐데···!”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자신이 뇌물을 받은 조직이 있기 때문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협회장님.”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말게, 이번에 검찰 수사를 늦춘 건에 대해서 나랑 연줄이 있는 정치인들이 논의하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에는 경우가 달라, 이 도시에는 더 이상 이름만 다른 같은 놈들이 발붙일 곳이 없거든, 형식적이기는 해도 뒤늦게 출동한 검찰 기동대가 수사 자체는 확실히 해둬서 잔당들이 구 Z구 도심인 ‘슬럼가’로 도망갔다고 추정하고 있다네, ‘내다보는 섬심’이 지금 그들의 소재지를 추적하고 있어.”

“섬심이 말입니까?”


천리안 초능력을 지닌 초능력특수경찰로서 초장거리 저격과 은밀 활동을 주특기로 삼는 초능력특수경찰이다.


그리고 찬우는 더 이상 이름만 다른 같은 조직이 나타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아참, 섬심 이야기 안했으면 깜빡할 뻔했군, 자네의 엄청난 활약과 단신으로 마약조직을 쓰러뜨리기로 결정한 포부와 그 결과에 대해서 9구 구청에서 직접 너의 이명을 정하기로 했어.”

“이명이요?”

“자네의 이름 앞에 붙은 이명은 바로··· ‘이상적인 찬우’라네.”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아니, 내가봐도 자네는 충분히 이상적이야, 가장 이상적인 초능력특수경찰이라 할 수 있지, 난 자네가 그 이명을 받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네.”

“협회장님···”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 그럼 부르기 전까지는 계속 휴식하도록 하고 가까운 날 보도록 하지, 곧 이명을 받고 난 후 치룰 첫번째 임무가 있을 거야.”

“그때까지 빠르게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



켄드로가 손을 흔들며 나가고 찬우는 조금 뜸을 들이다 밖으로 나왔다,

현재 마약 재활 치료를 받는 창규에게 병문안을 가기 위해서 였다.


찬우는 창규가 있는 병실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처음 만났을 때 화난 목소리가 아니었다, 훨씬 차분하고 온화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다.


“창규야? 나 찬우형 인데 들어가도 될까?”

“안돼요, 저희 아빠가 들어오게 하지 말랬어요, AI 카메라가 찬우 형을 인식하면 바로 저한테 전기충격을 준다고 했거든요.”


창규에게 채워진 ‘팔찌’의 기능 중 하나다, 만나면 안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전기충격을 준다.


자기 아이한테 이런 걸 채운 부모가 진짜 같은 사람일까 하는 생각에 찬우는 착잡했다.


“이렇게 문에 대고 말하는 건 괜찮지?”

“예, 그건 괜찮아요.”

“처음 왔을 때보다 좀 나아 졌니?”

“예, 두통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마음은 편해요, 밀린 공부도 하고 있고요.”

“그렇구나··· 내가 너한테 너무 심하게 말했던 거 말인데···”

“그것도 괜찮아요, 사실인데요 뭐, 그리고 저를 걱정해준 사람은 형이 처음이니까요.”

“학교는 언제가니?”

“반 년 정도··· 재활하고 가야 한데요, 어차피 이번 년도에 유급할 예정이었으니까 잘 됐죠.”

“혹시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니? 문 앞에다 두고 갈게.”


찬우가 귀를 기울이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돈까스··· 먹고 싶어요.”

“···바로 주문해 둘게, 병원식 대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달라고 전해 둘 테니까··· 조금만 기다···”

“같이 먹고 싶어요···”


같이 먹고 싶다는 말에 찬우의 지갑에서 꺼낸 돈까스 무료 시식권을 한 장 떨어뜨려 급하게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면 전기 충격이···”

“그러니까 마음만 받을 게요.”


직접 얼굴을 보면서 말하진 않지만 창규의 울기 직전인 표정을 알 수 있었던 찬우는 당장은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접었다.


“알았어··· 몸조리 잘해.”


찬우는 명백히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에서 도망치듯이 창규가 있는 병실에서 멀리 떨어졌다.


“(내가 한 일은 그저 구할 수 없는 한 명이 있다는 분노를 마약조직에게 퍼부었을 뿐 인건가? 죄가 있다는 이유로 궤멸시킨 거에 지나지 않다는 건가? 그저 폭력을 해소하고 싶어서 폭력을 휘둘러도 되는 존재를 찾았던 건가?)”


분명 목적을 이뤘는 데도 전혀 기쁘지 않은 찬우는 자신의 분노가 그저 창규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라는 걸 깨닫고 혐오감이 밀려왔다.


결과론적인 일이지만 찬우가 결심했기에 독소가 접촉했고 독소의 데이원이 마약조직의 핵심이자 중추인 N을 살해함으로써 약방의 ‘조직 현대화 계획’을 막아 ‘법의 보호를 받는 범죄조직’이 탄생하는 것을 막았다.


물론 이러한 계획을 아는 자는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초능력특수경찰이 공무수행 했구나.’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계획을 저지한 최대 공로자인 찬우도 그러한 속사정까지는 모른다,

알아도 크게 바뀌는 건 없겠지만 말이다.


찬우는 바닥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걷다가 모퉁이에서 누군가와 부딪쳤다.


“아얏!”

“아 죄송합니··· 치호?”

“아야야··· 방금 부딪쳐서 아파 죽겠어요··· 오빠는 쇳덩어리에요? 무슨 쇠기둥에 맞은 줄 알았어요···”

“정말 미안하다···! 일어날 수 있겠니?”


찬우는 치호의 손을 잡아주어 일으켰다, 치호는 엉덩이를 탈탈 털면서 고맙다고 한다.


“고마워요, 마침 찬우 오빠를 찾고 있었어요.”

“나를?”

“창규에 관한 일 때문에요.”


처음부터 물어보려 했던 일을 말해준다고 하니, 찬우는 곧바로 병실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네 병실에 가서 이야기 하자.”



/



찬우는 치호의 1인실에 들어왔다, 아까 창규와 있었던 일 때문에 아직도 조금 기운이 빠지던 찬우는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치호의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별거 아니야, 그럼 창규에 관한 일이 어떤 건지 알려 주겠니?”

“창규가 붕대를 두르는 거 아시죠?”


찬우는 문뜩 창규가 머리에 두르는 붕대에 대해 떠올랐다,

단순히 앞서가는 패션이라 생각했다.


“그건 저 때문에 그런 거에요··· 창규가 저한테 마약을 먹인 다음 마약을 계속 주려 하니까 머리 아프고 짜증을 참을 수 없어서 창규의 얼굴에 불을 질렀어요···.”

“아···”


치호는 불을 다루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창규가 붕대를 두르고 다니는 이유를 알게 된 찬우는 식은 땀을 흘렸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찬우는 창규가 붕대를 두를 정도로 아팠기 때문에 두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게 맹점이었고 정말로 아파서 붕대들 둘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치호에 관한 일도 더 빨리 알아챘을 거다.


“창규가 원망스럽니?”

“원망스러워요, 하지만 용서할 수는 있어요.”

“용서? 미워하지만 용서할 수는 있다는 거니?”

“맞아요, 하지만 저도 창규에게 잘못했기 때문에는 아니에요, 그건 따로 창규에게 말할 거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요, 창규 오빠는 저희 아빠가 잘못 했어도 다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어요, 그럼 창규도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요?”


찬우는 치호의 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야세씨의 말 대로 정말 착한 아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찬우는 조금이나마 걱정이 덜어졌다, 창규에 대해서도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창규가 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러지 않는다면···”

“괜찮아, 창규는 이미 충분히 후회하고 미안해 하니까, 너도 아야세씨의 말 대로 착한 아이구나, 아마도 약물 의존 치료교육에서 같이 만날 일이 있을 거야, 그때 너의 심정을 잘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아줘, 지금의 창규라면 분명 너에게 제대로 사과 할거야.”


이미 창규와 대화를 다 해본 것처럼 말하는 찬우를 보며 치호는 찬우의 말대로 하기로 결정한다.


“예 알겠어요.”


그리고 치호는 얼굴을 붉히며 마른 기침을 했다.


“흠··· 그런데 착하다 소리는 좀···”

“아니야, 너 정도면 충분히 착한 아이야, 자신감을 가져.”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마지막으로 저희 아빠를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래 알았어, 넌 언제 학교가니?”

“3일 뒤 요.”

“그래 알았다, 그럼 잘 있어.”


찬우는 그 날 착잡한 일도 있었지만 부상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수면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약속한 일’ 을 위해, 9구 치료소 부지에서 엄중하게 관리되는 곳 중 하나인 초능력자 수용시설로 들어갔다.


9구 26공원 거미줄 사건의 범인이자 거미줄을 다루는 초능력을 지닌 크레이지 싸이코 초능력 레즈, 아라와의 면회 때문이었다.


“오셨군요.”


피폐하고 병든 것처럼 가학적이고 미친년 같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금의 아라는 매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찬우는 심호흡 후 차분하게 아라에게 말을 걸었다.


“치료소에서 배우고 달라진 점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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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장 2화] 옛날 부터 느끼던건데, +1 20.06.05 109 2 12쪽
18 [2장 1화]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20.06.04 123 2 16쪽
17 2장 프롤로그-홀로 일어서는 건 쉽다, +1 20.06.03 132 4 11쪽
» 1장 에필로그-왜냐하면, 피 흘리지 않고는 바뀌지 않는 세상이니까. 20.06.03 147 2 23쪽
15 [1장 14화]해야할 일이 있다. 20.06.02 135 2 13쪽
14 [1장 13화]목숨을 잃더라도, 20.06.02 148 2 13쪽
13 [1장 12화]몸이 찢어지더라도, +2 20.06.01 152 5 16쪽
12 [1장 11화]그래도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상 어쩔 수 없다. 20.06.01 160 5 13쪽
11 [1장 10화]하지만 어려운 길은 누구라도 힘들다, +3 20.05.31 192 5 12쪽
10 [1장 9화]쉬운 길은 누구라도 선택할 수 있다, +1 20.05.31 230 3 16쪽
9 [1장 8화]그렇게 생각했었다. 20.05.30 288 7 15쪽
8 [1장 7화]나의 힘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2 20.05.30 285 8 13쪽
7 [1장 6화]나의 힘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거다, 20.05.29 309 7 14쪽
6 [1장 5화]절망과 마주해도, +1 20.05.29 385 8 17쪽
5 [1장 4화]분노와 마주해도, +3 20.05.28 529 8 15쪽
4 [1장 3화]슬픔과 마주해도, 20.05.28 670 11 15쪽
3 [1장 2화]당장 악인이라도 하더라도 도왔다. +4 20.05.28 1,023 15 11쪽
2 [1장 1화] 찬우는 늘 사람들을 도왔다, +3 20.05.28 1,478 24 11쪽
1 1장 프롤로그 - 정처 없이 돕는 사내, 찬우. +1 20.05.28 3,710 3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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