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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처럼...

나 혼자 소드X치킨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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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화
작품등록일 :
2024.05.08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2 14:3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063
추천수 :
123
글자수 :
138,607

작성
24.05.17 17:05
조회
116
추천
5
글자
12쪽

대형사고

DUMMY

대신 오러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게 있었다.


“...”


술기운 때문인지 몰라도 한껏 의기양양해하는 거쉬호크의 얼굴.


‘이거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나?’


오죽하면 카얀이 이런 생각을 다 했을 정도로...

시작은 참 여러모로 밑도 끝도 없었지만, 적어도 마무리만큼은 확실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니, 솔직히 카얀은 그 때문이라도 내심 부러워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오러라...’


칼데르의 대단함도, 또 더는 무시 못 할 거쉬호크의 실력도...

어찌 보면 오러 하나로도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카얀 자신은 아직 오러는커녕, 가르침 받은 나투라 검술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상태.


‘이거 솔직히 내 몸 하나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이 죄다 이런 식이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어찌어찌 대화는 마무리 지어야 할 것 같았다.


탁!


역시나 거쉬호크도 같은 생각인지, 요란스레 검을 수납시킨 후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어때? 이 정도면 웬만한 변방 귀족가의 기사단장 정도는 꿰찰 실력이라 자부하는데.”


“생각보다 겸손하시네요. 그보단 좀 더 위를 노려도 될 것 같은데.”


“자, 그래서 최종 결론은?‘


”뭐 우선 조금 전 무례에 대해서 사과부터 드리죠.”


“호오. 의외로 빨리 인정하는구나.”


“그야 애초 길게 끌어 좋을 게 없잖아요. 또 성격상 이게 더 편하고요.”


“훗. 좋은 자세다. 허나 귀족으로서는 그다지 추천할 만한 태도는 아니구나.”


“하지만 사람으로서는 응당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지요.”


이후 카얀과 거쉬호크의 시선이 잠시 침묵 속에 부딪혀 갔다.

물론 누가 옳고 그르다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었다.

단지 때론 진심이 오가는 말보다 눈빛에 더 강하게 담기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 그랬고, 또 이번 경우로 둘은 상대에게 처음보다 더한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점을 이어진 대화에서 각자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카얀.”


“네.”


“우리 가는 동안만이 아닌,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꾸나.”


거쉬호크가 말에 더해 제 오른손을 내밀었다.

칼데르에 이은 두 번째 인연.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카얀으로서도 결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이죠.”


꽉.


그렇게 두 사람은 어쩌면 스치듯 지났을 인연을 꽉 마주 쥔 두 손처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 갔다.

각자 품고 있는 말 못 할 사연과 별개로 말이다.


***


날이 밝기 무섭게 다들 북상 준비에 들어갔다.

이게 그들에겐 하나의 일상인지, 언제 그 난리를 겪었냐는 듯 생각보다 후유증은 크지 않았다.

다만 몇몇 자들이 몸에 붕대를 감은 모습이 카얀의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다른 세상이란 건 이 풍경만으로도 새삼 느껴졌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사람이 다치거나 죽은 일이 없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이렇듯 다툼의 여파로 부상당한 사람을 보는 일은 흔치 않았다.

더욱이 상대는 또 사람도 아닌 오크란 몬스터.


‘그래도 닮은 건 있네.’


처한 세상이 어떻든 삶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어딘가 비슷해 보였다.

곤경에 잠시 주춤댈지언정 결국 극복해 내고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카얀은 현재 이를 마차 지붕에서 편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듣자니 용병은 언제 모를 싸움에 대비해 그렇지 않은 시간은 주로 휴식으로 보낸다고 했다.

싸움을 제외한 자잘한 건 온통 경호 대상의 몫이랄까.

덕분에 이동 중에도 대개 마차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잠을 자든 뭘 하든 그건 본인 자유.

혹시 모를 전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는 최대한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참고로 이름 모를 산맥, 아니 거쉬호크의 말에 따르면 스파인 산맥 부근을 벗어나면 몬스터를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대신 강도를 만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그조차 요즘엔 중부가도를 보호하는 레인 가드들에 의해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름의 개인 용무를 봐도 될 듯했다.

카얀이 작게 한 마디를 읊조린 이유였다.


“아세스.”


사람과 마차.

또, 산과 들로 이뤄졌던 주변 풍경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어느새 카얀은 이전처럼 온통 백색인 세상에 홀로 서 있었다.

아니, 그가 나타나기 무섭게 서모니움도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소유주님.”


정말이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표정과 말투였다.

물론 카얀 자신이 그렇게 설정하긴 했지만, 뭔가 참 인간미가 없어 보였다.

“서모니움.”


“네.”


“혹시 네 성격 다시 설정할 수 있어?”


“네. 그러려면 일단 소유주님과 저의 계약을 해지시키고...”


“스톱.”


“...”


“됐어. 앓느니 죽지. 그보다 전에 분명 이 공간을 내 취향대로 바꿀 수 있다고 했지?”


“네.”


“좋아. 그럼, 일단 원형 경기장부터 하나 만들어봐. 아, 그리고 배경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으로 하고.”


“네.”


이후 서모니움이 잠시 눈을 감고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그 결과 막상 시킨 카얀이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고층빌딩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후 그 사이로 도로가 지나갔고, 차와 사람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기적의 상징인 한강.

익숙했다.

치킨집을 할 때 늘 지겹도록 봐왔던 바로 그 풍경이었다.

다만 국회의사당이 있어야 할 자리에 지금은 원형 경기장이 들어차 있었다.

평소 정치인을 현대판 검투사(?)로 보던 게 이런 식으로 반영된 듯싶었다.

아무튼 놀라긴 했어도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그 풍경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유령도시도 아니었다.

엄연히 사람들이...


‘응?’


하지만 뭔가 좀 이상했다.

그 누구도 카얀과 서모니움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아니, 근처에 다가와서는 마치 벽이라도 만난 듯 돌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인지 기능을 활성화시킬까요?”


그 순간 서모니움이 던진 한 마디였다.


“인지 기능?”


“네.”


“원하신다면 이곳의 인간들이 소유주님을 평범하게도, 또 신처럼 받들게도 할 수 있습니다.”


“헐. 그런 것도 가능해?”


“네. 소유주님이 바로 이 공간의 지배자시니까요. 원하는 건 모든 다 이룰 수 있습니다.”


“서모니움. 너 혹시... 인간을 타락시키는 악마거나 한 건 아니지?”


“아닙니다. 말씀드린 대로 저는 인공 정령...”


“됐어. 농담까지 일일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


“일단 따라... 아니지. 원형 경기장으로 이동시켜 줘.”


“네.”


이후 즉시 카얀과 서모니움은 원형 경기장 내로 이동했다.

쭉 둘러보니 이것도 확실히 잘 만들어졌다.

단지 관중석이 텅텅 비어있는 것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이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서모니움.”


“네.”


“내 갑자기 든 궁금증인데, 대체 널 만든 사람은 어떤 인간이야?”


“모릅니다.”


“뭐?”


“제 창조주가 인간인지, 아님 다른 존재인지, 그에 관한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잠깐. 서모니움, 너 예전에 분명 나 외에도 팔찌를 사용한 자가 있다 하지 않았어?”


“네. 있습니다.”


“그럼. 상식적으로 첫 번째 소유주가 네 창조주 아니야?”


“아닙니다. 오히려 첫 번째 소유주는 그랜드 마스터 메이지였음에도 자신조차 엄두 못 낼 물건이라며, 크게 한탄한 적이 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 메이지? 그럼, 첫 번째 소유주가 마법사였어?”


이건 또 무슨 놀랄 일인가.

칼데르만 해도 그가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를 능력과 길을 제시해 줬는데...


검사와 마법사.


비록 방식은 다를지라도, 팔찌도 충분히 그 못지않은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서모니움.”


“네.”


“놀랄 일 좀 한꺼번에 말해주면 안 될까?”


“안 됩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창조주가 제게 내린 절대 규칙을 어기는 일입니다. 당연히 저로선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참 깐깐한 양반이네. 뭐가 이리...!’


그 순간 카얀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서모니움.”


“네.”


“조금 전 분명 내게 이 공간에선 내가 원하는 건 다 이룰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그런데 절대 규칙은 또 뭐지? 내가 엄연히 이 공간의 지배자인데. 무엇보다 너의 모든 건 소유주인 내 것이잖아. 그러니 말해봐. 네 주인이 창조주야? 아님, 나야?”


그야말로 온갖 기능이 첨부된 최신 스마트폰을 샀는데, 알고 보니 실제론 쓸 수 있는 게 거의 없단 식이었다.

질 나쁜 장난질도 아니고, 정말 그렇다면 팔찌의 창조주는 진정 사람 가지고 노는 걸 취미로 삼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느닷없이 서모니움이 한순간에 이전처럼 빛의 입자로 분해 되었다.

게다가 언젠가 경험했던 것처럼 갑자기 어디선가 환청이 들려왔다.



[봉인 1단계 해제. 초급 인공정령 ‘서모니움’을 중급으로 진화시킵니다. 진화 재구축까지 7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소유주와 아공간의 의식을 강제 분리합니다.]



뭘 어찌해 볼 틈도 없었다.

마치 튜브를 끼고 다이빙한 듯 순식간에 카얀의 의식이 밖으로 튕겨 나갔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형 사고였다.


***


“헉!”


격한 숨과 동시에 카얀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크에 쫓기는 꿈이라도 꿨냐? 뭔 잠 깨는 게 그리 요란해.”


“쉿. 정말 그런 일을 당한 애한테 뭐 하자는 거야.”


“아차. 말이 그렇게 되나? 크큭.”


심심한데 잘 됐단 식으로 카얀을 보며 웃고 떠들어대는 용병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이 순간 그런 것들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이처럼 생각은 여전히 온통 서모니움과의 일 하나에 묶여 있었다.

그만큼 중요 사안이었다.

칼데르가 준 선물이란 것도 그렇고, 무의식에 잠겨 있을 미카일 베록에 대한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최초 소유자가 그랜드 마스터 메이지라고 했다.

이런 보물을 카얀으로선 이대로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빛으로 분해되어 가출(?)한 서모니움을 다시 불러와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일이 너무도 갑작스레 벌어지다 보니, 카얀으로선 솔직히 모든 게 막막할 뿐이었다.

대체 왜 서모니움은 갑자기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진 걸까.

다행히 집중하자 뭔가 떠올라 주는 것이 하나 있었다.

직후 들었던 봉인 1단계 해제라는 말.

혹시나 해 카얀은 서둘러 팔찌가 있는 오른 팔목을 살펴보았다.


“음...”


역시나 팔찌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새로이 일곱 개의 모래시계 문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진화 재구축까지 7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정말 사고 당시 들었던 이 말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면 혹 이 모든 건 대형 사고가 아닌 대형이벤트?


풀썩.


카얀은 왠지 여러모로 피곤해 마차 지붕 위에 다시 몸을 누였다.


‘에이 몰라. 이유가 어쨌든 진화라니 참고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열심히 고민한다고 당장 답 나올 일도 아니고.’


그사이 잠시 카얀에게 쏠렸던 시선은 어느샌가 다 사라진 후였다.

그래서 카얀도 누운 김에 그냥 속 편히 잠을 청했고, 행렬은 그렇게 점심 무렵까지 멈춤 없이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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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협박과 협상 그 어딘가 24.05.28 76 4 12쪽
19 얼음 그리고 마법사 24.05.27 79 5 11쪽
18 발상의 전환 24.05.26 82 4 13쪽
17 치맥 파티 24.05.25 9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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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주방의 혁명가(?) 24.05.23 93 4 12쪽
14 업그레이드 24.05.21 96 5 13쪽
13 교역 도시 24.05.20 102 4 13쪽
12 레벨 업 24.05.19 109 5 12쪽
» 대형사고 24.05.17 117 5 12쪽
10 밑도 끝도 없이 24.05.15 125 5 12쪽
9 오크와 용병 24.05.14 138 5 12쪽
8 팔찌의 정체 24.05.13 149 6 13쪽
7 인공정령 24.05.12 151 7 13쪽
6 짧지만 깊은 인연 24.05.11 161 7 14쪽
5 세 번째 이름 24.05.10 170 5 12쪽
4 맹수보다 더한 괴물 24.05.09 173 6 11쪽
3 곰과 함께 춤을 24.05.08 194 5 13쪽
2 눈 떠보니 사파리? 24.05.08 255 5 12쪽
1 나는 존재한다, 고로 닭을 튀긴다 24.05.08 292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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