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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k님의 서재입니다.

고수네 중국집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대마왕k
작품등록일 :
2022.04.09 02:28
최근연재일 :
2022.04.11 10:26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41
추천수 :
10
글자수 :
14,338

작성
22.04.11 10:26
조회
53
추천
2
글자
7쪽

4, 이번 생도 대략 망한 거 같다.

DUMMY

“주문하신 거 갖고 왔슈.”


짊어지고 온 냄비를 내려놓는 조칠봉.


구 마교 지옥당주이자 서열 4위.


그리고 명성 자자했던 대장장이.


대표작으로는 도룡검과 의천도가 있어, 쇠를 진흙처럼 자르고 자갈밭에 지팡이 삼으면 돌꼬치를 만드는 명품이다.


뭐, 지금은 연화와 유의 손에서 야채 다듬고 장작 패는 용도일 뿐이고, 칠봉이도 이제는 냄비 만들고 식칼 간다.


내가 쓰는 주방용품도 전부 이 놈이 만든 거고.


“애들 둘을 건져주셨다면서유?”


칠봉이 녀석 소문도 빠르지.


하기야 여기 촌장을 해먹으려면 주변에 빠삭해야 한다.


여긴 그냥 마을이 아니거든.


“그렇지.”


허공섭물로 청경채를 나르며 내가 답했다.


몇 개는 실수한 척 놈한테 날렸지만 휘휘 잘 피한다.


허공의 청경채를 낚아채 생으로 씹으며 녀석이 물었다.


“분란거리 생기는 거 싫어하셨잖수?”


“그럼 눈앞에서 애가 죽는 꼴을 보란 말이냐.”


“고런 건 아니지만서두루...


“그럼 뭐가 문제란 거야?”


“동네 시끄러워질까봐 그러쥬.”


“시끄러워봤자 잠시뿐인데 뭘 그래.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흐음?”


“여기가 보통 마을이냐. 이제 막 꼬추털 나는 새끼도 20년 내공은 챙겨 다니는 곳인데.”


내가 떨어진 이 세계는,


일개 문지기도 일갑자가 기본인 양판소 인플레는 없다.


잘나가는 문파 장문인도 일갑자 내공은 드물고, 이갑자 넘으면 선대 고인급이다.


무림맹 맹주, 마교 교주 정도 되면 삼갑자는 될 거고, 보통은 그걸로 천하제일을 칭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앞에선 의미가 없지만.


특히 내 무공이, 차차 말하겠지만 워낙 개사기 무공이라...


그리고 이 마을 특성상, 주민 대부분이 전 무림인이다.


칠봉이도 일갑자 내공은 훌쩍 넘는다.


괜히 구 마교 고위 간부가 아니란 거다.


어느덧 이곳은 중립지대.


오는 놈 안 막고 가는 놈 안 잡는다.


대신 정파도 사파도, 은혜도 원한도 다 묻는다.


이 마을의 규칙이다.


우리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만든 것이다.


정사의 끝없는 싸움에 지쳐서,


은퇴는 하고 싶은데 이래저래 은원이 엮인 탓에 갈 데가 마땅찮아서,


적으로 만났지만 우정이나 사랑이 생겨서,


그렇게 짬밥도 사연도 다 있는 놈들이다.


아무튼 거의 전원이 무공을 할 줄 아는 동네다.


흔한 시정잡배 하나 날뛸 수가 없다.


소란이 있어도 보통은 칠봉이 선에서 정리된다.


“대체 뭐가 걱정이야.”


“모른 척 하기 있수?”


칠봉이가 마뜩찮다.


“울 마을이 말이 중립이지, 숫자로만 따지면 거대 문파 몇 개는 합쳐놓은 규모란 말이쥬. 그리고 무릇 회색이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쥬.”


사실 나도 알고 있는 거다.


그렇지만 알아도 말하기 싫었던 문제다.


하지만 또 싫어도 말해야 하는 게 있다.


“네 말은 안다. 하지만 말이다, 치안 유지한답시고 조직 만들고 서열 만들면, 그건 더 경계를 살 걸.”


“흐음...”


“그러니 평소에는 우리들 이름값. 정 안 되면 네 선에서 정리하는... 이대로만 유지해도 큰 문제는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서두루...”


칠봉이는 거듭 입맛을 다셨다.


“몇 번이고 말씀드리지만 그건 미봉책일 뿐이유. 물론 어르신네들 방침은 알지만... 또 세상도 잘 아실거라 믿수.”


“...그래.”


“특히 이번엔 감 안 좋응께 조심하셔유.”


칼밥 오래 먹은 놈 직감은 무시하는 게 아니다. 나는 끄덕였다.


“그러지.”


사실은 나도 감이 안 좋던 참이다.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다.


황제 새끼는 또 와서 쳐먹고 갔고, 이백근 뇬은 매일같이 세트메뉴를 주문한다.


팔자 참 좋은 놈들이다.


하기야 타고난 거 좋은 거 이길 방법이 없다.


옛 동요에도 있잖아.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도,


얼빠진 왕자 살살 꼬셔서 잘 먹고 살았더래요, 라잖나.


아님 말고.


“새로운 요리인거여?”


“그렇지.”


파장이 났지만 아직은 주방.


나는 바삭하게 튀긴 돼지고기에 소스를 조금 얹었다.


재빠른 유가 한 조각 먹더니 끄덕인다.


“괜찮네. 이름은 뭐여?”


“돼지고기니까 돈은 당연히 들어가고...”


잠시 고민하는 척.


“먹으면 가히 웃을 수 있다. 그러니 가할 가에 웃을 소를 붙여서... 돈가소 어떠냐?”


“좋고. 지난번 단무지와도 궁합이 좋겠네.”


“그렇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돈가스는 중화요리가 된다.


단무지도 썰 단을 붙여 중화요리로 만들어버렸다.


역사를 비트는 거지만 뭐 어때.


난 독립유공자 자손이거든.


조만간 우동에 초밥, 라면도 개발해주마.


하나씩, 하나씩 스틸해주마.


물론 김치는 안 건드린다.


난 독립유공자 자손이니까.


역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세계는 내 살던 곳과 같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이를테면 평행세계인 셈이니 별 일이야 있겠어.


아무튼 이 세계에서 돈가스는 내가 개발했다.


뻔뻔해 보이지만 전생자의 특권이다.


꼬우면 너도 트럭에 치여서 오든가.


“칠봉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봐?”


유가 물었다.


“역시... 문파 창립 말이다.”


“...어림도 없지.”


이 마을 소속 고수는 근 천명이다.


무림의 경찰 역할을 하기엔 충분한 인력이다.


우리들까지 얹으면, 무림일통에 이은 평화 코스를 밟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우리들은 기왕 망한 인생이니까 몰라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애들은 좀 편하게 세상 살았으면 좋겠수.”


칠봉이도, 몇몇 마을 장로도 그리 말했다.


그래. 놈들의 말이 틀리진 않다.


정사경계간에 죽치고 앉아봤자 영원토록 싸움을 막을 순 없다.


그럴 바에는 아싸리 이 마을로 무림통일을 해버리면, 그게 가장 빠른 평화의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도 연화도 소영이도 그렇고,


나 역시 싸움은 원치 않는다.


전부 다 무림에 신물이 난 터이고,


특히나 내 본질은 무림인이 아닌 요리사다.


도축도 막창 다듬기도 한 몸이니 딱히 피를 보기 힘들다는 게 아니라,


죽고 죽이는 세계의 생리 자체가 안 맞을 뿐이다.


그리고 천년의 숙제,


정사대립은 무림지존 할애비가 와도 쉽지 않은 문제다.


“그만 좀 쳐먹어라.”


“야박하네.”


손을 맞은 유가 투덜댔다.


“잘 먹어주면 요리사는 좋은 거 아니냐. 게다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은 법인데 이리 구박인거야?”


“네가 손님이야? 그리고, 안 먹고 죽은 귀신이 더 날씬해.”


나 혼자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역정을 냈다.


아무리 요리로 성공했대도,


그동안 경쟁사회 치여 가며 치열하게 살았건만,


여기서도 좋아하는 요리를 할 수 있고,


무림고수 몸에 빙의됐으니 좀 조용히 살 수 있을 것 같았건만.


난 어디고 여긴 또 누군가.


인간세상의 고민이란 끝이 없다.


아무래도 이번 생도 좀 망한 것 같다.


작가의말

그리고 이 글도 망한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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