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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모드로 IT 혁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개백수김씨
작품등록일 :
2023.05.11 16:02
최근연재일 :
2023.05.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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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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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조양그룹의 막내아들(2)

DUMMY

‘떠그럴.’

잠시나마 새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것을 떠올렸는데, 그게 자신의 착각임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명훈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다른 곳으로 끌려갔다.

과거 자신이 뺀질나게 들렸던 곳.

평창동 조양 그룹 사저 회장실.

본사 꼭대기에 회장실이 있음에도 재계 서열 2위 조양 그룹의 모든 대소사가 결정되는 장소.

이곳에서 명훈은 사진으로만 봤던 한 존재를 만날 수 있었다. 노인은 말없이 명훈을 내려다봤다.

“.......”

“.......”

기묘한 침묵이 불편할 법도 했지만 명훈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이 눈앞의 노인.

그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이자 조양 그룹의 회장인 김병철 회장이니까.

변변찮던 조양 그룹을 재계 서열 2위까지 끌어올린 이 육십줄의 노인은 ‘재계의 독재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무시무시했다. 김병철 회장에게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명훈은 숨이 턱턱 막혔다.

침묵을 먼저 깬 건 김병철 회장이었다.

“그날도 그곳에 있었다고?”

“예?”

“예? 지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 말에 명훈은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이 몸뚱아리에서 깨어났던 날 있었던 곳, 바로 시위 현장.

재벌가의 자식이 뭐가 아쉬워서 독재 타도를 외치겠느냐마는 내 원래 몸 주인은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다. 시위를 하다 몇 번이고 경찰서에 잡혀간 전력이 있었으니까.

‘아이고.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내가 들은 회장님 성격상 미운털 박히면 큰일 나는데···.’

명훈은 뭔가 상황이 꼬여도 단단하게 꼬이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네 나이가 몇 살이냐?”

“스, 스물세 살입니다.”

“그래, 스물세 살. 이때 네 조부가 뭘 하셨는지는 아느냐?”

조부라면 조양 그룹의 초대 회장인 김주영씨가 아니던가. 그 유명한 소도둑. 머슴 생활하던 지주 집 소를 훔쳐 판 돈으로 미곡회사를 차렸다는 일화는 조양맨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소도···. 아니 그, 그게······.”

“찢어지는 가난이 싫어 경성에서 일본놈들 틈바구니에 아득바득 살아남아 미곡 회사를 차리셨다. 그러면 나는 네 나이에 뭘 했겠냐?”

아이고, 뭘 하긴 뭘 했겠는가. 전쟁통에도 뇌물로 수송선을 매수해 일본에서 사카린을 밀수하셨지. 어째 당당하게 말하기 껄끄러워 명훈은 우물댔다.

-텅!

그러자 김병철 회장이 팔걸이를 두드렸다.

“총탄이 넘나드는 전선에서 물자를 대려고 그 험난한 대한해협을 건너다니며 목숨을 걸었다! 그런데 네놈은!”

성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민주화인지 뭔지 하는 헛바람에 들어 시위해? 그것도 재벌가라는 안락한 보호막 속에서 깔짝깔짝?”

그러면서 김병철 회장은 쉴 틈 없이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네놈이 그러는 동안 진짜배기들은 목숨을 걸며 신념을 위해 싸웠다. 차라리 네가 그랬다면 말이라도 안 하지. 그저 집안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싶어서 시위한 것뿐이지 않으냐.”

어째 당사자가 아님에도 명훈은 목덜미가 화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원 몸 주인의 기억을 생각해보건대 김병철 회장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다.

"불만이 있다면 앞에서 당당하게 붙어볼 생각을 해야지. 계속 뒤꽁무니나 치는 꼴이라니, 쯧······."

움츠러든 명훈을 바라보며 김병철 회장이 혀를 찼다. 어쩌다 자신의 씨에 이런 병약한 녀석이 나왔는지. 제 어미는 그러지 않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네놈에게는 조양 그룹이라는 이름이 아깝구나. 아까워.“

김병철 회장은 탄식과 함께 품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곤 명훈을 향해 손을 무심하게 뿌렸다.

툭.

그것이 무릎 꿇은 명훈 앞에 툭 떨어졌다. 바로 명훈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 하나와 새것처럼 빳빳한 통장.

“그리도 집안이 싫다면 떠나라. 미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원하는 곳이 있다면 내 특별히 외국 대학으로 유학 보내주마. 고졸 출신으로는 살아가기가 벅찰 테니 말이야.”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김병철 회장의 말에 명훈의 안색이 퍼레졌다.

“그리곤 이 통장을 들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네놈에게는 조양 그룹이라는 이름을 달 자격이 없다. 네가 조양 그룹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통장 안의 돈 그것이 전부다.”

또박또박 힘주며 말하는 모습이 어째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그야말로 진심이 담긴 말. 이거 잘못하다간 진짜 죽도 밥도 안될 기세였다.

‘침착하자. 방법을 찾아야 해.’

명훈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머리를 굴렸다. 자신이 겪은 기억 속 조양 그룹에서는 끈 떨어진 후계자를 그냥 두지 않았다. 조금만 싹이 틀 모양이 보이면 파멸할 때까지 짓밟지 않았던가. 새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꼬이면 앞으로 갈 길이 막막한 법이었다.

게다가 초창기 IT 혁신은 한국 또한 만만치 않았다. 굳이 외국으로 나가서 코쟁이들의 차별을 받느니 한국에서 시작하는 게 더 나았다.

“죄송합니다.”

결국, 명훈이 선택한 것은 정공법이었다.

변명 없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

“제가 멍청했습니다. 아버지 말처럼 비겁하게 시위를 이용만 하고 허송세월했습니다.”

그러자 김병철 회장의 노한 얼굴이 살짝 꿈틀거린다. 아마 예상도 못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과만 할 생각은 없었다.

“오늘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

“아버지도 저를 자식으로 생각하고 계셨다는 것을요. 이렇게 멍청한 자식놈의 노후도 걱정되어 도와주시려 하지 않았습니까.”

“크흠···.”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어디에 있겠는가. 비록 서자라 하더라도 김병철 회장에게 있어서 명훈은 소중한 아들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명훈을 제 밑으로 입적하지도 않았을 터. 김병철 회장의 얼굴에서 노기가 살짝 거둬지기 시작했다.

‘좋아. 그러면······.’

이쯤 돼서 명훈은 쐐기를 박기로 했다.

“그러니 저도 자식 노릇을 다시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조양 그룹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우선 도망치듯 유학이 아니라 제힘으로 대학교를 가보겠습니다.”

“뭐?”

그 말에 김병철 회장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문했다.

안다. 명훈 자신도.

원래 몸 주인이 학창 시절 어떤 성적을 받았었는지는.

“그러면 조양 그룹의 이름을 달 자격이 있을 때 돌아오겠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명훈은 제 할 말만 하고는 슬그머니 통장을 챙겨 몸을 돌렸다. 뒤통수가 따가운 느낌이었지만 아무렴 어떻겠는가. 일단 도망치고 봐야지.


“어후 무슨 영감님 눈빛이 그렇게 부리부리해.”

방문을 나서면서 명훈은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말로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사실이었다.

“확실히 한국을 주무르던 회장님은 다르긴 다르군.”

김병철 회장은 정말 사람을 저절로 움츠리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으 그런 양반에게 찍혔으니 진짜 죽도 밥도 안 되겠네.”

조금 전 아버지의 눈빛을 떠올리며 명훈은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분명 큰일이 날 것이 분명했다. 이번에는 곱게 말로 끝내지 않으리라.

“뭐 그래도 자신은 있지.”

지난날 고아 출신으로 한국 제일의 대학교인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던 자신이었다. 한번 올랐던 길을 두 번이라고 못 오를까.

“흠. 올해 벌써 7월이 다 돼 가니까 11월까지 5개월. 아이고. 너무 간당간당하네.”

이번 학력고사는 점수를 올렸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 그 정도만 해도 저 영감님 마음에 쏙 들겠지.

물론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기왕 재롱잔치 할 것, 아주 혼을 쏙 빼게 할 생각이다. 그래야 나중에 뭔 일을 하더라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돈은 얼마나 넣어두셨으려나.”

혼자 낄낄대다 명훈은 문득 집어온 통장이 생각났다. 조양 그룹에서 가져갈 수 있는 돈 전부라고 했던 김병철 회장의 말. 분명 적지 않은 돈이 들어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디 보자······.”

명훈은 주섬주섬 통장을 열었다.

그리곤 천천히 뒷자리의 영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러다.

명훈의 눈이 점점 커졌다.

“헐.”

통장 안의 돈.

이전 삶의 명훈도 현찰로는 쉽게 쥐어볼 수 없는 거금이었다.


***


“허, 저놈이 미쳤나?”

당황한 김병철 회장의 눈동자가 제 자식의 뒷자리를 쫓았다. 하지만 이미 나가버린 아들이 돌아 올리는 만무했다.

“박 실장. 자네도 들었나? 저 허무맹랑한 놈이 버르장머리 없게 두 눈 뜨며 하는 말을?”

김병철 회장이 뒤편을 향해 물었다. 병풍처럼 조용히 서 있던 박기태 비서실장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버르장머리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잘 말하더군요. 당당한 게 회장님 자식다웠습니다.”

“내 자식답기는 무슨. 저거 미친게 틀림없어. 갑자기 막내가 저런다니?”

“최근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까. 생사의 갈림길을 겪으면 사람이 바뀐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람 좋은 말만 늘어놓는 박 실장의 말에 김병철 회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사람이 어디 쉽게 바뀌던가.

60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놈들을 만났지만 대저 사람이란 변하기 어려운 동물이었다.

“분명 이번도 그냥 모면하려고 막 내뱉은 말이 틀림없어.”

“설마 그러겠습니까. 아마 심사숙고 한 말이 아닐까요. 회장님.”

“무슨! 그놈이 언제는 생각하고 말했는가? 허구한 날 데모하고 다니고 사고만 치는 놈인데! 게다가 대학교에 가겠다니? 허. 그놈 성적으로 가당키는 한 말이야?”

아마 조양 그룹이라는 뒷배경이 없었다면 퇴학이나 유급을 당해도 수십 번을 당했을 것이다. 성적 미달로. 김병철 회장은 제 자식의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 그러면 어떻게 당장 사람을 시켜 강제로 유학을 보내버릴까요?”

박 실장이 넌지시 물었다.

“끙······.”

김병철 회장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고 신음만 내뱉을 뿐이었다.

분명, 분명히.

아들놈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대충 내뱉은 말 같은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왜 아들놈의 말을 믿어보고 싶을까.

“아니네. 그냥 내버려 두게. 그래 봐야 시험까지 5개월 정도 남았으니 유학 보내는 거야 그때 가서 생각해봐도 되겠지.”

아마 처음으로 자신에게 당당하게 말해서였을 것이다. 김병철 회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돈은 어떻게 회수할까요?”

“그 통장? 아들놈이 가져갔나?”

“예. 슬쩍 가져가더군요.”

“허 고놈 참.”

김병철 회장은 피식 웃었다.

그 와중에도 제 욕심을 부릴 여유가 있었단 말이지. 나쁠 건 없었다. 오히려 좋은 징조였다.

“그냥 내버려 두게.”

“예?”

그러자 박기태 비서실장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15억이면 명훈이가 다루기에는 너무 큰 돈입니다.”

“그게 나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재산 전부라 생각하면 그리 크지는 않지.”

“그러면 더 큰······.”

뭐라 말하려다 박기태 비서실장은 문득 드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얼추 김병철 회장의 의중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김병철 회장은 명훈을 시험해보려는 것이었다.

부리는 자인지, 부림을 당하는 자일지.

큰돈을 쥐었을 때만큼 그것을 판단하기 쉬운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만일 명훈이 이 시험을 통과한다면······.

“왜? 무슨 문제 있나?”

“아 아닙니다.”

박기태 비서실장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생각했다.

왠지 조양 그룹의 후계 구도에 새바람이 불 거 같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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